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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끝내는 독학 프랑스어 첫걸음 ㅣ 나혼자 끝내는 독학 첫걸음 시리즈
염찬희 지음 / 넥서스 / 201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9월부터 프랑스어를 공부하고 있다. 독학은 아니고 수연님이 공부를 도와주는 ‘프랑스어 입문반’에 들어갔다. 일주일을 고민에 고민을 하다가 포기하더라도, 한달 하고 말더라도 한 번 해 보자, 용기를 그러모아 간신히 시작했다. 교재는 『나혼자 끝내는 독학 프랑스어 첫걸음』이고, 매일 한 단원씩 공부하고 본문을 소리 내어 읽은 후, 녹음한 파일을 단톡방에 올리면 된다. 일주일에 한 번씩 진도를 확인하고 질문에 답해주는 친절한 프랑스어 선생님의 ‘전화 찬스’가 있다. 1과, 2과 열심히는 했는데 녹음 파일을 들어보니 도저히 들을 수 없는 지경이라 어쩔 수 없이 녹음파일을 올리지 않았다. 수연님의 따끔한 한 소리를 들은 후에야 ‘에라 모르겠다’의 심정으로 두어 번 녹음 파일을 올렸다. 제발, 아무도, 내 녹음파일을 듣지 말기를.
새로운 외국어를 배우는 일은 가슴 설레는 일이다. 집에는 일본어 초급책 2권과 마스다 미리 원서 1권, 구몬 중국어 6개월치가 차분히 나를 기다리고 있지만, 시작하지 않고서도 나는 일본어와 중국어에는 가슴 설레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았다. 그래서 마음 편히 모른 척 할 수 있었다. 외국어를 시작한다 치면, 머리 속을 맴도는 ‘영어나 잘 하지 그래?’의 질책과 호소가 내 발목을 잡는다. 잡았다. 하지만, 내 평생에 영어가 유창해지지 않을 거라는 불길한 예감은 점점 강력해져 이제는 확신을 갖기에 이르렀고, 그래서 외국어 배우기에 도전하기로 했다. 더 늦기 전에.
프랑스어 공부를 시작하면서 좋은 점 한 가지는 영어에 대한 사랑이 불타오른다는 것이다. 영어를 공부해야만 했을 때, 국어에 대해 느끼는 애절한 사모의 마음이, 프랑스어를 공부하는 이 시점에 영어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어는 얼마나 쉽고, 합리적이며, 아름다운 언어인가. 한국어는 얼마나 정확하고, 경제적이며, 완벽한 언어인가. 영어는 (프랑스어에 비해) 얼마나 쉽고, 합리적이며, 아름다운 언어인가. 영어는 (프랑스어에 비해) 얼마나 정확하고, 경제적이며, 완벽한 언어인가. 프랑스어를 공부하다가 영어를 더 좋아하게 됐다. 나는 영어를 잘하니까, 프랑스어 보다는.
<Friends> 클립 중 <Joy speaks French>를 보며 혼자 한참을 웃었는데, 조이가 프랑스어를 못 해서 웃은 게 아니다. 근처에 프랑스어 잘하는 사람이 없어서 망정이지, 책 밑에 한글로 써놓고 따라 읽는 내 프랑스어가 조이의 프랑스어와 비슷할 거라는 생각 때문에. 그럴 가능성이 99.9 %라 웃었다. 혼자서 많이.
Je m’appelle Paul.
즤 마 뻴 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