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쌀보다 돈이 더 필요한 시대가 되어버렸다. 금이가 그래도 보통학교를 나온 것이 당시로서는 대단히 유용한 일이었다. 조선어 대신 ‘국어‘를 배워 어른들이못하는 일본어를 말하고 읽고 쓸 줄 알게 된 것이다. 금이는 막내올케를 따라 영등포로 나갔다. 방직공장에 취직할 때까지 한달쯤그녀의 동무 집에 양식을 주고 숙식을 했다. - P116
"우리의 영용무쌍한 대일본제국의 관동군은 단지 오일 만에 요동성과 길림성의 대부분 지역을 장악하고 오랫동안 종속되어왔던이 지역을 중국으로부터 독립시키기에 이르렀다." 이일철이 아직 철도종사원양성소에 재학 중이던 이듬해 겨울방학 중에 만주국 건립이 선포되었고, 청의 마지막 황제였던 부의가집정에 취임했다. 만주는 이제 완전히 일본의 수중에 들어갔다. - P118
"선반부와 주조부가 치수와 주형의 착오가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다투다보면 우리끼리 인심 사나워질 테고 싸움이 커지면 누군가가 해고될 게 뻔하지 않소. 조선도 그렇게 해서 망한 거요. 여우같은 일본은 그런 식으로 조선 백성을 가지고 노는 거요." "우리가 다 조선 사람이라는 말에 모두들 입을 다물었지요." - P122
"그걸 모두 새카맣게 잊어버리고 우리네끼리만 아웅다웅하지. 여기는 조선 땅이고 우리가 쥔이란 말이야." - P122
"땅이나 공장이 생산수단인데 그게 다 돈이거든. 그걸 일하는 사람들이 함께 가지면 골고루 먹구살 수 있지만, 그걸 다 차지하구있는 몇몇 놈이 우리를 맘대루 부리잖소? 옛날에는 왕과 측근의 벼슬아치들이 차지하고 있다가 그들 주변의 권력자들이 대물림하여재부가 되었고, 이젠 일본 놈들이 우리나라 전체를 차지하여 그놈들과 더불어 우리를 부려먹구 있소." - P125
마르크스의 『선언을 필사본으로 읽었다. "하나의 유령이 유럽을 배회하고 있다"로 시작해 "세계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로 끝나는 얇은 공책 한권은 그 자신의 필사에 의하여 세권으로 불어났다. 아마도 누군가가 독서하는 동안 그렇게 쓰인 필사본이 자기에게도주어졌을 것이다. 『자본』은 일본어로 된 것을 읽었지만 무슨 뜻인지 조금만 알 수 있었고 일본 학자가 해설한 『유물론』은 처음부터너무 어려웠다. - P128
"아부지가 운이 좋긴 뭐가 좋아요? 아부지한테는 왜놈들이 상전이구 주인이잖아요? 제 말씀은요, 일본 놈이든 조선 놈이든 그냥목숨만 부지할 정도루 주는 대루 먹구사는 종놈이 아니라, 일한 만큼 대우를 받으며 살자는 거예요. 그런 사회가 오면 나라도 독립이되겠지요." - P130
그는 조직의 방법에서, 확실하게 믿음직한 소통을 주고받을 수있는 두 사람의 동지를 만들어 세 사람이 논의하면서 각자가 자기일터를 찾아가 같은 방법으로 논의할 수 있는 그룹을 형성한다는것이었다. 접촉점을 최소화하면서 삼삼은 구, 삼사 십이, 삼오 십오, 하는 식으로 조직을 넓혀간다고 하였다. 나중에 이러한 점조직을 세마리의 말이 끄는 썰매 같다고 하여 트로이카 방식이라고 부르게 된다 - P142
"이 말이 여러번 나오는데 무슨 뜻이에요?" 이철은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무산자를 말하며 우리 같은 노동자의 또다른 명칭이라고 알려주었다. 이철은 안대길에게서 들은대로 옛날 서양의 로마시대에 사회에 기여할 것이라곤 자신과 같은 노예를 재생산하는 능력밖에 없는 계급을 이르는 말이었다고설명했다. 프롤레타리아 - P144
형제는 그때에 입장을 확인하고 서로를 이해하기로 약속했다고한다. 이러한 약속을 둘은 끝까지 지키려고 노력했다. 처음의 약속이 어긋나게 된 것은 해방 후였고, 그것은 이미 아우 이철이 세상을 떠난 뒤의 일이다. - P150
시간이 많지 않으니 긴요한 점만 짚어보십시다. 활동가와 대중이 따로 정해진 게 아니며 누구는 항상 앞장서고 또 누구는 따라가기만 하는 일도 없어져야 합니다. 개인과 대중이 의식화되면 서로에게서 배우게 되지요. 대중 없는 당은 머릿속 관념일 뿐이겠지요. 일제의 폭압이 심해질수록 좌편향이 되기 마련인데, 그럴수록 우리는 침착해야 합니다. 원칙을 지키되 너그러워야 하고 감출 것은 깊이 간직해야 합니다. 근로대중의 생활과 동떨어진 어떤 말이나 행동도 경계해야 되겠지요." - P154
"독립운동과 계급운동은 다른 일인가요?" "나에게도 그게 항상 문제였습니다. 우리는 두개의 무거운 철쇄에 묶여 있어요. 일제의 식민 억압과 부르주아 사회체제입니다. 근로대중의 투쟁을 불러일으키고 일제와 싸우는 과정에서 그 두 과제를 자연스럽게 해결해나갈 수 있다고 봅니다." - P154
그날 이철이 뇌리에 새긴 것은 서두르지 말되 급변하는 상황을놓쳐서도 안 된다는 것과 노동대중의 자율성과 지도력을 신뢰해야한다는 것이었다. 활동가는 대중을 도우면서 끊임없이 대중의 지도를 받는 존재라야 했다. - P154
코민테른을 비롯한 국제 혁명조직은 식민지 조선의 운동에 대한 체계적이고 일관된 방침을 효과적으로 제시하지 못했어요. 코민테른 극동부에서 파견되었다는 인사, 상해에서 중국공산당의 지도를 받았다는 인사, 프로핀테른 극동부에서 파견 나왔으며 국제당의 레포 회의에 참가했다는 인사, 국제공산청년동맹 동양부니중국공산당 만주성회니 태평양노동조합의 파견원이니, 그리고 모스크바 공산대학 출신이라는 무수한 인사가 있었지요. 이들은 일제의 압박 속에서 꿈틀거리며 살아가려고 일어서는 조선의 근로대중을 놓고 서로 자기 조직이라면서 운동선을 중복시키고 주도권다툼을 해왔지요. 이런 사람들이 밖에서 배웠던 조선에 대한 지식은 국내에 들어와 운동하는 데 현실적인 도움을 주지 못했습니다." - P166
이들은 각자의 운세에 따라서 사창가나 공장으로 팔려갔다. 이러한 일본 관청의 경험은 관례가 되어 나중에 전쟁 시기의 징용과 정신대 동원에 활용되었다. 굶주린 부모를 살리기 위하여 자신의 몸을 던진 이 소녀들은 사창가에서 자신의 살을 베어 파는 것 같은 고통 속에 시들어갔고, 공장에서는 소모품처럼 죽어갔다. - P174
진기는 금속노조의 집회에서 알게 되었던 노동자 친구였다. 세살이나 아래였는데도 또라진 반말로 그를 대했다. 어이, 이진오. 우리 다 쇳가루 먹고 사는 버러지들 아닌가. 요즘 세월에 자칫하면 군홧발로 뭉개지고 마는 목숨들이지. - P196
자동차공장 해고노동자였던 진기는 몇년 전에 공장 굴뚝 위로 올라가 일년 가까이 고공농성을 했지만 패배했다. 이후 스물두명의 해고노동자가 자살했고그는 아홉번째의 자살자였다. 그에게는 아들 둘에 딸 하나, 세 자식이 있었고 아내는 그가 해고당한 뒤 수년간 식당에서 일하며 식구들을 근근이 먹여 살렸다. 진기는 노래를 잘했다. - P196
심지어는 「인터내셔널가」까지 할머니에게서배웠다. 신금이 할머니에게 인터내셔널가는 누가 가르쳐주었느냐고 물으니 이철이 시동생에게서 배웠고 할아버지도, 네 아버지도 할 줄 안다고 말했다. 진오는 랜턴을 켜놓고 텐트 안에 누워서노래를 흥얼거렸다. - P211
까딱까딱 상투 끝 애기 새서방 왈낭절낭 말 타고 장가가누나 우리우리 다 같이 놀리워줄까 그래그래 그러자 놀리워주자 새서방 망태 꼴망태 의주벙거지 날라리 새서방 망태 꼴망태 의주벙거지 날라리
장독 같은 시악씨 늙은 시악씨 가마 타고 눈감고 시집가누나 우리우리 다 같이 놀리워줄까 그래그래 그러자 놀리워주자 색시 맥시 맥맥시 언덕 아래 구럭시 색시 맥시 맥맥시 언덕 아래 구럭시 - P211
일어나라 저주로 인 맞은 주리고 종 된 자 세계 우리의 피가 끓어넘쳐 결사전을 하게 하네 압제의 세상 뿌리 빼고 새 세계를 세우자 짓밟혀 천대받은 자 모든 것의 주인이 되리 - P212
이는 우리의 마지막 판가림 싸움이니 인터내셔널로 인류가 떨치리 이는 우리의 마지막 판가림 싸움이니 인터내셔널로 인류가 떨치리 - P213
또한 탄떼기는 ‘차떼기‘에 비하면 푼돈벌이에 지나지 않았다. 멀고 먼 지방을 연결하는 기관차는 사람도 나르지만 물자와 그 지역의 특산물도 나른다. 그곳에서는 값이 녹은 물건이 저곳으로 이동하면 몇배가 되기도 한다. 먼 곳일수록 그 격차는 커진다. - P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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