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것 모두 꽃, 생각하는 것 모두 달

소나무에 대해선 소나무에게 배우고,
대나무에 대해선 대나무에게 배우라.
그대 자신이 미리 가지고 있던 주관적인 생각을 벗어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생각을 대상에 강요하게 되고 배우지 않게 된다
대상과 하나가 될 때 시는 저절로 흘러나온다.
그 대상을 깊이 들여다보고, 그 안에 감추어져희미하게 빛나고 있는 것을 발견할 때 그 일이 일어난다.
아무리 멋진 단어들로 시를 꾸민다 해도그대의 느낌이 자연스럽지 않고대상과 그대 자신이 분리되어 있다면,
그때 그대의 시는 진정한 시가 아니라단지 주관적인 위조품에 지나지 않는다.
- 마쓰오 바쇼..

마쓰오 바쇼 연보
1644년 일본 이가 현 우에노에서 하급 무사의 아들로 태어남.
1656년(13세) 부친 사망. 지역 사무라이 대장의 집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대장의 아들 도도 요시타다를 섬김.
1662년(19세) 최초의 하이쿠 지음.
1666년(23세) 요시타다가 25세로 요절하자 고향을 떠나 교토로 감.
1672년(29세) 자신이 엮은 첫 하이쿠 시집을 고향의 신사에 바치고 하이쿠 시인으로서의 결의를 다짐.
1674년(31세) 교토의 하이쿠 지도자 기타무라 기긴으로부터 하이쿠시작법이 적힌 책을 전수받음. 이것을 계기로 하이쿠 지도자가 되려는꿈을 품고 에도로 감.
1676년(33세) 에도에서 만난 하이쿠 벗 소도와 함께 하이쿠 시집 출간.
1678년(35세) 직업적인 하이쿠 지도자로 명성을 쌓음에도와 교토의하이쿠 시인들과 교류하며 ‘도세이‘라는 이름으로 활발한 작품 활동,
1680년(37세) 문하생 21명이 참가한 하이쿠 문집 발간, 이를 통해 기카쿠, 란세스, 산푸 등 뛰어난 시인들을 문하생으로 둔 하이쿠 지도자로서의 위치를 세상에 알리고, 스스로도 뛰어난 하이쿠 시인으로 인정받는 계기가 됨.겨울에 갑자기 에도에서의 삶을 청산하고 에도 변두리 후카가와 마을의 오두막으로 은거해 들어감. 이 오두막에서 한동안 침체기를 겪음.
1681년(38세) 문하생 리카李下가 파초를 선물해  오두막 앞에 심음. 이를 계기로 오두막이 파초암 (바쇼안)으로 불리게 되고, 이듬해 문집부터 자신의 호를 ‘도세이‘에서 ‘바쇼(파초)‘로 바꿈.
1682년(39세) 에도에 발생한 화재가 번져 새해를 이틀 앞두고 파초암이 불탐, 에도 부근의 가이 지방으로 몇 달 동안 피신.
1683년(40세) 에도로 돌아옴. 문하생 기카쿠가 편집한 하이쿠 선집에발문을 씀, 고향에서 어머니 사망. 겨울에 문하생들이 기금을 모아 파초암 다시 세움.
1684년(41세) 은둔 생활을 접고 최초의 여행 『노자라시 기행을 떠남, 나고야에서 문하생들과 함께 하이쿠  문집 출간 고향에서 새해를 맞이함.
1685년(42세) 교토에 머물다가 여름에 에도의 파초암으로 돌아옴.
1686년(43세) 봄에 파초암에서 문하생들과 함께 개구리를 소재로 한하이쿠 모임(가와즈 아와세) 개최.
1687년(44세) 문하생 소라, 소하와 함께 『가시마 참배 여행 떠남. 초겨울에 『오이노코부미, 여행 출발, 고향에서 새해를 맞이한1688년(45세) 이세신궁 참배. 봄에 문하생 도코쿠와 함께 요시도, 나라, 오사카 등지를  여행하고 초여름 교토에 도착. 가을에 문하생 에쓰진과 함께 달구경하러 『사라시나 기행』 떠남, 늦가을에  에도로 돌아옴1689년(46세) 봄에 문하생 소라와 함께 150일 동안의 『오쿠노호소미치』 여행 떠남,
1690년(47세) 교토 지역의 친구들과 문하생들 방문.  여름 몇 달을 비와코 호수 부근의 환주암(겐주안)에  은거함. 가을에 환주암을 나와 두달 동안 교토 지역 전전1691년(48세) 문하생 교라이의 별장 락시사  (라쿠시샤)에 머물며 『사가일기』를 씀, 기추지 절의 무명암(무메이안)에 머물다가 겨울 무렵 에도에 돌아옴
1692년(49세) 허물고 다시 지은 세 번째 파초암으로 들어감.
1693년(50세) 오두막 문을 닫아걸고 한동안 방문객 사절.
1694년(51세) 여름에 마지막 여행을 떠남, 나고야를 거쳐 고향에 갔다가 교토의 락시사에 머, 다시 여행을 떠나 나라를 거쳐 오사카로 향함, 오한과 두통으로 쓰러져 늦가을 오사카에서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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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4-01 14: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너무 옛날이라 가물한대. 뭐 빗을 던졌더니 반달이 되었다? 였나 하던 하이쿠가 생각납니다. 아이가 보더니 뻥튀기 던지면 보름달 되냐고 ㅎㅎㅎ 그땐 귀여웠는데말이지요 ㅠㅠ

대장정 2022-04-01 18:03   좋아요 1 | URL
ㅎㅎ 재밌네요. 아이구 아이가 한 하이쿠 합니다 😂 ~~☆☆
 

문구류는 쓸모가 있는 물건이며,
쓸모가 있는 물건은 사람들이계속 갖고 있게 된다. - P184

나를 포함하여 일부 사람들에게 새 문구를 사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문구점에 가면 사방이 가능성으로 가득하다. 그것은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는 방식이다. - P185

그리고 척도의 양 극단에 위치한 사람들이 있다. 문구류를 절대 사지 않는 사람과 눈에 보이기만하면 펜과 종이를 긁어모으는 사람들 말이다. 문구류 분야의 프리거니즘 freeganism 이다.

*프리거니즘: 환경 보호를 우선으로 하여 버려진  음식과 채소 등으로 연명하면서 물질주의와 세계화에 반대하는 운동을 펴는 사람들. - P185

작년에 이케아 영국 고객들은 1231만 7184자루의 연필을 사용했다. - P189

휴가를 떠난 사람들은 기념품을, 자신들이 누린 재미를 상기시켜줄 뭔가를 사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쓸모없는 것은 사기 꺼려한다. 싸구려 플라스틱 조각상이나장식 접시 같은 것은 쓸모가 없다. 그냥 뭔가를 사기 위해 사는 것은 싫다. 그러나 펜은 완벽하다. 펜은 집에서도, 사무실에서도 쓰이니까. 그리고 그 펜을 사용할 때마다당신이 다녀왔던 근사한 휴가지가 떠오를 것이다. - P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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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oose the wrong one.
① It is necessary for him to do the work,
② It is sure for him to pass the exam.
③ It is important for him to win the game.
④ It is essential for him to obey the rule.
5 It is natural for him to go there,
길라잡이. 정답. 2
해설 가주어(It) - 진주어(to-부정사) 구문으로  구성하면서 부정사의 의미상 주어를 of가 아닌 for로 나타내는 형용사의 종류에 관한 문제이다. 이성적 · 감정적 판단의 형용사(necessary, important, essential,  natural)는 이러한 구문 구성이 가능하다. 물론 이러한 형용사들은 가주어(It) - 진주어(that - 절)의 문장  구성도 허용된다. 다만, sure는 확실성을 표현하는 형용사여서 이러한 형식으로 문장을 구성할 수 없다.
- P289

정오판단 및 수정 유형
1. I object to be treated like this before my friend.(‘05 경북 교육행정)
2. He objected to treating like that.(‘95 행자부 9급)
3. He objected to being punished.(‘88 행자부 7급)
4. She objected to go there.(‘90 사법시험)
5. Most Koreans object me calling them by their  first name.(‘89 사법시험)
6. They objected to changing their plans at this 
late date.(‘02 변리사)
7. Why do you object to follow the direction?
(‘79 외무고시)
8. He objected to be addressed without a "Mr." before his name.(‘90 입법고시)

길라잡이=정답 
1. (x) [be → being],2. (x) [treating ⇒ being treated]
3. (0), 4. (x) [go ⇒ going]
5. (x) [me ⇒ to my], 6. (0)
7. (x) follow > following, 8. (x) [be > being]

[해설]
 object to 표현에서 to는 방향을 의미하는 전치사이고 따라서 그 목적어로 동명사가 와야 하는데, 이는 너무나 자주 출제됨을 알 수 있다.
어구, address : 말을 걸다(speak to) - P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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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장을 열어젖히니 물이 하늘과 연했구나

내포 땅에 얽힌 사연

신정일의 새로 쓰는 택리지 5 : 충청도

http://naver.me/FuVzCg3X -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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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과 곶자왈을 품은 한라산은 제주 사람들에겐 이상향의 세계였습니다. 거센바다와 거친 화산 땅을 일구며 사나운 바람에 맞서 살아온 사람들에게 신선이산다는 한라산은 마음속의 이어도였습니다. 꿈 없이 갈 수 없는 땅이었지요.
백두산이 북녘 땅 만주벌판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막아내는 곳이라면, 한라산은 망망대해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태풍을 온몸으로 껴안는 우리 국토의 파수군인셈이지요. - P9

봄...겨울 잠에서 깨어나는생명의 노래

가장귀 덮었던 눈꽃을 녹이는 게 햇살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우듬지 감쌌던 눈송이 떨치는 게 스쳐가는 바람인 줄로만 여겼습니다.
정말 몰랐습니다. 벌거벗은 나무에도 체온이 있었다는 걸 미처몰랐습니다. 햇살 쏟아지고 바람 부는 날, 겨울눈 꽁꽁 덮은 차가운 서리꽃 그 눈부신 아픔 떨쳐내려고  뿌리에서 가장귀로, 줄기에서우듬지로 수직의 혈관을 고달프게 역류하는 나무의 치열한 줄소리를 예전엔 정말 몰랐습니다.
나무는 저마다 한 그루 시를 품고 삽니다. 바람 불면 제 몸 흔들어노래하고 제 살 햇살에 비벼 고이 꽃 한 송이 피웁니다. 머나먼, 우주의 시간을 몰고 오는 바람의  영혼이 맨살의 연둣빛으로 올올이 스밀 때 나무는  속수무책의 가슴으로 울음을 웁니다. 죽어간 살들은 안에서 고여 산 것들을 떠받쳐 일으켜 세우고 만져질 수 없는 모든 그리움을 향하여 나무들은 날마다 한 움큼의 수액을 쏟습니다.
가장 혹독한 계절 벌거벗고 지내며 뜨거운 피 쉼 없이 뿜어 올리는나무의 조용하면서도 결곡한 전율을 예전엔 미처 몰랐습니다.
- P15

불가의 화두 중에 ‘줄탁동시(卒琢同時)‘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미 닭이 알을 품고 있을 때, 때가 되면 알 속의 병아리가 세상 밖으로 나오려고 껍질을 쪼아댑니다. 줄(卒)‘ 소리지요. 이 소리를 들은 어미는 병아리가 쪼아대는 속껍질 바깥쪽을 동시에 쪼아줍니다. 바로 ‘탁(琢)‘ 입니다.
줄과 탁이 엇갈리면 병아리는 세상에 나올 수가 없는 법이지요. 줄소리를 어미 닭이 듣지 못하면 병아리는 알 속에서 혼자 끙끙대다 지치겠고, 줄도 없는데 어미 닭이 강제로 ‘탁‘을 하면, 아직 여물지 않은 병아리가 성할 리 없겠지요. 줄과 탁의 교감이 없고서는 생명의 싹을 틔울수 없는 법이지요. - P16

혹독한 겨울의 들판에서 홀로 지새워야 하는 나무들은 낙엽을 떨쳐내기 전에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나무의 모든 자양분을 한 곳에모아두는 일이지요. 바로 겨울눈을 만드는 일입니다. - P18

봄과 여름을 거치면서 나무들은 줄기 곳곳에 아이를 낳듯이 겨울눈을 만들어 놓습니다. 나무의 모정은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더군요. 겨울눈이 한겨울을 지내는 동안 얼어 죽지 않게 또 한 겹의 두툼한 옷을 입혀줍니다. 아린‘ 입니다. 눈보라가 몰아쳐도, 서리꽃이 온몸을감싸더라도 겨울눈이 상하지 않게 감싸주는 비늘 껍질이지요. 이것으로도 못 미더워서인지 나무들은 아린 안쪽에 끈적끈적한 방수액도 발라줍니다. - P19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는 이름이 있습니다. 떠올림으로 하나의 형상을 그릴 수 있고, 그 형상을 떠올릴 때면 으레 떠오르는 각인(刻印) 같은것이지요.  이름에는 그에 걸맞는 풍경이 떠오르게 마련입니다. 
이른 봄한라산의 봄을 알리는 꽃에게 생멸화란 이름 하나 짓습니다. - P31

저들도 우리와 같이 생명이 있다는 마음. 그것이지요. 우리의 눈높이를 자연에 맞추는 일, 그것입니다.
- P31

딱따구리(Dendrocopos leacotor)는 ‘나무(Dendron)를 쪼는(kopos) 새‘라는라틴어에서 유리된 이름입니다.  영어로는 woodpecker라고 합니다. - P39

한때 한라산의 명품으로 유명했던 오미자나무의 열매도 지금은 눈씻고 찾아봐도 없습니다. 멸종되었거나 인간의 발길이 닿을 수 없는 아주 깊숙한 산속으로 피신했을 것입니다. 다른 나무의 등걸을 타고 높은곳에 올라가 열매를 맺는 오미자의 특성 때문에 오미자나무뿐 아니라오미자에게 제 몸을 내어준 나무까지 무참히 잘려나갔기 때문이지요. - P49

이런 것을 부탁해도 될는지요. 어린 두릅나무새순이 탐나실지라도 나무마다 한두 송이의 새순은꼭 남겨두시기를, 그래서 두릅나무가 여름이 되어꽃도 피우고 열매도 맺어서 내년에도 연둣빛 고운새순을 피워낼 수 있기를, 그것이 두릅나무 가시의간절하고 절실한 소망이 아닐는지요. - P51

이 부근에 들어설 때면 언제나 야릇한 설렘이 한구석에 흐른다. 그것은 버스에서 내려 들판으로 걸음을 옮기면서부터 가벼운 긴장감과 함께 일어온다.
오름 왕국의 문을 두드리는 것이다. 사방 어디를 둘러보아도 드넓은 벌판에 오름 또 오름, 기생화산의 군집지대이다."
<오름나그네> 제1권 중에서 - P54

바람의 섬 제주 들판의 정령(精靈)들이여,  바라노니 초록 융단 선연히 물들이던 피뿌리풀을  되살리지 못하고서 감히 말하지 말라. 
화산섬 제주의 봄, 그 오월의 들판을 온전히 품었노라고, - P61

선작지왓을 아시는지요. 영실기암 올라 싱그러운 구상나무숲 터널을 벗어나면서 드러나는 널따란 평원입니다
 ‘바위 (지지)들이 서 있는 들판(왓)‘이란 뜻이지요. 
눈앞으로 백록담 화구벽의 웅자(雄姿)가 심장을 울리고 윗세오름과 방아오름의 부드러운 능선을 양쪽에 거느린 가없는 벌판입니다. - P64

잠자리는 번데기의 과정을 건너뛰고 곧바로 성충(成蟲)이 되는 불완전 변태를 합니다.  뜨거운 햇살이 유월 하늘에 쏟아질 때, 잠자리들은 빛나는 날개를 달고 세상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우화(羽化)라고 하는 것이지요. 
우화하는 순간에 잠자리들은 태어날 때부터 몸속에 지녔던 날개를 펴니다. - P78

한 잠자리의 생은 산란으로 한 해뿐인 삶을 마감하지만, 산란을 통해 새로운 생을 잇는 것으로 잠자리의 생은 완성된다. - P85

한라산 들머리인 들렁귀에서의 봄맞이를 영구춘화(瀛邱春花),
정방폭포의 시원스런 여름날의 물줄기를 정방하폭(正房夏暴), 
노랗게 익은가을날의 귤밭을 귤림추색(橘林秋色), 
한겨울 눈 덮인 백록담을 녹담만설(鹿潭晩雪)이라 하여
사계절 제주의 서정을 읊은 것이 두 소절이요. - P102

영주12경
http://naver.me/5Am2hn5S

한라산 화구벽에 둥지를 틀고 사는 검독수리는 신성한 독수리란 뜻이다.
짐승의 썩은 고기를 외면하고 오직 자신이 사냥한 짐승의 싱싱한 살을 먹으며 야생의 존엄을 지킨다. - P111

제주의 한가운데 선작지왓 너른 벌판 위로 홀로 장엄하게 솟아있는 화구벽은바다에서 달려드는 바람을 온몸으로 맞는다. 한여름 바람이 구름을 몰고 화구벽을 차오른다. - P113

제주의 숲은 곶자왈이라 불립니다. 곶자왈이란 토종 제주 말인데,
나무와 덩굴 따위가 마구 헝클어져 수풀같이 어수선하게 된 곳‘이라는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곶자왈에선 나무와 나무들이 지마다 제 멋을 자랑하며 가지를 뻗고, 가지 사이로 덩굴들이 무성하고, 그 아래로는 땅바닥을 기어다니는 고사리와 풀들이 자랍니다. 죽은 나무 가지에선 숲속의 청소부라 불리는 버섯들이 저마다의 색채로 검푸르고 바위에는 초록의 이끼들이 뿜어대는 태고적 자연의 신비들로 신성하지요. - P114

우거진 숲 때문에 곶자왈의 바위들은 얼제나 초록 이끼에 덮여 있다.
제주 자연의 허파라 불리는 곶자왈은 한라산과, 오름과 더불어 반드시 지켜내야 할 제주 생태계 최후의 보루이다.
- P125

한라산 화구벽에 서린 원형 무지개, 고도가 높은 곳일수록 무지개는 원형에 가깝다.
동그란 무지개를 광환(光環)이라 부르는데 서양에서는 ‘브로켄‘이라 하여 행운의 상징으로 여긴다. - P133

한 사진가가 있었습니다. 그이는 적막하도록 아득한 제주의 들판과 오름을 좋아했습니다.  광야에 출렁이던 억새와 바람을 그이는 사무치게 좋아했습니다. 아니 사랑했습니다. 일가친척 하나 없는 타향에서 배고픔과 외로움을 마시면서 사진에 몰두했던 그이였지요. - P260

"아름다운 세상을, 아름다운 삶을 여한 없이 보고 느꼈다. 이제 그아름다움이 내 영혼을 평화롭게 해줄 거라고 믿는다. 아름다움을 통해사람은 구원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간직한 지금, 나의 하루는 평화롭다."
그이가 지상에 남기고 간 마지막 선물 《그 섬에 내가 있었네》에 가슴에써내려간 고백이었습니다. - P265

오름과 오름 사이 가없는 벌판이야말로 진정한 제주의 속살이라하겠습니다. 봄이면 황금빛 유채물결 출렁이고 가을이면 눈부신억새 파도 온 섬을 물들입니다. 한라산 깊은 곳에서는 구상나무풋풋한 향기가 번져옵니다. - P247

이렇게 겨울 산 설원을 헤쳐 나가는 것을 ‘러셀(Russel)‘이라 합니다.
눈이 많은 곳에 사는 ‘러셀‘이란 미국 사람이 고안한 제설차량에서 빌려온 등산용어입니다. - P214

답설야중거(踏雪野中去) 눈 덮인 광야를 지나갈 때엔 불수호란행(不須胡亂行) 함부로 어지러이 걷지를 마라 금일아행적(今日我行跡) 오늘 나의 발자국이 수작후인정(遂作後人程) 마침내 후세들에겐 이정표가
되리니 - P215

‘아비에스 코리아나 (Abies koreama)‘, ‘한국의 젓나무‘란 구상나무의 학명입니다. 우리나라 2천여 종의 식물 중에 유일하게 ‘코리언‘이란 학명이 붙어 있는 나무입니다. 구상나무는 바로 한국의 나무였습니다. 끊임없는 질곡의 역사를 겪으면서도 면면히 생명의 씨앗을 이어온 백의민족의 저력처럼 오랜 세월 이 땅에 뿌리를 내려온 우리의 나무인 것입니다.
백여 년쯤 전에 서양인들은 한라산 구상나무 종자를 저네들 나라로 가져가 우수한 유전형질 인자들만을 개량한 신종 구상나무를 만들어냈고,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크리스마스 트리가 되었다지요. 이를테면 귀중한 우리의 식물 종(種) 자원을 허가 없이 약탈해간 셈입니다. - P230

큰부리까마귀 부모를 공양하는 한라산 청소부 - P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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