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부에서는 지갑 사정이 허락하는 한 현장 조사까지 염두에 두고 계속 화이트맨의 정보를 모을 생각이다. 조사를 계속하느냐 마느냐는 본지의 매출에 달려 있다. 독자 여러분께 계속해서 본지의 구독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얼핏 보기에 세련된 디자인의 명품 원피스로 몸을 감쌌지만,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가 인상적인 A씨는 여성 패션지의 베테랑 편집자다.

"방대한 양의 사진과 눈싸움을 해서 몇 패턴까지 일단 추려내요. 골라낸 후보 컷을 카메라맨에게 전달하고 그 이미지들을 리터치(밝기를 보정하는 등, 이미지를 가공하는 작업)해서 돌려받으면 이제 입고네요. 물론 지면의 러프 스케치, 디자인 발주, 에디터가 쓴 문장 확인 등 산더미 같은 작업과 병행하면서 말이에요."
그런 가운데 한번은 표지에 쓸 모델 사진을 도무지 결정하지 못해 고민에 빠졌다는 A씨.

"그때 빠져 있던 것이 ‘IMG-0053’이었어요. 납품되지 않았다는 것은 아마 촬영에 실수가 있었다거나, 리터치로도 도저히 살릴 수 없을 만큼 잘못 찍혔거나 그랬다는 것이겠죠. 그런데 아무래도 그 컷을 표지로 쓰고 싶다는 희망을 버릴 수 없었어요."

그것은 새카만 이미지였다.
"아무것도 찍히지 않은 새카만 이미지였어요. 렌즈 뚜껑을 까먹고 안 벗겼나? 생각했죠. 뭐 그런 이미지를 표지에 쓸 수도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다른 컷을 인쇄소에 넘겼죠."

교정도 미처 끝나기 직전이어서 A씨는 그 페이지의 펑크를 메워야 했다.
"여느 때처럼 B군에게 촬영을 맡긴 페이지였기 때문에 급하게 전화해서 B데이터(사용하지 않는 데이터)를 포함해 일단 촬영한 것을 전부 보내달라고 부탁했어요."

"또 ‘IMG-0053’의 이미지가 새카맸어요. 그때는 경황이 없어서 서둘러 적당한 이미지를 골라 넘겼지만요. 다만 ‘IMG-0053’이라는 문자열과 새카만 이미지는 본 적이 있어서 머리에 남더라고요."

"제가 찍은 53번째 사진은 늘 그래요. 무슨 저주라도 받았는지."
아무래도 술자리여서 그랬는지 A씨와 그 주변에 앉아 있던 사람들은 그 말에 크게 흥분했다고 한다.
저주받았다니 무슨 말이냐고 흥미진진하게 묻는 사람들에게 약간 압도된 모양인지 B씨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년 전, 국토교통성의 기획으로 전국의 댐에서 ‘댐 카드’가 발행되었다. 댐의 사진과 기본 정보가 인쇄된 카드는 댐을 직접 방문해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1950년대 중반에 건설된 ●●●●●에 있는 그 댐은 중력식 콘크리트댐으로 우뚝 솟아 있는 거대한 콘크리트 벽이 특징인, 일본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유형의 댐이었다고 한다. 다른 댐과 비교해서 딱히 볼거리가 있는 댐은 아니었고, 오히려 자살 명소로 지명도가 더 높았다.

몇 개의 모퉁이를 돌고 계단을 내려가 안내받은 대로 변위계 관리실이며 방류 게이트 관리실 등을 순서대로 둘러보았다. 복잡하게 뒤얽힌 터널 안에서 만에 하나 일행을 놓쳤다가는 다시는 밖으로 나가지 못할 것만 같아 B씨는 불안을 떨칠 수 없었다.

어중간하게 열려 있는 것이 신경 쓰여서 딴에는 친절한 마음으로 닫아놓으려고 손을 뻗은 B씨는 문을 닫기 전에 무심코 그 안을 들여다보았다.

거기에는 청소 도구 같은 용품은 없었고, 로커 바닥에 놓인 프랑스 인형이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제가 여기 부임했을 때 이미 그 자리에 놓여 있었습니다. 꼭 거기 놔두어야 한다고 선임이 후임에게 대대로 전하는 가르침인 모양입니다. 왜 놔두는지는 저도 잘 모릅니다."

찍어두라는 의미 같았다. 돌아가는 차 안에서 사진을 보며 한껏 분위기를 띄우고 싶었을 것이다.
천박한 제안에 질색하면서도 일감을 주는 출판사 사람의 말을 거스를 수 없어 B씨는 직원이 알아차리지 못하게 인형을 촬영했다.

"그게 그 취재에서 찍은 53번째 사진이었습니다. 돌아가는 차 안에서 ‘IMG-0053’의 데이터를 확인해 보니 새카만 것이 찍혀 있을 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편집자는 아쉬워했지만요. 그 이후로 제가 촬영할 때마다 53번째 사진에는 어김없이 새카만 것이 찍힙니다. 일에도 지장이 있으니 제발 좀 봐줬으면 싶네요."

"이런 일을 하다 보면 다양한 인종, 다양한 상황에 있는 사람을 취재하잖아요? 저도 알죠. 상황상 이렇게 말은 했지만, 속마음은 다른 데 있는 대답. B군이 뭔가를 숨기고 있구나, 금세 알아차렸죠."

"게다가 전 그 사진을 봤을 때 ‘새카만 사진’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B군은 ‘새카만 것이 찍혔다’라고 했어요. 이상하죠. 아무것도 찍히지 않았다면 그렇게 표현하지 않으니까요. 그 사진에는 무언가가 찍혀 있고 제가 알아차리지 못하게 신경을 쓰는 눈치였어요."

"입안이었어요. 아마 사람의 입일 거예요. 입을 크게 벌리고 그 안을 화면 가득 촬영한 사진이었어요. 위아래의 흰 열은 치아고, 한가운데에 찍힌 것은 혀였죠."

"그런데 그 후로 이상한 꿈을 꾸게 되었어요. 눈 뜨고 나면 내용이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무서운 꿈이에요. 산속 같은 데서 크게 입을 벌린 남자가 쫓아오는 꿈을 꿔요. 저도 저주에 걸려버린 걸지도 모르겠네요."

지금도 B씨에게 임시로 납품받는 사진 데이터에는 ‘IMG-0053’이 없다고 한다.

약 2년 전, 대학 3학년이었던 A씨는 학교 테니스 동아리에 소속된 동갑내기 남자와 사귀고 있었다.
1학년 무렵부터 사귀기 시작해서 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여행도 가면서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그 무렵엔 매일 밤, 그 사람도 포함해서 다 함께 밤새 술도 마시며 꽤 천방지축으로 놀았죠."

"마시로사마22라고 불렀다는 것 같아요. 하는 방법은 간단한데, 서 있는 상태로 두 손을 위로 들고 ‘마시로사마, 마시로사마, 이리 오세요’라고 외친 다음에 그 자리에서 세 번 점프해요. 그게 다예요. 그렇게 하면 마시로사마한테 계시를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였어요."

"남자 친구가 ‘나 해볼래!’라며 비틀비틀 나서더니 ‘마시로사마, 마시로사마, 이리 오세요’ 하고 크게 외치고는 폴짝 뛰었어요. 그 모습이 우스꽝스러워서 모두 깔깔 웃었죠. 하도 웃으니까, 걔도 우쭐해져서 ‘한 번 더 할 테니까 내 폰으로 찍어줘! SNS에 올릴 거야’라며 제게 스마트폰을 건넸어요. 찍고 나서 스마트폰을 돌려주니까 신나서 SNS에 동영상을 올리더라고요."

"동영상 올린 지 5초도 안 됐는데 벌써 ‘좋아요’가 찍혔어. 게다가 모르는 계정이야."

그 계정은 게시물 0개, 팔로워는 0명, 팔로잉은 A씨의 남자 친구뿐이었다.
A씨는 어쩐지 으스스했지만, 남자 친구는 딱히 신경 쓰이지 않는 눈치였다.
당연하게도 마시로사마의 어떤 계시도 나타나지 않아서, 화제는 다른 방향으로 옮겨갔고 한바탕 흥이 오른 뒤 그날의 술자리는 마무리됐다.

계정이 ‘좋아요’를 찍는 것은 특정 사진이나 동영상도 아니었다. 남자 친구가 올리는 것이라면 뭐든지 바로 ‘좋아요’를 눌렀다.
그런 일이 계속되자 A씨 남자 친구가 의심스러워지기 시작했다.

한 달쯤 지나자 의심은 더욱 깊어졌다.
"어쩐지 서먹서먹해지더라고요. 저랑 함께 있어도 즐거워 보이지도 않고, 오히려 건성이랄까. 혹시 나도 모르게 맘 상하게 한 게 있나 물어봐도 그렇지 않다고만 하고. 이미 제게서 마음이 떠났나 싶어서 슬펐어요."
어느 날 밤, A씨는 남자 친구의 집에 자러 갔다.

"걔가 계속 사과를 하고 있었어요. ‘미안해요’, ‘그건 못 합니다’, ‘용서해 주세요’ 하면서요. 터무니없는 여자한테 잡혀서 저와 헤어지란 말을 듣고 있구나 싶었죠."

A씨는 침대로 돌아왔지만 남자 친구는 아침까지 화장실에서 나오지 않았다. 아침에 A씨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남자 친구의 집을 나섰다.

그러고 나서 일주일 후 또 남자 친구의 집에 자러 간 A씨.
"이젠 뭐 오기였죠. 반드시 증거를 잡고야 말겠단 생각이었어요."
바람기의 실마리를 얻기 위해 A씨가 선택한 것은 남자 친구의 스마트폰이었다. 예전에 데이트했을 때, 남자 친구가 A씨 앞을 걸으면서 스마트폰의 잠금 화면을 해제한 적이 있었다. 볼 생각은 없었지만, 우연히 보인 그 비밀번호를 A씨는 기억했다.

화면에는 그가 보낸 일방적인 메시지만 대량으로 나열되어 있었다.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상대방이 보낸 답장은 전혀 없는데, 남자 친구는 계속 「미안해요」라는 메시지를 보냈어요. 너무 많아서 다 보지도 못했지만, 최근 몇 주 동안 계속 보낸 듯했어요. 하루에 몇십 통씩 보냈나 봐요."
예삿일이 아니라고 생각한 A씨는 바람 핀 증거를 운운하기 전에 남자 친구에게 이유를 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다시 거실로 돌아온 남자 친구의 손에는 가위가 있었다.
그때 A씨는 처음으로 남자 친구의 표정을 똑똑히 보았다.
만면에 웃음을 띤 채 그는 울고 있었다. 웃는 표정을 억지로 붙여놓은 듯한 얼굴에서 눈물이 흘러내리는 모습을 A씨는 몽롱한 의식 속에서 지켜보았다.
남자 친구는 저항 없는 A씨에게 다가와 긴 머리카락을 손으로 들어 올리더니 가위로 싹둑 잘라냈다.

"환청을 들은 게 아니라면 머리카락을 자르면서 ‘이걸로 일단 괜찮으니까’, ‘인형을 너로 할 테니까’ 같은, 도무지 무슨 소린지 모를 말을 계속 중얼거렸어요."
A씨의 머리카락 다발을 들고 남자 친구는 침대 곁으로 가서 봉제 인형을 손에 쥐었다.
토끼 캐릭터 모양의 그 인형은 예전에 A씨와 남자 친구가 데이트할 때 들른 게임 센터의 인형 뽑기 기계에서 뽑은 추억의 물건이었다.

남자 친구는 그 인형에 머리카락을 둘둘 감았다.
그 후 머리카락이 감긴 인형을 손에 쥔 채, 쓰러져 있는 A씨 곁을 지나 현관문을 열고 나가버렸다.

"다 함께 술을 마셨던 그날부터 그는 무엇과 바람을 피웠던 걸까요. 도대체 무엇한테 사과했던 걸까요."

일단 산으로 꾀는 것은 여성에게 집착하고 있다. 「수련회 집단 히스테리 사건의 진상」이나 「신종 UMA 화이트맨 발견!」에서 알 수 있듯이 산으로 꾀는 것의 본체는 끝내 산에서 나오지 않고, 어떤 영향을 받은 남성을 이용해 여성을 산으로 끌어들인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끌어들이는 남성들이 살아 있는지, 이미 죽었는지는 알 수 없다.
전부터 희미하게 느끼고는 있지만, 여성을 유인하는 목적은 ‘신부’로 삼으려는 데 있는 게 아닐까.

다만 SNS에서 강령술을 해버린 남성이 걸려든 「바람기」 에피소드에도 있듯이 인형을 대역으로 바침으로써 신부가 되는 위험을 모면할 수 있는 것 같다. 신사 사당에도 다수의 인형이 방치돼 있었고, 댐 지하 시설의 로커에도 프랑스 인형이 놓여 있었다. 그 인형들도 대역 때문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신종 UMA 화이트맨 발견!」이나 「기다리고 있다」처럼 대역이 없어도 살아 있는 예외도 있는 것 같지만, 그것도 그저 운 좋게, 일시적으로 살아남았던 건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그녀들이 지금도 살아 있다는 보증이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이 빨간 여자는 어떤 사상에 근거하여 남자아이와 관련된 무언가를 퍼뜨리려고 했다. 또는 남자아이의 존재, 의식 자체를 퍼뜨리려 했다.
"하지만… 연결될 것 같으면서도 연결되지 않아. 산으로 꾀는 것과 빨간 여자."

「온라인 의사 상담 서비스 게시글」에는 상담자의 아들이 휴양소의 폐허에 갔다는 내용이 있다. 이것은 「수련회 집단 히스테리 사건의 진상」에 나온, 산의 서쪽에 있는 건물이 아닐까. 장소가 확실하게 적혀 있지는 않지만, 그 폐허는 지금도 심령 스폿으로 유명하다. 그것 말고는 그 근방에 달리 큰 폐건물이 없다.
게다가 단편 「바람기」에 나오는 ‘마시로사마’를 불러내는 의식, 이때의 움직임이 빨간 여자를 연상시킨다.
빨간 여자와 남자아이가 살았을 부적집은 저주 스티커와도 관계가 있어 보인다. 지금은 거의 다 떼어냈지만, 스레드에서는 ‘了’라고 적힌 스티커의 존재가 넌지시 비쳤다.

자꾸만 생각이 곁길로 새는 것을 인정하며 건물을 바라보다 문득 그것을 알아차렸다. 정면의 건물, 무수한 창에 드문드문 밝혀진 불빛. 그 하나에 작은 그림자가 보였다. 마치 아이가 서 있는 듯한 작은 그림자가. 무심코 눈을 부릅떴다. 하지만 다음 순간에는 그저 잘못 본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 안도한다. 창가에 놓인 비품을 사람의 그림자라고 잘못 보았을 뿐이었다. 나는 지쳐 있는 걸까.
"무슨 일이야? 갑자기 말도 없이."
스마트폰 너머로 세노가 목소리가 들렸다.
"아냐, 딱히."
"뭐야. 유령이라도 봤나 했네."
농담인지 진심인지 알 수 없는 목소리가 그렇게 말했다.

1991년경 설립된 신흥 종교로 ‘스피리추얼 스페이스’라고 불리는 그 교단은 일반적인 종교 단체와 달리 교조가 없다.
또 불교 계통이나 신토 계통, 혹은 기독교 계통과도 달라서 특정한 신불을 숭배하지도 않는다. 그녀들이 숭배하는 것은 ‘우주’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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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 중에 UMA를 본 사람이 있습니다"라는 본지 작가의 입소문이 발단이 되어 편집부는 UMA(미확인 생물)의 목격자인 H씨와 접촉하기로 했다. - P-1

듣자니 H씨는 돗토리현에 거주하며 대기업에 근무 중인 35세 직장인이었다. 적어도 우주와의 연결 고리는 없어 보였다.
그러한 그가 6년 전 가족과 함께 캠핑을 갔다가 UMA를 목격했다고 한다. - P-1

UMA란 Unidentified Mysterious Animal의 약어로, 쉽게 말해서 미확인 생물이란 뜻이다. 이름대로 실제로 존재하는지 증명되지 않은 생물을 가리키는 총칭이다.
영어로 쓰여 있어 외국에서 유래된 명칭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이 명칭은 일본에서 만들어진 일본식 영어다. 모두 다 아는 UFO가 Unidentified Flying Object(미확인 비행 물체)의 약칭이라는 점에서 힌트를 얻어 1976년 일본의 모 유명 SF 전문지가 명명한 것이 시초다. 덧붙여 영어로는 크립티드(Cryptid)라고 부른다. - P-1

일본에서 미확인 생물이 UMA냐 요괴냐 하는 논쟁은 히로스에 료코가 배우냐 아이돌이냐 하는 논쟁만큼이나 무의미하다.
갓파가 자신을 UMA로 부르건 요괴로 부르건 신경 쓸 리 없지 않은가? 우리 같은 매스컴이 어떻게 소개하느냐에 따라 자연스럽게 정의가 내려질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매스컴이란 어지간히 죄가 깊은 장사꾼이다. - P-1

여자의 감은 UMA에도 작용하는 모양이다. 처음 이변을 알아차린 것은 Y씨였다. 갑자기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또 자꾸만 먼 곳이 신경이 쓰였다. H씨가 이유를 묻자 멀리서 어떤 시선이 느껴진다면서 댐을 사이에 둔 맞은편 산을 가리켰다. - P-1

이어서 틀어놓았던 라디오가 이상해졌다. 전파는 잡히지만, 때때로 남자 목소리 같은 소리가 방송에 섞여 들려왔다.
H씨 귀에는 신음처럼 들렸다. 하지만 M군은 "어—이—"로 들린다고 했다. 그렇게 말하니 또 그렇게 들리는 것도 같았다. 알아듣기는 어려웠지만, 소리는 확실히 들렸다. - P-1

1975년 야마나시현 고후시에서 초등학생 2명이 UFO와 외계인으로 추정되는 탑승자를 목격했다고 알려진 사건. 두 아동뿐 아니라 그들의 가족, 현장 부근에 있던 다른 사람들의 목격 증언과, 7년 후 같은 장소에서 또 다른 목격 증언도 더해져 일본에서는 UFO와 관련해 신빙성을 따질 때 거론하는 유명한 사례다. - P-1

저녁이 되어 돌아갈 준비를 마치고 다 함께 텐트를 차에 옮겨 실었을 때, H씨는 야영장 근처에 전망대 안내판이 있었던 것을 떠올렸다. 마지막으로 전망 좋은 장소에서 기념 촬영을 하려고 가족 모두 그 전망대로 가기로 했다. - P-1

손가락이 가리키는 끝에는 댐을 사이에 두고 맞은편 산이 있었다. 거리로 치면 500미터쯤 떨어진 그 산의 중턱, 나무들 틈에서 하얀 것이 보였다고 한다. 펄럭펄럭 움직이는 그것은 흰 천이 나무에 걸리며 바람에 나부끼는 것처럼 보였다. - P-1

그것은 매우 커다란 손이었다. 나무들 틈새로 그 손의 주인으로 추정되는 희고 커다란 몸도 보였다. 벌거숭이 같았다. 아마 크기가 몇 미터쯤 되어 보였다.
손은 그리 오라고 하듯 이쪽을 향해 천천히 움직였다.
쌍안경에서 눈을 떼자 Y씨와 M군이 걱정스럽게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순간 H씨는 깨달았다. 지금까지 시끄럽게 들려오던 벌레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 P-1

한참 있다가 정신을 차린 H씨가 쌍안경에서 눈을 떼었을 때, Y씨와 M군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당황해서 전망대 계단을 뛰어 내려왔더니 두 사람은 손을 붙잡고 주차장과는 반대 방향으로 비틀비틀 걷고 있었다.
Y씨에게 어디로 가느냐고 물어도 웃으면서 "가요"라며 잠꼬대하듯 반복할 뿐이었다.
H씨는 억지로 두 사람을 차에 태우고 그곳을 떠났다. 차에 타고 얼마 후 두 사람은 정신을 차린 모양이지만, 전망대에서 있었던 일은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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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편으로 다른 생각도 들었다. 이번 특집에 한해서는 꼭 그렇게 단언할 수는 없다고. 기묘하게 연동하는 각각의 이야기. 그모든 것이 정확하지 않다고 해도 근저에 무언가 큰 존재가 느껴졌다. 이런 생각이야말로 괴담에서 발견하는 낭만이란 걸까.

"기사 읽고 나서 나도 찾아봤거든. 동네 산책하는 김에 찾아다닌 정도지만. 그런데 적어도 내 생활 반경에서는 찾을 수가 없었어.
그 대신 인터넷에는 잔뜩 있더라고."
"그건 나도 알아."
시험 삼아 이미지 검색으로 저주 스티커와 똑같은 걸 올려놓은 페이지가 있으려나 싶어 찾아봤더니 많이 나왔다.

회원도 대부분 E씨와 마찬가지로 동아리 활동에 몰두하는대학생이었는데, 그들과 꿈을 이야기하는 것이 E씨에게는 최고의 시간이었다.

"몇 년에 걸쳐서 다양한 수단으로 같은 것을 퍼뜨리고 있다니, 살아 있는 인간의 소행이라고 해도 으스스하군."

"사실은 우리, 어떤 동아리에 속해 있는데요. 아무나 들어올 수는 없는 곳이지만, E씨는 워낙 친절해서 꼭 회원으로 모시고 싶네요."
순박한 E씨는 불행하게도 그것이 다단계 판매 단체의 전형적인 꼬드김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런 그들의 감언이설에 귀를 기울이고 말았다. 도쿄를 향한 막연한 동경심을 품고 상경한 E씨의 마음속 틈새로 그들의 속삭임은쉽게 스며들었다.

E씨를 보는 눈은 하나같이 텅 빈 듯 공허하여 아무런 감정도 읽어낼 수 없었다.
공포에 질린 E씨는 파티장을 뛰쳐나와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 날, 스마트폰에 E씨를 파티에 초대했던 간부가 보낸 메시지가 도착했다.
「어제는 고마웠습니다. 무척 즐거운 만남이었습니다. E군에게도 좋은 경험이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어느 날 밤, E씨가 쉬이 잠들지 못해 침대에서 몇 번이나 뒤척이고 있는데 현관 쪽에서 달카닥, 하는 작은 소리가 났다. 현관 쪽을보니 우편물 투입구가 방 안쪽으로 열려 있었다.
눈이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빛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그 눈을 보고 E씨는 파티장에서 자신을 쳐다보던 눈을 떠올렸다.
E씨의 모습을 인지했을 그 눈은 움직이지도 않고 가만히 안을 들여다보았다.

"뭐, 설령 우연이었다고 해도 ‘그런 일‘이라고 하면 그만이야. 그렇게 하면 틀림없이 독자도 기뻐하겠지. 그게 어리석은 일일망정소문이 소문을 불러서 언젠가는 진짜가 되니까."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벽에 투영된 것은 기묘한 그림이었다.
E씨의 말을 빌리자면, ‘도리이와 이상한 사람 같은 것‘이 그려진 그림이다.
우아, 하는 환성이 터지고, 잠깐의 정적이 지나간 후 프로젝터 빛 속에서 참석자끼리 봇물 터지듯 저마다 말하기 시작했다.

당황한 E씨를 아랑곳하지 않고, 다른 참석자들은 자기들끼리 . 엉망진창으로 때려박은 단어를 내뱉으며 마치 서로 내용을 이해하는 것처럼 즐겁게 대화 비슷한 행위를 계속했다.

나는 바닥 모를 늪에 발을 들이민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어디까지 가라앉을까. 무릎일까, 허리일까, 그게아니면 목일까. 더 이상 얽혀서는 안 된다. 본능이 그렇게 경고했다. 하지만 세노는 이 건을 끝까지 좇을 심산 같았다. 그래서 나도마지막까지 그녀와 어울려 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 앞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든.

그나저나 왜 그런 옛날이야기를 다시 취재하십니까? 제 졸업 연구 이야기도 잡지에는 실리지 않았다고 들었는데요.
아뇨, 아닙니다. 화 안 났어요. 그때는 가가와 씨가 액막이할 수 있는 분을 소개해 주셔서 간신히 목숨을 건졌으니까요.

그때는 저도 필사적이었습니다. 무섭다는 생각도 많이 했고요. 그래서 가가와 씨가 액막이할 수 있는 분을 소개해 줄 수 있다고 했을 땐 진짜 죽다 살아난 기분이었습니다. 그래도 뭐, 당연한 일이겠지만 가가와 씨가 보기에 저는 많은 취재 대상 중 하나인 모양이었습니다.
그 이야기가 정말이냐, 주목받고 싶어서 거짓말을 한 게 아니냐, 이대로면 이야기가 재미없으니까 이 부분을 이런 식으로 과장해서 써도 되냐 등등, 이런저런 말을 들었죠. 어쩐지 제게 일어난 무서운 일을 엔터테인먼트로 보는 것 같아서 당시에는 기분이 좋지않았습니다.

저는 필사적으로 그때까지의 경위를 설명했습니다. 졸업 연구를 계기로 이상한 여자가 내 방에 들어와 버렸다는 이야기도 했고요.
앞으로 취직 때문에 이사를 해야 하는데 그 여자가 이사할 집에는 절대로 따라오지 못하도록 해달라고도 했죠.
그런데 스님이 말하기를 여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적어도 더는 제게 씌지 않았을 거라고요.
다만 아마도 그 여자가 더 성가신 걸 불러들이고 말았으니까 이대로면 목숨이 위험해질지도 모른다고 하더군요.

"살아 있는 걸 기르세요. 하지만 그게 좋은 방법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 후 어떻게 할지는 댁이 정하세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돌아오는 길에 펫숍에 들렀습니다.

초보자에게 권할 만한 게 없냐고 점원에게 물으니 점원이 송사리를 권했습니다.
그리고 점원은 함께 키우라며 새우도 권했습니다. 아세요? 새뱅이라는 민물새우는 송사리와 함께 키우면 송사리가 먹고 남긴 걸먹어서 수질을 정화해 주니까 공생 상대로 좋다고 합니다.

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스님의 당부를 지켰으니, 송사리랑 새우가 저를 나쁜 혼령에게서 지켜주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제 눈에 이상한 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남자애 같은 거?
길거리를 지나다 보면 멀찍이 떨어져서 멍하니 서 있더군요. 하지만 그게 산 사람이 아니란 건 알겠더라고요. 반소매에 반바지를입은, 어디에나 있을 법한 초등학생 또래의 남자애였는데, 글쎄요, 아무도 그 남자애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했죠. 존재를 의식하지 않는달까. 제 눈에만 보였습니다.

졸업 연구를 하며 들은, 영감이 있는 사람이 말했던 ‘눈치채지 못한 척하는 게 제일 낫다‘라는 걸 실천한 거죠.

한 달 후, 이번에는 송사리가 한 마리 죽었습니다.
깊은 밤,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나서 변기 앞에 서니, 변기 안에 떠 있는 송사리 한 마리가 보였습니다.

저는 정신없이 집으로 도망쳤습니다.
동네 편의점 가는 길이라고 문을 잠그지 않고 나온 게 천운이었죠.
몸으로 밀어붙이듯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뒷손으로 문을 잠갔습니다.
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미친 듯이 문을 두드리기 시작하더군요.

자세히 보니 자그마한 새우 한 마리의 유해였습니다.
아니, 유해라고 해도 되나. 제가 밟아서 죽은 건지 애초에 죽어 있었는지 모르겠네요.

그다음에는 잉꼬를 키웠습니다.
3년 가까이 살았지만, 창문에 제 몸을 세차게 부딪치더니 날개뼈가 부러져 죽었습니다.
그 후 결혼해서 오래된 단독주택을 사들였습니다.
작년에 6년 동안 키우던 고양이가 갑자기 피를 토하며 죽었습니다.
아내는 무척 슬퍼했죠.

방의 수조에는 송사리도 새우도 씩씩하게 헤엄치고 있었습니다.
그 후 저는 무리해서 이사를 했습니다.
물론 반려동물을 키우기 위해서였죠.
햄스터를 키웠습니다.
햄스터는 1년 후 동면에 들어간 것을 마지막으로 다시는 눈을 뜨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개를 키우고 있습니다. 골든리트리버 강아지예요.
남자애요? 예, 지금도 보입니다. 거기 창에서 보이는 큰길 맞은편에요. 이쪽을 보고 있네요. 안 보이세요? 그렇군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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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사이에 인터넷을 중심으로 화제가 된 ‘불가사의한 스티커‘의 존재를 아시는지. 예전부터 본지 독자들에게 조사 의뢰를숱하게 받아온 본 건에 대하여 이번에 편집부가 본격적으로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편집부의 현장 조사에 따르면 적어도 도내에서 여러 차례 그 존재가 확인되었다. 붙여진 장소는 전봇대와 건물 벽면이 가장 많았다. 그밖에 거리의 우편함 바닥 면, 폐가의 창 등, 눈에 띄게 할 목적으로는 보이지 않는 장소에도 많이 붙어 있었다.

"딴 이야기긴 한데, 내가 보낸 다른 기사, 제대로 읽었어?"
그녀가 말한 다른 기사란 늙은 모친이 이사한 아파트에서 자살을 목격하는 단편 「기다리고 있다」와 「불가사의한 스티커, 그 정체에다가서다!」, 그리고 인터넷 게시판에서 찾아냈다는 바이커의 블로그에 대한 괴담을 가리키는 것일 테다. 내가 가가와를 인터뷰한음성을 그녀에게 보낸 다음 날, 그녀는 그 글들을 내게 보내왔다.

"확실히 흥미로운 이야기였어. 당신이 보내준 여자 유령에 얽힌 몇 가지 기사와도 통하는 게 있고. 하지만 이번 특집에 이걸 집어넣는 건 좀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아."

"왜라니, 게재 전 원고 쪽이 디테일을 알기 쉬우니까 그런 거 아냐?"
"그래, 디테일. 그 기사는 체험자를 취재해서 내가 적은 거야. 윤문 지시를 내린 건 당신이고."
"뭐?"

"한마디로 산만해질 것 같아. 특집의 의도가 흔들린다고 해야 하나."
그녀는 가만히 나를 바라보았다. 변함없이 생각이 읽히지 않는 얼굴로. 나는 계속했다.

"원래 특집 기획안은 ▶의 ‘산‘이 발단이 된 괴담이지. 그런데 이 여자 유령은 아냐. 산과는 관계없고, 굳이 말하자면 도시전설적인 색채가 강해."
"하긴 그러네."

"신사와 아파트 단지를 직선으로 연결했을 때, 가장 거리가 가까운 곳이 5동이야. 그리고 5동의 거실 창은 산을 면하고 있지. 뛰어내리는 사람이 우연히 거길 골랐던 게 아니라면 신사에 가까운 동 중에서도 가장 신사에 가까운 면, 그러니까 옥상에 올라서서 신사 방향으로 뛰어내렸다는 말이야."

"동쪽에서는 아파트에서 투신자살이 자주 발생하고, 서쪽에서는 댐으로 뛰어내리는 사람이 많지. 이게 다 우연일까."

우리는 그것들을 대략이나마 구분하기 위해 괴이를 ‘산으로 꾀는 것‘, ‘빨간 여자‘, ‘저주 스티커‘라고 명명했다.

"근방의 향토사 사료를 조사하거나 역사에 밝은 사람에게 이야기를 듣지 않고서야 신사에 관해서는 더 이상 조사하기 어려울 것같군. 게다가 이야기에 나오는 건 본전이 아니라 사당이야. 상세한 유래가 지금까지 남아 있다고 기대하기도 어려울 것 같다. 인터넷으로 조사한 바로는 그 폐신사의 이름조차 나와 있지 않아."

그녀는 역시 빨간 여자와 산은 관계가 있다고 말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행방불명이 된 소녀가 괴담이 돼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듯, 그녀 역시 산으로 유인당해서 귀신이 돼버린 사람의 하나일까. 그렇지 않으면....

"모친은 창을 통해 그 산을 보고 있었다...."
"그래. 그리고 거기에 있는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게 아닐까."
"하지만 뭘?"

산을 중심으로 괴이 현상이 퍼지고 있다는 추측에 오류는 없어 보였지만 아무래도 그 종류가 한 가지는 아닌 것 같았다.

다만 이 빨간 여자에 대해서는 산으로 꾀는 것 이상으로 많은 수수께끼가 있다. 정체도 동기도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다. 왜 점프를하는 걸까.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 걸까. 행동 원리를 전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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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사이에 인터넷을 중심으로 화제가 된 ‘불가사의한 스티커‘의 존재를 아시는지. 예전부터 본지 독자들에게 조사 의뢰를 숱하게 받아온 본 건에 대하여 이번에 편집부가 본격적으로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그런데 감시 카메라를 설치한 그날, 주간 근무나 야간 근무나 담당자는 모니터 룸에서 새로 설치된 것까지 포함해 건물 감시 카메라를 다 확인했답니다. 이상은 없었던 모양이에요. 그런데 다음 날, 동료가 야간 근무와 교대로 출근했더니 큰 소동이 벌어져 있었다더군요.
건물 2층 창에 스티커가 덩그러니 붙어 있었다는 겁니다.

지금 생각해도 이상한 사건이었습니다. 일가족 네 명이 모두 행방불명이라니, 편집부에서도 화제였죠. 경찰도 사건성을 고려해서였는지 정보를 좀처럼 공개하지 않아서 취재에 애를 먹었습니다. 크게 화제가 된 터라 어느 신문사에서건 필사적으로 기삿거리를 찾아다녔습니다.

편집부의 현장 조사에 따르면 적어도 도내에서 여러 차례 그 존재가 확인되었다. 붙여진 장소는 전봇대와 건물 벽면이 가장 많았다. 그밖에 거리의 우편함 바닥 면, 폐가의 창 등, 눈에 띄게 할 목적으로는 보이지 않는 장소에도 많이 붙어 있었다.

그래도 이상한 것은 아무도 스티커를 붙이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는 겁니다. 깨닫고 보면 이미 붙어 있어요.
일단 저희도 일이니까 지시가 내려진 이상 평소보다 더 꼼꼼하게 순찰했는데도요. 순찰 경로에 일부러 건물 주위를 한 바퀴 도는 것까지 추가했죠. 그런데도 매일 누군가가 스티커를 계속 붙였습니다.

"제가 아는 것 중에 유사한 부적은 없습니다. 도리이가 그려진 이상, 절이 아니라 신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일반적으로 부적은 그림으로만 구성되는 것은 거의 없고, 신앙 대상이 되는 신의 이름이나 신사의 이름, 또는 경전이 문자로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스티커는 그게 네 모서리에 쓰인 ‘‘라는 문자뿐입니다.
또 이 사람 같은 그림도 비슷한 건 본 적이 없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뿔 대사 그림에 가까워 보입니다만, 그린 사람이 달라짐으로써 뿔 대사의 디테일이 변화한 것이라기보다 애초에 다른 것을 그린 것처럼 보이네요. 초보자가 어떤 목적으로 부적 같은 걸 만들었다고 보는 게 자연스럽지 않나 생각합니다."

스티커와 흡사한 그림을 보내왔는데, 함께 적혀 있는 문장이 약간 이상했거든요. 옛날 일이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이런 내용이었어요.
"찾아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에게 널리 퍼뜨려 주시면 멋진 친구가 생깁니다. 귀여운 아입니다."

최근에 그 스티커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어쩌면...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뭐, 그 일가족이 그린 그림을 실제로는 본 적이 없어서 뭐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요.

정사각형 종이 다발이 네 개 놓여 있었다고 합니다. 한 다발이 10센티미터 정도 높이였다고 하네요. 장수로 치면 몇백 장 되지 않으려나. 그 곁에는 펜도 네 자루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그 많은 종이에는 모두 똑같은 그림 같은 게 그려져 있었다고 합니다. 도리이 안에 사람이 있는 듯한 그림이요.

"그 사건은 아무래도 좀 거북해. 되도록 엮이고 싶지 않아."
그때는 이거 특종 냄새가 나는구나, 생각했습니다. 뭐 결국 헛수고에 그쳤지만 말입니다.

기분 나쁘죠. 모두 장난으로 서로 보내곤 했지만, 반에 영감이 있다는 애 하나가 이건 진짜 위험하다고, 바로 삭제하는 게 낫다고 해서 수신함에서 지워버렸어요.

그러다가 어떤 스티커가 거리 곳곳에 붙어 있다는 걸 깨달았답니다.
처음에는 또 있구나, 하는 정도였다는데, 그러다 보니 점점 찾아내는 게 재밌어졌다고 해요. 제법 찾기 어려운 데 붙어 있는 것도 있어서 보물찾기하는 기분이었다나요. 찾아내면 오늘은 행운, 그런 느낌으로 스티커를 찾으면서 외근을 돌았다고 해요.

그는 마음속으로 R씨에게 말을 걸면서 거울을 열어보았다고 해요그런데 거울에는 그 스티커가 붙어 있었대요. 삼면경의 모든 면에 빼곡하게.

그냥,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은 취미 생활도 열심히 하는구나 싶어서 적당히 흘려 넘겼네요. 지금 생각하면 그때부터 사람이 이상해졌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러고 나서 얼마 후 R씨가 세상을 떠나고 말았죠.
자살이었다고 들었어요.

게다가 스티커 틈새로 살짝 엿보이는 거울에 자기 얼굴이 비쳤을 때 처음으로 자기가 웃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했어요.
그 이야기를 들려주고 얼마 후, 남편분은 이사를 가버렸어요. 야반도주하듯 가재도구도 고스란히 남기고 어딘가로 가버린 모양이에요.

휴일에 느닷없이●에 다녀올게요"라며 혼자 나갔다나 봐요. 그러고는 댐에서 뛰어내렸다는데......
장례식에도 참석했는데, 남편분이 부쩍 초췌해져서 보고 있기가 힘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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