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 휴먼노이드의 결합이 신인류의 탄생으로 이어질 것인가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테고.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많을 테다. 나는 관심이 많은 쪽이다.











『마침내 특이점이 시작된다』에서 언급되었듯이, 인공 팔, 인공 다리, 인공심장의 교체로 인해 인간이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측면에서 사이보그에 가까워질 때, '어디까지 인간으로 볼 수 있는가' 혹은 '어디에서부터 인간이 아닌가'에 대한 논의 역시 정답 없이 무한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신체 구성물의 51% 이상이 원래 인간의 신체였을 때, 그를 인간이라 규정한다면, 구성물의 51% 이상이 실리콘, 스테인리스 스틸, 고강도 폴리머, 티타늄일 때, 그는 사이보그가 되는 것인가.

다운로드된 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내 뇌가 다운로드되어 사이보그 스페이스를 떠도는 것이 인간 진화의 끝판왕이라 믿는 사람들은 다운로드된 뇌의 복사로 인한 '나'의 '반복'을 환영할 것이다. 환영할 만한 일인가. 적어도 그 일에 대해 회의적이지는 않다.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다만, 나는 묻고 있을 뿐이다.











사이보그는 인간/기계, 자연/기술, 남성/여성, 신체/정신 등의 이분법적 사고를 무너뜨리며, 기술적 변형을 통해 성별, 신체, 인간의 개념을 재구성할 수 있다고 해러웨이는 전망했다(『영장류, 사이보그 그리고 여자』). 정체성이라는 개념 자체가 재구성될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기억이 나인가.

내 뇌가 나인가.

몸 없는 나,를 나라고 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몸 없는 나'는 어디에 있는가.

나는 기억이 혹은 기억의 총합이 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몸 없는 나에 대해서는 상상하기 어렵지만, 내가 믿고 있는 기독교에서는 몸 없는 개별적 존재, 즉 영혼에 대해 긍정한다.

이제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써야겠다.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나도 잘 모르겠지만, 일단 생각나는 부분까지 써보려고 한다. 쓰면서 내가 모르는 부분을 찾을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근대 이후 세계를 지배해온 서구의 기본 사상은 인간이 동물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다. 중세는 신본주의 사회였지만, 신을 믿고 경배하는 한, 인간은 지구의 대표자로, 지구의 지배자로 살 수 있었다. 다윈을 시작으로 진화론이 정교화되었고, 여러 층위의 생물학적 발견의 결과로 인간이 독자적인 존재라기보다는 지난한 진화의 과정 속에서 '가장 운 좋은' 개체였다는 사실이 현재 과학계에서는 통용되고 있다.

거기에서 한 걸음 더 나가면, 유발 하라리에게 도착한다. 내가 써둔 문장을 그대로 가져온다.











유기체는 알고리즘이고, 생명은 데이터 처리 과정일 뿐이며, 이 세상에는 '의미'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으며, 지능과 의식 또한 그러하다는 유발 하라리의 주장. (『호모 데우스』) 근대 과학 발전 가운데 이루어진 해부학적 지식의 축적 결과, 내부 장기의 어디에서도 인간은 '마음'을 그리고 '영혼'을 찾아내지 못했다. 여기서 얻은 결론은 '마음이란 뇌 속의 신경 세포 다발의 특정한 전기 신호'라는 것이다. 유물론, 만물의 근원은 물질이고 모든 정신 현상도 물질의 작용 혹은 그 산물이라는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나는 누구인가'와 '나는 무엇인가'의 사이에서, 단발머리)

인간 역시 알고리즘으로 작동하는 유기체의 일종이며, 1.3~1.4 킬로그램의 단백질 덩어리 위의 전기 자극이 인간 사고와 의식의 실체일 뿐이라면. 인간과 동물의 차이는 털을 입고 있다는 것과 옷을 입고 있다는 것뿐이라면.

실리콘 위의 의식을 소유한 혹은 소유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인공지능, 스테인리스 스틸을 입은 인공지능이 또 다른 인류라고 말할지 못할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우리가 정체성을 이해하려고 할 때, 우리가 존재하기 위해 믿기 힘들 정도로 확률이 낮은 사건들이 놀랍도록 계속 이어졌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실로 경이롭기 짝이 없다. 나를 만들려면 우선 부모가 만나 아기를 만들어야 할 뿐만 아니라, 특정 정자가 특정 난자와 만나야 한다. 우선 어머니와 아버지가 만나 아기를 갖기로 결정할 확률도 추정하기가 어렵지만, 나를 만들기 위해 특정 정자와 난자가 만날 확률만 하더라도 200경 분의 1에 불과하다. 대략적인 추정에 따르면, 평균적인 남자는 평생 동안 정자를 약 2조개 만들고, 평균적인 여자는 약 100만 개의 난자를 갖고 태어난다. 따라서 나의 정체성이 나를 만든 특정 정자와 난자의 만남에 달려 있다면, 그 사건이 일어날 확률은 200경 분의 1이다. (『마침내 특이점이 시작된다』, 141쪽)


믿기 어려울 정도의 우연, 200경 분의 1의 우연을 믿는 과학자의 이야기는 언제 읽어도 흥미롭다. 나는 그보다는 그 진화의 변화와 만남에 의미와 의도, 그리고 방향이 있다고 믿는 쪽이다.












AI 탐구는 미래 소설 읽기로 이어지고 있다. 벅찬 기대주 주민선 작가의 소설을 읽었고, 아무튼 정보라의 정보라 작가의 소설을 읽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밝혀진' 장강명 작가의 소설을 읽을 차례다. 장강명이 기다리고 있는데, 짱구도 나를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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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6-01-05 23: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결국 짱구 사셨군요?ㅋㅋㅋ
인공지능과 휴먼노이드..특이점이 시작된다에 꽂혀 심각하게 읽어내려가다 결론은 짱구?!
이건 H마트 읽어 본 사람들은 빵 터지는 사진인 거죠?ㅋㅋㅋ
새해 복 많이 받으실 겁니다. 허허허.

단발머리 2026-01-07 18:40   좋아요 1 | URL
결론은 항상 짱구입니다! 빨간색 오리지널과 주황색 누룽지맛(신상) 중에 심사숙고하다가 결국 신상을 선택했습니다.
H마트에는 한국 과자가 많이 나와요. 죠리퐁 속에 들어 있는 스푼 접는 법을 엄마가 가르쳐주셨다, 그런 대목도 있고요.

잠시라도 기쁨 드렸다니 매우 기쁩니다!
책나무님, 새해 복 많이 많이 받으시고, 올 한 해도 잘 부탁드립니다!!

다락방 2026-01-09 13:11   좋아요 1 | URL
ㅋㅋ 맞습니다. 죠리퐁도 먹었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그러나 짱구가 진리입니다!! ㅎㅎㅎㅎㅎ

그런데 단발머리 님은, 정말 사진 찍는 감각이 있으신 분이시네요. 짱구가 등장하는데, 신짱이 등장하는데 사진이 참 예술적입니다. 음.. 아니, 신짱때문에 예술이 된걸까요? 책과 간식이 있는 사진에서는 압도적 챔피언 이십니다!!

책읽는나무 2026-01-09 13:50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저도 <H마트에서 울다> 올해 첫 책으로 읽고 있거든요. 이제 몇 장 안 남았어요.^^
앞부분 읽으면서 짱구 과자 나왔을 때 음. 울엄마도 짱구 좋아했었는데…그러면서 읽어나갔는데 다락방 님의 짱구 과자 사진을 보고 응? 독후활동이란 게 바로 이런 거로구나!(읽으면서 연상되는 건 바로 행동으로 옮기는 진리?!)깨닫고 저도 외출했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짱구 과자 사 와서 사진을 찍어뒀거든요. 저는 짱구가 두 가지 버전이 있는 건 첨 알았어요.
(아 그러고보니 짱구가 아니고 신짱이란 이름이었다는 건 오늘 알았어요.)그래서 지금두 개 다 사와서 지금은 다 먹고 없는데 사진은 남아 있습니다.ㅋㅋㅋ
근데 단발 님 이날 사진을 보고 나의 짱구 사진이 좀 퀄리티가 떨어짐을 느꼈어요.ㅋㅋㅋ
램프를 곁에 둔 저 블라인드 앞 나무 탁자 저 자리가 책과 간식의 포토존인가 봅니다.
저도 예술적 책과 간식 사진의 아우라 그걸 느꼈는데 다락방 님도 느끼셨군요.ㅋㅋㅋ

다락방 2026-01-09 13:52   좋아요 1 | URL
책나무 님, 짱구 사진 올려주세요!! >.<

책읽는나무 2026-01-09 13:57   좋아요 0 | URL
네. 조만간 짱구 사진 올려볼게요. 해가 바뀌고 나서 갑자기 왜 이렇게 바빠졌는지.ㅜ.ㅜ
그나저나 이 책 넘 좋네요.
며칠동안 정말 푹 빠져 읽었어요.
아. 원서가 아니고 번역서로 말이죠.ㅋㅋㅋ

단발머리 2026-01-09 18:04   좋아요 0 | URL
H마트의 독후 활동은 앞으로도 쭉 이어질것 같아요. 짱구도 짱구지만 한국의 여러 음식들... 갈비가 생각나는군요(군침).

저희집은 대대적인 청소와 정리가 필요한데요. 바로 저 지점만... 사진 촬영 때만 깨끗하답니다. 사진 스팟 ㅋㅋㅋㅋㅋ뒤로 더 물러날 수 없는 특별한 이유가 있답니다. 주위에 또 새로운 책들이 쌓여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책+간식 사진은 책나무님께서 영원한 랭킹 1위이신데, 제가 짱구 덕분에 치고 올라갔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책나무님 완독 축하드리고, 다락방님과 저도 열독하겠습니다. 감상+짱구 사진 역시 기다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