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문화론 - 사가판 私家版
우치다 타츠루 지음, 박인순 옮김 / 아모르문디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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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문화론』을 다 읽었다. 어제 한 일은 왼쪽의 인덱스를 오른쪽으로 옮기는... 왜 진작 사지 않아 이 일을 자초한단 말인가. 저는 읽기 전에 사지 않습니다. 하지만, 읽기 전에 산 책이 집에 많이도 있... 더 큰 오해를 막기 위해 더 이상의 언급을 피합니다.




우치다 타츠루의 책을 조금 더 찾아봐야겠다. 일전에 써두었던 부분 중, 1) 한국과 일본 외교 관계의 난맥상 관련 언급과 2) 페미사이드에 대한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지만, 그런 태도를 통해 나는 또 중요한 한 가지를 배웠다. 사람이 똑똑해도 모를 수 있다는 것, 어느 부분에 대해서는 지식의 양이나 다른 분야에 대한 통찰과 상관없이 꽉! 막혀 있을 수도 있다는 것. 그래서 전문가가 최고다, 나는 또 그런 쪽은 아니다. 뒤에서 봐야 보이는 게 있고, 멀리서 봐야 알 수 있는 게 있다.

우치다의 특장점은 어떤 논의를 대함에 있어 이런저런 가정을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는 데 있다. 우리는 각자 다, 자신의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자신만의 고유한 생각이란 그렇게 딱 정할 수 없는 것이기는 하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내 것'이라 할 만한 의견이 필요하고. 그 의견 자체가 조악하거나 부족한 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내 생각엔 이거다'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게 나는 중요하다고 본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지식인'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 유대인과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그리고 죄책감 부분을 연결해 논증한 부분은 내가 태어나서 처음 접하는 주장이었는데, 그것이 어떠하다는 판단 너머로(나는 제대로 이해를 못 해서 판단을 못 함) 그런 시도가 대단하다는 점은 인정하고 싶다. 이제야 들어간다. 우치다의 사가판 유대문화론.

반유대주의의 역사를 추적할 때, 『유대인의 역사』에서는 유대인과 그리스인 사이의 불화가 언급된다.

유대인은 그리스인보다 더 유서깊은 문화를 가지고 있었다. 예술이나 몇 가지 분야에서는 그리스인의 상대가 되지 못했지만, 문학만큼은 모든 양식에서 우월했다. 로마 제국 안에는 그리스인만큼이나 많은 유대인이 살고 있었고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비율은 유대인이 더 높았다. 그러나 로마 제국의 문화 정책을 주도한 그리스인은 히브리어와 히브리 문화를 인정하지 않았다. ... 그리스인은 이집트 언어에 무관심했듯 히브리어와 히브리 문학, 유대 종교 철학에도 관심이 없었다. 아예 무시하기 일쑤였고 그나마 아는 거라고는 소문으로전해 들은 부정확한 지식이 전부였다. 유대 문화를 멸시하는 그리스인의 태도와 그리스 문화를 대하는 학식 있는 일부 유대인의 애증은 계속해서 긴장을 유발했다. (『유대인의 역사』, 207쪽)

서양 문화의 두 기둥은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이다, 라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을 때는 그게 그런가 보다 했는데, 그 책의 이야기를 따라가 보니 당시에 유대인을 향한 그리스인의 멸시와 질시는 유대인 지식인들을 자극한 것이 분명하고, 그리스인들 역시 유대인들의 반응, 즉 자신의 작용에 대한 반작용을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 반유대주의의 역사는 이토록 오래되었다.


이러한 반유대주의 정서가 팽배하던 유럽 사회에 『유대적 프랑스』라는 '기념비적' 반유대주의 도서가 등장한다. 제1주제는 반유대주의적 미신과 유대인에 대한 망언. 제2주제는 아리아인과 셈인 비교. 제3주제는 근대주의 비판이다.

반유대주의적 미신은 이런 식이다. 유대인은 페스트에 걸리지 않으며, 가톨릭 신자의 7배에 달하는 생식능력이 있다는 것.(117쪽) (새삼 궁금하다. 그걸 어떻게 확인했단 말인가) 인종 간 전쟁 사관은 '열정적이고, 영웅적이며, 기사도적이고, 솔직하며, 생각이 짧아 그들의 천직이라면 농부, 시인, 수도사 특히 병사'인 아리아인과는 대조적으로 '본능적인 상인으로, 동료를 속이는 데 천재적이며 남을 수탈하는 짓밖에 하지 못하는'는 것이 셈인의 특징이라 주장이다. 근대주의 비판이란 유대계 시민들을 근대화, 도시화의 원흉으로 보고 전통을 파괴하는 사람으로 규정했다는 것인데, 우치다의 주장에 따르면, 근대화를 원했던 건 그 누구보다 유럽인들 자신이었다. 변화와 진보에 대한 공포. 즉, '미래의 미래성에 대한 공포'(123쪽)가 변화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유대인에 대한 부정의 감정으로 집적되었다는 주장이다.

<'과잉'의 유대인>이라는 챕터에서 우치다는 유대인만의 독특한 사고 유형이란 건 없다는 데서 출발한다. 당연하다. '유대인의 뇌', 특징으로 구별되는 '유대인의 '뇌'란 존재하지 않는다. 자민족 중심주의의 발전은 당연한 것이다. 오리엔탈리즘과 중화사상은 일부 민족의 주제가 아니라, 세계의 모든 민족 집단이 행하고 있는 일이다. 우치다는 '민족적 기습'으로서 유대인들이 '자신들의 사고·판단의 근거가 되는 그 사고·판단 구조 자체를 회의하고, 자신은 이미 자기 동일적으로 자신이라고 하는 자기 동일률에 대해 불쾌감을 느끼는 태도'를 그들의 '표준적인 지성 습관'으로 수용했다(178쪽)고 보았다.

포인트는 그다음이다. 유대인들은 자신들만의 사고 실험을 통해 '지성적'이라고 하는 하나의 표준을 만들어냈다. 그런데, 다른 민족들이, 그것을 '지성적'이라고 보는 것이다. 우치다의 문장을 그대로 가져와 본다.

유대인이 특별히 지성적인 존재가 아니라, 유대인에게는 표준적인 사고 경향을 우리들이 인습적으로 지성적이라고 부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180쪽)

아.... 문득 떠오르는 한나 아렌트의 분석. 아직도 완독하지 못한 『전체주의의 기원』에서 내가 제일 굵은 밑줄을 그었던 바로 그 문장.

인종주의자들의 유대인 증오는 신이 선택한 민족, 신의 섭리로 성공을 보장받은 민족이 자신들이 아니라 유대인일지도 모른다는 미신적 우려에서 나왔다. 거기에는 결국 모든 외양에도 불구하고 세계 역사에서 마지막 승자로 등장할 것이라는, 이성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보증을 받았다고 그들이 두려워하는 민족에 대한 의지박약한 분노가 있었던 것이다. (『전체주의의 기원』, 451쪽)

반복해서 쓰자면, 모든 민족이 이렇게 생각한다. 우리 민족은 특별하다는 생각. 우리 민족은 각별하다는 생각. 이건 개인 차원에서도 마찬가지다. 내 이야기를 쓰면 책 한 권이 나온다, 는 진짜 책 한 권 분량의 이야기가 나온다는 걸 넘어서서, 그만큼의 사연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 세상 온 천지에 사연 없는 사람이 있던가. 이 세상 가장 한가하고 널널해 보이는 어떤 사람에게도 그 사람만의 고뇌와 고통, 그리고 애로사항이 존재한다.

모두 다 그렇게 생각한다. 나의 이해가 가장 깊고, 나의 통찰이 가장 훌륭하며, 부족함이 없는 나의 미모를 보라. 나를 보라. 나를 존경하라. 인간 생존을 위한 가장 절절하고 솔직한 외침이다. 그런데, 유대인을 접한 민족들은 이 생각을 넘어서서 다른 생각에 빠져든다. 유대인을 만난 이후, 그들을 직면한 이후 벌어진 일이다. 내가 아니라 너일 수도 있다는 생각. 진짜 주인공은 너일 수도 있다는 생각. 진짜 똑똑한 사람은 너일수도 있다는 생각. 니가 하는 말이 맞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 그런 생각이 확신으로 확장될 때 분노는 폭발해 버린다. 쾅쾅!

<살의와 죄책>이라는 챕터는 반유대주의를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와 죄책감과 연관 지어 설명하는데, 그 부분도 상당히 흥미롭다. 만약 어떤 사람이 시간이 너무 없는 관계로 이 책의 일부만을 읽어야 한다면, <제4장 끝나지 않는 반유대주의> 중에서 <'과잉'의 유대인>, <사르트르의 모험> 그리고 이 챕터 <살의와 죄책>을 권하고 싶다.

수능 전 마지막 모의고사를 마치고 온 고3 아들의 저녁을 남편이 시키겠다고 해서 밥 차리는 시간을 아껴 세탁기를 돌려놓고, 청소기를 돌리며 머리 속으로 반을 썼다. <살의와 죄책> 부분을 더 자세히 쓰고 싶었는데, 정교하게 쓰기에 에너지가 부족해 아쉬운 대로 여기까지만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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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10-16 14: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하여간 세상에 제가 모르는게 너무나 많고 알고 싶은것도 너무 많은데 도대체 어떻게 영생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뜬금)

단발머리 2024-10-16 15:43   좋아요 1 | URL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정희원님의 저속노화를 ㅋㅋㅋㅋㅋㅋㅋㅋ 권합니다.
유튜브에도 많고요. 그렇게 권하는대로 먹으면 저는 인생사 재미없을 거 같기는 해요. 저는 더 건강하게, 더 오래 뭐 이런 건 아닌데 다른 사람 도움 받기는 싫거든요. <요양원 늦게 가는 법> 특별 공개하더라구요ㅋㅋㅋㅋㅋ오래오래 건강하게 행복하게 살아요, 우리!

독서괭 2024-10-16 18: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아드님 곧 수능이군요!! 놀라워요. 단발님은 이렇게 젊으신데..(뒷모습 사진밖에 못 봤지만)
단발님이 적어주신 내용 모두 저는 처음 접하는 내용이라 신기하네요. 유대인들이 그렇게나 똑똑했다고요? 유대인들이 지성이라고 정의하는 걸 우리가 받아들였기 때문에 유대인이 똑똑하게 느껴지는 건가요? 아무튼 똑똑한 건 맞나 본데.. 똑똑한 게 인종 특성이라니 뭔가 반칙 같은데.. ㅎㅎ
살의와 죄책 부분은 다음 페이퍼에서 이어집니까?

단발머리 2024-10-17 09:48   좋아요 1 | URL
제가 이렇게 젊습니다ㅋㅋㅋㅋㅋㅋ 뒷모습만 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유대인의 특별함에 대해서 들은 적은 있었는데, 그 가운데 그리스인들과의 긴장 관계가 있었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아직 결론은 아닙니다만 유대인의 ‘인종적 특성‘이라는 게 없다면(사실 없는 게 정답이고요) 유대인의 특별함은 교육에 있다는 생각을 쪼금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면 이 생각은 ‘유대인, 노벨상의 주인공이 되는 이유‘ 쪽으로 흘러가겠지만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조금 더 생각해보겠습니다.

장 마감했습니다. 살의와 죄책 ㅋㅋㅋㅋㅋㅋ 어렵더라구요. 다른 책, 다른 저자와 연결될 때까지 기다려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리오며~~

달자 2024-10-16 19: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젠 책을 사셨으니 마음 놓고 땡투를 날릴 수 있겠군요!! 아 단발머리님 글은 정말이지 술술 읽히면서 읽는 내내 허벅지를 탁탁 칠 수 밖에 없네요. 진짜 주인공이 사실은 내가 아니라 ‘너‘일 수도 있겠구나, 나보다 너가 더 잘난걸 수도 있겠구나, 거기서 오는 불안, 그 불안이 가져온 분노, 그리고 혐오. 이 레파토리의 희생자가 특히 유럽에서, 예전엔 유대인이었다면 (물론 지금도 현재 진행형입니다만, 예전부터 이어져왔다는 의미에서) 지금은 중국인 것 같아요. 예전에 유대인에게 그랬듯이 오늘날 유럽에서 많이 논의되는 얘기 중 하나가 중국은 이렇다 저렇다, 이럴 것이다 저럴 것이다, 이래서 안된다 저래서 안된다 등등. 근데 자세히 보면 그 적대감 뒤에는 엄청난 두려움이 숨어져 있더라구요.

공쟝쟝 2024-10-17 07:01   좋아요 1 | URL
아 맞아요!!! 서구의 유대인 중국…! 달자님의 통찰에 더 무릎을 칩니다. 거친 일반화를 조심히 하며 이야기를 건네면, 저는 이러한 인간의 특성이 일종의 거울단계라고 생각하고… (라캉읽는 중 ㅋㅋ 중얼중얼) 그래서 우치다 결론이 ‘어른이 되어라‘인게 정희진의 말 ‘피해자 정체성’을 넘어서라 와 일맥 상통한다 생각해요. 일베의 거울 메갈. (여긴 그 출발이 대 놓고 미러링이죠ㅋㅋ) 둘의 시작은 다를테지만 (어떻게 그리스인의 유대인혐오와 백인의 흑인혐오가 같겠습니까. ) 어떻게 하면 정체성의 정치를 넘어설 수 있는지 저 스스로를 살피면서 계속 고민 중예요! 여성주의적 전략이 공략이 아닌 낙후시키라는 제안에 다시한번 곰곰해 지고요. 일단은 우리 공부를 이어나가도록 합시다. 저는 달자님께 ‘친밀한 적‘ 추천드려요!!!

단발님… 이 글이 너므 멋지고, 4장이 넘나 궁금해서 가슴이 설렙니다. 결혼두번 가능하십니까? 폴리아모리 해주세요!!

단발머리 2024-10-17 09:51   좋아요 0 | URL
달자님 / 달자님~~ 달자님 댓글 읽으면서... 어머, 어머, 진짜진짜 나는 왜 중국인을 생각 못한 거지?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달자님 말씀이 무슨 말씀인지 딱 알 것 같고, 한국에서도 제주도 관광객부터 시작해서 중국인들에 대한 다소 부정적인 생각들이 많이 퍼져나가는 양상이기는 합니다.

똑똑한 상대를 알아보고 그에 대한 불편함과 불안이 분노와 혐오로 이어지는 과정은 개인에게도 또 민족 전체적으로도 결국 손해라는 생각이 들기는 해요.
오늘도 달자님 댓글에 한 가지를 더 배우게 되네요. 감사드려요, 달자님!

단발머리 2024-10-17 10:00   좋아요 1 | URL
공쟝쟝님 / 달자님의 통찰에 무릎 치는 사람 저예요. 제가 먼저 무릎 쳤어요 ㅋㅋㅋㅋㅋㅋ 이걸 너무 크게, 아니면 엉성하게 설명하는게 조심스럽기는 한데.... 저는 정체성의 정치와 전략적 본질주의를 어떻게 통합해 갈것인가에 관심이 있습니다. 더 가까운 말로 하면,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전업주부가 이해할만한 페미니즘 정치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 혹은 설득해 갈 것인가, 하는 문제요. 권력의 작동이 양방향에서 이루어지죠. 무조건 니 책임이 아닐 수도 있는 상황이 생각보다 많고요. 하지만, 여전히 여성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괴롭힘 당하는 상황에서 제일 강력한 대응 방법이 뭔지에 대해서요. 저는 아직 잘 모르겠고... (곧 답은 정치입니다로 갈 예정ㅋㅋㅋ) 공부는 계속 이어져야 하겠죠?

이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결혼.... 두 번은 좀 어려워요. 은오님의 플러팅에는 설레임이 있었는데 ㅋㅋㅋㅋㅋ 쟝님의 댓글은 뭐랄까. 심심하다고 할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죄송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공쟝쟝 2024-10-17 10:00   좋아요 1 | URL
진심이 없엇기 때문입니다. 본심 결혼생각 없습니다! (밥상 엎기)

단발머리 2024-10-17 10:02   좋아요 1 | UR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