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에 달 가리운 방금 전까지 인간이었다
구름에 달 가리운 방금 전까지 인간이었다 3화 | 미야베 미유키 저/이규원 역
혹시 언니에게 애인이 생긴 거 아냐? 하는 생각을 막연히 하고 있었다. 패션잡지를 사 오질 않나 화장품을 바꾸질 않나 면도기 들고 정성스레 제모하질 않나.
“미노리는 왜 이렇게 성미가 급할까.”
“노리카가 미노리를 나보다 더 잘 아는구나. 엄마만 갔으면 어떡할 뻔했니.”
“반차 내시게 해서 죄송해요.”
언니와 다쓰야 씨의 관계는 순조롭게 발전 중인지, 황금연휴 즈음에는 당일치기 여행을 다녀오더니 여름방학이 시작되는 8월이 되자 처음으로 아침에 귀가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다쓰야 씨가 그렇게(이상하다고 할까 별나다고 할까 위험하다고 할까) 변한 것은 두 사람이 연인이 된 직후부터였다고 한다. 처음에는 다정한 신사였지만 질투가 너무 심하고 금세 화를 내고 불만이 많고 언니를 깔보고 멸시하고 툭하면 비난하고 비웃는 위험하고 이상한 사람으로 변해버렸다. 언니가 (뭔가 단어를 신중하게 골라 완곡하게) 한 마디라도 대꾸하면 금세 발끈해서 손을 쳐들거나 때리는 시늉을 한다. 큰소리로 화를 낸다. 물건을 집어던지거나 부수거나 의자를 발로 차기도 한다.
“쉴 새 없이 라인을 보내서 내가 어디서 무얼 하는지 확인하려 들고…….”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이 사람은 인간이 아니다.
이 세상의 존재가 아니다.
악마다. 악령이다. 그래서 유리 따위는 그냥 투과하여 이쪽을 공격할 거다─.
나는 달님의 한탄을 들었다.
이 빛으로도 정화할 수 없는 게 있단다. 미안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