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사이에 인터넷을 중심으로 화제가 된 ‘불가사의한 스티커‘의 존재를 아시는지. 예전부터 본지 독자들에게 조사 의뢰를 숱하게 받아온 본 건에 대하여 이번에 편집부가 본격적으로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그런데 감시 카메라를 설치한 그날, 주간 근무나 야간 근무나 담당자는 모니터 룸에서 새로 설치된 것까지 포함해 건물 감시 카메라를 다 확인했답니다. 이상은 없었던 모양이에요. 그런데 다음 날, 동료가 야간 근무와 교대로 출근했더니 큰 소동이 벌어져 있었다더군요.
건물 2층 창에 스티커가 덩그러니 붙어 있었다는 겁니다.

지금 생각해도 이상한 사건이었습니다. 일가족 네 명이 모두 행방불명이라니, 편집부에서도 화제였죠. 경찰도 사건성을 고려해서였는지 정보를 좀처럼 공개하지 않아서 취재에 애를 먹었습니다. 크게 화제가 된 터라 어느 신문사에서건 필사적으로 기삿거리를 찾아다녔습니다.

편집부의 현장 조사에 따르면 적어도 도내에서 여러 차례 그 존재가 확인되었다. 붙여진 장소는 전봇대와 건물 벽면이 가장 많았다. 그밖에 거리의 우편함 바닥 면, 폐가의 창 등, 눈에 띄게 할 목적으로는 보이지 않는 장소에도 많이 붙어 있었다.

그래도 이상한 것은 아무도 스티커를 붙이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는 겁니다. 깨닫고 보면 이미 붙어 있어요.
일단 저희도 일이니까 지시가 내려진 이상 평소보다 더 꼼꼼하게 순찰했는데도요. 순찰 경로에 일부러 건물 주위를 한 바퀴 도는 것까지 추가했죠. 그런데도 매일 누군가가 스티커를 계속 붙였습니다.

"제가 아는 것 중에 유사한 부적은 없습니다. 도리이가 그려진 이상, 절이 아니라 신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일반적으로 부적은 그림으로만 구성되는 것은 거의 없고, 신앙 대상이 되는 신의 이름이나 신사의 이름, 또는 경전이 문자로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스티커는 그게 네 모서리에 쓰인 ‘‘라는 문자뿐입니다.
또 이 사람 같은 그림도 비슷한 건 본 적이 없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뿔 대사 그림에 가까워 보입니다만, 그린 사람이 달라짐으로써 뿔 대사의 디테일이 변화한 것이라기보다 애초에 다른 것을 그린 것처럼 보이네요. 초보자가 어떤 목적으로 부적 같은 걸 만들었다고 보는 게 자연스럽지 않나 생각합니다."

스티커와 흡사한 그림을 보내왔는데, 함께 적혀 있는 문장이 약간 이상했거든요. 옛날 일이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이런 내용이었어요.
"찾아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에게 널리 퍼뜨려 주시면 멋진 친구가 생깁니다. 귀여운 아입니다."

최근에 그 스티커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어쩌면...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뭐, 그 일가족이 그린 그림을 실제로는 본 적이 없어서 뭐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요.

정사각형 종이 다발이 네 개 놓여 있었다고 합니다. 한 다발이 10센티미터 정도 높이였다고 하네요. 장수로 치면 몇백 장 되지 않으려나. 그 곁에는 펜도 네 자루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그 많은 종이에는 모두 똑같은 그림 같은 게 그려져 있었다고 합니다. 도리이 안에 사람이 있는 듯한 그림이요.

"그 사건은 아무래도 좀 거북해. 되도록 엮이고 싶지 않아."
그때는 이거 특종 냄새가 나는구나, 생각했습니다. 뭐 결국 헛수고에 그쳤지만 말입니다.

기분 나쁘죠. 모두 장난으로 서로 보내곤 했지만, 반에 영감이 있다는 애 하나가 이건 진짜 위험하다고, 바로 삭제하는 게 낫다고 해서 수신함에서 지워버렸어요.

그러다가 어떤 스티커가 거리 곳곳에 붙어 있다는 걸 깨달았답니다.
처음에는 또 있구나, 하는 정도였다는데, 그러다 보니 점점 찾아내는 게 재밌어졌다고 해요. 제법 찾기 어려운 데 붙어 있는 것도 있어서 보물찾기하는 기분이었다나요. 찾아내면 오늘은 행운, 그런 느낌으로 스티커를 찾으면서 외근을 돌았다고 해요.

그는 마음속으로 R씨에게 말을 걸면서 거울을 열어보았다고 해요그런데 거울에는 그 스티커가 붙어 있었대요. 삼면경의 모든 면에 빼곡하게.

그냥,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은 취미 생활도 열심히 하는구나 싶어서 적당히 흘려 넘겼네요. 지금 생각하면 그때부터 사람이 이상해졌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러고 나서 얼마 후 R씨가 세상을 떠나고 말았죠.
자살이었다고 들었어요.

게다가 스티커 틈새로 살짝 엿보이는 거울에 자기 얼굴이 비쳤을 때 처음으로 자기가 웃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했어요.
그 이야기를 들려주고 얼마 후, 남편분은 이사를 가버렸어요. 야반도주하듯 가재도구도 고스란히 남기고 어딘가로 가버린 모양이에요.

휴일에 느닷없이●에 다녀올게요"라며 혼자 나갔다나 봐요. 그러고는 댐에서 뛰어내렸다는데......
장례식에도 참석했는데, 남편분이 부쩍 초췌해져서 보고 있기가 힘들었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알아. 취재비는 거의 안 나온다는 거지? 괜찮아. 현지 취재 따위 할 생각이 없으니까. 다행히 집에는 방대한 과월호도 있고. 거기서 특집에 쓸 만한 기사를 찾아내서•우려먹으면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거야."

입이 찢어질 만큼 활짝 웃는 표정의 여자가 엄청난 높이까지 점프해서 2층 창이나 아파트 베란다 창으로 안을 들여다봅니다.
아이가 있는 집만 들여다본다는데, 우리 반 애들의 집도 들여다봤다고 합니다.
편집부 조사대 여러분, 꼭 조사해 주세요!
●●, 14세, 마짱)

"그날 무슨 키워드로 검색했는지는 뚜렷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뭐 늘 하던 대로 ㅇㅇㅇㅇ와 ‘임대‘ 같은 단어였을 거예요."

스크롤을 움직이며 10분쯤 몰두했을까, 그 매물이 또 눈에 들어왔다.
"처음에는 같은 이미지가 표시된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약간 위화감이 드는 거예요."

"흑백 인쇄물이어서 농담(濃淡)으로밖에 알 수 없었지만, 그 여자의 이미지였어요. 여자가 양손을 들고 방 안에 있는 이미지가 인쇄된 거예요. 복사용지 한 장이 꽉차게 인쇄된 것이 아니라 위는 여백이었고, 거기에 투박한 손 글씨로 이렇게 쓰여 있었어요."

"이미지 자체가 너무 어두워서 알아보기 힘들었지만, 황폐한 다다미방 안에 빨간 코트 같은 걸 입고 긴 머리를 부스스하게 내려뜨린 여자가 꼿꼿하게 서 있는 으스스한 이미지였어요."

"그러고 얼마가 지났을까요. 그 일을 다 잊은 무렵이니까 한 달쯤 지났는지도 모르겠네요. 회사에서 상사의 부탁으로 서류를 복사할 때였어요."

"장소는 같았을 거예요. 황폐한 다다미방. 여자도 같은 사람인 것 같았고요. 그런데 이번에는 여자가 두 손을 머리 위로 들고 있었어요."

찾아내 주셔서 감사합니다.」순간 당황해 종이를 구겨서 주머니에 쑤셔 넣은 A씨는 그날 간신히 업무를 마쳤다.

현재 A씨가 사는 고쿠라의 집은 이미지 검색이 아니라 부동산 사이트에서 찾아낸 곳이라고 한다.

"여기 너희 본가 아냐?"
"본가에서 제가 어릴 때 썼던 방이었어요. 친구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집에 자주 놀러 왔던 애라 저희 집도 잘 알았고요. 제 방이라는 말을 듣고 보니 그 사진 속 배경이 제가 쓰던 책상의 실루엣과 벽에 걸려 있던 독특한 벽시계로밖에 보이지 않았어요."

으스스한 블로그 이야기를 보고 생각나서 나도 써본다. 여기 글 쓰는 게 안 익숙해서 그런데 혹시 이상한 구석이 있더라도 봐줘.
아마 5년쯤 된 이야긴데, 그 블로그 주인장은 어떻게 됐을까, 지금도 가끔 생각이 난다.

포스트를 다 읽고 아저씨 블로그의 첫 화면으로 돌아오자, 지금 막 올렸을, 아까는 없었던 포스트가 목록에 표시되었다.
제목은 ‘허사가 되고 말았습니다‘였다.

그다음이 마지막 사진이었다.
사당을 향해 절을 올리는 남자를 등 뒤에서 촬영한 사진.
포스트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완전히 내 감이지만, 포스트 마지막 사진에 찍힌 남자는 블로그 주인장인 아저씨였을 거다. 차림새도 바이커였고.
하지만 그랬다면 촬영한 건 누굴까.
아저씨가 모쪼록 무사하길.

옛날 생각나네. 나도 딱 한 번 현지로 취재를 떠난 적이 있어. 그때만 해도 아직 취재 예산이 그럭저럭 나왔거든. 그땐, 보자, 뭐였더라... 그래, 터널이었다. 거기서 심령 현상 실증 실험을 하니 마니 그랬지. 결국 밤새 잠복하며 지켜봤지만 아무 일도 없어서 대충 둥그런 뭔가가 찍힌 사진을 실어서 얼버무렸던 것 같네.

그건 그렇고 놀랐다네.
▶가 산을 중심으로 하는 거대한 심령 지대였다니 까맣게 몰랐어. 이거 피가 들끓는군.

대충 훑기만 했는데, 있더라고. ●에 대한 싣지 못한 이야기가. 기획서에 있던 말을 빌리자면 산의 동쪽, 댐과는 반대쪽 이야기가 되나.

별책 Q를 편집했던 오자와 군이라면 물론 잘 알겠지만, 유명한 공포 영화 <링>에 등장하는 저주 비디오는 그걸 본 사람이 7일 후에 죽어버리지. 의미도 알 수 없는으스스한 분위기의 저주 비디오는 사회 현상이 되기도 했고, <링>이 히트하고 나서 그것을 흉내 내 손수 만든 ‘저주 영상이 동영상 사이트를 중심으로 넘쳐난 것도 오컬트 업계에서는 상식 아니었나.

피험자에게 짧은 공포 영상을 보여준 뒤, 피험자가 감상을 제삼자에게 말로 전달할 때, 제스처에 어떤 경향이 나타나는지 보는 내용이었지.
조금 별나긴 해. 사실 A씨도 누구 못지않은 호러 애호가여서 어차피 할 거라면 자신이 좋아하는 주제로 연구하고 싶었다나.

A씨는 도내의 한 대학에서 심리학을 배우는 학생이었어. 4월부터 다닐 직장도 무사히 정해졌고 졸업 논문도 제출해서 한시름 놓은 시기였던 모양이야.
지금부터 할 이야기는 A씨의 졸업 연구에 얽힌 이야기야.

공포물을 좋아하는 사람은 자기가 공포를 느끼면서도 그 체험에서 즐거움을 찾아내기 때문에 상대도 똑같이 무서움을 즐겨주기를 바란다. 그래서 유령 등 공포의 핵심이 되는 부분을 세부까지 표현함으로써 상대에게 공포를 엔터테인먼트로 느끼게끔 한다.

그러던 가운데 두 사람, 특징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피험자가 있었다더군.
한 사람은 남성, 다른 한 사람은 여성이었어. 제스처 자체에는 이렇다 할 특징이 없었어. 다만 두 사람 모두 한창 이야기하고 있을 때 종종 무언가를 알아차린 듯한 기색으로 시선이 이야기 상대가 아닌 다른 곳을 향했다고 해.

두 사람 다 그것이 이른바 심령 현상이란 걸 바로 알아차렸어. 남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고, 들리지 않는 소리가 들리는 인생을 보내온 그들이기에 그것은 지금까지 맞닥뜨려 온 일 중 하나일 뿐이었어. 그렇기에 딱히 거기에 관해 언급도 하지 않고 이야기를 계속했던 거야.

남자는 A씨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런 건 눈치 못 챈 척하는 게 제일이에요. 이쪽이 눈치챈 걸 상대가 알아차리면 성가신 일이 벌어지니까. 함부로 재미 삼아 찔러대지 않는 게 좋아요."

반대로 공포물을 싫어하는 사람은 공포를 자신에게 닥친 쓰라린 체험으로 파악하고, 상대가 자기에게 공감하고 다가오기를 바란다. 그래서인지 때로는 감정이 앞서말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많이 눈에 띄었다. 그리하여 필러와 같은 제스처가 많아진 게 아닐까.

두 사람의 이야기는 대체로 일치했어. 실험 중에 소리가 났다는 거야.

사실은 처음에 이야기하지 않은 게 있어. A씨가 설문을 만들 때, 여흥 삼아 넣은 항목이 있었어. 바로 ‘영감이 있다‘, ‘영감이 없다‘가 그거야.
맞아. 자네 짐작대로 50명 중에 그 두 사람만이 ‘영감이 있다‘고 체크했어.

그 동영상, 사실은 좀 유명한 거였어. 뭐, 유명하다고 해도 인터넷 게시판 타래에서 화제가 되는 수준이지만 말이야.

하지만 A씨는 너무 깊이 파고들었던 게 아닌가 싶어.
그로부터 한 달쯤 지나 졸업 연구도 막바지에 접어들었고, A씨는 늦게까지 대학에서 논문을 쓰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지.

커플끼리 사랑싸움이라도 해서 베란다로 내쫓겼나 생각한 주민은 딱히 신경 안 쓰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새벽 3시경, 화장실 가려고 일어났을 때 또 무심코 쳐다봤더니 여자가 아직도 거기에 있었다는 거야.

소동이 있고 며칠 뒤에 또, 이번에는 아파트 관리 회사로부터 연락을 받았대. 담당자가 말하기를 A씨가 사는 5층 방 바로 아래층에 사는 주민이 불평했다는 거야.
요 며칠 매일 심야에 쿵, 쿵 하고 천장에서 소리가 난다는 항의를 받았으니 조용히 해달라고 담당자는 A씨에게 요청했어. 경찰 소동도 있어서인지 여차하면 내쫓을기세로 주의를 준 모양이야.

그러던 어느 날, A씨의 휴대전화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어. 경찰한테서였지.
지난밤 이웃 주민의 신고를 받았다는 거야. A씨 방 베란다에 여자가 있다고.
신고한 주민은 아파트 맞은편의 단독주택에 사는 사람이었는데, 거실에서 창으로 A씨 아파트 베란다가 보이나 봐.


점프에 맞춰 목이 크게 기울었다지. 목을 가누지 못하는 아기처럼 착지했을 때 진동에 맞추어 목이 전후좌우로 휘청휘청 흔들렸다.

여자 얼굴이 주는 충격이 큰데, 영상에 나오는 게 정말 몇 초밖에 안 돼서 잘 뜯어봐야 알겠지만, 아마 그 여자, 카메라를 향해 점프하고 있었을 거야. 그러니까 아래에서 위쪽을 올려다보며 뛰고 있는 여자를 바로 위에서 촬영한 거 같아. 얼굴보다 조금 위쪽으로 두 손이 비치는 걸 보면 카메라로 손을 뻗는 것 같기도 하고.

맞아. A씨 이야기에 나온 여자도 똑같은 짓을 했지. 동일 인물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어. A씨도 그 여자를 직접 보지는 못했으니까.

이미 두 사람이 뛰어내렸다고 했다.
A씨는 그 대답을 듣고 확신했다.
어머니는 누군가가 뛰어내리는 것을 기다리는 것이었다.

"사람이 적었어요, 휑하니 아파트 자체는 넓은 부지에 몇 동이나 지어진 상당히 큰 단지였지만, 20퍼센트 정도밖에 차지 않은 거 같더군요. 커튼이 없는 세대가 더많았습니다."
A씨는 황량한 분위기가 마뜩잖았지만, 어머니는 반대로 차분하게 느껴져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어째선지 다른 동에서는 그런 일이 없었고, 5동에서만 뛰어내리는 일이 잦아서 아파트 주민도 5동에는 접근하려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어머니는 그런 곳에 살고 있었다.

"어쩐지 좀 어둡구나 싶었습니다."
A씨의 아버지는 일흔을 눈앞에 둔 어느 날 동갑내기 아내를 남기고 병사했다.

어머니가 부동산을 통해 얻었다는 ㅇㅇ에 있는 아파트는 산을 깎아 만들어 약간 높은 지대에 있었는데, 인터넷으로 찾아본 바로는 조망이 좋아 느긋하게 여생을 보내기에 안성맞춤으로 보였다.

"본가는 단독주택이었는데, 거기서 홀로 지내시기는 아무래도.... 당신도 적적하실 테고...."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에게서 연락이 왔다. 아파트로 이사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눈 아래 보이는 콘크리트. 사지가 이상한 방향으로 뒤틀린 사람이 피 웅덩이 안에서 잘게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충격적인 상황에 놀라서 어머니 쪽을 본 A씨는 공포에 휩싸이고 말았다.
창 밑의 참상을 바라보면서 어머니가 생글생글 웃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야 섭섭하지만 그게 나으실 거예요. 그런 데 계속 살다가는 마음도 좋지 않으실 거고...."
5동에서 사람이 자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처음은커녕 해마다 몇 사람씩이나 뛰어내렸다. 일부에서는 자살 명소로 유명했다.

현재는 소유주가 직접 살기보다 임대로 내놓은 집이 많고, 주민으로는 고령의 부부나 어머니 같은 1인 가구가 많았는데, 집세도 내부 구조를 생각하면 상당히 싼 편이었다.

취직을 계기로 A씨는 직장이 있는 나가노에서 혼자 살기 시작했다. 20년쯤 지났을 무렵, 본가의 아버지가 뇌경색으로 쓰러졌다. 운 나쁘게 발견도 늦어 병원 치료의보람도 없이 그날 세상을 떠났다.
혼자 남겨진 어머니를 배려해 같이 살자는 제안도 해봤지만, 어머니는 외아들을 고생시키고 싶지 않다며 거절했다. 마흔이 지나서도 독신인 A씨의 혼기가 자신 탓에더 늦어질지도 모른다는 걱정도 했을 것이다.

본가인 단독주택은 혼자서 관리가 힘든데다 여기저기 남은 아버지의 추억에 마음이 얽매이기 십상이다, 차라리 장소를 바꾸어 거기서 여생을 보내고 싶다, 아파트라면 무슨 일이 있을 때도 이웃과 서로 도울 수 있다. 그렇게 말하는 어머니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부동산의 안내를 받아 어머니와 함께 아파트를 실제로 보러 갔을 때, A씨가 느낀 첫인상은 ‘어둡다‘였다.

몇동이나 서 있었지만, 바깥으로 나와 돌아다니는 사람은 전혀 없었고, 단지 안 공원에도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건물을 살펴봐도 커튼을 친 창이 거의 없었고, 입주민도 30퍼센트가 채 못 되었다. 화단이나 공용 공간도 손질돼 있지 않았고, 전체적으로 황량한 분위기여서 더욱 어두워 보였다.

타래에 따르면 스티커는 홋카이도부터 오키나와에 이르기까지 전국에서 목격됐으며 특히 많이 분포된 곳이 서일본이라고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아파트에 사는 아이는 이상해진다고 한다.
아파트는 6년 전, 한창 뉴타운 붐이 일 때 ●●●의 산 한쪽을 깎아 조성한 토지에 건설되었다.

참관일에 학교에 간 엄마들은 교사에게 요즘 학교에서 나쁜 장난이 유행하고 있지는 않은지 물었다. 교사는 딱히 이렇다 할 건 없다고 이야기하고서 잠깐 생각하더니사실은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끼리만 하는 비밀스러운 놀이가 있는 것 같다고 입을 열었다.

그 놀이는 동네 토박이 아이는 참가해서는 안 된다고 해서, 소외된 토박이 아이들이 교사에게 울면서 상담하는 바람에 교사들 사이에서도 한 번 문제가 되었다고 한다.

누가 시작했는지는 모른다. 다만 아파트에 사는 아이라면 모두 하고 있다. ‘맛시로상‘ 놀이에는 어른도, 동네 토박이 아이도 참가해서는 안 된다. 아파트 아이들끼리의비밀이기 때문이다.
‘맛시로상‘ 놀이는 술래잡기와 약간 비슷하다. 인원은 보통 네 명에서 여섯 명 정도로 시작하는데, 딱히 정해진 것은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친하게 지내는 엄마들과 노닥거리다가 A씨는 딸의 행동에 대해 가볍게 푸념을 털어놓았다. 그랬더니 또래 아이가 있는 엄마들이 입을 모아 같은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나비를 붙잡아서는 날개를 쥐어뜯고 모래에 묻는다, 위층에서 화분을 떨어뜨린다. 갓난애가 탄 유아차가 지나가면 걷어찬다.... 이사 오기 전에는 하지 않았던 악질적인 장난이 늘었다고 했다.

늦은 밤에 혼자 외출한 이유를 따져 물으니 아이는 "대역을 건네주러 갔다 왔다"라고 했다. 누구를 만난 거냐고 물어도 "맛시로상"이라는 대답뿐이었다. 무엇을 건네러 갔느냐고 계속해서 묻자 딱 한 마디, "미케" 하고 기르는 고양이의 이름을 중얼거렸다.
거실에는 핏물이 야트막이 고여 있었고, 그 옆으로 나뒹구는 꽃병에는 피에 젖은 털이 달라붙어 있었다.
A씨 가족은 조만간 이사하기로 했다.

무심코 마주 오는 차를 보았는데, 운전하던 남자가 저희 쪽을 보고 무슨 말인가 하는 것 같았습니다. 소리는 당연히 들리지가 않아서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운전하던 남자 친구가 아니라 저를 보는 듯해 신경이 쓰였습니다.

골목에서 얼굴만 내밀고 저희 쪽을 향해 뭐라고 말을 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 남자였습니다.

남자는 도리이 밑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웃는 얼굴 그대로, 입을 커다랗게 벌리고서.
무서운 것은 꿈속에서 제가 무섭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꿈에서 깨어난 뒤에도 기분이 그저 편안합니다.
저는 저주를 받아버린 걸까요.
그 남자는 도대체 누구일까요.
살려주세요.

그후 남자를 실제로 보는 일은 없었습니다.
대신 남자는 꿈에 나왔습니다.
꿈속에서 저는 밤에 산길을 오릅니다. 키 큰 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차 있어 달빛도 거의 닿지 않습니다.

서둘러 지나가려고 발을 내딛는 순간, 닫혀 있던 문이 천천히 열리고 남자의 얼굴이 불쑥 튀어나왔습니다. 저를 쳐다보던 남자의 얼굴이 히죽 웃음을 띠었습니다.
"또 오세요."
제가 그 앞을 달려 지나갈 때, 남자가 그렇게 말했던 것 같습니다.
비명을 지르느라 제대로 듣지도 못했지만요.

옆집 사람이 외출하나 싶어서 인사하려는데 남자 얼굴이 불쑥 튀어나와 제 쪽을 돌아보더군요.
또 그 남자였습니다.

"그래서... 맡아줄 거야?"
내 말에 그녀는 별일 아니라는 듯 대답했다.
"좋아. 오자와 군 부탁이고 하니. 옛날에 여러모로 폐도 끼쳤으니 갚아야지."

"그만해 좀. 메일에도 썼잖아. 업무 상담이라고."
"희한하네. 전임 애가 인계받은 지도 꽤 오래됐는데. 지난번 『별책 Q를 내고 나서 한 2년은 그쪽 일은 받은 적 없습니다만?"

"그렇군. 다행이야."
"당신이나 나나 나이를 먹었네."
문득 눈을 가늘게 뜨는 그녀. 조금 쓸쓸해 보이기도 하는 그 눈꼬리에는 주름이 보였다.
"주문은, 아이스커피면 될까?"
"아무거나 좋아."

"당신도 변했네. 나도 변했고, 이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낭만을 느끼기에는 나이가 너무 들어버렸어. 언제까지 그러고 살 거야. 바보 같잖아."

「실화! 나라현 행방불명 소녀에 관한 새로운 사실?」, 「수련회 집단 히스테리 사건의 진상」, 「이상한 댓글」이라는 제목이 붙은 그 기사들은 연대도 제각각이었다. 나는잠자코 그 기사들을 훑었다. 그녀는 가만히 턱을 괸 채 나를 바라보았다.
"바로 얼마 전에 기사를 관리하는 하드디스크랑 과월호를 정리했거든. 슬슬 그만둘 때다 싶어서."

심령 스폿이 있는데, 잡지 같은 미디어에서 다룰 만큼 지명도가 높은 곳은 사실 한정적이다.

"널리고 널린게 심령 스폿인데, 모든 이야기가 ‘산‘으로 수렴되는 거야. 이거, 이상하지 않아?"
"이 세 가지 이야기에는 ‘산‘이라는 키워드가 나와. 공통점은 그것만이 아냐. 그거 말고도 ‘감‘이라는 키워드. 거기에 ‘신부‘까지. 「이상한 댓글」에 나오는 ‘시집와‘라는예스러운 말도 신부랑 이어지고."

그렇기에 차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긴키 지방의 산으로 둘러싸인 일대에 있는●●●●는 그 방면에서는 제법 유명한 장소였다. 터널, 댐, 폐허가 흩어져 있는 심령 스폿으로서
유명한 곳으로는 다마 공원묘지, 이코마 터널 등이 있다. 물론 홋카이도나 오키나와에도 유명한 데가 있지만, 출판사 입장에서는 여비를 포함해 취재에 돈이 많이 드는 장소는 피하고 싶은 것이 현실이므로 필연적으로 오사카나 도쿄, 후쿠오카 등 주요 도시에 살면서 편집부와 연줄이 있는 외부 작가가 멀리 나가지 않고도 쓸 수 있는 장소를 다루게 된다.

그녀는 눈앞의 노트북에 무언가를 입력한 뒤 화면을 내 쪽으로 돌려 보여주었다. 거기에는 거리 뷰가 비쳤다. 댐 옆을 달리는 국도 곁에 작게 보이는 칙칙한 붉은색.
기울어진 도리이가 호젓하게 서 있었다. 어슴푸레한 녹색을 배경으로,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몇 가지 인터넷 기사와 게시판 글을 프린트한 종이뭉치를 가방에서 꺼냈다. ●●●●●‘와 ‘산‘, ‘괴담‘, ‘무섭다‘, ‘심령‘ 등의 낱말을 조합하여검색했을 때 나왔다는 그것을 읽고 내 입에서 절로 감탄사가 새어 나왔다. 하나도 빠짐없이 산과의 관련성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도쿄에 거주하는 24세 회사원 A씨는 대학 졸업 후 한 시스템 회사에 엔지니어로 입사했다. 회사 업무에도 슬슬 익숙해져 자극 없는 하루하루가 답답하던 차였다 - P-1

"창피한 이야긴데, 이른바 성인 사이트라는 데를 접속했어요. 요즘엔 동영상을 공짜로 볼 수 있는 사이트도 많잖아요. 물론 자랑할 건 아니지만요. 매일 자기 전에 그런 사이트 몇 군데 돌아다니는 게 일과였어요." - P-1

「산에 오지 않겠습니까? 감도 있습니다.」「늘 댓글을 달아주셔서 고맙습니다. ㅇㅇ(출연 배우의 이름)이에요. 댁이 어디신가요?」답글을 단 것은 재미있었지만 그뿐, 그날 이후 A씨는 그런 답글을 남겼다는 사실조차 잊었다. - P-1

다음에 그 일을 떠올린 것은 그 배우의 새로운 동영상이 올라왔을 때였다. 댓글 창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왜 안 오지? 계속 기다리고 있는데.」 - P-1

"댓글이 달린 동영상은 즐겨 보는 회사에서 한창 밀고 있는 신인 여자애의 데뷔작이었어요. 찾아냈을 땐 땡잡았다고 생각했죠. 다 보고 무심코 스크롤을 내렸는데 댓글 창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 P-1

그렇게 몇 달 후, 또 그 배우가 출연한 동영상이 올라왔고, 댓글 창에는 이런 댓글이 적혔다.
「산에 오지 않겠습니까? 감도 있습니다.」 - P-1

"벌써 두 번째 작품이 나왔구나, 하면서 봤는데 거기에 댓글이 또 달려 있더라고요."
「우리 집에 오지 않겠습니까? 감도 있답니다.」 - P-1

「귀엽네요. 우리 집에 오지 않겠습니까?」"처음 딱 봤을 때는 인터넷 사용법을 잘 모르는 노인네가 썼나 했는데, 어쩐지 분위기가 묘한 것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 P-1

후로도 부정기적으로 올라오는 배우의 동영상에는 비슷한 문체의 댓글이 어김없이 달렸다. 댓글이 거의 달리지 않는 댓글 창에서 그 문장은 꽤 시선을 끌었다. - P-1

거기에는 이런 댓글이 달려 있었다.
「시집와.」 - P-1

「늘 댓글을 달아주셔서 고맙습니다. ㅇㅇ(출연 배우의 이름)이에요. 댁이 어디신가요? - P-1

(실제 주소이므로 가림)」"집이 아니었어요. 신사였어요. 그것도 시골에 있는 꽤 오래된 신사. 거리 뷰로 봤더니 야트막한 산에 있는 신사 같았어요. 산기슭으로 난 차도 옆길로 낡은 도리이1가 서 있고, 거기서 산 위 본전(本殿)으로 이어지는 계단이 뻗어 있었죠. 본전도 황폐해서 폐허나 다름없었고요." - P-1

몇 년 만에 긴키 지방에 눈이 내린 그날, 소녀는 홀연히 자취를 감추었다. - P-1

즉, 골목 입구부터 집까지 고작 수십 미터 사이에 K양은 사라져 버린 것이다. - P-1

K양은 조금 더 주택가를 걸어야 집이 나오는 Y양, E양과 헤어지고 홀로 골목에 들어섰다. 골목 입구에서 K양의 집까지는 40미터밖에 되지 않지만, 그날 K양이 현관문을 여는 일은 없었다. - P-1

K양의 집을 포함하여 주위에 있는 집의 실내나 마당에 누군가 침입한 흔적이 없는 점, K양이 실종된 오후 4시 무렵에 주택가를 오가는 사람이 많았음에도 목격자가전혀 없다는 점으로 미루어 현대의 가미가쿠시2 아니냐며 방송에서 떠들썩하게 다루기도 했다. - P-1

1984년 2월, 나라현에 사는 8세 소녀 K양이 하굣길에 행방불명되고, 5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발견되지 않고 있는 이 사건. 본지 애독자라면 머릿속에 바로 떠오를것이다. - P-1

그러고 얼마 뒤에 동네 파출소에 K양을 찾는 포스터가 붙어 있는 걸 봤습니다. 이름이랑 옷도 똑같았고요. 이런 이상한 이야기, 누구한테 해봐야 믿어주지 않을 것 같아서 잡지사에 연락했습니다.

애는 웃고 있었습니다. 만면에 웃음을 짓는다고 하죠? 활짝 웃는 얼굴로 눈만 위로 치뜨면서요. 그 표정이 정말이지 무서워서 무릎이 덜덜 떨렸습니다. 그래도 기를쓰고 "집은 어디야? 이름은 뭐야?" 하고 물으니까 그 표정 그대로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K는 있지, 신부가 됐어."

"안타깝지만 K양은 살아 있는 것 같지 않습니다. 하지만 영시 대상이 죽었다면 사진 속 인물이 희미하게 보여야 하는데, K양은 희미하게 흐려지지도 않습니다. 이런일은 처음이어서 놀랍네요. K양은 산 것도 아니고 죽은 것도 아니라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집안사람이 저지른 범행으로 추리하는 취재 경쟁을 견디다 못해 K양의 친족이 사건 발생 두 달 후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도 사건을 더욱 인상 깊게 만들었다.

M씨에 관해 한 가지 더 언급할 할 점이 있다. M씨가 근무하던 시공 관리 회사는 주로 댐의 관리를 맡고 있는데, 거기에는어 있다. 그리고 관리 기사인 M씨가 1월부터 파견 나가 있던 곳이 바로 그에 있는댐도 포함되● 댐이다. M씨가 자살했을 때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보도에서는 친족으로만 밝히고 K양의 행방불명에 얽힌 비극의 단면으로 언급하는 선에 그쳤는데, 자살한 친족은 K양의 친삼촌뻘에 해당하는 M씨다.

제 기억에 슬슬 고개에 접어들던 때였습니다. 여자애가 있었어요. 책가방을 메고 분홍색 스웨터를 입은 여자애가요. 국도 가장자리에서 길을 등진 채 서 있었습니다.

자살한 친족은 K양의 친삼촌뻘에 해당하는 M씨다.
그러고 얼마 뒤에 동네 파출소에 K양을 찾는 포스터가 붙어 있는 걸 봤습니다. 이름이랑 옷도 똑같았고요. 이런 이상한 이야기, 누구한테 해봐야 믿어주지 않을 것 같아서 잡지사에 연락했습니다.

밤에일대에서 K양을 보았다는 점이 공통적이다. 증언을 들어보면 대체로 목격자가 K양에게 말을 걸지 않고 도망치거나, 목격자가 말을 걸기 전에 K양쪽에서 먼저 사라져 버린다.

일단 M씨는 K양 가족과 함께 살지는 않았다. 나라현 소재의 시공 관리 회사에 다니며 직장에 딸린 독신자 기숙사에서 지냈고, K양 가족과는 몇 개월에 한 번 가족끼리 만날 때 보는 정도였다. K양이 실종되기 3주 전쯤에 K양의 집에 초대받아 저녁 식사를 함께하기는 했지만, 평소에 특별히 친하게 지냈던 사이는 아니었다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무분별한 일부 매체의 취재에 속을 썩다 자살했다고 하지만, 관계자에게 확보한 증언에 따르면 사정이 전혀 달랐다.

무크라는 명칭이 낯선 이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무크란 잡지(MAGAZINE)와 책(BOOK)을 합한 명칭이고, 별책 등의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정기적으로 나오는 잡지가 아니라 단발에 그치는 잡지, 편의점 판매용 서적 같은 게 여기에 해당한다. 내가 배속된 무크 편집부에서도 지역 한정의 식도락 잡지, 인기 아이돌 특집 잡지 등장르를 가리지 않고 폭넓게 작업을 했다.

나는 어떤 사람을 찾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그 사람에 관한 정보가 있다면 누구라도 부디 연락을 주었으면 좋겠다.

‘어느 장소, 엄밀히는 ‘여러 지역에 걸쳐 있는 어느 일대. 그것은 이 책의 제목대로 긴키 지방에 있다.

실종된 지인, 세노 지히로와 나는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였다.
이 책을 만드는 데는 프리랜서 편집자이자 작가인 그녀의 힘에 기댄 바가 크다.
내가 왜 제멋대로 구는지를 설명하려면 세노와 나의 관계를 비롯하여 내 이야기를 많이 할 수밖에 없다.

나, 오자와 유야는 도쿄의 한 출판사에서 편집 일로 밥벌이를 하고 있다. 이 책에 실린 글은 내가 일하는 출판사에서 과거에 발행했던 잡지를 중심으로 다양한 매체에서 발췌한 것이다. 그리고 그 대부분이 ‘어느 장소‘와 관련이 있다.

이유는 오컬트 애호가나 호러 애호가 중에 아직도 열광적인 고정 팬이 있기 때문이다. 부수가 적다고는 해도, 간행하면 크게 실패하지도 않는다. 예산 조정이나 편집부마다 부과된 출판 점수를 맞추기에 편리한 프로젝트였기에 지금까지 별책으로서 근근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다.

"딱히 음식에 까다로운 편은 아니어서요."
그 말이 인상적이었다.

제가 다니던 사립중학교는 2학년이 되면 숲속 학교 같은 데 며칠 묵으면서 야외 활동을 해요. 선배들은 오카야마 쪽으로 갔다던데 저희부터는 장소가 바뀌어서에 있는 휴양소라고 하나요? 암튼 그런 곳으로 가게 됐어요. 아, 아시네요. 뉴스에 자주 나오긴 했죠.

긴키의 명문 사립 중학교는 2002년에 수련회 집단 히스테리 사건이 보도되며 전국에 이름을 알렸다. 학생을 비롯해 많은 목격자가 증언한 내용은 상식적으로 믿기 힘든 것이었다.

그 건물은 정문 현관은 국도 쪽에 면해 열려 있었지만, 저희가 자는 방은 산에 면한 안쪽에 있었어요.

이건 아마 우리 학교 애들밖에 모를 텐데, 그 일이 있고 나서 그 반장 여자애가 조금 이상해졌어요.

귀를 기울여 보니까 확실히 숲 안쪽에서 무슨 소리가 들려오는 거예요.
ㅁ"01-01-."
도움을 요청하는 느낌이 아니라 누군가를 부르는 것처럼 일정한 간격을 두고 소리가 들렸어요. 아마 남자 목소리였을 거예요.
그런데 좀 나대는 성미의 다른 반 남자애가 까분답시고 "어이, 어이!" 대꾸하는 거예요. 그랬더니 또 그쪽에서 똑같이 "어ㅡ이", 대답하고요. 거기다 대고 그 남자애는 계속 어ㅡ이, 어ㅡ이, 외치면서 친구들이랑 낄낄 웃더라니까요.

"어쩐지 가까이 온 거 같지 않아?"
그러고 보니 처음엔 들리는 둥 마는 둥 하던 소리가 이제는 확실히 들리는 거예요. 하지만 빛이라고는 방 안의 전등불뿐이어서 베란다에서 보이는 숲은 고작 몇 미터가 다였어요. 근데 직감적으로는 낮이었으면 확실하게 보일 거리까지 뭔가가 다가온 게 느껴졌어요.

"무슨 일 있어요?"
ㅁ그 애는 다른 반 반장이었는데, 학생회에도 입후보해서 저도 얼굴을 알았어요. 걔라면 아마 놀리려고 그런 게 아니라 정말 무슨 일인지 확인하려는 목적이었을 거예요.

나중에 학교에서 이 사건에 대해 설명회가 열려서 저희 엄마도 가셨는데요, 수상한 사람이 있던 흔적은 없었대요. 또 하굣길에 기자나 뭐 그런 사람들이 이런저런 질문을 해도 대답하지 말라고도 들었고요.

"이리오렴 여기로 와 감이 있단다."
또렷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어요. 하지만 뭐라고 해야 하나. 영혼이 없달까? 진짜 무슨 국어책 읽는 그런 느낌 있잖아요. 덧붙이자면 말의 의미를 모르는 사람이 소리를 내는 느낌? 사람 흉내를 내는 동물이 말하는 그런 느낌이었어요.

잠시 불빛이 숲속을 이리저리 비췄는데, 한순간 무언가 보였어요.
지금도 그게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람 아니었을까요?
전신이 보인 건 아니에요. 불빛에 발치만 보였거든요. 이상하리만치 희고 큰 발, 신발도 안 신은 맨발이었어요.

수업 중에 갑자기 일어나서 산에 가고 싶다고 막 소리를 질렀다나요. 그러다 학교도 점점 안 나오게 되었고, 몇 달 지나 죽고 말았어요. 선생님이 확실하게 설명은 안해주셨는데, 자살했다나 봐요. 빈소에 갔다 온 걔네 반 애 말로는 관이 완전히 닫혀 있어서 얼굴도 못 봤다고 해요.

아파트에 사는 사람은 도시를 떠나 아이를 키우기 위해 이주해 온 가족이 대부분으로 낮이면 공원에 엄마들이 어린아이를 데리고 모이거나 이웃을 방문해 차를 마시는 등, 입주와 더불어 일찌감치 엄마들의 공동체가 여기저기서 형성되었다.

딸이 조금 이상해졌다.
전에도 떼를 쓰는 일은 있었지만, 그 아파트로 이사하고 나서는 양상이 조금 달랐다. 기르는 고양이의 꼬리를 일부러 짓밟거나 슈퍼마켓 신선 식품 매장의 토마토를꽉 쥐어 으스러뜨리는 등 어딘가 부자연스러운 행동이 두드러졌다. 그 자리에서 야단치면 일단 고분고분 말은 듣지만, 조금 지나면 다시 똑같은 장난을 치는 바람에A씨는 골치가 아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야간 비행 ㅣ 현대문화센터 세계명작시리즈 18
생 텍쥐페리 지음, 배영란 옮김 / 현대문화센터 / 200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야간 비행』 ― 승리라는 무거운 짐, 그리고 돌아오지 못한 사람

생텍쥐페리의 『야간 비행』을 읽고

(앞서 그림책으로 읽고 남긴 글에 이어, 이번에는 원작을 끝까지 읽은 감상을 적는다.)

1. 그림책에서 원작으로, 달라진 리비에르의 얼굴

처음 『야간 비행』을 접한 것은 그림책을 통해서였다. 밤하늘을 가르는 항공기, 악천후 속에서도 임무를 수행하려는 조종사, 그리고 그들에게 엄격한 규율을 요구하는 책임자 리비에르. 이야기는 비교적 단순하게 다가왔다. 인간의 도전정신을 그린 작품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조직의 목표를 위해 사람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는 지도자의 이야기처럼 보였다.

그때 내가 주목했던 것은 리비에르의 냉혹함이었다. 야간 항공우편이라는 새로운 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해 조종사들에게 위험한 비행을 요구하는 모습이 쉽게 납득되지 않았다. 도전과 발전이 아무리 중요하다 해도 사람의 목숨보다 앞설 수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작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정확히 말하면, 생명의 가치에 대한 내 생각이 바뀐 것은 아니다. 달라진 것은 리비에르라는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이었다.

그림책에서는 쉽게 지나쳤던 그의 고뇌와 외로움, 인간적인 연민, 그리고 자신이 추구하는 일의 의미에 대한 깊은 질문들이 원작 곳곳에 숨어 있었다. 그는 단순히 성과를 위해 부하를 몰아붙이는 냉혹한 관리자는 아니었다. 자신이 내린 결정 때문에 누군가 고통받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자신이 옳다고 믿는 길을 계속 걸어가려는 사람이었다.

그렇다고 그를 이해하게 되었다는 이유로 그의 모든 판단에 동의하게 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볼수록, 책임자의 결정이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 더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2. 늙은 기술자의 자부심, 그리고 리비에르의 냉혹함

리비에르는 나이 든 직원을 해고한다. 그 노인은 아르헨티나 노선 항공기의 최초 조립에 참여했다는 자부심을 지닌 사람이었다. 자신이 몸담은 항공사업의 시작을 함께했고, 오랜 세월 그 일을 해왔다는 사실은 그에게 단순한 경력 이상의 의미였을 것이다.

그런 사람에게 잡역부로 일하라는 요구가 내려진다. 노인은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처음에는 이 장면을 조직의 규율을 위해 한 사람을 희생시키는 냉혹한 결정으로 읽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면 노인이 거부한 것은 단순히 다른 종류의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에게는 기술자로서 살아온 세월과 자부심이 있었다. 자신이 평생 바쳐온 일에서 밀려나는 것도 서러운데, 이제는 그 일과 무관한 일을 맡으라는 요구가 얼마나 가혹하게 느껴졌을까.

물론 항공기 정비처럼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는 업무에는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 안전에 필요한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면 경험이 아무리 풍부하더라도 업무를 조정해야 할 수 있다. 다만 이 노인에게 어떤 구체적인 문제가 있었고, 그것이 직무 변경과 해고를 불가피하게 만들었는지는 신중하게 살펴야 한다. 나이가 들었다는 사실만으로 능력이 부족해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설령 업무를 바꿔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하더라도, 위험한 업무에서 물러나게 하는 것과 그 사람의 존엄까지 지켜주지 못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평생 쌓아온 경험을 후배들에게 전수하게 하거나, 기술자로서의 자부심을 살릴 다른 역할을 찾을 수는 없었을까. 당시 조직의 여건에서 그런 선택이 가능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책임자라면 적어도 고민해 볼 만한 문제다.

리비에르에게 연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는 해고당한 노인의 얼굴과 손을 떠올린다. 해고를 취소한다면 그가 얼마나 기뻐할지 상상하고, 이미 작성한 공문을 찢어버릴까 망설인다. 그 역시 인간적인 온정과 우정 속에서 살아가고 싶어 한다.

그런데도 결국 조직의 규율을 선택한다.

나는 이 장면에서 리비에르의 모순을 본다. 그는 인간이 자신의 일을 통해 삶의 의미를 얻는다고 믿었다. 그러나 자신이 이룩하려는 항공사업의 역사에 오랜 세월을 바친 노인이 지켜온 자부심 앞에서는 조직의 질서를 우선했다. 그 노인에게도 자신이 지켜온 세계가 있었다. 리비에르가 자신의 세계를 지키려 했듯, 노인 역시 자신의 세계를 지키려 했던 것이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리비에르 자신도 언젠가는 늙지 않겠는가.

오늘은 자신이 다른 사람의 능력을 평가하고 해고를 결정하지만, 언젠가는 자신도 누군가에게 평가받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지금은 누구보다 명석하고 강인하다고 믿어도 세월 앞에서는 예외일 수 없다.

나 역시 어느덧 오십을 넘겼다. 젊었을 때와 똑같은 체력과 판단력을 평생 유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오랫동안 쌓아온 경험이 어느 순간 새로운 기술과 시대의 변화 앞에서 충분하지 않게 느껴지는 날도 올지 모른다. 그때 누군가가 내게 이제 예전만큼 일을 잘하지 못하니 다른 일을 하라고 한다면, 나는 어떤 마음이 들까.

리비에르는 과연 자신이 그 노인의 처지가 되었을 때도 같은 판단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조직에는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 기준을 적용하는 사람 역시 세월 앞에서는 예외가 아니다. 오늘 누군가에게 내린 판단이 내일 자신의 운명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우리는 조금 더 신중하고 인간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지 않을까.

사람을 이끄는 지도자가 정말 위대하려면, 강한 사람을 더 강하게 만드는 능력뿐 아니라 약해져 가는 사람의 존엄을 지켜주는 능력도 있어야 한다.

리비에르의 고뇌를 이해한다. 그러나 고뇌했다고 해서 모든 결정이 옳다고 생각되는 것은 아니다.

3. 밤하늘의 조종사와 지상의 책임자

폭풍 속에서 길을 잃은 파비앵은 사방이 막히고 시야가 사라진 상황을 알리며 어떻게 해야 할지 묻는다. 이 장면에서 내가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조종사의 용기가 아니라 그의 절박함이었다.

리비에르는 조종사들이 두려움을 극복해야 한다고 믿었다. 미지의 세계에 맞서고, 어둠 속에서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신념은 당시 항공 개척의 시대정신과 맞닿아 있다.

그러나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과 위험을 통제하는 것은 다르다. 아무리 용감한 조종사라도 보이지 않는 폭풍을 의지만으로 없앨 수는 없다.

그런데 원작을 읽으며 리비에르에 대한 또 하나의 선입견이 깨졌다. 그는 조종사에게 무조건 용감하라고 명령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파비앵의 구조 요청을 놓치지 않도록 2,000km 이내의 모든 무선국에 지시를 내리고, 연락이 잡히면 30초 안에 보고받아 대피할 수 있는 장소를 알려주려 했다.

그 역시 파비앵을 살리려 애쓰고 있었다. 이 장면에서 리비에르는 냉혹한 명령권자가 아니라, 자신이 보낸 조종사를 어떻게든 돌아오게 하려는 책임자로 보였다.

그렇지만 구조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이 처음의 운항 판단까지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위험이 발생한 뒤 얼마나 열심히 대응했는가와 그 위험을 사전에 얼마나 신중하게 판단했는가는 서로 다른 문제다.

나는 오랫동안 도로와 교량의 설계와 공사 현장에서 일했다. 공사에는 언제나 일정과 예산, 품질과 안전이라는 여러 과제가 뒤따른다. 그 가운데 어느 하나도 가볍게 다룰 수 없지만, 사람의 생명과 맞바꿀 수 있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하천을 횡단하는 가교의 복공판 철거 시점을 두고 고민했던 일이 있다. 집중호우가 예보된 상황에서 나는 안전을 위해 철거를 서둘러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하루라도 더 작업하기를 원했다. 감리단과 시공사의 의견을 듣고 여러 상황을 고려한 끝에, 하루만 더 작업한 뒤 철거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다행히 비는 예보보다 늦게 내렸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내 결정이 옳았다는 증거로 삼지 않는다. 운이 따랐을 뿐이다.

돌이켜보면 그 결정에는 분명 내 책임이 있었다. 감리단과 시공사의 의견을 반영했지만, 최종적으로 판단한 사람은 나였기 때문이다. 만약 예보대로 집중호우가 쏟아졌다면 어땠을까. 그때도 나는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들었다는 이유로 내 결정을 정당화할 수 있었을까.

그 경험을 떠올리면 리비에르의 고뇌가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책임자는 때로 불완전한 정보 속에서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리고 결과가 좋았다고 해서 그 결정이 반드시 옳았던 것도 아니며, 결과가 나빴다고 해서 모든 판단이 잘못이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중요한 것은 결정을 내리던 당시 무엇을 알고 있었고, 어떤 위험을 검토했으며, 사람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어떤 선택을 했는가이다.

4. 다리 하나가 사람의 목숨보다 값질 수 있는가

작품에는 교량 건설 현장의 엔지니어가 리비에르에게 던지는 질문이 나온다. 다리 하나가 한 사람의 으깨진 얼굴만큼 가치가 있느냐는 물음이다.

도로와 교량을 만들어 온 내게 이 질문은 특별하게 다가왔다.

다리는 강을 건너기 위해 놓는다. 도로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지역과 지역을 이어주기 위해 만든다. 그것이 가져오는 편익은 분명 크다. 수많은 사람이 더 편리하고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고, 지역의 삶도 달라진다.

그러나 그 모든 편익을 합친다 해도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한 사람의 목숨을 희생시켜도 좋다는 결론에 이를 수는 없다.

리비에르는 인간의 생명이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소중하다 하더라도, 우리는 언제나 그보다 더 값진 무언가가 있는 것처럼 행동하지 않느냐고 묻는다.

이 질문은 쉽게 답할 수 없다. 실제로 인간은 자유와 정의, 사랑과 신념을 위해 자신의 생명까지 걸기도 한다. 생명을 보존하는 것만이 인간이 살아가는 유일한 목적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나는 여기서 반드시 구별해야 할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신념을 위해 스스로 위험을 감수하는 것과, 자신이 추구하는 목표를 위해 다른 사람에게 위험을 감수하도록 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조종사가 자신의 직업에 자부심을 느끼고 위험을 감수할 각오가 되어 있다고 해도, 그것만으로 지휘자의 안전에 대한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나는 발전을 위해 누군가의 생명이 희생되는 일을 단순히 불가피한 죽음이라고만 부르고 싶지 않다. 위험을 알면서도 충분한 예방 조치 없이 사람을 내보낸 결정이 있었다면, 그 죽음에는 누군가의 선택과 책임이 개입되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 문제를 생각할 때 때로 ‘죽음’보다 ‘죽임’이라는 단어를 떠올린다.

물론 비극이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누군가가 고의로 사람을 죽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불가피한 희생’이나 ‘발전을 위한 대가’라는 말이 인간의 결정과 책임을 가리는 데 쓰여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발전은 죽임을 정당화할 수 없다.

이것은 내가 『야간 비행』을 끝까지 읽고도 바꾸지 않은 생각이다.

5. 결혼한 지 6주,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동료들

파비앵의 실종이 현실로 다가오자 로비노는 리비에르에게 그가 결혼한 지 겨우 6주밖에 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리비에르는 일을 계속하라고 대답한다.

참으로 냉정한 장면이다.

그러나 이제 나는 그 대답을 단순한 무정함으로만 읽지 않는다. 리비에르가 파비앵의 처지를 모르거나 그의 아내를 불쌍히 여기지 않아서 그런 말을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슬픔에 압도되지 않으려 애쓰는 사람의 대답일 수도 있다.

그는 가능한 구조 조치를 취하고, 경찰에 신고하고, 이제 기다리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상황에 이른다. 그러면서도 남아 있는 항공우편 업무가 중단되지 않도록 지시한다.

작품은 죽은 자의 집에서도 질서는 유지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 말이 얼마나 비정하면서도 현실적인가. 누군가에게는 삶 전체가 무너지는 비극이지만, 세상의 일은 계속된다. 비행기는 다시 떠나고, 우편물은 다른 항공기로 옮겨지며, 사람들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다.

파비앵의 동료들이 그의 실종을 확인하는 장면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들은 많은 말을 나누지 않는다. 깊은 동지애에는 말이 필요 없다는 것이다. 나는 이 침묵이 오히려 긴 애도보다 더 슬프게 느껴졌다.

사람은 조직에서 하나의 직책을 맡고, 하나의 업무를 수행한다. 그러나 그 직책과 업무가 그 사람의 전부는 아니다. 파비앵은 조종사이면서 누군가의 남편이고, 동료이며, 저마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한 인간이다.

업무는 다른 사람이 이어받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사람의 삶까지 대신 살아줄 수는 없다.

조직은 한 사람의 빈자리를 메우며 계속 움직일 수 있지만, 그 사람을 사랑했던 이들의 빈자리까지 메워줄 수는 없다.

6. 1931년의 승리, 그리고 그 무거운 짐

리비에르는 인간이 영원히 살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해온 일과 소중한 추억들이 갑자기 의미를 잃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생각한다. 파비앵이 사라진 뒤, 그가 일궈놓은 세계는 바람 없는 바다에 멈춰 선 고장 난 범선처럼 느껴진다. 그렇게 움직이던 항공기와 무전, 명령과 보고가 어느 순간 아무런 힘도 발휘하지 못한다. 그에게 죽음은 생명이 끝나는 사건인 동시에, 삶을 지탱하던 의미와 움직임이 사라지는 경험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는 다시 생각한다. 목적은 아무것도 정당화하지 못할 수 있지만, 행위는 인간을 죽음으로부터 해방시켜준다고.

이 구절을 읽으며 나는 생텍쥐페리가 말하려는 바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다. 인간은 결과만을 위해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무언가를 만들고, 누군가를 사랑하고, 어려운 일을 해내고, 자신이 맡은 역할을 다하는 과정에서 살아 있음을 느낀다. 언젠가 모든 것이 끝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오늘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리비에르가 지키려 했던 것은 단순히 항공우편 사업의 성공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인간이 두려움과 상실 앞에서도 다시 일어나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믿음, 그것을 지키려 했던 것은 아닐까.

『야간 비행』은 1931년에 발표되었다. 항공기가 오늘날처럼 안전한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기 전, 인간이 밤하늘과 악천후에 맞서 새로운 항로를 개척하던 시대의 작품이다. 그 시대의 조종사들에게 비행은 단순한 직업 이상의 의미가 있었을 것이다. 그들은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는 개척자였고, 위험에 맞서는 용기와 사명감은 중요한 가치로 받아들여졌다. 생텍쥐페리 자신도 항공우편 조종사로서 그 세계를 경험했으니, 리비에르의 신념과 조종사들의 용기를 깊이 이해하고 작품 속에 담아낸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우리가 그 시대를 오늘날의 안전관리 기준만으로 평가한다면 작품의 중요한 의미를 놓칠 수 있다. 그러나 시대를 이해하는 것과 그 시대의 모든 판단을 정당화하는 것은 다르다. 당시에도 인간의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지에 대한 질문은 존재했다. 교량 건설 현장의 엔지니어가 던진 물음이 바로 그 증거다.

그리고 마침내 소설의 마지막에서 생텍쥐페리는 리비에르를 위대한 승리자라고 부른다. 다만 그가 짊어진 승리는 무거운 짐이다.

처음 이 문장을 읽었을 때는 선뜻 동의하기 어려웠다. 파비앵은 돌아오지 않았는데, 어째서 리비에르가 승리자란 말인가. 그러나 이제는 그 승리가 무엇을 뜻하는지 조금은 알겠다. 그것은 한 번의 비행에 성공했다는 뜻이 아니다. 인간이 실패와 상실, 두려움과 죽음 앞에서도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고 다시 앞으로 나아간다는 의미에 가까울 것이다. 리비에르는 파비앵을 잃었을지도 모르는 고통을 안고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간다. 다음 비행을 준비하고, 조직의 움직임을 이어간다. 그에게는 그것이 삶을 지키는 방식이다.

나는 그런 리비에르의 강인함을 존중한다. 그의 고독과 책임감도 이해한다. 그러나 행위가 삶에 의미를 부여한다는 사실이 그 행위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희생을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우리가 무엇인가를 계속해야 하는 이유가 인간의 삶에 있다면, 그 일을 계속하는 방식 역시 인간의 삶을 존중해야 한다.

그래서 그가 승리자라는 작가의 선언을 아무런 의문 없이 받아들이고 싶지는 않다. 그의 승리에는 파비앵의 실종이라는 무거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앞으로 나아가는 의지가 위대하다면, 그 과정에서 사라진 한 사람의 삶 역시 그만큼 무겁게 다뤄져야 한다.

같은 밤을 두고 누군가는 승리를 말하지만,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 리비에르에게 그날 밤은 패배를 딛고 다시 일어서는 순간일지 몰라도, 파비앵의 아내에게는 남편이 돌아오지 않는 밤이다. 한 사람의 승리가 다른 사람의 상실을 없애주지는 못한다.

패배를 딛고 다시 출발하는 용기는 존중할 만하다. 그러나 그 출발이 또 다른 파비앵을 만들지 않도록 하는 책임까지 다할 때, 그 승리는 더욱 온전해질 것이다.

7. 우리가 완수해야 할 진정한 임무

『야간 비행』을 덮고 나니 리비에르에 대한 생각은 달라졌지만, 사람의 생명을 대하는 나의 기준은 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인간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믿음은 소중하다. 새로운 길을 열고, 불가능해 보이는 일에 도전하고, 실패해도 다시 일어서는 의지는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

하지만 그 모든 도전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도로와 교량을 만드는 일을 오래 해온 나는 이 소설을 덮으며 다시 한번 생각한다. 우리가 길을 만드는 이유는 무엇인가. 다리를 놓고 터널을 뚫는 이유는 무엇인가.

결국 사람이 더 안전하고 편리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다. 그런데 그 길을 만드는 과정에서 사람의 생명을 가볍게 여긴다면, 우리는 목적과 수단을 뒤바꾸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세상에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다. 그러나 그 일을 반드시 지금, 반드시 이 방법으로 해야 하는지는 끊임없이 질문해야 한다.

리비에르는 앞으로 나아가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그것이 그가 믿는 용기였고, 생텍쥐페리가 그에게 부여한 위대함이었다.

나는 거기에 또 다른 용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멈추지 않는 것만이 용기는 아니다. 멈춰야 할 때 멈출 줄 아는 것도 용기다.

이것은 도전을 포기하자는 말이 아니다. 더 오래, 더 멀리 나아가기 위해 사람을 지키자는 말이다.

나는 앞으로도 어떤 일을 추진할 때 그 일이 얼마나 중요한가만 묻지 않고, 그 일을 수행하는 사람이 어떤 위험을 감당해야 하는지도 함께 묻고 싶다. 현장의 우려가 단순한 나약함으로 취급되지 않도록 귀를 기울이고, 불확실한 상황에서 일정과 성과보다 안전을 먼저 판단하는 책임자가 되고 싶다.

또한 지금은 능력이 부족해 보이는 사람이라도 그가 오랜 세월 쌓아온 경험과 자부심을 함부로 가볍게 여기지 않으려 한다. 언젠가 나 역시 누군가의 배려가 필요한 사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생텍쥐페리는 패배 속에서도 다시 하늘을 향해 나아가는 인간의 위대함을 그렸다. 나는 그 이야기를 읽으며, 앞으로 나아가는 용기와 함께 살아서 돌아오는 일의 중요성을 생각했다.

그 비행을 시작한 사람이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까지가 우리가 완수해야 할 임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