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딛고 살아가는 
이 땅의 과거, 현재, 미래를 직시하게 하는
조정래 문학의 힘!
태백산맥으로 분단의 비극을 관통하고
정글만리로 세계 경제를 진단하고
천년의 질문으로 정치권력의 실상을 마주하고
황금종이로 냉혹한 돈의 총체성을 직면하다!

-황금종이 책 띠지 뒷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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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인간의 실존이자 부조리다!
종교도, 권력도, 핏줄도, 도덕도 그 앞에선 소용없다인간의 생사여탈을 쥐고 흔들며 살아 있는 신으로 군림하는 돈

우리가 지니면 힘이 나고, 없으면 힘이 빠지는 것은 무엇일까우리가 남에게 줄 때는 쉬워도 남에게 얻기는 어려운 것은 무엇일까.
우리가 너나없이 가장 갖기를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의 행복과 불행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의 삶에서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하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가 어느 만큼 지니지 못하면 인간으로서의 품격을 박탈해 버리는 것은무엇일까.
우리가 전혀 갖지 못하면 곧바로 죽음과 맞닥뜨리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하여 5,000여 년에 걸쳐서 줄기차게 우리를 지배해 온 것은 무엇일까.
그러므로 우리는 그 마력에 휘말려 얼마나 많은 비극적 연극의 주인공으로출연하는 것일까.
<작가의 말> 중에서

우리가 딛고 살아가는 이 땅의 과거, 현재, 미래를 직시하게 하는 조정래 문학의 힘!
태백산맥으로 분단의 비극을 관통하고 정글만리로 세계 경제를 진단하고 천년의 질문으로 정치 권력의 실상을 마주하고 황금종이로 냉혹한 돈의 총체성을 직면하다!

자본주의 세상 유일신‘이 되어버린 돈을 향한인간의 질긴 욕망과 갈등을 파헤치다.
중요한 생존 수단이나, 오히려 그것이 생존을 위협하는아이러니 속에서 인간 군상들이 펼치는 비극의 향연.
황금만능주의로 비인간화되어 가는 세상에 경종을 울리며오늘날 가장 중요한 문제를 뼈아프게 직면시키는 조정래 소설.
돈의 위력과 인간의 존엄 사이에서우리는 어떻게 중심을 잡고 살아가야 하는가.

우리 고등학교 국어 시간에 얼핏 배운 것 있잖아. 소설은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문제의 제시라고. 아마 작가는 독자들에게 문제를 제시하고, 그 답은 역사에 요구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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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교수는 개론에 어울리도록 여러 철학자들이 정의한 짤막짤막한 인생론들을 소개하고 있었어. 그게 성인의 삶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대학 1학년생들에게는 아주 유익하고 흥미로운 일이잖아. ‘인생은 원인의 철학도 아니고 결과의 철학도 아니고 경과의 철학이다.’ 칸트. ‘인연을 맺지 말라. 원수는 만나서 괴롭고, 그리운 사람은 만나지 못해서 괴로우니라.’ 석가모니. ‘가장 행복한 것은 태어나지 않는 것이고, 그다음은 빨리 죽는 것이다.’ 쇼펜하우어. ‘절망의 반대편에서 삶은 시작된다.’ 사르트르.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일절 구속하지 않을 때 나는 비로소 참 나가 될 수 있다.’ 노자. ‘살아야 할 이유가 분명한 사람은 그 어떤 고난도 이겨낼 수 있다.’ 니체. ‘명성을 남기려고 급급하지 말라. 그대가 앞선 사람들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듯이 뒤따라오는 사람들도 그대의 이름을 기억하지 않으리니.’ 아우렐리우스.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자기 자신을 알아내는 일이다.’ 탈레스. 이렇게 열댓 가지 적어 나가면서 부연 설명을 끝냈는데 한 학생이 불쑥 손을 들었어. ‘질문이 한 가지 있습니다. 교수님 강의와 직접 관련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는 질문입니다. 인생에 있어서 돈이란 무엇입니까?’ 이 질문은 아주 돌발적이었고, 신선했어. 학생들의 시선이 그 학생에게로 쏠리면서 강의실은 조용해졌어. 그런데 교수님이 멈칫 당황하는 것도 같고 긴장하는 것도 같은 기색으로 아무 말이 없었어. 그러니 학생들의 시선이 일제히 교수에게로 쏠렸어. 교수가 대답을 할 수 있을 것이냐, 없을 것이냐. 대답을 한다면 아주 멋들어질 것이냐, 아니면 보잘것없이 시시할 것이냐, 학생들은 침묵하고 있는 교수를 향해 이런 평가 함정을 설정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어. 그 나이 때 으레껏 갖는 짓궂음 있잖아. 그런데 교수는 분필 든 손등을 입에 댄 채 고개를 숙이고는 교단을 끝에서 끝으로 뚜벅뚜벅 걸었어. 그 발걸음이 옮겨질 때마다 구두가 교단을 울리는 소리만 조용한 강의실에 퍼지고 있었어. 그런데 교수는 또 교단의 끝에서 끝까지 걸어갔어. 그러자 학생들은 서로서로를 쳐다보며 눈짓들을 하기 시작했어. 그 눈짓들이 하는 말이 뭐였겠어. ‘저 교수 나리 실력 꽝이잖아.’ ‘머리 텅 빈 엉터리잖아.’ 이런 평가를 내리기 바빴지. 그런데 교수는 또 교단의 끝에서 끝까지 걸어갔어. 그러자 학생들은 서로서로를 쳐다보며 눈짓들을 하기 시작했어. 그 눈짓들이 하는 말이 뭐였겠어. ‘저 교수 나리 실력 꽝이잖아.’ ‘머리 텅 빈 엉터리잖아.’ 이런 평가를 내리기 바빴지. 그런데 교단 끝에서 휙 돌아선 교수가 칠판 빈 데다 쓰기 시작했어. ‘돈은 인간에게 실존인 동시에 부조리다.’ 이렇게 쓴 교수가 돌아서더니 ‘오늘 강의는 끝!’ 하고는 강의실을 나갔어. 다른 것들과 달리 아무 부연 설명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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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선은 혀끝에 멍이 들지 않나 싶게 거세게 혀를 찼다.

"그야 당연하지. 권력자들의 그런 부패와 타락에 환멸을 느껴서 한지섭 선배가 정계를 떠났으니까. 권력자들의 그 탐욕이 결국 돈이 정치를 지배하게 만들고, 나라 전체도 병들게 만드는 거지."

그 사회적 기여와 보람을 위해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에 가입했었다. 그것은 사회적 기여라기보다는 자기 구원을 위한 한 가닥 끈을 마련한 것인지도 몰랐다.

군부독재 타도의 선봉이었던 운동권 경력과, 두 번의 투옥이 붙여준 두 개의 별과 맞설 수 있는 상대는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완전히 절망했다. 야당은 또 하나의 기득권 세력, 약간 다른 보수일 뿐이야. 진보라고 생각했던 건 우리의 착각이고, 오해야. 진보 의식은 거의 없어. 그저 기득권에 안주해서 자기네 권력 지키기에 급급할 뿐이지. 왜 세상이 그렇게 바뀌지 않고, 역사 발전이 그렇게 안 되는지 이제 확실히 알 것 같애. 진언은 그 잘난 당론 앞에서 여지없이 묵살되고, 진보적인 개혁안을 제기하면 따돌림당하고, 돈키호테 취급을 당하고 할 뿐이야. 그동안 좋은 수업 많이 받았다."

‘검사동일체’ 정신과 ‘상명하복’의 대원칙을 연수원에서부터 주입받은 그들이었던 것이다. ‘검사는 한 몸’이며 ‘위에서 명령하면 아래서는 복종한다’는 그 뜻은 ‘검사’라는 이성적 특수직에는 전혀 안 어울리게 조폭적 야비함과 천박함을 너무 진하게 풍기고 있었다.

국가기관 그 어디든 사통팔달 로비력이 안 미치는 데가 없다는 그 기업의 막강한 힘은 그렇게 여실하게 입증되었다. ‘로비력’이라는 그 모호한 말은 다름 아닌 ‘금력’—돈의 힘이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지치지 말고 성실히 합시다. 그 과정에서 하나하나 이루어져 나아가는 것이 기쁨이고 보람이고, 진정으로 행복한 자족적 삶이 아니겠소. 그 길을 향해 우리 함께 지팡이가 됩시다.’

"참, 자식은 겉을 낳지 속을 못 낳는다는 말이 어찌 그리 맞누." 남편이 긴 한숨 끝에 중얼거린 말이었다.

‘정치와 종교가 인간 세상의 2대 필요악이라는데, 돈을 더해서 3대 필요악이 아닐까…….’

이 형은 그 자리를 굳건히 지켜야 하오. 해마다 불어나는 순수한 동지들이 있지 않소. 그 일이야말로 가장 바람직한 자기희생적인 세상의 빛이오.

"그 사람은 운동권 처녀성을 지금까지도 지니고 있는 사람이야."

"운동권 처녀성?"

"응, 지금도 그때 그 정신으로 살려고 애쓰는 사람이야. 사생결단 돈벌이에만 혈안이 된 우리하고는 많이 달라."

"아이고, 자네 나이가 몇인데 여전히 그렇게 깐깐하게 구나. 이젠 돈 욕심을 낼 나이도 됐잖아."

"응, 나도 돈 좋아해. 다만 노예로 지배당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거지."

‘하이고 아부지, 누가 면사무소 출신 아니라고 헐성불러 그리 찬찬허시요.’

"그래, 현규가 ‘돈은 인간의 실존인 동시에 부조리다’ 하는 정의를 입증해 주는 실증자와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

"그러게, 바다는 메워도 사람 욕심은 못 메운다고 했잖아."

흔히 말하는 ‘돈의 위력’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생생하게 실감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 실감은 바로 ‘지배의 통쾌함’이기도 했다. 그렇다, 지배의 통쾌함. 그 기분은 참 야릇한 것이었다. 한마디로 뭐라고 꼭 찍어서 말할 수 없는 그 기분은 떳떳함이고, 뻐근함이고, 당당함이고, 승리감이고……, 참 여러 가지 기분이 뒤엉키는 것이었다.

"인간 사회를 지배해 온 두 개의 권력은 정치와 종교다. 그런데 그 두 가지를 지배하는 권력이 있다. 그것이 돈이다."

"모든 종교의 신들은 다 죽었고, 생살여탈권을 가진 돈만이 오로지 살아 있는 신이다."

"세계 최고의 역사학자이면서 소설가로도 꼽히는 중국의 사마천은 벌써 2,200여 년 전에 이렇게 말했다. 백금으로는 형벌을 면하고, 천금으로는 죽음을 면하고, 만금으로는 세상을 얻는다. 바로 그 세상을 얻는다는 말은 현대 자본주의 국가의 재벌들이 국가권력까지 쥐고 흔들어대는 작태를 가리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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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도 안 보여
"딸이 어머니에게 소송을 걸었다?"
눈길을 떨군 이태하는 혼자 중얼거리듯 했다. 그 낮은 목소리에 한숨이 서려 있었다.

"아니, 아니야. 하나도 창피스러워할 것 없어. 그거 흔한 일인걸, 뭐."
이태하가 눈길을 들며 고개를 젓고, 두 손까지 저었다.
"흔한 일……?"
박현규가 의아한 얼굴을 했다.
"돈 문제잖아."

"말도 마. 돈에 얽힌 일이라면 무슨 일이든지 다 일어나. 아버지가 아들과 소송하고, 부부끼리 소송하고, 사돈 사이에 소송하고, 그러니까 형제끼리 소송하는 것은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고, 거기다가 아들이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를 죽이고, 그런 사건이 한두 번 일어난 게 아니잖아. 근데 그런 일들이 갈수록 많이 일어나고 있는 게 우리가 사는 세상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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