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 1 - 7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7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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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대와 견줘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로마 시대 여성들의 삶이 비교적 자유로웠다고 추측할 있는 재혼 장려 풍습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거꾸로 여성이출산 기계로서 이용당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결혼과 마찬가지로 로마 여성의 재혼은 여성의 선택으로 결정되지 않았다. 물론 로마 시대 남성도 원치 않은 상대와 결혼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로마의 남성들은 언젠가는 자신의 여동생과 자신의 아들, 그리고 딸의 결혼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끼칠 있을 터였다. 자신의 결혼 상대는 선택할 없었을지 몰라도 여동생과 아들, 그리고 딸의 결혼 상대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선택할 있었다. 



훌륭한 가문의 여성들은 이혼 또는 사별 후에도 금방 재혼할 있었는데 명문가의 여성이 아이를 낳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돈이 많은 부자라도 하루 아침에 조상을 만들어낼 수는 없는 법이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명문가가 아니라면 무시를 받는 시대였기에, 근본 없는 부자들은 가난한 명문가의 딸들을 아내 또는 며느리로 맞고 싶어했다. 조상 대대로 유명한 귀족 가문이라 할지라도 돈이 궁색한 사람들은 볼일 없는 부자 집안에 딸을 팔았다. 다른 가문과의 동맹, 화해, 결속의 가장 단단한 형태인 결혼이 이루어지고 나면, 다음에는 아이들만 남았다. 고귀한 혈통. 어머니쪽의 고귀한 피가 이제 아이들에게 흐를 참이다. 



존엄한 아우구스투스. 국가 1시민 프린켑스인 옥타비아누스는 아버지 쪽으로는 내세울 없는 평범한 집안이었다. 그런 그가 카이사르 유언장에서 정치적 후계자로 지정되었음을 알게 되었을 , 로마 귀족 사회에는 일대 파란이 일었다. 옥타비아누스의 정치적 자산은 하나였다. 옥타비아누스가 4 아버지가 죽고 어머니가 재혼한 외할머니 율리아 카이사리스의 손에 자랐는데 그녀가 바로 카이사르의 누나라는 사실. 나 카이사르의 후손이다. 내게는 카이사르의 피가 흐른다. 



델리우스는 예의바른 미소를 지으며 이국적인 옷차림의 사람들 틈을 지나다녔다. 그들의 공들여 손질한 머리에 얹힌 에메랄드의 크기나 금관의 무게에 그는 놀라서 눈을 껌뻑거렸다. 물론 델리우스는 유창한 그리스어를 구사했으므로 여러 지역과 민족의 절대적 통치자들과 자유롭게 대화할 있었다. 모든 에메랄드와 금관에도 불구하고, 그들 모두가 그들의 절대적 통치자인 로마의 비위를 맞추고 경의를 표하러 자리에 나타났다는 사실을 깨닫자 델리우스의 미소는 환해졌다. 로마에는 왕이 없었고, 로마의 고등 정무관은 자주색 단을 평범하고 하얀 토가를 입었으며 흔해빠진 금반지보다 일부 원로원 의원에게만 허락된 쇠반지를 소중히 여겼다. 쇠반지는 해당 로마 가문이 지난 500년간 여러 차례 공직에 진출했음을 의미했다. 이런 생각이 때면 가엾은 델리우스는 손가락에 원로원 의원의 금반지를 자기도 모르는 토가 자락 안에 숨겨버리곤 했다. 이제껏 델리우스 가문의 누구도 집정관이 되지 못했고, 델리우스 가문에는 500년은 커녕 100 전까지도 이름을 알린 조상이 없었다. 카이사르는 쇠반지를 꼈지만 안토니우스는 그럴 없었다. 안토니우스 가문은 충분히 유서 깊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카이사르의 쇠반지는 옥타비아누스에게 상속되었다. (15) 



나는 금을 비롯한 장신구를 즐겨하는 편은 아니다. 반지는 연애할 남편이 사준 반지를 아직도 끼고, 팔찌는 여름에만 가끔 찬다. 하지만 귀걸이는 상황이 다르다. 아주 옛날, 즐겨보던 아침 방송에서 귀걸이를 차면 얼굴이 8 예뻐 보인다는 말을 들었다. 2배도 아니고 4배도 아니고 8배라니. 하여 외출할 귀걸이는 챙겨서 하는 편이다. 정도 수고에 8 효과라면 남는 장사지,라고 생각하면서. 그렇다고 해도 다이아몬드가 나란히 박힌 파티용 귀걸이는 아니고 그냥 1, 2만원 짜리다. 아무튼 장신구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여기 문단을 읽고는 카이사르의 쇠반지가 탐났다. 원로원 의원의 금반지를 토가 자락 밑에 숨겨둔 델리우스도 자타공인 카이사르의 후계자라 믿고 있던 안토니우스도 그랬을 것이다. 로마 최고의 실력자 카이사르에게는 동방 왕들이 가지고 있는 무게를 가늠할 없는 금관이나 에메랄드가 필요하지 않다. 자주색 단을 평범하고 하얀 토가에 쇠반지 하나면 충분하다. 해당 로마 가문이 지난 500년간 여러 차례 공직에 진출했음을 보여주는 쇠반지. 그거 하나만 족하다. 



자식을 부모의 마음대로 조종 혹은 조정할 있다고 믿는 잘못된 것이다. 하지만 가끔 자식들은 부모의 열망이나 바람대로 성장해 주기도 한다. 기대하고 있던 바를 이뤄 내기도 하고, 가끔 부모보다 나은 성과를 이루기도 한다. 하지만 부모는? 부모는 바꿀 없다. 부모는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다. 태어나니 아버지요, 어머니다. 하물며 500년이라면. 500 동안 공직에 진출한 아버지와 할아버지, 증조할아버지와 조상들을 빌려올 수는 없는 일이다. 족보를 사는 정도가 아니다. 그런 , 조상의 그런 피가 몸에 도도히 흐르고 있는 것이다. 



혈통으로 사람의 가치가 매겨지는 옳지 않다.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것으로 인해 제한 받는 것이고, 자신의 노력과 상관 없이 특혜를 얻을 있기 때문이다. 물질 만능주의의 시대는 혈통보다 돈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는데, 역시 많은 부모를 통해 전해지는 경우가 부지기수라 그것 역시 어느 정도는 혈통에 기반한다고 있다. 



내게는 부모에게 물려받은 쇠반지도 자녀에게 전해줄 쇠반지도 없다. 하여 나만의 쇠반지에 대해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도 귀하게 여기는 것이거나 부러워하는 것이라면 금상첨화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상관 없다. 자신 스스로 당당하게 하고, 스스로를 나이게 하는 쇠반지. 나의 존엄을 완성시키는 쇠반지. 반짝반짝 빛나는 금반지를 이기는 무뚝뚝하고 투박한 반지. 무엇이 나의 쇠반지가 있을지 생각한다. 일단 귀걸이 신상은 제처두고. 나만의 쇠반지를 생각한다. 



쇠반지. 나만의 쇠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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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27 17: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8-27 17: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렇게혜윰 2018-08-27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7배로 알고 있는데 8배군요!! 손이 자꾸 부어서 가뜩이나 굵은 손 반지도 못끼고 팔이 짧아서 팔찌도 힘들고ㅠㅠ 그래도 합니다만 ㅋㅋㅋ

단발머리 2018-08-27 17:27   좋아요 1 | URL
굳이 굳이 해야 한다고 전 믿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7배, 어떤 날은 8배의 놀라운 귀걸이 효과를 저랑 같이 누려보아요~~~~^^

psyche 2018-08-28 0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원래 목걸이나 반지 같은건 거추장스러워서 안하는데 귀걸이는 가끔해요. 그런데 8배 이뻐보인다구요?? 그렇다면 맨날 해야겠어요! ㅎㅎ

단발머리 2018-08-28 07:41   좋아요 0 | URL
네에~~~~ 맨날맨날 8배의 효과를 누려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사실, 전 이번여름에는 너무 더워서 8배 효과를 누리지 못했어요.
이제 조금 선선해졌어요. 당장 오늘부터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