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운명에 대한 아주 개인적인 생각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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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의 『그의 운명에 대한 아주 개인적인 생각』을 읽었다.



예상되는 이야기이고, 예상되는 대로 전개되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우리의 현실이 이러함을 확인하며 묘하게 안심이 되어서 조금 놀랐다. 희망의 말도 있었다. 나쁜 시간이 지나고 나면 좋은 시간이 올 거라는 말, 그런 말들이 나는 좋았다. 언니, 보지 않으려 하면 끝까지 진실을 볼 수 없어. 라고 말하며, 현재의 위기가 모두 문재인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에게, 아~~ 그래? (내 표정이 어땠는지를 볼 수 없어서 나는 유감이다)라고 말하는 나는, 그렇게 유시민의 이 책을 다 읽었다.




윤석열의 무모함과 언론의 비겁함에 대해서는 더 이상 보탤 말이 없을 정도로 잘 정리되어 있다. 언론에 대한 유시민의 비판에 동의한다. 한겨레에 대한 이야기, 정확히는 한겨레에 대한 아쉬움과 안타까움, 그리고 이어진 포기의 마음에 대해서는 나도 1-2장 쓸 수 있지만, 오늘은 이만해서 정리하고.




나는 가식과 위선에 대해서만 한 마디(진짜에요, 딱 한 마디) 보태고 싶다.




조국사태로 온 나라가 떠들썩할 때, 나는 여러 번 조국에 대한 글을 썼다. 조국은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고,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되지 않으면 감옥에 갈 것이다. 그가 저지른 죄에 대해 조국은 벌을 받게 될 것이다. 그 절차와 판단에 대한 생각이 나와는 다르지만, 나의 생각과 상관 없이 법절차는 그것대로, 그렇게 진행될 것이다. 조국과 관련해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 중에 가장 신랄하게 조국과 그의 행동을 비판하는 사람에게. 나는 내가 말할 바를 말했고, 그가 말한 바를 들었다. 그가 조국을 옹호하는 내게 말할 때, 내 계급에 대해 언급할 때, 나는 그의 말에 동의하지 않았고, 내 마음 속 깊은 곳으로부터, 너도 언젠가는 알게 될거야, 라고 말하지만, 그게 무슨 소용인가. 조국은 감옥에 갈 수도 있다. 범죄자로서의 낙인에서 평생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 내 생각, 그의 생각과는 상관 없이. 법 적용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법대로라면 그는 감옥에 갈 수도 있다. 그의 범법 행위를 옹호하는게 아니다. 범법 행위를 어떻게 옹호하겠는가. 다만, 기소독점하는 검찰의 나라에서 그에게 피할 곳이 없었다는 건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어느 누구든 마찬가지다. 검찰의 눈에 걸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떤 죄든지 기소될 수 있다.





내가 쓰고 싶은 건 다른 문제다.



완벽하게 훌륭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난받고 조롱당해야 한다면, 조금의 약점만 드러나도 기소되고 유죄판결을 받아야 한다면, 의도하지 않은 오류를 죽음으로 책임져야 한다면, 누가 감히 진보의 삶을 선택할 수 있겠는가. 정치검찰과 보수 언론은 말했다. "완벽하게 선할 수 없다면, 아무리 털어도 먼지 한 톨 나지 않을 자신이 없다면, 수치와 불명예의 구렁텅이에서 비참한 최후를 맞고 싶지 않다면, 정의니 공정이니 평등이니 하는 말을 입에 올리지 말라. 노무현과 노회찬과 조국의 최후를 보았지 않았는가!" (43쪽)




나는 조국 사태의 주요한 감정적 동인은 '조국도 자식을 위해, 자식의 입시를 위해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을 했다'는 지점이 아니라고 본다. 정확한 발화 지점은 '말은 그렇게 해놓고 자기 자식을 위해서는...'이라고 본다. 그 이야기를 풀어가자면, 한국에서 '입바른' 소리를 할라치면, 그집 아이는 정시로 대학에 들어가거나 혹은 아예 아이가 없거나, 아니면 아예 한국에 살지 않거나... 라고 쓰면, 또또 극단적인... 이라는 소리가 아련히 귀에 메아리친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런 거 같다. 사회의 변화와 말 그대로 진보, 지금보다 살만한 좋은 사회를 만들어가자고 말하는 사람에게는 왜 이렇게 엄격한 도덕적 잣대가 부여되는가. 트럼프의 성희롱, 성추행에 대한 이야기가 소문이 아닌 사실로 확정더라도 사람들은 그에 대해 분노하지 않는다. 왜? 트럼프는 원래 그런 놈이니깐. 삐뚤어진 마음으로 살라치면, 이 세상 가장 졸렬한 악인이 되어 선행을 하나씩 베풀어가자면 온 세상이 기립해서 박수칠 상황이다. 완벽할 자신이 없다면 말하지도 말아야하는가.




더 나은 삶, 더 나은 사회를 향한 제언이 오로직 완벽한 사람들만을 위한 것이라면, 왜 그치들은, 불법과 부정을 일삼는 그치들의 목소리는 그다지도 크단 말인가. 그다지도 높단 말인가. 왜, 하이에, 화음에, 옥타브까지, 자기 마음대로 불러 재낀단 말인가. 그 노랫소리에 발맞춰 탭댄스 추는 언론은 또 뭐란 말인가.




앞으로의 상황에 대한 전망은 더 암울하기는 하다. 나는 박근혜와는 달리 윤석열은 '순순히' 탄핵 절차를 따르지 않을거라 생각한다. 그는 막판까지도 그 놀라운 '그립감'을 잃지 않으려 애쓸 것이다. 경제나 외교 파탄이 아니라, 나는 전쟁을 염려한다. 주로 전쟁을 걱정하고, 짬짬히 독도를 걱정한다. 내 나라의 현실. 내 나라의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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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07-10 09: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거 너무 뻔할 것 같아서 읽을 생각 안햇었는데 단발머리 님 리뷰 읽고나니 뻔하지만 읽어야 하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담아갑니다.

단발머리 2024-07-10 10:29   좋아요 1 | URL
뻔하다는 예상을 완전히 넘어설 수는 없을거 같은데요. 근데 분석이..... 유시민 아닙니까. 저는 좋게 읽었어요.
그의 예상이 너무 잘 들어맞아서 약간 짜증이 나기는 한다는 점.... 미리 알려드립니다.

망고 2024-07-10 16: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놓기만 하고 안 읽고 있어요 요즘 짜증나서 뉴스도 못 보겠는데 그걸 글로 접한단 생각에 스트레스라ㅠㅠ

단발머리 2024-07-10 18:35   좋아요 1 | URL
네, 망고님.... 짜증나는 일들이 엄청나기는 하죠. 전, 반면교사의 실천자로서 ㅋㅋㅋㅋ 정말 진지하게 생각합니다.
문재인이 대통령이었을 때, 어떤 사람들도 지금의 나처럼 생각했겠지? 이런 생각이요. 누구 때문에 이 나라가 망하게 생겼다고요.
글로 접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기는 한데, 한 번 정리하기는 해야할 거 같아서 전 읽었는데 이미 알고 있는 우리의 현실이라 금방 읽을 수 있더라구요. 제일 폭발하는 부분은 당연히, 언론에 대한 부분이었습니다. 저한테는 그랬어요. (먼 산)

독서괭 2024-07-10 21: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지적하신 부분 정말 그래요. 흰옷에 튄 작은 얼룩이 눈에 잘 띄는 것처럼, 깨끗해 보이는 사람에게 더 결벽을 요구하죠.. 안타깝네요 ㅠㅠ
저도 짜증나서 못 읽을 것 같은데 단발님이 리뷰 써주셔서 감사하지 말입니다 ㅎㅎㅎ

단발머리 2024-07-11 09:15   좋아요 0 | URL
저는 깨끗해 보이는 사람에게 더 결벽을 요구하는 건 이해하는데, 우린 너무 깨끗하기를 바라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을 했어요. 뭐, 거의 락스물에 들어갔다 나와라, 이 정도요.

짜증나서 미뤄두신 분들이 많네요. 감사하지 말입니다,는 오랜만에 보는 댓글이지 말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4-07-11 09: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내 나라 국민의 위치성에서는 저도 동의해요. 그러나 계급적 포지션에서는 전혀 이입이 (심지어 조국반대 대학생들에게도) 안됨요 ㅋㅋㅋㅋㅋㅋㅋ 여성으로서는 민주당에 이입 못하는 것 처럼요! 그러니 민주당이 진보라고 생각하지 않고요. ㅋㅋㅋ 두 개의 선택지가 주어진다면 저는 어쩔 수 없이 반윤이지만 두 가지의 선택지만 있다는 현실이 민주주의 일 수는 없고… 다가진 남자를 정치지도자로 앉히는 것은 배아파서 (별 수 없다) 뭐시 없어도 너무 없는 자를 찍는 시민권은 앞으로 계속 탐구하겠습니다. 저는 정치가 그나마 역동적이던 시절을 잠깐이나마 지내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투표로 아이돌 뽑는 지금시절에서 자라난 z세대에게 선거는 어떤 퍼포먼스인지 가끔 궁금합니다. 그들에게는 정치 지도자라는 개념이 있을까?하는 질문. 정치의 효력이라는 측면에서 반발짝 쯤에.

단발머리 2024-07-11 12:54   좋아요 1 | URL
두 가지 선택지일 수 밖에 없는 건 우리 내면의 강고한 이분법 때문이기도 하겠습니다만, 그 이분법의 현실인 분단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쟝님도 그렇게 생각하시지요? 우리의 정치 지도자가 비극적인 역사의 결과인 분단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는 경우에 전, 여전히 그 남은 선택지를 선택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전쟁을 이유는 드는 거, 비겁하다는 거 압니다. 하지만, 전쟁 나면 말짱 도루묵입니다. 전쟁은 그 자체로 비극이니까요.

유시민님 책에 대한 리뷰고 댓글이니 유시민님의 표현을 가져오자면(완벽하게는 기억이 안 나네요 ㅠㅠ), 민주주의 확립, 중산층 확대, 한반도 평화. 김대중 대통령님의 정치 철학을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그러시더라구요. 정치 지도자라는 개념이 없이도 말이지요. 존경하거나 좋아하는 사람 없어도 자신의 미래에 중요한 결정을 내릴 사람에 대해서는.... 관심이 있다고, 있을 거라고 전 생각해요. 제가 가진 표본이 워낙 적기는 합니다만....

공쟝쟝 2024-07-11 09: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그러니까… 저는 노무현은 사랑할 수 있었는데 조국은 그럴 생각조차 든 적이 없어요… (우리는 좋아하고 애착을 가진 대상 쪽으로 움직이잖아요? ㅋㅋ 잔인한 낙관 읽는 중) 어떤 사람들에게는 그게 정치이고 그게 정치라면. 한국은 어떤 시절이 끝났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제도는 유지되겠죠? 이상 수도권 적응 실패한 지방수저의 변이고 책 읽어볼게요~

단발머리 2024-07-11 12:56   좋아요 1 | URL
한국에는 어떤 그런 시절이 끝났죠. 이미 끝났습니다. 그래서 우리 대통령 윤석열.
정치 지도자를 사랑하고 말 그대로, 좋아하고 애착을 가지고... 이런 세대는 전 40대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런 의미에서 이준석 참 특이하다 생각합니다. 주는 것 없이, 20대 남성들이 이준석에 애착을 가지더라구요. 여러분, 이준석 40대임요. 잊지들 마시라~~~~~

공쟝쟝 2024-07-11 15:43   좋아요 1 | URL
나도 곧 40대가 된다. 아, 그러니까 불렀군요. 이준석이.(호명) 그들을…. 아무도 안불러준 그 청년들을… 하버드 나온 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