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샤의 정원은 버몬트에서 가장추운 곳에 있지만, 3월이 오면 희망이 넘치고 아직 봄이 아닌데도 봄이 시작된 분위기가 감돈다. 타샤에게는 이때가 가장노력하는 기간이다. 지루한 겨울을 보내는 동안 타샤는 정원 때문에 안달이 난다. 진달래가 바람 피해를 받지 않게 하려고 늦겨울 내내 눈 걱정을 하며 보낸다. 이상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타샤의작은 천국에 정점을 찍는 것은 바로 눈이다. 3월 초, 눈밭은 타샤가 원하는 데 비해 너무 얕거나 너무 깊다. -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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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드닝은 기쁨의 샘
처음 식물에 매료된 때를 나는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세살인가 네 살 때쯤, 부모님의 친한 친구인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의 집에 방문했는데 그 집에 노란 장미의 일종인 ‘휴고 신부의 장미Rosa Hugonis‘ 가피어 있었죠. 맞아요, 전화를 발명한 그 유명한 벨의 집에요. 그때 나는 별 뜻없이 생각했습니다. 꽃을 키우며 꽃과 생활하는 것이 삶의 즐거움이 될 거야‘ 라고, 그때 벨의 집에서 본 장미는 지금도 눈앞에 있는 듯 생생히 떠올릴 수 있답니다. - 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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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가꾸기는 두말할 나위 없이 세상에서 가장 값진 일이다
- 조지 버나드 쇼 - 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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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샤 튜더TASHA TUDOR타샤 튜더는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동화작가다. 칼데콧 상을수상한 작가이자 <비밀의 화원>과 <세라 이야기>의 일러스트를그린 화가로, 지난 70여 년간 100권이 넘는 그림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백악관의 크리스마스 카드나 엽서에도 사용되는 타샤의그림은 미국인의 마음이 담겨 있다는 평을 받아왔다.
하지만 그녀는 독특한 라이프스타일로 더 유명하다. 90세를 넘긴나이에도 동화보다 더욱 동화 같은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버몬트 주 시골에 집을 짓고 30만 평이나 되는 단지에 아름다운정원을 가꾸며 살고 있는 타샤는 손수 천을 짜서 옷을 만들고 염소젖으로 요구르트를 만든다. 19세기 생활을 좋아해서 골동품 옷을 입고 골동품 가구와 그릇을 쓰고 장작 스토브로 음식을 만든다. 우울하게 지내기엔 인생이 너무 짧다는 이 부지런한 할머니는 마리오네트 인형들을 만들어 어린이를 위한 인형극을 공연하고 직접 키워 말린 허브를 끓여 오후의 티타임을 즐긴다.
타샤에게 가장 큰 즐거움을 주는 것은 정원 가꾸기다. 그녀의 정원은 18세기 영국식으로 꾸민 커티지 가든으로 일년 내내 꽃이지지 않는 비밀의 화원‘이다. 레몬빛 수선화 무리 속에서 흰색돌능금꽃이 피는 5월이면 정원은 지상낙원이 된다. 이곳에는 자연을 존중하고 삶을 사랑하는 타샤 튜더의 낙천성과 부지런함이고스란히 배어 있다. - P-1

이 책은 꽃을 통해 친구가 된 토바 마틴과 리처드 브라운이 수년동안 타샤의 생활을 지켜보며 그냥 지나쳐버리기에 아까운 정원의 매혹적인 풍경과 타샤의 통찰력 넘치는 말들을 한데 모아 글과 사진으로 엮은 것이다. 색의 향연을 펼치는 화려한 튤립, 눈밭에서 피어나는 성스러운 수선화, 탐스러운 꽃잎이 복슬대는 작약, 품위 있는 자태를 뽐내는 돌능금나무・・・・・・ 온갖 꽃과 나무들이 그리는 매혹적인 드라마가 눈앞에 펼쳐진다. 그리고 그 드라마의 주인공, 타샤 튜더 그녀의 자연에 깊이 뿌리내린 삶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오늘도 타샤는 정원에서 꽃들에게 물을 주며 장미 전문가가 되고싶은 꿈을 키우고 있다. - P-1

가드닝은 기쁨의 샘
처음 식물에 매료된 때를 나는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세살인가 네 살 때쯤, 부모님의 친한 친구인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의 집에 방문했는데 그 집에 노란 장미의 일종인 ‘휴고 신부의 장미Rosa Hugonis‘ 가피어 있었죠. 맞아요, 전화를 발명한 그 유명한 벨의 집에요. 그때 나는 별 뜻없이 생각했습니다. 꽃을 키우며 꽃과 생활하는 것이 삶의 즐거움이 될 거야‘ 라고. 그때 벨의 집에서 본 장미는 지금도 눈앞에 있는 듯 생생히 떠올릴 수 있답니다. - P5

어떤 꽃을 가장 좋아하냐고 물어오지만 나는 모든 꽃이 다 좋아요.
먹고 살지 않으면 안 되니까 그림 그리는 일도 하지만, 만약 그럴 필요가없다면 기쁜 마음으로 하루 종일 정원에서 화초를 돌보며 아름답게 핀 꽃을 즐길지도 모르죠.6 - P6

힘들지 않나요? 라고 묻는 분들도 계시지만, 난 정원의 나무나 꽃에게특별한 걸 해주지는 않아요. 그저 좋아하니까 나무나 꽃에게 좋으리라 생각되는 것, 나무와 꽃이 기뻐하리라 생각되는 것을 하고 있을 뿐이지요. 잡초 뽑기나 물 주기를 게을리하지 않고, 필요한 비료를 제대로 주기만 하면정원은 그에 화답해줍니다. - P6

나의 정원은 지금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번엔 어디에 무얼 심을까, 여기는 이렇게 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하고 궁리하는 것도 즐거운 일입니다. 또한 정원이나 식물에 대해 알고 싶은 것도 아직 잔뜩 있습니다. 한 가지 새로운 걸 배우면 더욱더 알고 싶어지지요. - P6

나는 아흔 살이 넘은 지금도 장미 전문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답니다.
전문가가 되고 싶다, 정말 되고 싶다라고 생각하며 꿈을 좇는 일이 즐겁습니다. - P7

모름지기 사람이란 그 모든 것의 해답을 알 수는 없어요. 그러니 더 많이알고 싶거나 더 연구하고 싶은 꿈에는 끝이 없는 거죠. 더 배우고 싶은 꿈을 향해 나아가는 즐거움은 누구든지 언제라도 누릴 수 있는 으뜸의 기쁨이랍니다. - P7

"내 유서 깊은
장미에 대해서는 겸손해지지가 않아요.
천국처럼 아름답죠" - P11

타샤를 찾아가는 길은 가볍게 볼 여정이 아니다. 처음 집에 찾아오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타샤는 난코스임을 경고해둔다. 아주 가파르고 군데군데위험한 도로를 올라가서 그녀의 우편함에 도착한 후에도, 집까지는 꽤 먼길이 남아 있다. 용기 있는 사람만 그 힘든 길을 가는 모험에 도전하지만, 타샤는  길을 어찌 해보려 하지 않을 것이다.  - P16

최악의 구덩이들을 뒤로 하며먼지 속에 남기고 떠나면, 마침내 층층이부채꽃이 절하며 맞아주는 너른풀밭에 다다른다. 차도가 그 사이에 나 있다. 몇 번인가 푸른 꽃무리 속에서 길을 잃다 보면 집이 눈에 들어온다. - P16

타샤는 그림의 소재로 패럿 튤립 같은 꽃을 키우고, 침실 창문 밖에 당당하게 핀참제비고깔 같은 꽃들을 키우면서 아름다운 정경을 연출한다. - P18

여름 아침, 타샤는 정원을 돌면서 꽃다발을 만들꽃을 찾는다. 6월에는 작약("난 큼직한폭탄 타입을 좋아해요.")과 장미를 집으로 가져와서 이젤 앞에 놓고 그린다. - P20

예쁘게 틔웠는데, 날이 건조해서 시무룩해졌지요‘ 라고 말한다. 눈이 적당히 내리지 않아 정원이 덜덜 떠는 것을 그녀가 두고 보지 못하는 것도 그때문이다. 또 가뭄이 들면 그렇게 마음 졸인다. 정원이 늘 황홀해 보이는것도 그 때문일 듯싶다. 타샤는 친구들을 최고로 빛나는 모습으로 그리기를 좋아한다. - P27

"뒷문에는 눈이 쌓여 있고, 앞쪽에는 스노드롭이 꽃을 피우고 있어요.‘ -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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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 홀’의 실내장식은 이슬람 문화와 기술을 극단적인 수준으로 구현한 무어 양식이었다. 꾸미는 데 20년이나 걸린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단단한 원목을 물샐 틈 없이 정교하게 짜 맞춘 바닥, 아랍 문자를 활용한 벽장식, 기둥과 벽체의 기하학적 문양, 스테인드글라스의 다양한 색채와 형태, 10킬로그램 넘는 금을 썼다는 기둥과 천장의 장식, 스페인 그라나다의 알함브라 궁전을 이겨 먹으려고 한 게 아닌가 싶었다. 이슬람의 장식 기술을 그렇게 높은 수준으로 구현한 집을 나는 본 적이 없다. 국회에서 일하던 때 UAE의 아부다비부터 오만의 무스카트까지 걸프 국가 다섯 곳의 왕궁 접견실을 보았는데, ‘아랍 룸’ 실내장식의 예술적 수준에 이른 경우는 없었다.

멀리 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만으로도 여행은 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나는 믿는다. 뽀르투에서도 사람들이 무얼 어떻게 먹는지 살폈다. 리스본과 비슷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는 않은 듯했다. 제일 두드러진 차이는 정어리였다. 가장 뽀르투다운 관광지인 히베이라 광장의 공기는 정어리 굽는 냄새가 지배했고 강변 노점의 기념품 중에 정어리를 모티브로 쓴 것이 많았다. 리스본에도 정어리는 있었지만 그렇게까지 즐기는 것 같지는 않았다. 우리는 기념품으로 정어리를 그려 넣은 접시와 에코백을 샀다. 정어리 요리는 이스탄불 갈라타 광장의 고등어 케밥이 그런 것처럼 생선 비린내를 싫어하면 먹기 어렵다. 나는 등 푸른 생선의 비린내와 맛을 즐기는 사람이라 아무 문제가 없었다.

‘벨 에포크’가 지난 이후 유럽은 미국에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주도권을 넘겨주었고 다시는 되찾지 못했다.
‘벨 에포크’는 끝나버린 전성기에 대한 유럽인의 그리움을 자극하는 말이다.

점심시간이 임박한 히베이라는 관광객 천지였다. 밤 굽는 연기, 음식 냄새, 호객 소리, 연인들, 아이들, 서로 어깨를 기댄 낡은 집들, 그 모두가 다시 오라고 나를 유혹했다. 한국의 젊은이들이 왜 뽀르투를 좋아하는지 알 것 같았다. 한국과 정반대여서 그런 것이다. 모든 것이 너무나 빨리 변하는 서울과 달리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 도시여서다. 사람은 자신에게 없는 그 무엇을 갈망하는 경향이 있다고 하지 않는가.

한 가지 더, 중세와 근대 역사의 영향도 있었을 수 있다. 정복 전쟁을 일삼았던 포르투갈 왕국은 대항해 시대의 짧은 전성기를 지나 유럽의 변방 국가로 되돌아왔다. 공화주의 혁명을 이룬 뒤에는 살라자르의 장기독재를 겪었다. 그런 역사를 살아온 사람이라면 이렇게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힘을 다해 이웃과 싸우면서 남을 정복했지만, 승리는 오래가지 않았고 남은 것도 없다. 이기는 것보다는 오래 지속할 수 있는 삶의 방식이 좋다. 이웃을 적으로 삼기보다는 서로 기댈 수 있는 친구로 만드는 게 낫지 않겠는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 중요하다.’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은 붐비는 거리에서도 발걸음을 재촉하지 않는다. 친구나 사업 파트너를 만나면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충분히 들으면서 오래 이야기를 나눈다. 이방인에게도 경계하고 의심하는 표정이 아니라 여유롭게 환대하는 미소를 선사한다. 리스본과 뽀르투 사람들한테서 나는 그런 마음을 느꼈다.

이유가 무엇이든 리스본과 뽀르투는 내가 한국에서 가질 수 없는 것을 주었다. 무엇이든 효율적으로, 신속하게, 성공적으로 해내야 한다는 강박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게 했다. 떠나야 할 시간이 다가오기 전까지 걱정과 근심을 잊고 매 순간 내가 머무르는 공간에 집중할 수 있었다. 활주로에서 날아오르는 비행기에서 뽀르투를 향해 약속했다. ‘잘 있어. 또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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