<작가의 요즘 이 책>은 알라딘 ebook인데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다. 나는 김연수편을 다운받았는데, 자매품으로 정유정편, 조남주편 등이 있다. 김연수 작가의 요즘 이 책은 영국 작가 줄리언 반스의『시대의 소음』이라는데, 권력 앞에 맞선 예술가의 고뇌를 다룬 작품으로 소설 쓸 힘을 주는 작품이라는 설명이다.
‘작가의 요즘 이 책’ 보다 눈길이 가는 건 김연수의 단편 <사월의 미, 칠월의 솔>이다. 난 김연수의 소설보다 산문집을 더 좋아해, 제목은 눈에 익어도 실제로는 읽지 않은 작품인데, 인터뷰하는 신준봉 기자의 질문, “지금까지 쓴 많은 작품 가운데 어떤 게 가장 눈에 밟히느냐”는 물음에 김연수가 꼽은 소설이라 바로 책을 대출해 왔다. 슬럼프에 빠졌을 때 자신을 구제해준 작품이라는 말도 덧붙여졌다.
“젊은 시절에는 굉장히 미인이셨죠. 지금도 선생님 말씀하는 분들 많으세요.”
조카라면서 그런 것도 모르냐는 듯이 그가 나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아니, 이모는 워낙 서구적인 미인이신데, 제가 국문과를 나왔거든요.”
그는 다시 한 번 나를 쳐다보더니, 음식을 시키자고 말했다. 그가 메뉴판을 들고 이모에게 이런저런 요리들에 대해 설명했다. 그가 살갑게 굴자, 이모는 의자를 그쪽으로 옮겨가면서 함께 메뉴를 골랐다.
“국문과는 김치에 밥 먹을 거지?”
이모가 내게 말했다.
“국문과도 한자 공부는 많이 하거든요.” (94쪽)
거실을 치우다가 잠깐 자리에 앉아 그 자리에서 다 읽어버린 <사월의 미, 칠월의 솔>은 사랑의 기억과 사랑의 도피와 사랑의 흔적과 사랑의 소리를 불러내는 단편이다. 화자이든, 주인공이든, 주인공 친구이든 소설을 끌고 가는 힘은 어디까지나 인물의 매력에 빚지는데, 그런 점에서 보자면 서구적인 미모의 팸 이모는 100점 만점에 98점의 매력을 소유한 사람이다.
발렌타인 데이, 설 전전날이며, 2018년 2월 14일 수요일.
모두 잠든 아침에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들으며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