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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 씨의 말 1 - 하하하, 내 마음이지 ㅣ 요코 씨의 말 1
사노 요코 지음, 기타무라 유카 그림, 김수현 옮김 / 민음사 / 2018년 4월
평점 :
『요코씨의 “말” 1』은 사노 요코의 글에 기타무라 유카가 그림을 그렸다. 그림이 활기차고 명랑해서 읽다 보면 절로 웃음이 나온다. 사노 요코의 책을 좋아해 여러 권을 읽었다. 단톡방에서 서울·경기권의 코로나 확산이 심상치 않다고 친구가 알려주기에, 토요일 아침부터 서둘러 도서관에 갔다. 혹 다시 도서관이 휴관하면 어떻게 하지. 다 읽은 책 네 권을 반납하고 네 권을 대출했는데, 고민 끝에 슈테판 츠바이크의 『사랑을 묻다』를 내려놓고 사노 요코의 책을 집어넣었다. 사노 요코를 좋아한다.
첫 번째 이야기가 가장 좋았다. 제목이 <재능인가 봐>이다. 요코 씨는 아이를 데리고 수영 교실에 간다. 난생처음으로 수영을 배우는 아이들을 본다. 신이 난 아이도 있고 우는 아이도 있다. 두 번째, 세 번째, 수업이 이어지면서 차이가 보인다. 나이가 상관없었고, 물에 대한 적응력도 달랐다. 요령을 터득하는 속도도 다르고, 동작이 얼마나 예쁜지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재능있는 아이와 재능없는 아이, 그리고 보통의 아이들.
내게도 수영 교실은 좀 특별한 추억이다. 큰아이가 수영을 오래 했다. 이제 그만해도 되겠지 싶었을 때 작은 아이가 수영을 시작하게 되어서 예상보다 훨씬 더 오래 하게 됐다. 큰아이는 물론이고 작은 아이도 기초반, 교정반을 지나 한참을 선수반에 있었는데, 선수 대비반이 아니라 이름’만’ 선수반이었다. 수영을 하기에 좋은 조건을 타고났지만(길이), 큰아이는 그렇게 잘하는 편은 아니었다. 솔직히 못 하는 축에 속했다. 실제로 수영을 전혀 못 하고, 수영에 대해 1도 모르는 내가 봐도 어딘지 모르게 어색한 면이 많았다. 하지만 오랫동안 하게 되니, 오랜 시간을 투자하니 스피드도 자세도 점점 좋아졌고, 나중에는 잠실에서 열리는 제법 큰 수영대회에 나가 메달을 따기도 했다. 열심히 하다 보니, 오랜 시간 꾸준히 하다 보니 말 그대로 나아졌다. 속도가 빨라지고 자세도 근사해졌다. 그러니까 동일한 수영장에서의 ‘경험’을 통해 나는 이런 결말을 기대했던 것 같다. 재능이란 축복이지만 가끔은 꾸준함이 재능을 보완합니다. 재능은 소중하지만, 열정 또한 그렇습니다. 아니다. 요코 씨를 그렇게 쉽게 봐서는 안 된다.
이렇게 말하고, 요코 씨는 자신이 영어 공부 때문에 보냈던 힘든 시간과 숱하게 쏟아부었던 돈에 관해 이야기한다. 배운지 20일밖에 안 된 일본어로 자신 있게 말을 걸던 이탈리아 남자를 생각한다. 그리고, 수영장 너머로 죽을상을 하며 애쓰는 사내아이에게 이렇게 속마음을 건넨다.
열심히 해서 나아지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말 그대로 재능이 없더라도 꾸준함과 열정으로 재능의 부족함을 메워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재능이 없을 경우에는 부족함을 넘어 평범함까지 이를 수 있을 뿐이다. 재능 있는 사람에게는 출발점이다. 재능 있는 사람들이 부럽기는 하지만 이젠 인생이 원래 그렇다는 걸 알게 되어서 그런가. 예전만큼 샘이 나거나 억울하지는 않다. 나도 이제 나이가 들었나보다, 에헴. 젊음도 열정도 체력도 살짝쿵 사라져버리고 나이가 남았나보다. 아주 넉넉하게는 아니지만 제법. 재능이 남았으면 좋았을 것을 나이만 남았는가, 에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