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 이후로 한 번도 만나지 못했던 친구와 잠깐이라도 만나기로 했다. 약속 전날 밤에 카톡이 왔는데, 친구 딸아이 학교 1학년 학생 중에 확진자가 나와서 학교가 비상상태라는 거다. 만남을 취소하고 다음을 기약했다. 이번주에는 아롱이 학교 2학년 학생 중에서 확진자가 나와서 이번에는 둘째 학교가 난리가 났다. 그 주에 등교했던 2학년 학생 전체와 전 교직원이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큰아이의 학교는 작은 아이 학교와 좀 떨어져 있는데도, 동생들 학교 조사가 있어서 큰아이도 동생이 그 학교에 다니고 있다고, 하지만 2학년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해 줬다고 한다. 작은아이 학교는 이알리미로 코로나 검사 상황을 안내하면서, 학교에 전화하지 말 것과 학부모님들 사적인 모임을 하지 말아 달라고 신신당부했다.

 

저녁을 먹으면서, 큰아이 친구 한 명이 자가격리를 마치고 학교로 돌아온 날, 다른 친구 한 명이 자가격리에 들어가게 됐다고 이야기한다. 어린이집 교사인 어머니가 원생이 확진되어 검사를 받게 되었고, 검사 결과가 음성이었지만 밀접접촉자이기에 자가격리를 2, 그리고 밀접접촉자인 아들과 딸도 자가격리를 하게 되었다는 것. 늙으신 어머니(큰애는 외할머니로 추정했다) 2주간 딸과 손자와 손녀의 밥을 챙겨 주셨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 엄마가 얼마나 마음이 불편했을까. 그 엄마는 직장 생활을 하던 중에 전염된 것이라서 대부분의 사람이 어쩔 수 없는일이라고 생각한다는 말이, 작은 아이의 학교 안내문 사적 모임을 하지 말아 달라’와 묘하게 겹친다.

 


내가 하는 모임은 모두 사적인 모임이다. 계약관계에 의한 사회적 노동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내가 참석하는 모든 모임은 사적인모임이다. 사적인 만남, 사적인 모임.

 


시장의 승리로 인해 구질서를 규정한 기존의 삶의 양식은 돌이킬 수 없게 산산이 부서졌다. 생산과 가족생활, 일과 가정의 오랜 단일성은 어쩔 수 없이 무참히 깨졌다. 이제 가구는 더 이상 가족 구성원들을 공동 노동으로 함께 묶어 주던 자급자족 단위가 아니었다. 생산이 공장으로 들어가 버리자 가구에는 가장 사적인 생물학적 활동만이 남았다. 먹고, 섹스하고, 잠자고, 어린아이를 돌보고, (제도적 의료가 등장할 때까지) 출산과 죽음을 관장하고, 환자와 노인을 보살피는 등등. 삶은 이제 두 개의 다른 영역으로 나누어져 경험된다. 궁극적으로 시장이 지배하는 노고의 공적영역, 그리고 친밀한 관계와 개별적인 생물학적 존재의 사적영역이다. (42)

 

 

사람은 혼자서는 살 수 없다. 가족은 소중하지만, 가족만큼 친구도 소중하다. 이건 가족과의 관계가 돈독하거나 돈독하지 않거나 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다. 가족이 주는 사랑이 있고, 친구가 주는 기쁨이 있다. 가족에게만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고, 친구에게만 털어놓고 싶은 비밀이 있다. 가족, 친구, 인사만 나누는 이웃, 반 친구 엄마들, 독서모임 언니들, 교회 식구들. 하지만 이 모든 모임과 만남은 사적영역이 되어 가뜩이나 겁이 많은 전업주부는 한없이 움츠러들고 또 움츠러든다. 내 아이의 괴로움이 다른 아이에 대한 피해로 번진다면. 그 시작점이 나라면. 상상하기도 싫은 장면이다.

 

 

작은아이 학교 검사는 100% 음성이 나왔다. 이틀간 학교를 폐쇄하고, 방역 당국에서 소독작업을 마쳤으니, 내일부터 예정된 등교가 차질 없이 진행된다는 소식에, 작은 아이는 어떻게 100% 음성이 나올 수 있느냐며 검사 결과에 강한 의문을 제기한다. 기쁜 소식이라고, Good News라고 말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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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1-04-04 17: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시작하셨군요! 저도 곧 따라가겠습니다! 💪

단발머리 2021-04-04 18:04   좋아요 1 | URL
사회주의 페미니즘보다 잘 읽히는군요. 푸코보다도 잘 읽히고요 ㅎㅎㅎ

다락방 2021-04-04 19:29   좋아요 1 | URL
정말 다행이지 뭡니까!! ㅠㅠ

단발머리 2021-04-04 20:15   좋아요 0 | URL
게다가 사회주의 페미니즘에 비하면 쪽수도 약소합니다. 희소식이라 하겠지요 ㅎㅎㅎ

han22598 2021-04-04 18: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우! 진짜 귿 뉴스네요!! He is Risen!!!! 단발머리님! Happy Easter!😊

단발머리 2021-04-04 19:17   좋아요 0 | URL
han님의 귿 뉴스는 저의 굿 뉴스이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부활하신 주님은 저의 주님이십니다. han님! Happy Easter!! 🤗

수연 2021-04-04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왜 이렇게 빨리 나가신 겁니까?! 대체!!!!

단발머리 2021-04-08 09:39   좋아요 0 | URL
지금은 아닌 것으로 ㅎㅎㅎㅎㅎ 그렇게 밝혀지고 있습니다.

바람돌이 2021-04-04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저 부활절 달걀은 어떻게 하면 저렇게 골드골드합니까? 아까워서 먹을 수나 있나요?
내용 다 읽었는데 마지막 달걀 사진에서 모든 내용이 다 날아가버렸습니다. ㅠ.ㅠ

단발머리 2021-04-08 09:38   좋아요 0 | URL
골드의 진정한 면모는 골드골드 달걀이 맥반석이라는데 있습니다 ㅎㅎㅎㅎ
내용은 뭐, 중요한 게 없으니까요. 골드 달걀만 기억해 주셔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