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변에 일렬로 늘어선 가로수와 오른편 여의도의 숲이 보였다. 오월의 신록은 이제 연두색이다. 그가 어릴 적 놀러 다니던 오목내다리는 콘크리트로 변했지만 한강으로 흘러드는개천은 그대로였다.
- P8

농성 개시 전날 정과 막내 차가 함께 굴뚝으로 올라와 비닐 가리개와 천막 설치를 도와주었다. 그들은 맨 마지막에 난간을 가린 비닐 바깥쪽에 플래카드를 두르고 단단히 붙들어맸다. ‘라하장보동노용고 지저각매할분‘ 이라는 글씨는 농성의 이유를 밝히는 제목답게 크게, ‘직복원전 계승조노‘ 라는 글씨는 소제목처럼 그 아래 작게 썼다. 이진오는 그것을 올려다볼 사람들의 세상 반대쪽에서 거꾸로 보이는 글씨를 읽을 수밖에 없다. - P12

"철도는 조선 백성들의 피와 눈물로 맹글어진 거다."
이백만은 손자 이지산에게 그렇게 말하곤 했다. 그가 열여섯살에 견습 고원으로 경인철도 공장에 일본인 기술자를 따라 들어간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행운이었지만, 남다른 기계공작의 솜씨를 타고났던 탓이기도 했다. 그해 여름에 한일합방이 되어 나라가완전히 일본에 먹혀버렸다. 이미 경인선과 경부선은 개통이 된 지오래였고 호남선은 그가 취직하던 해에 착공했으며 이듬해에 압 - P44

록강 철교를 놓아 조선과 만주가 이어지게 되었다. 장남 한쇠가 태어나기 한해 전인가에 호남선과 경원선이 개통되었다고 그는 기억했다. - P45

처음에는 거의 십분의 일 가격으로 보상을 해주는 척하다가 러시아와 전쟁을 일으키면서부터 노골적으로 군대가 직접 징발하기 시작했다. 경부철도주식회사의 기사들과 그 아래 청부를준 일본의 토건회사들과 철도 노동자가 일본군을 앞세우고 공사에필요한 토지를 강제로 수용하기 시작했다. 이는 경의선 구역에서더욱 심각하여 철로가 지나는 곳마다 땅을 빼앗긴 백성이 수만명에 이르렀다. 철도 부지의 수용은 거의 무상몰수나 마찬가지였다.
초창기에 몇푼씩 눈가림으로 내주던 보상금마저도 지방 관아의 한국 정부 관료나 아전들이 착복하였다. 백성들은 토지뿐만 아니라집과 삼림, 조상의 무덤까지도 헐값에 빼앗겼다. 경부철도를 놓는과정 자체가 개화한 지 얼마 안 되는 일본의 열악한 자본의 열세를철도 부지의 약탈로 만회해갔던 과정이었다.
- P50

민씨네 동네 사람들은 집강을 앞세워 군아로 찾아갔지만 일본 헌병들이 착검하고 삼엄하게 지켜 서 있어서 감히 나서지도 못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베어낸 풋곡식을 군마의 먹이로 내주었다는것이다. 당연히 촌민들의 저항이 일어났지민 일본은 힌병부대를 지방 곳곳마다 주둔시켰다. 전국에서 철도 부지와 군 주둔지로 집이헐린 주민은 노숙을 하고, 농토를 잃은 주민은 힘없는 조선 관아에몰려와서 울기만 할 뿐이었다. 관리들은 이들을 강제로 해산시키거나 듣지 않으면 잡아다 곤장을 쳐서 돌려보내곤 했다. - P51

"큼큼, 쌈할 때 과묵한 건 별루 큼, 도움이 되질 않는다 그 말이야. 딱 맞상대할 때에 입심이 싸움의 절반이다 큼큼, 칼 들고 덤비면 태연자약하게 짜식아, 집에 가서 애들 참외나 깎아주지 멀 그런걸 내밀구 그러냐? 하고, 아무튼 연장 들고 덤비는 놈은 한 팔밖에못 쓴다구 생각하면 된다. 한방 맞거나 자빠뜨려서 넘어졌다 할지라도 기죽으면 안 되지. 그냥 누워서 틈을 노려두 된다구. 발 들어오면 잡아채구, 일으키려고 멱살 잡으면 머리로 박치기해주구. 그러면서두 이바구를 쉬면 안 된다구. 넌 오늘 일진 망쳤다. 보아하니발발 떨구 있구나." - P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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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마을
감나무 없는 집
한 집도 없다 - P328

바람의 색깔
어지럽게 심어진
뜨락의 가을 - P329

맨드라미꽃
기러기 돌아올 때
한층 더 붉다.
- P330

메밀은 아직
꽃으로 대접하는
산길 - P331

떠나는 가을
손을 벌렸구나
밤송이 - P332

해에 걸린
구름이여 잠시
이동하는 새들 - P333

국화 향 난다
나라에는 오래된
부처님들 - P334

사람 소리 들리네
이 길 돌아가는
가을 저물녘 - P335

이 길
오가는 사람 없이
저무는 가을 - P336

이 가을에는
어찌 이리 늙는가
구름 속의 새 - P337

가을 깊은데
이웃은 무얼 하는
사람일까 - P338

방랑에 병들어
꿈은 시든 들판을
헤매고 돈다 - P339

오두막에서 마시는 차
나뭇잎 긁어다 주는
초겨울 찬바람 - P359

파초에는 태풍불고
대야에 빗물 소리
듣는 밤이여 - P362

달은 빠르고
우듬지들은 아직
비를 머금고 - P365

절에서 자니
참된 얼굴이 되는
달구경 - P365

딱따구리도
암자만은 쪼지 않는
여름 나무숲 - P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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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 주어진 문장에서 문맥을 고려하여 괄호 안의 어구들을 가장 적절히 나열한 것은? (‘05중앙인사위7급)
It is very unusual for services (be paid / such / not / to l as / gas andelectricity) by the host  family in each case, but any extra expenses should besettled up before the end of the holiday.
1. such as gas and electricity to not be paid
2. as gas and electricity such not to be paid
3. as such gas and electricity not to be paid
4. such as gas and electricity not to be paid

길라잡이 정답 (4)
해설: 이 문장은 가주어(It) 구문에 진주어를 to부정사로사용한 문장인데, 진주어인 부정사를 부정하는 경우에는 부정어를 그 직전에 놓게 된다.

어구 
• host family : 주최하는 가정
• extra : 여분의, 가외의, 임시의
• settle up : 결제(청산)하다, 해결하다 - P177

※ 다음 중 밑줄 친 곳에 들어갈 가장 적절한 것은?
( ), I don‘t know him.(‘98행정고시)
1. Meeting not him before
2. Having not met him before
3. Not having met him before
4. As not meet him before
5. Not meeting him before

길라잡이. 정답 ③
해설 
준동사의 부정형 중에서도 완료형의 부정형은 매우 조심해야 한다. 정동사의 완료형의 부정방식과 준동사의 완료형의 부정방식은 전혀 다르다.
As I have not met him before, I don‘t know him.
⇒ Having not met him before, ~ .(x)Not having met him before, ~.(0)He is proud that he has not done such a thing.
→ He is proud of having not done such a thing.(x)→ He is proud of not having done such a thing.(0) - P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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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합조개가
살아남아 비싸진
한 해 끝 무렵 - P278

흰 물고기
검은 눈을 뜬
진리의 그물 - P279

문학적 재능은
내려놓으라
깊이 보는 꽃 - P280

물이 불어나
별도 객지 잠 자네
바위 위에서 - P281

젖버섯아재비
아직 날짜 지나지 않은
가을의 이슬 - P282

송이버섯
찢어진 곳만큼은
소나무 모양 - P283

보름 다음 날 밤
적지만
어둠의 시작 - P284

나팔꽃이여
너마저 나의 벗이
될 수 없구나 - P285

나팔꽃 피어
낮에는 자물쇠 채우는
문의 울타리 - P286

달 보니 생각나네
가면을 쓰지 않고
연기하던 얼굴 - P287

가을바람에
꺾여서 슬프다
뽕나무 지팡이 - P288

보았는가 그
이렛날 무덤 위의
초사흘 달 - P289

흰 이슬도
흘리지 않는 싸리의
너울거림 - P290

국화 한 송이
피어 있네 석재상
돌들 사이 - P291

국화꽃 지면
흰 무밖에는
아무것도 없다.
- P292

이슬 한 방울도
엎지르지 않는
국화의 얼음 - P293

첫 겨울비
내가 처음 쓰는 글자는
첫 겨울비 - P294

잎 등지고 핀
동백나무의 꽃
냉정한 마음 - P295

갖고 싶어라
자루 안에 있는
달과 꽃 - P296

아이 싫다고
말하는 이에게는
꽃도 없어라 - P297

살아 있는데
한 덩어리로 얼어붙은
해삼들 - P298

일 년에 한 번
소중하게 뜯는
냉이풀 - P299

눈 그친 사이
연보랏빛으로 돋는
땅두릅나물 - P300

매화 향기에
불쑥 해 나타나는
산길 - P301

매화 향기에
가던 발길 돌리는
겨울 추위여 - P302

박쥐여 너도
나오라 이 세상의
새와 꽃으로 - P303

봄비 내려
벌집 타고 흐르네
지붕이 새어 - P304

봄날 밤은
벚꽃에 밝아 오며
끝이 나누나 - P305

나비와 새도
들떠서 나는구나
꽃구름 - P306

봄비 내리네
쑥 더 길게 자라는
풀길을 따라 - P307

춥지 않은
이슬이구나
모란꽃 속의 꿀 - P308

나무에 가려
찻잎 따는 이도 듣는가
두견새 울음 - P309

수국 피었네
덤불처럼 별채의
작은 앞뜰 - P310

보리 이삭을
의지해 부여잡는
작별이어라 - P311

여름 장맛비
누에는 뽕나무 밭에서
병이 들었다.
- P312

휘어져서
눈 기다리는 대나무의
모양새 - P313

여름 장맛비
하늘을 불어 떨어뜨려라
오이 강 - P314

일생을 여행으로 써레질하며
작은 논을
가고 오는 중 - P315

오징어 파는 이
목소리 헷갈린다
두견새 울음 - P316

흰눈썹뜸부기
운다고 말하길래
이곳에 묵네.
- P317

이 집 대문은
흰눈썹뜸부기도
모르겠구나 - P318

볼만하구나
폭풍우 지난 후의
국화꽃 - P319

맑고 시원한
계곡물에 말아 먹는
우무묵 - P320

사발 그릇도
희미하게 보이는
초저녁 상쾌함 - P321

번개가 친다
얼굴은 어디인가
참억새 이삭 - P322

좁은 오솔길
씨름풀 꽃에 얹힌
이슬방울들 - P323

수국 피었네
삼베옷 입을 무렵
옅은 연두색 - P324

선뜩선뜩한
벽에다 발을 얹고
낮잠을 자네 - P325

가을 다가와
마음 기대게 되네
다다미 넉장 반 - P326

일가족 모두
지팡이에 백발로
성묘를 간다 - P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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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차 마시는
승려 고요하다
국화꽃 피고 - P230

병든 기러기
추운 밤 뒤처져서
길에서 자네 - P231

초겨울 찬 바람
볼이 부어 쑤시는
사람의 얼굴 - P232

겨울비 내리네
논의 새 그루터기
검게 젖도록 - P233

말린 연어도
고행 승려도 마른
한겨울 추위 - P234

돌산의 돌에
세차게 흩날리는
싸라기눈 - P235

평소 얄밉던
까마귀도 눈 내린
아침에는 - P236

숨어 버렸네
십이월 호수 위
논병아리들 - P237

보리밥 먹고
사랑하느라 수척해졌나
암고양이 - P238

해마다 매번
나무에 거름 되는
벚꽃잎들 - P239

밤새 마시고
꽃병으로 쓰리라
나무 술통 - P240

게으름이여
일으켜 세워지는
비 오는 봄날 - P241

쇠약해졌다
치아에 씹히는
김에 묻은 모래  - P242

얼마 동안은
꽃에 달이 걸린
밤이겠구나 - P243

울적한 나를
더욱 외롭게 하라
뻐꾸기 - P244

손뼉을 치면
메아리에 밝아 오는
여름 보름달 - P245

생선 가시
핥을 정도로 늙은
자신을 보네 - P246

여름 장맛비
시 적은 종이 떼어 낸
벽에 난 자국 - P247

어두운 밤
둥지를 잃고 우는
물떼새 - P248

초가을이다
모기장을 접어서
이불로 덮는 - P249

가을바람
불어와도 푸르다.
밤송이 - P250

외로움이여
못에 걸려 있는
귀뚜라미 - P251

쌀 주러 온 벗
오늘 밤
달의 손님 - P252

풀로 엮은 집
날 저물어 찾아온
국화주 한 통 - P253

아홉 번
달 때문에 일어났어도
아직 새벽녘 - P254

파 하얗게
씻어서 세워 놓은
추위여 - P255

새로 만든 정원에
생기를 주는
초겨울 비 - P256

초겨울 바람에
향기 묻어나네
늦게 핀 꽃 - P257

때때로
나 자신의 숨을 본다
한겨울 칩거 - P258

묵을 곳 구해
이름을 대게 하는
첫 겨울비 - P259

어찌 되었든
죽지 않았다 눈 속
마른 억새꽃 - P260

휘파람새가
떡에다 똥을 누는
툇마루 끝 - P262

사람들 보지 않아도
봄이다
손거울 뒤 매화 - P263

부러워라
속세의 북쪽에 핀
산벚나무 - P264

파초 잎 하나
기둥에 걸리라
오두막의 달 - P265

패랭이꽃의
무더위 잊어버린
들국화 - P266

이슬비 내리는 하늘
부용꽃에게는
좋은 날씨 - P267

밝고 둥근달
문 쪽으로 향해오는
밀물의 물결 마루 - P268

강 위쪽과
여기 강 아래쪽
달의 봄 - P269

떠나는 가을
더욱 믿음직하다
초록색 밀감 - P270

초록이지만
당연히 그렇게 될
풋고추 - P271

가는 것 또한
장래가 믿음직스럽다
초록색 밀감 - P270

소매의 빛깔
때가 타서 더 추운
쥐색의 상복 - P272

오늘만큼은
늙은 사람이 되자
초겨울 비 - P273

소금 절인 도미
잇몸도 시리다
생선가게 좌판 - P274

재 속의 불
벽에는 손님의
그림자 - P275

목소리가 쉰
원숭이 이가 희다
봉우리의 달 - P274

재 속의 불
벽에는 손님의
그림자 - P275

가까이 와서
감상하라 꽃병의
매화와 동백 - P276

고추에
날개를 붙이면
고추잠자리 - P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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