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봉 초모랑마의 북벽이 황금빛에 물들었다 스러지는 일몰 정경을 동네 뒷산 보듯이 마주하기도 한다. 고원에 펼쳐진 호수들은 짙푸른 천연 빛을 발한다. 주변 대지의 황량한 갈색 톤과 극적으로 대비된다. 티베트 여행은 지구별 대자연의 경이와 만나는 여정이다. 시간이 느릿하게 흐르는 그곳에서 우리는 더 느리게, 더 단순하게, 더 깊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며, 몰랐던 자신의 또 다른 내면과도 마주하게 된다. - P-1
"이게 내 거야."라고 말하면서. 그 순간, 수행원들의 허리가 자연스레 숙여졌다. 갑자기 왕 앞에 나선 신하들 모습이 그러할 것이었다. 고승 또한 머리를 조아리며 ‘전하’라고 말하듯 ‘쿤둔’이라고 낮게 읊조렸다. 큰 감동에 휩싸이는지 그의 눈빛은 마치 꿈에 취한 듯 몽롱해 보였다. - P-1
제갈량은 ‘그럼 어디 한번 끝까지 덤벼 봐라.’ 하는 마음으로 매번 그를 풀어줬다. 그리곤 다시 곧 붙잡았다. 결국은 일곱 번째 가서야 맹획의 승복을 받아낼 수 있었다. 비로소 남방 일대를 완전히 복속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 P-1
‘일곱 번 풀어주고 일곱 번 붙잡는’ <삼국지> 칠종칠금(七縱七擒)의 이야기는 당시 남만(南蠻)으로 불렸던 지금의 윈난성(云南省) 일대가 그 현장이었다. - P-1
이번 우리 여행의 핵심 키워드는 두 가지, 차마고도와 동티베트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교역로라는 차마고도, 오래전 KBS 다큐 영상으로 만났던 그 현장들을 오롯이 누비고 싶었다. - P-1
심야 완행열차가 쿤밍역을 출발했다. 자정이 거의 가까워진 시간이었다. - P-1
성루 지붕에 쓰여 있는 ‘文獻名邦(문헌명방)’은 ‘문화와 학문으로 유명한 지역’ 정도의 뜻이겠다. 이곳 따리의 자부심을 네 글자로 대변하고 있다. - P-1
남문 바로 인근 ‘大理古城旅客中心’이라는 빨간색 글씨가 선명한 건물로 들어섰다. 따리 고성 시외버스터미널이다. - P-1
지나온 쿤밍과 따리의 평균 해발고도는 1,900m와 2,000m였지만 곧 만날 리장과 샹그릴라는 2,400m와 3,200m 수준이다. 고도가 점점 높아지는 것이다. 윈난 차마고도의 복판을 향해 달리고 있음을 조금씩 실감하게 된다. - P-1
이렇게 전통 방식으로 만들어진 차는 200km 북쪽의 푸얼현(普洱县)으로 모아진 뒤 외부 상인들에게 팔려나갔다. - P-1
200km 북쪽의 푸얼현(普洱县)으로 모아진 뒤 외부 상인들에게 팔려나갔다. 북쪽으로 따리, 리장을 거쳐 티베트 고원으로, 그리고 동쪽으론 쿤밍을 거쳐 중원 지역으로 퍼져나간 것이다. - P-1
푸얼현은 이를테면 시솽반나에서 재배된 차들의 유통 집산지이면서 외부 세상으로 연결되는 삼거리 위치였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이들 차의 이름은, 원산지 시솽반나가 아닌 집산지 푸얼(普洱)의 이름을 따라 푸얼차(普洱茶 보이차)로 불리며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 P-1
반면에 바로 인근으로는 G214 도로가 우리와 가까웠다 멀어졌다를 반복하면서도 꾸준하게 나란히 이어지고 있다. 그 옛날 마방들이 푸얼현(普洱县)에서 잔뜩 매입한 푸얼차를 말 등에 싣고 걸었던 오래된 옛길 차마고도(茶馬古道)이다. - P-1
S223 도로는 리장 시내 북쪽 외곽에서 옥룡설산 일대까지를 거의 일직선으로 잇고 있다. 길 왼편으로 멀리 보였던 하얀 설산이 점차 가까워지며 그 장엄한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도로 양편으로는 푸른 초원과 숲이 펼쳐지고, 소수민족 전통 가옥들과 농경지 모습들까지 어우러져 한 폭의 근사한 풍경화가 되어준다. - P-1
오늘의 패키지투어는 10시간 코스로 짜여 있다. 옥룡설산 자연보호구(玉龍雪山自然保护区) 내 감해자, 운삼평, 람월곡, 백수하 일대를 둘러보며 트레킹하고, 케이블카로 옥룡설산 빙천공원까지 올라갔다 내려온 뒤 인상리장 공연까지 감상하는 프로그램이다. - P-1
영어 표기 또한 ‘Blue Moon Vally’인 만큼 구태여 우리말로 해석해 보호수 물이 아름다운 계곡 람월곡(蓝月谷)이다. 영어 표기 또한 ‘Blue Moon Vally’인 만큼 구태여 우리말로 해석해 보면 ‘푸른 달 계곡’이다. 제임스 힐턴의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에 등장하는 가상의 장소와 관련 있는 지명인 듯하다. 발아래로 여러 개의 작은 호수가 연이은 모습이 그야말로 장관을 이룬다. - P-1
오늘 펼쳐질 공연은 단순한 춤과 노래가 아닙니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영혼과 전통과 신앙, 그리고 그들이 사랑하는 자연이 하나로 어우러져 펼쳐지는 이야기입니다. - P-1
이곳은 마법의 땅, 하늘을 부르면 하늘이 답하고, 대지를 부르면 대지가 답한답니다. 하늘을 향하여 두 팔을 높이 들고 두 손을 맞잡아 마음속 소원을 빌어보세요. 앞에 있는 옥룡설산 신령님이 여러분의 모든 소원을 들어주실 겁니다. - P-1
"우리는 전문 배우가 아니었습니다. 그저 이 지역 농민들이었을 뿐입니다. 오늘 공연은 우리들의 일상 삶을 표현했습니다. 서툴렀더라도 너그럽게 이해해 주세요."라던 사회자의 마지막 멘트까지도 심금을 울렸다. - P-1
듯 솟아 있을 옥룡설산 정상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아쉽긴 했지만 구름 속을 헤쳐 하늘과 맞닿은 위치에 올라섰다는 느낌은 충분히 들었다. 해발 4,680m 지점까지 이어진 지그재그 목책길을 절반쯤 오르다 발길을 돌렸다. 해발 4,650m 정도쯤이겠다. 고도 30m만 기필코 더 오르자는 도전 의식이, 은근히 이어지는 고산 증세에 밀린 셈이다. 산 정상 부분이 짙은 안개구름에 싸인 것도 도전을 멈추게 한 구실로 작용했다. 데크길 종점까지 기어코 올라가 봐야 시계(視界)는 어차피 흐릿하여 정상 봉우리를 보지는 못할 거라고 스스로 위안삼은 것이다. - P-1
13개 봉우리로 이뤄진 옥룡설산의 최고봉은 해발 5,596m의 선자두(扇子陡)이다. 한자 뜻대로라면 ‘부채처럼 펼쳐진 가파른 봉우리’ 정도의 의미겠다. 지금처럼 구름에 싸여 있어 확인할 순 없지만 아마도 오랫동안 빙하에 깎여내리면서 봉우리 부분이 부챗살처럼 갈라진 형태를 보이는가 보다.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의 3분의 2에 그치는 높이임에도 아직까지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은 미등정봉이라니 구름 속 선자두에 다시 한번 더 눈길이 갔다.
"티벳, 티베트"중에서 - 이영철 - P-1
이 소설이 나온 1933년은 인류 최초의 대살육 사건인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그 후유증이 차츰 치유되던 시기였다. 사람들의 삶이 어느 정도 정상 궤도를 회복하는가 싶었는데 곧이어 경제 대공황의 광풍이 몰아쳤다. 암울한 현실에서 도피하고픈 이들이 동쪽 멀리 어딘가에 있다는 소설 속 샹그릴라를 찾아 히말라야와 티베트 쪽으로 떠났다. 그러나 모두 허사였다. 소설 속 무릉도원과 같은 낙원은 그 누구도 찾아내지 못했다.
그리곤 제2차 세계대전이 터졌다. 세상은 다시 죽음의 공포에 휩싸였다. 수년 동안 약 8천만 명의 사망자를 내며 전쟁은 겨우 끝이 났다. 전쟁의 결과로 중국은 단시간 내에 공산 통일되었고, 티베트를 포함한 중국 대륙 전역은 이제 외부 여행객들의 발길을 허용하지 않는 금단의 땅으로 변해버렸다. 동쪽 히말라야 주변 어딘가에 있다는 소설 속 그 지상낙원도 사람들 뇌리에서 점차 잊혀졌다. 샹그릴라는 이제 현실의 땅이 아닌 꿈속의 이상향일 뿐으로 굳어져 온 것이다.
샹그릴라 또는 샹거리라의 어원은 샴발라(Shambhala. 香巴拉)다. 불국정토인 피안의 세계를 일컫는 티베트 전설 속 이상향을 가리킨다. 티베트인들 마음속에는 세상이 탐욕과 부패로 종말을 맞을 때 샴발라 불국의 왕이 홀연히 나타나 자신들을 구원해 줄 거라는 믿음이 전해져 내려온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