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 진료 의자에 누워 『The Testaments』 생각한다. 


『The Testaments』 완독한 나는, 원치 않는 사람들에게 스포일러를 하고 싶었지만, 하지는 않았다. 『시녀 이야기』 가물가물해 이야기가 엉켜 버렸고, 헷갈리는 내용을 확인할 없었고, 무엇보다 영어로 읽었기 때문에. 




가부장제에 대해 조금만 들여다 보면 알게 되는 사실이지만, 가부장제가 억압하는 것은 여성만이 아니다. 『가부장 무너뜨리기』 , 68.





소년에게는 앎을, 소녀에게는 돌봄을 배당하는 젠더 이분법을 내면화하면 일부 소녀들은 자신이 아는 것을 실로 알지 못하게 되고 일부 소년들은 진심으로 자신이 염려하고 돌보려는 사람이나 상황에도 관심을 두지않게 됩니다. 관계 맺음에서 침묵이라는 여성스러움으로 혹은 거리 두기라는 남성스러움으로 전환하는 것이 위계질서를 세우는 반드시 필요하다 보니 상위 계층에 있는 이들은 공감 능력을 잃어야 하고 하위 계층에 있는 이들은 자기주장 능력을 상실해야 합니다. (68)





가부장제를 통해 이익을 보는 집단은 일부 남성들 뿐이다. 대부분의 남성들과 모든 여성들이 가부장제의 폐해를 경험한다. 일부 남성들조차 개인을 더욱 충만하게 채워줄 있는 진실하고 굳건한 관계를 맺는 일에서 멀어진다. 상위 계층에 있는 이들은 공감 능력을 잃어야 하고, 하위 계층에 있는 이들은 자기 주장 능력을 상실해야 한다. 그래야만 사회 속에서 원만하게 생존할 있다. 결국 모든 사람이 피해자가 된다. 



완벽하게 가부장제 사회인 길리어드에서 여성들은 생물학적 기능에 근거해 평가되며, 일부 특권층의 남자들에게 배급되는물품 같은 존재이다. 여성의 아버지가 특권층의 일부라 해도 상관 없다. 여성으로 태어나, 여성으로 성장하고, 효용이 극대화 되었을 , 여성은 물건처럼거래된다. 그런 사회의 일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장면이 치과 장면이다. 특권층의 남자들은 자신에게 배정된 여성 뿐만 아니라, 사회의 모든 여성보다절대적인우위에 있다. 마음대로 있는 권리가 있다. 치과 장면은 바로 그런 현실을 보여준다. 




십여년 전에 치료했던 금니가 없어진 같아, 정확히는 내가 먹어버린 같아, 치과를 방문했다. 알고 보니 금으로 때웠던 부분은 작았는데, 사이에 충치가 생겼고, 충치는 충실히 진격해 이를 모두 점령했고 이뿌리까지 전진한 상태였다. 없어진 것은 금니가 아니라 충치 때문에 약해져 탈락해버린 였다. 일주일에 번씩 치료를 받아야했다.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들고 귀찮은 일이었다. 돈이 많이 들었다. 크게, 넓게 금니를 만들어야 했다. 돈이면, 내가 무엇 무엇을 있는 돈이고, 무엇 무엇을 하려고 모아두었던 돈마저 싹싹 긁어 모아야 했다. 너무 아팠다. 마취 연고를 바르고, 마취 주사를 대나 맞고 나서, 이와 이뿌리를 치료해야 했고, 잇몸도 일부 잘라내야 했다. 엉망진창, 총체적 난국이었다. 



하지만, 금쪽같은 시간과 무척 아까운 돈과 신경 치료의 고통보다 무서운 것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진료 의자 위로 쏟아지는이었다. 물을 뿌리고, 바람을 불어넣고, 빨아들이고, 긁고, 당기고 하는데도, , 나는 신경치료의 엄혹한 상황 속에서도 시간 꿀잠을 자버리고 말았으니. 창피해서 옆에서 진료를 도와주는 착해 보이는 간호사에게 물었다. 나도 모르게 자버렸다, 이렇게 자는 사람이 있는가. 간호사가 말했다. 자주는 아니지만 그런 분들이 있긴 해요. 착한 간호사였다. 





진료 의자에 누우면 나도 모르게 손을 가지런히 모으게 된다. 신경치료가 남아있고, 모든 총체적 난국의 원인과 진행과 결과는 소극적인 칫솔질 때문이고, 앞으로도 나는 누워 있어야 하고, 마취주사를 맞아야 하고, 쏟아지는 잠에 맞서 싸워야 한다. 잠을 이기기 위해, 치과 진료 의자에 누워 『The Testaments』 생각한다. 치과 장면을 계속 생각하는 너무 지치는 일이라, 다른 문장, 다른 문단을 떠올린다. 진료 의자에 누워. 





Aunt Estee sighed. “We must all make sacrifices in order to help other people,” she said in a soothing tone. “Men must make sacrifices in war, and women must make sacrifices in other ways. That is how things are divided.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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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9-12-11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과치료하면서 잠을 잘 정도면 엄청난 내공이신데 좀 배우고싶네요 ㅎㅎㅎㅎ

단발머리 2019-12-11 15:11   좋아요 2 | URL
일단 그것은 저의 소중한 신공으로서~~~
진짜 거짓말을 하나도 안 보태고, 전 어디서든 잘 수 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Grace 2019-12-11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요거 1권 사놓고 초반 뒤적이다 어려워 그만두고 요책도 책장에 모셔두고 ㅠㅠㅠ언제 읽을지 ㅠㅠ부럽습다

단발머리 2019-12-11 19:09   좋아요 0 | URL
요거라 하시면 <The Testaments>인 거 같은데 1권이라 하시니 또 다른 책인가 싶기도 하네요.
전 아주 오래오래 천천히 읽어서 겨우 읽었습니당^^

2019-12-11 19: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12 08: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Grace 2019-12-11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착각 요게 시녀이야기2편인줄 ㅡㅡ1권 읽고 읽어야지 하고 있었네요 ㅠ

단발머리 2019-12-12 08:50   좋아요 0 | URL
아하~~ 제가 찰떡같이 알아듣지 못했군요. <The Testaments>가 프리퀄이기는 하죠.
저도 <시녀이야기>는 도전했다가 실패하고 한글로 읽었는데요, 이젠 그래픽 노블에 더 끌리네요^^

moonnight 2019-12-11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다 투덜거리지 않고 꿀잠 주무시는 환자라니, 원장님이 좋아하실 듯 한데요. 내가 치료를 안 아프게 잘 하는군. 하고 기뻐하셨을지도^^ 그나저나 늘 부럽고 존경스러워요. 영어로 책을 읽으시고♡

단발머리 2019-12-12 08:54   좋아요 0 | URL
다들 그런 이야기를 하시대요. 원장님이 실력이 좋은가봐요!! 친절하기는 한데, 어제도 혼났습니다.
양치질이 엉망이라고요 ㅠㅠ 실장님이 위로해주셨어요. 다른 분보다 이가 높으세요ㅠㅠ

존경스럽지는 않습니다. 부끄럽지만 멈추고 싶지는 않아서 쪼금씩 읽고 있고 그 조그마한 기록도 올리고 있네요.
야금야금 살금살금!!

비연 2019-12-12 0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과라니. 으윽. 스케일링 받으러 가야 하는데 그것도 차일피일 미루는 비연입니다만..;;;
하긴 저도 치과 의자에 누우면 그렇게 잠이 쏟아져요 ㅋㅋㅋㅋ 왠지 안락한 느낌. 물론 드릴 소리 들으면 안락하지만은 않지만.

단발머리 2019-12-12 08:56   좋아요 0 | URL
적절한 스켈링은 충치를 예방합니다! 이상 신경치료 경험자의 권고를 꼭 명심해주시고 미루지 마시고
저처럼 혼나지 마시구요ㅠㅠ
안락한 치과 치료는 다음주에도 계속됩니다. 허걱!

psyche 2019-12-20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언제 어디서나 머리만 닿으면 자고 푹 오래 잘 자는 사람인데요. 요즘 자꾸 한밤중에 일어나 잠을 못 이루는 날들이 반복되고 있어요. 나이는 속일 수 없나 싶어 슬퍼요. ㅜㅜ

단발머리 2019-12-27 09:21   좋아요 0 | URL
제가 댓글을 이제서야 보네요 ㅠㅠ
한밤중에 일어나 잠 못 이루는 밤에 대해서라면 저도 주위 언니들에게 많이 듣고 있어요. 무척이나 길고 긴 겨울밤이 되겠군요.
좋아하는 일 찾으셨으니 이제 체력도 더 튼튼하게 챙기셔야 할 듯해요.
프시케님, 올 한 해 감사했어요. 내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