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둔 제로에너지하우스 - 난방 없이 한겨울 영상 20도를 유지하는 거짓말 같은 집 이야기
이대철 지음 / 시골생활(도솔)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먼저 감사인사부터 드립니다.

이렇게 좋은 책을 써주신 저자 이대철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무엇보다 외국인이 쓴 책이 아니라서 반갑고,

'살둔 제로에너지 하우스'가 외국에 있는 집이 아니라서 고맙습니다.

 

 

 

 

겨울이 길고 다른 지역보다 더 추울뿐더러 눈이 많이 내리는 강원도 산간지역에서 '난방 없이 한겨울 영상 20도를 유지하는 거짓말 같은 집 이야기' 라는 소개문구를 읽고 처음엔 솔직히 긴가민가했습니다. 그러나 책을 읽기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아 저는 이미 이대철 선생님의 팬이 되어버렸습니다. 

 

저는 예전에 선생님이 쓰신 《얘들아, 우리 시골가서 살자》를 읽었습니다. 그땐 솔직히 별 감흥이 없었습니다. 선생님이 '시골'이라고 얘기하신 곳에 바로 제가 살고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쓰신 『살둔 제로에너지하우스』는 완전히 차원이 다릅니다. 감흥의 차이도 상당하고, 선생님이 밝혀주신 여러 정보에 대한 신뢰 정도도 그렇습니다.

 

《얘들아, 우리 시골가서 살자》는 약 2만 부가 팔렸고, 인세로 대략 2천만 원을 받았는데, 이 인세로 책을 사서 읽기로 했다. 나는 일반인보다는 굉장히 많은 독서량을 가지고 있었기에 독서를 새로 시작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어떤 책을 읽을 것인가에 대한 생각은 이 책의 출판과 그 이후의 변화가 내게 큰 영향을 미쳤다. 그 전의 독서가 상당히 광범위했다면, 새로운 집중 분야는 '에너지'가 되었다.

통상 한 분야의 전문가일 때는 남의 주장에 귀 기울이는 일이 드물수 있지만, 나는 에너지 전문가가 아니었기에 세상에 나온 구입 가능한 에너지 관련 책을 대부분 읽었다. 향후 살둔에 집을 짓게 되면서도 마찬가지지만, 아마추어로 시작한다는 것은 많은 새로운 것을 배워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초반의 어려움만 극복한다면 오히려 한 분야의 기존 관행에 얽매이지 않고 객관적이고 효율적으로 학습하고 실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25p.)

 

이 부분을 읽으면서부터 선생님의 팬이 되었습니다. '인세로 책을 사서 읽기로' 하시고 '에너지' 분야에 집중된 독서를 통해 '한 분야의 기존 관행에 얽매이지 않고 객관적이고 효율적으로 학습하고 실행'하신 선생님을 존경합니다. 특히 '에너와 관련한 독서' 내용 끝부분에서 주장하신 내용은 정부 관계자에게 반드시 전달되어야 할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1년에 건물 냉난방으로 소요되는 비용이 대략 30조 원~48조 원이라고 한다. 정부에서는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의 주택 건축의 기본을 지도해나가야 한다. 지금처럼 말만 무성해서는 피크오일이 올 때까지 아무 일도 못한다. 1,800만 원 가는 태양전지를 주택에 설치할 때 한 달에 2만 원~3만 원의 전기 값을 절약할 수 있다. 3,000만 원짜리 태양열로는 2만 원~3만 원 가치의 온수를 공급받을 수 있다. 주택용 지열 냉난방은 난방 효율이 무척이나 불확실하다. 이런 설비들에 정부는 50%의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한 달에 50만 원~100만 원을 절약할 수 있는 저에너지 주택 신축에는 관심이 없다.

나는 우선 정부가 공공건물의 신축과 기존의 건축물만이라도 냉난방시설이 없도록 법을 만들기를 희망한다. 정부가 리더 역할을 해야 한다.(30-31p.)

 

 

책을 읽으며, 하나부터 열까지 정말 꼼꼼하게 계획하고 실행하시는 선생님의 면모를 피부로 느끼고 배웁니다. 선생님이 104~107쪽에 써주신 '어떤 땅을 구할까'에 대한 조언은 당장 저에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말씀하신대로 다른 책에서는 들을 수 없었던 실질적인 조언이었기에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지난 추운 겨울, 어느 신문에 보도되었듯이, 겨울의 서울 평균기온이 모스크바보다 낮았다. 작년 여름 두 달 동안 내린 강수량은 세계적으로 드문 현상일 뿐만 아니라 장마 후 여름 날씨는 남방 국가 수준이다. 이런 극단의 기후를 만족시킬 수 있는 건축 방식은 선진 외국에서 간단히 들여오거나 배워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모든 건축 관련인은 기상청에서 매년 발간하는 비매품인 《기상연감》을 눈여겨 봐야 한다. 즉 한국인에게 적합한 주택은 자생적이어야 한다. 그렇다고 한국전통주택의 양식에서 와서는 안 된다. 에너지 사용 방식이 달라졌고, 가장 결정적으로는 쾌적한 실내온도에 대한 기준이 확연히 변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국전통주택에 막연한 향수를 느끼고, 현재 주택에 접목하고 싶은 정서를 지니고 있다. 주택 신축이란 과학이지 국민 감정을 담는 정서가 아니다.(144p.)

 

사실 이런 생각(주택 신축이란 과학이지 국민 감정을 담는 정서가 아니다)에 완전히 찬성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 역시, 한국전통주택에 막연한 향수를 느끼고, 현재 주택(앞으로 지을 집)에 접목하고 싶은 정서를 지니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에너지 사용 방식이 달라졌고, 쾌적한 실내온도에 대한 기준이 변한 것은 어찌할 수 없는 사실이기에 선생님이 제시하시는 '패시브 하우스'에 이토록 커다란 관심을 갖고 책을 읽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한옥에도 살아봤고 벽돌로 지은 연립주택에도 살아봤습니다. 지금은 아파트에 살고 있습니다. 한옥은 여름엔 정말 좋은데 겨울엔 정말 춥습니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살고싶은 집을 하나 고르라고 하면 아무 고민없이 한옥이라고 대답합니다. 이유는 딱 하나입니다. 제 기억 속에 즐겁고 행복한 기억이 한옥집에 살 때 가장 많기 때문입니다. 엄동 설한에 마당 화단에 묻어둔 김칫독에서 김치 꺼내오라는 심부름 받고 빨간 고무장갑 끼던 기억마저 행복으로 느껴지는 것은 아무래도 돌아갈 수 없는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라고 하는게 맞을지도 모릅니다.

 

한옥에 있던 마당, 뒤꼍, 대문, 장독대, 툇마루, 광, 부뚜막, 뒷간... 모두 잊을 수 없는 장면 하나씩 떠오릅니다. 이제《살둔 제로에너지 하우스》를 읽었으니 지난 시간의 기억과 함께 앞으로 살아갈 집에 어떤 가치, 어떤 의미를 담을까 생각합니다. 아주 천천히 지을 생각입니다. 최대한 제 손으로 직접 지을 생각입니다. 만들어가는 과정이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 속에 〈살둔 에너지제로하우스 워크숍〉에 참석하는 것도 집어넣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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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랑 2012-05-29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거...
언제 내집지어보나^^

위에서 언급한 냉난방 비용을 생각해보니 참...
누가 나서긴 나서줘야 할 것 같군요.
정부가 리더라면 더없이 좋겠습니다.

글을 읽으니
비단 집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

잘잘라 2012-05-29 21:28   좋아요 0 | URL
한달에 2~3만 원이면 많이 잡아도 1년에 사십만 원, 10년에 사백이니 결국 칠,팔십 년 정도는 써야 설치비를 뽑는다는 얘기가 되나요? ㅋㅎ 아무리 단순하게 생각해봐도 정말 그건 아니다 싶어요. 밑바닥 깨진 항아리에 계속 물을 들이붓고있는 셈이랄까.. ㅠㅠ 우선은 내 집 항아리 바닥이라도 살펴보는 마음으로 읽어야할 책이라고 생각합니다요!^^

차트랑 2012-05-30 00:19   좋아요 0 | URL
이런,
맞습니다욧~!!!

귀를기울이면 2012-05-29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주에 인터넷에서 우연히 본 집인데 바로 이렇게 또 관련 이야기를 만나니 반갑네요. 평생의 소망중 하나가 될것 같아 주목하고 있습니다. 워크샾도 주기적으로 하는가본데 당장 바빠서 가보지 못하는게 안타깝네요.

잘잘라 2012-05-29 21:32   좋아요 0 | URL
방가방가^^ 귀를기울이면 님이랑 같은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하니 막 신나고 들뜨고 그래요^^ 어서빨리 님의 소망이 이루어지기를 기원하며 기합 한 번, 이얍-!!! ^^
 
태양이 만든 난로 햇빛온풍기 - 햇빛으로 에너지 기구 만들기
이재열 지음 / 시골생활(도솔) / 2012년 5월
평점 :
품절


 

 

 

햇빛이 너~무 좋은 날, '햇빛 아깝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

바람이 너~무 좋은 날, '아, 바람 아깝다'는 생악을 해 본 적이 있다.

가뭄 끝이 비가 내리는 날, '아, 빗물 아깝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

 

햇빛 좋은 날 삶은 빨래가 새하얗게 뽀송뽀송 잘 마르면 뿌듯한 기분,

바람 좋은 날 널어놓은 생선이 꾸득 꾸득 잘 마르면 뿌듯한 기분,

고추 모종, 토마토 모종 낸 텃밭을 촉촉하게 적셔주는 비가 내리는 모양을 바라보는

이 뿌듯한 기분을,

아는 사람은 다 알 것이다.

 

『태양이 만든 난로 햇빛온풍기』를 쓴 이재열 저자는 한 걸음 더 나간다.

한 걸음 뿐이겠나, 두 걸을 세 걸음.. 지금도 계속 나아가고 있는 그의 발걸음,

그 발걸음을 쫓아가 본다.

 

 

이재열

 

강원도 원주 골짜기에서 1967년에 태어났다. 청운의 꿈이 아닌 집안 사정으로 초등학교 때 서울로 상경했다. 수세식 변기를 그때 처음 보았던 나는 너무나 깨끗해서 손 씻는 곳인줄로 착각하여 손을 씻고 있는데 그 광경을 목격한 사촌형의 뜨악한 표정이 지금도 역력하다.

 

15년 이상을 말단 행정공무원으로 생활하다가 지금은 햇빛에너지에 푹 빠져 있다. 2008년 경북 봉화에 꿈에도 그리던 흙집을 지었고 나무 지붕을 얹었다. 그리고 20여 년 만에 다시 밤하늘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별을 보기 정말 좋은 곳이 시골이다. 도심의 광해도 없고 공해도 덜하다. 몇 시간씩 차를 몰아 어두운 곳을 찾아갈 필요도 없다. 그저 마당에만 나오면 된다.

 

별지기의 눈에는 새롭고 경이로운 세상이 담겨 있다. 플레이아데스(쫌생이별)의 초롱초롱함이란! 망원경으로 달을 보면 지구에서도 찾기 어려운 골짜기가 있고 광활한 평원이 있다. 거대한 산맹기 있고 태곳적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분화구가 있다. 우주를 보고 있으면 역절석이게도 지구가 보인다. 이곳이 얼마나 소중한 곳인지...

 

나는 이곳에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내게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청운의 꿈.

인생 하반기에 처음으로 꿈을 안고 산다.

 

자립하는 삶을 만드는 적정기술센터 대표

http://cafe.naver.com/selfmadecenter 

 

 

 

 

 

 

표지 앞날개에 실린 저자 소개글을 읽으면서 대번에 드는 생각,

'이 사람 혼자 사나? 아니면 아내도 같은 생각일까?'

혼자 산다면 안정된 직장을 그만두고 남들이 안가본 길을 갈 수도 있겠지만,

가족이 있다면 그렇게 하기란 쉽지 않을것이기 때문에 그 점이 궁금하다.

답은 곧 나온다.

 

 

 

 

자, 이것은 저자의 가족사진인데.. 가장 활짝 웃고 있는 것은 역시 저자다. 하하하.

아내의 표정도 밝긴하지만 아이들의 표정은? 흐흐흐.

 

아무튼 다행이다. 너무나 당연한 사실인데도,  저자의 가족이 한 곳에 모여 사진을 찍고, 지금도 한 지붕 아래 살고 있다는 점이 마음을 흐믓하게 한다.

 

햇빛 추적방식은 고정식에 비해 기계장치가 많이 들어간다. 그만큼 상대적인 복잡함이 있고 단순하게 살고 싶다는 욕구와도 맞지 않다. 다만 햇빛에너지의 효율을 높인다는 장점이 있다. 내가 만들어 사용하고 있는 햇빛 추적방식은 LED를 이용해 햇빛을 미세한 전류로 바꿔 양쪽 센서에 들어오는 햇빛의 양을 비교하여 해를 따라 실시간으로 움직이도록 만들어졌다. 몇 개월간 햇빛 추적용 컨트롤러를 만드는 데 푹 빠져 살았다. 안주인의 핀잔이 하늘을 찔렀지만 재밌는 시간이었다.(194p.)

 

'안주인의 핀잔이 하늘을 찔렀지만 재밌는 시간이었다.' 같은 문장을 읽을땐 '그럼 그렇지!' 하고 생각했다. '안주인의 핀잔'이라고 했는데, 안주인 입장에서는 아마도 '핀잔' 정도가 아니었을 것이다. 어쩌면 정말 속이 부글부글 끓는 상황이었을 수도 있다. 그런 '안주인의 핀잔이 하늘을 찔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에겐 '재미있는 시간'이었다고 하니, 이 문장 하나만 가지고도 어떤 장면(한 사람은 주걱 들고 밥 먹으라고 소리지르고, 또 한 사람은 아내가 그러거나 말거나 뭔가 만들어내는데 골몰하고 있는 장면)이 떠오른다. 부부가 그랬거나 말거나, 아무튼 나는 이 대목에서 껄껄껄 한 번 웃고 간다.

 

 

 

 

생태뒷간: 톱밥 등을 이용해 여름에도 냄새가 거의 안 난다.

 

(나의 속마음1)

'생태뒷간'이라고 이름 붙인 위 사진에는 '톱밥 등을 이용해 여름에도 냄새가 거의 안 난다'는 설명이 붙어 있지만.. 으.. 어쩐지 이 부분만은 자신이 없다.

 

 

 

 

 

우리집 먹을거리 중 바짝 말려야 하는 것들은 몽땅 요 작고 거의

재활용품으로 만들어진 햇빛건조기가 책임을 진다. 

 

(나의 속마음2)

햇빛건조기? 음.. 햇빛만 좋다면 그냥 채반에 널어 놓으면 되는거 아닌가? 굳이 '햇빛건조기'라고 따로 만들 이유가 있나? 여기 널어 놓으면 더 빨리 마르나? 더 바짝 마르나? 그렇다 해도 얼마나 더 빨리? 얼마나 더 바짝?

 

 

 

 

빗물 집수정! 시골 살면 이건 꼭 만들어 둬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책에서도 밝혔듯, 빗물 사용에 있어서는 일본 사람들을 따를 자가 없다. 저자가 이 책에서 설명하고 있는 빗물 사용 방식도 물론 참고가 되겠지만 실전에 들어가면 아마도 집 설계 단계에서부터 빗물 사용에 대해 고려하게 될 것이다.

 

적정기술

 

저자는 건축가도 아니면서 직접 집을 지었다.

저자는 기술자도 아니면서 직접 햇빛에너지를 이용한 기구를 만든다.

저자는 전문가도 아니면서 빗물 사용 방안을 제안한다.

 

저자 같은 사람이 많아지면 건축가는 일자리를 잃을까?

저자 같은 사람이 많아지면 기술자, 전문가들이 설 자리는 없을까?

이런 바보 같은 질문이 있나.. 쯧. 그럴 리가 없지 않나.

 

도리어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남'에게 맡기고 살고 있다.

아이들은 학교, 학원에 맡기고, 아주 어린 아이들은 탁아소에 맡긴다.

노인은 요양시설에 맡기고, 환자는 병원에 맡긴다.

세탁은 세탁소에, 수선은 수선집에, 청소는 용역업체에...

 

저자는 '전문가'에게 맡겨두었던 일을, 그 일을 직접 해내는 즐거움을 되찾자고 이야기한다.

 

모든 일을 스스로 할 필요는 없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너무나 많은 것들을 포기하며 살아가고 있다. 우리네 인생은 절대로 고정돼 있지 않다. 다만 우리 스스로 그렇게 붙들어 매놓고 살아갈 뿐이다. 나는 햇빛에너지를 이용한 기구들은 물론이고 흙집조차 썩 예쁘게 만들지는 못했따. 신기한 것은 그것들을 바라볼 때마다 항상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이다. 더 무엇을 바라겠는가. 모든 것을 다른 사람, 흔히 전문가라고 하는 이들에게 맡겼다면 지금과 같은 행복은 절대 얻지 못했을 것이다.(40p.)

 

 

 

 

 

 

 

 

 

 

 

 

 

 

 

 

 

그러기 위해 우리에게 '적정기술'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기도 한다. 그렇잖아도 지난주 새책 소개 코너에서 '적정기술'에 대한 책(『적정기술 그리고 하루 1달러 생활에서 벗어나는 법』) 을 보았는데, 연계해서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책의 취지는 좀 달라보이지만서두..) 이 책에서 소개한 E.F 슈마허의 《작은 것이 아름답다》와 《적정기술 : 36.5도의 과학기술(나눔과기술 지음)》도 함께 읽어보면 좋겠다.

 

인도의 간디는 적정기술(중간기술) 운동의 아버지로 불린다. 간디는 대자본에 의한 고도의 기술 집약적이며 대량생산 체제를 반대하며 이에 대한 대안으로 마을을 기반으로 한 지역 단위의 산업 활동을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노력했다. 간디의 주장과 정신을 확장시킨 사람은 독일 태생의 경제학자 E.F 슈마허(Ernst Friedrich Schumacher)였다. 1950~60년대 슈마허의 주장과 제안들을 정리해놓은 1973년에 출간된 《작은 것이 아름답다》라는 책을 통해 '중간기술'이라고도 불리는 적정기술이라는 개념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110p.)

 

저자는 경북 봉화에 자기 손으로 직접 흙부대집을 지었다. 직접 햇빛 온풍기, 햇빛 온수기, 햇빛 건조기를 만들어 설치하고 사용한다. 빗물 이용 시설을 만들어 쓰는 것에도 적극적이다. 이 책에는 흙집을 짓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햇빛 온풍기, 햇빛 온수기, 햇빛 건조기, 빗물 저장 시설을 만들어 설치하고 실 사용하는 이야기는 글, 그림, 사진을 통해 굉장히 쉽게 설명하고 있다.

 

그가 만든 기구들은 자재를 구하기도 쉽고, 원리도 간단하다. 여자인 나도 곧 따라서 만들어 쓸 수 있을것 같을 정도다.(나는 책에 소개된 기본 공구를 거의 다룰 줄 안다. 구비하고 있는 것도 있다.) 그 점이 이 책의 장점이지만, 내가 생각하는 장점이 하나 더 있다. 솔직담백하게 써내려간 그의 문체를 읽는 것이다. 잘난체 하거나 가르치려들지 않고 있는 그대로 자기가 한 일을 썼다. 글을 읽으면서 어쩐지 흐믓한 마음이 들고, 저자를 응원하게 되는 그런 문체다.

 

마지막으로, 그가 스스로 집(특히 흙집)을 짓고자 하는 사람에게 강조하는 한 가지를 밝히고 리뷰를 맺는다.

그것은 바로 '단열을 철저히 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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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2-05-30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이런 책이 있었군요!
얼마전 전국의 적정기술 전문가들이 모여서 간단회를 했다고 들었는데,
저도 관심이 있었지만, 참여하지는 못했습니다.
이 책 꼭 살펴봐야겠어요.
고맙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 - 전세계가 주목한 코넬대학교의 "인류 유산 프로젝트"
칼 필레머 지음, 박여진 옮김 / 토네이도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만약 네가 "할아버지, 난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죠?" 라고 묻는다면

뭐라고 대답해주면 좋을까?

찬란하게 달렸던 눈부신 경주 이야기를 해줄까?

아니면, 숨 가쁘고 고통스럽고 두려웠던 경주 이야기를 해줄까?

삶이 네게 건네주는 역경과 시련

그리고 땀

그래도 용기를 얻을 수 있겠니?

불리한 패를 쥐고도

두 배로 내기를 걸 수 있겠니?

_앨버트 폴섬(234-235p.) 

 

 

 

나는 할아버지에게 묻지 않았다.

나는 할아버지에게 묻지 못했다.

 

어버이날을 즈음하여 엄마가 할아버지를 만나러 가야겠다고 하셨다.

 

일흔이 넘은 엄마가

아흔이 넘은 할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길,

마흔이 넘은 내가 운전을 한다.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떠나보낸 지 20여 년

엄마는 아버지를 떠나보낸 지 10여 년

 

혼자 된 할아버지가 혼자 된 딸에게 용돈을 주신다.

"뒀다 써."

 

나는 할아버지에게 묻지 않았지만

할아버지는 나에게 말씀하신다.

 

"니 걱정은 이제 지쳤다."

 

허허 웃으신다.

 

'할아버지 죄송합니다.'

 

내가 할아버지에게 묻지 못한 말, 지은이가 대신 묻는다.

 

"할아버지, 난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죠?"

 

이 짧은 물음에 대한 이 세상 모든 할아버지들의 대답을 적은 책,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 .. 이 책을 읽은 건 나에게 더 없는 행운, 더 없는 기회, 더 없는 감사 제목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귀담아 들을 이야기지만

그 중에서도 지금 나에게 꼭 맞는 이야기는 바로

'일'에 대한 조언이다. 

 

"주변을 돌아보면 나보다 부유하고 뛰어난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지. 그러니까 외적인 보상을 목표로 일을 한다면 언젠가는 좌절할 수밖에 없다네. 사람이란 늘 자신보다 더 많은 것을 가진 사람과 비교하기 마련이거든. 하지만 일에서 얻는 만족감이나 즐거움을 목표로 한다면 분명 성공할 수 있다네. 그런 일을 찾고 계속 그 일을 하는 것보다 더 큰 축복은 없으니까 말이야."(90p.)

 

다음은 3장(행복하게 맞는 아침_평생 하고픈 일을 찾아가는 법)의 작은 제목들이다.

 

  • 즐거움이 최고의 보상이다
  • 고통 없는 달콤함은 없다
  • 싫어하는 일에서도 배운다
  • 거울이 아니라 창밖을 보라
  • 소매를 걷어붙이는 건 내 손이다
  • 일출을 보려면 어두울 때 일어나라

 

내용을 읽고 나면 작은 제목만 읽어도 마음이 두근거린다.

 

그렇지! 즐거움이 최고의 보상이지!

그렇지! 비온 뒤 땅이 굳는 법이지!

그렇지! 싫어하는 일에서도 배울 게 있지!

그렇지! 거울 들여다보고 있으면 뭐해, 하늘 보고 살아야지!

그렇지! 소매를 걷어붙이는 건 바로 내 손이지!

그렇지! 일출을 보려면 어두울 때 일어나야지!

 

몰라서 못하나?

안해봐서 모르는거지!

그렇지, 그렇지!

 

"내가 살면서 고수한 한 가지 원칙은 '아니오'라고 대답해야 할 명백한 이유가 없는 한 '네'라고 대답하는 거야. 내 삶에 '아니오'라는 대답은 없었다네. 나는 내게 주어진 일들을 흔쾌히 받아들였지. 재미있는 일은 아니었지만 하다 보면 흥미가 생기는 경우가 많았어. '네'라고 말할 때 기회가 온다네. 하지만 그 기회가 두 번씩 오는 경우는 많지 않지. ..."(232p.) 

 

 

인생은 짧다.

 

기어이 즐거운 일을 찾아내라는 조언과 더불어 마음에 와 닿았던 것은 "인생은 짧다."는 말이다. 그리고 아...

 

인생의 현자들의 견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특히, 젊은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뚜렷하게 구분되는 점은 모든 것을 시간과 연관해서 본다는 점이다. 70세 이상 노인들에게 시간은 실로 삶의 본질이다. 시간은 그들이 헤엄치고 있는 바다이며 그것에 대한 인식이야말로 이 책에 나오는 모든 교훈들을 만든다. 사람에게는 저마다 제한된 삶의 시간이 있따는 심오하고 깊은 존재론적 인식은 인생의 현자들의 삶 전 분야를 관통한다.

젊었을 때 친구의 갑작스런 죽음처럼 예기치 못한 경험을 하고 나면 인생이 짧다는 사실을 불현듯 깨닫기도 하지만 보통은 젊은 나이에는 인생이 짧다는 사실을 믿지 않는다. 앞에 남겨진 수십 년의 삶이 끝도 없이 길어 보여서 딱히 시간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중년이 되면 인간이 시간의 동물이라는 사실을 조금씩 깨닫기 시작한다. 하지만 온갖 수단을 이용해 그 사실을 부인한다.(267p.)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아...' 하는 소리를 냈다. 한숨은 아니다. 확인이다. 피할 수 없는 사실, 나는 중년이라는 확인. '중년이 되면' 인간이 시간의 동물이라는 사실을 조금씩 깨닫기 시작한다고! 아.. 과연 나는 중년이 되었구나. 나야말로 얼마전부터 눈에 띄게 빨라진 시간의 흐름에 몸둘바를 모를만큼 초조함에 빠지곤 한다. 그러다 정말 '온갖 수단을 이용해' 그 사실을 부인하려, 아니, 부인이라기 보다는 잊으려(그게 그거네..) 노력한다.

 

이젠 정말 똑똑히 기억해야한다.

인생은 짧고, 예외는 없다.

 

 

그리고 꼭 기억해야 할 것

 

이 책은 8장으로 나뉘어있다. 1장과 8장을 제외하고 2장부터 7장까지는 각각 다섯개씩 각 장의 주제에 맞는 조언(지혜)이 들어있고, 각 장 끝에는 '그리고 꼭 기억해야 할 것'이라는 단락이 덧붙는다. 특별히 '그리고 꼭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는 부분이라 더 주목하게 된다. '그리고 꼭 기억해야 할 것'만 따로 정리해 본다.

 

2장(아름다운 동행 _잘 맞는 짝과 살아가는 법)

...그리고 꼭 기억해야 할 것, 화난 채 잠자리에 들지 마라

 

3장(행복하게 맞는 아침 _평생 하고픈 일을 찾아가는 법)

...그리고 꼭 기억해야 할 것, 일출을 보려면 어두울 떄 일어나라

 

4장(등을 보고 자라는 아이 _건강한 아이로 키우는 법)

...그리고 꼭 기억해야 할 것, 쉽게 키워라

 

5장(하강의 미학 _지는 해를 즐기는 법)

...그리고 꼭 기억해야 할 것, 나이와 싸우지 마라

 

6장(후회 없는 삶 _'그랬어야 했는데'에서 벗어나는 법)

...그리고 꼭 기억해야 할 것,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라

 

7장(행복은 선택일 뿐 _나머지 인생을 헤아리는 법)

...그리고 꼭 기억해야 할 것, 대접받고자 하는 만큼 대접하라

 

 

제목만 써놓고 보니 밋밋한 느낌이다.

그러나 본문 내용을 찬찬히 읽어보면 한 마디 한 마디 모두 마음을 울린다.

진심이 느껴진다.

 

이 책을 놓치지 않고 읽게 되어서 정말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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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2-05-22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할아버지와 어머니와 메리포핀스님은 그랬군요.
정말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이 아는 것도 좋지만, 당신이 알고 있는 걸 내가 알았으면 좋겠다 싶을 때도 많죠.
이런 리뷰~ 너무 좋아요!^^

잘잘라 2012-05-23 08:53   좋아요 0 | URL
저는 순오기님 댓글 너무 좋아요^^

오늘이 그분.. 분명 할아버지, 너무 좋은 할아버지 되어주셨을 그분이 가신지 3주기 되는 날이라는게.. 안믿어지네요. 자꾸 눈물이 나려고해요. ㅠㅠ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영화포스터 커버 특별판)
줄리언 반스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소설, 그 이상의 소설책!

 

희안하다. 기억, 추억, 회상, 첫사랑, 편지, 학창시절, 친구, 연인, 가족... 새로울 것 하나 없는 흔한 소재를 가지고 이토록 인상적인 책을 쓸 수 있다니! 놀랍다. 단숨에 읽었다. 역시 나도, 끝까지 읽은 다음에 곧장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읽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어떤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정말이야? 다시 말해 봐. 그게 정말 사실이야?" 되묻는 심정이 되듯이, 정말 그런 일이 있었는지, 정말 틀림없는 사실인지 확인하고 싶어서 다시 읽을 수 밖에 없었다.

 

한마디로 이 책은 소설, 이상의 소설책이라 할만하다.

읽기 전에는 무슨 소린지 몰랐지만, 읽고 나서는 책 뒷표지에 적힌 김연수(소설가) 작가의 소감에 완전히 공감한다. 같은 책을 읽더라도 그 감상은 완전히 다를 수가 있는데(어느 정도는 다른게 정상이다. 감상이 완전히 같다면 더 이상 언급할 꺼리도 없을 뿐더러ㅡ그러면 재미없으니까ㅡ 그런 사람이 옆에 있으면 질린다.), 이건 완전히 나와 같다.  

 

 

짧은 분량의 소설이지만,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에는 한 소설가가 평생 좇아온 주제가 담겼다. 무거운 주제에 비해서 소설이 잘 읽히는 까닭은 최종적인 종말의 의미가 소설을 다 읽어야만 밝혀지기 때문이다. 결국에는 종말이 찾아온다는 점에서 모든 인생은 교훈적이다. 종말의 관점에서 다시 인생을 되짚어보면, 모든 건 원인과 결과로 강하게 연결돼 있다는 것을 알 테니까. 마치 마지막 장면을 염두에 두고 정교하게 씌어진 소설을 읽을 때처럼.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그런 소설이다. 죽을 때에야 그 의미를 완전히 드러내는 우리 인생을 닮았다. 원서 150페이지짜리인 이 소설을 두고 줄리언 반스는 "나는 이 작품이 3백 페이지짜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건 꼭 인생에 대한 비유처럼 들린다. 마지막 순간, 이 인생의 의미가 드러날 때 우리는 한번 더 인생을 살아갈 테니까. 김연수(소설가)

 

 

그래서 작가와 나의 차이를 확실히 알게 되었다. 사실은 너무도 당연한 얘기지만, 작가와 나는 얼마든지 같은 것을 느끼고 같은 생각을 할 수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다만? 흐흐) 그것을 말(글)로 표현해 낼 능력이 있느냐 없느냐가 바로 작가와 나의 차이라는 것을!

 

그러나 이것은 희망이기도 하다. 나에게, 작가와 나의 차이(거리)를 줄여(좁혀) 보겠다는 의지가 생겼다는 것, 그 결과가 어떻든 간에 내가 설 수 있는 분명한 자리가 하나 생겼다는 점에서 그렇다. '독자'의 자리, 그것도 아주 '좋은'..

 

 

뚜렷한 기억보다 희미한 연필 자국이 낫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물론 그 연필 자국이 조작된 것이 아니라는 원본이라는 의미에서, '뚜렷한 기억보다 희미한 연필 자국이 낫다'. 이 말은 또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라는 말로 이어진다. 이 두 문장은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원제: The Sense Of An Ending)』를 읽고 리뷰를 쓰려고 컴퓨터 앞에 앉았을 때 생각난 말이다. 주인공(잠깐 주인공이 '나' 토니 웹스터(앤서니)인지 에이드리언 핀인지 헤깔렸다.(그만큼이나 이야기 한가운데에 에이드리언 핀이 항상 존재한다. 그는 22살에 죽었고, '나'는 60살이 훨씬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니 아니, 그렇기 때문에 헤깔린 건지도 모르지만.)

 

주인공은 당연히 '나' 토니 웹스터다.

'나'는 '희미한 연필 자국' 대신 '뚜렷한 기억'을 가졌기에 그럭저럭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날 '희미한 연필 자국'이 나타난다. '나'의 '뚜렷한 기억' 속에 구슬이 서 말이다. 그러나 '나'에겐 구슬을 꿰어 보배를 만들 재간이 없다. 그래서 계속 헛다리만 짚는다. 대신 '나'에겐 시간이 있다. 드디어 '나'에게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는 '보배'..

 

그것이 보배일지 재난일지 그것조차 '나'에게 달린 문제이긴 하다.

'나'에겐 아직 시간이 있으므로!

 

나는 다만 지켜보고 또 기다릴 뿐이었다. 시간은 내 편이다, 그렇고말고. 가끔 노래에서 진실을 얻을 때도 있는 법.(231p.)

 

시간은 내 편인가?

정말?

 

'시가아아아안은 내 편이지, 아무렴, 그렇고말고.' 기숙사 방에서 혼자 빙글빙글 돌며 믹 재거와 듀엣으로 요들처럼 목청을 떨며 부르던 노래였다. 그런 고로, 다른 친구들이 의사와 변호사 과정을 밟고 공무원 시험을 볼 때, 나는 아랑고 않고 미국으로 갔고, 반년 동안 떠돌이 생활을 했다.(83p.)

 

시간은 누구도 편들지 않고

시간은 흘러간다.

 

시간은 나를 어디로 데려갈까.

시간은 나를 어디에 내려놓을까.

 

나는 왜 시간에 떠내려가고 있는걸까.

나는 왜,

나는 어디로,

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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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무엇이 될 수 있는가 - 세계적인 뇌과학자가 우울한 현대인에게 보내는 감동과 희열의 메시지
게랄트 휘터 지음, 이상희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인간은 삶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그 같은 내적 이미지와 기준을 구체적 형태로 발전시키는데, 이것이 어떤 모습을 할지는 주위에서 ‘성공적’이라 일컫는 본보기에 크게 좌우된다. 그리고 그런 본보기를 만나는 것은 청소년기를 보내는 문화권과 그곳의 주된 사회적 관계가족과 사회 속에서이다.

그 결화 서로 다른 문화권의 구성원ㅡ그리고 한 문화권 내에서도 가족, 친족, 남녀, 세대ㅡ들 간에는 ‘사고 모델’과 ‘정서적 구조’, 삶을 통해 습득한 능력과 재주 등에서 차이가 있다. 똑같은 경험을 할 수 있는 똑같은 조건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으므로, 개개인의 뇌 안에서 형성되는 이미지와 표상의 세계는 둘도 없는 독특한 구성물인 셈이다.(87p.)

 

‘주위에서 ‘성공적’이라 일컫는 본보기에 크게 좌우된다’는 말에 처음엔 ‘아닌데? 나는 오히려 반대였는데?’했다. 어릴때 나는 ‘남들처럼’ 사는건 사는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 ‘남들’이 아무리 부자고 아무리 유명하고 아무리 힘이 쎄다 해도 말이다.(지금은 ‘남들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남들처럼 학교를 졸업하고 취직하고 결혼하고 애 낳고 부모가 되어 사는 것.. 그것은 너무 뻔하다고 생각했다. 그건 내가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되는 거라고 생각했다.(정말 몰라서, 정말 어려서, 정말 터무니 없는 생각을 했었다는 것을 지금은 알지만..) 그래서 어느 순간, 길이 보이면(그 길이 너무나 뻔히 보이면) 가지 않았다. 너무나 구불 구불, 앞을 예상할 수 없는 길만 골라 접어들었다. 그래서 지금 여기 있다. 어디쯤 온 것인지 모르고 어디로 가는 것인지도 모르는 딱 여기에.

 

그러니 그 말이 맞구나. ‘주위에서 ‘성공적’이라 일컫는 본보기에 크게 좌우된다’는 말, 본보기를 따라 ‘앞’으로 갈 수도 있고 본보기를 피해 ‘옆’으로 갈수도 있다는 말이니까.. ‘똑같은 경험을 할 수 있는 똑같은 조건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으므로, 개개인의 뇌 안에서 형성되는 이미지와 표상의 세계는 둘도 없는 독특한 구성물인 셈이다.’ 아.. 그렇다면 내가 앞으로 가든 옆으로 가든 설령 뒤로 가든 위, 아래로 가든 나 자체로 이미 독특한 것이었던 셈인데! 아.. 지금이라도 이런 생각을 하게 되서 다행인건가?

 

이러면서 읽다가 책 중반(5장 왜 감동과 희열이 사라지는가)에 와서야 ‘본보기’라는 의미가 내가 생각한 것 보다 훨씬 훨씬 어렸을때(태어나면서부터 생후 6개월까지) 의미를 갖는다는 것을 알게된다.

 

영유아를 비롯해 청소년, 어른 할 것 없이 타인의 행동을 모방하기 위해서는, 즉 뇌 안의 거울 뉴런 시스템이 활성화되려면 상대방이 그만큼 중요한 인물이어야 한다. 아이들은 무작정 아무나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우러러보고, 소중하게 여기고, 정서적으로 끈끈한 유대감을 느끼는 사람만 따라 한다. 이들은 바로 아이들의 본보기다.(130p.)

 

그리고 이어지는 중요한 이야기,

 

우리가 본보기 대상으로부터 받아들이는 것이 특정한 거동이나 행동 유형에 국한된다면 그다지 걱정할 까닭이 없을 것이다. 그러면 사람에 따라 찻잔을 입에 갖다 대는 방식이나 걷고, 춤추고 헤엄치는 자세가 달라질 것이고, 인사를 건넬 때의 몸짓이나 삶은 바닷가재를 먹는 방식에 차이가 나는 정도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들로부터 운동근육이 관여하는 동작 패턴이나 행동 방식만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태도와 사고방식까지도 받아들인다. 그러면 문제가 생길 소지가 커진다. 가령 우러러보는 본보기 대상이 말과 글, 노래, 혹은 행동이나 처신을 통해 남을 깎아내리거나 심지어 무안을 줘도 상관없고, 살면서 다른 사람을 짓밟고 권력과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필요하며, 나아가 속임수와 거짓말 없이는 인생에서 성공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공공연히 퍼뜨리는 경우를 생각해 보라.(131-132p.)

 

그렇지. 우리가 누구에게 무엇을 배우려 할 때는 나도 모르게 그 사람의 삶에 대한 태도까지도 흡수하게 된다. 그래서 어른이 되어서 무엇을 배운다는게 어려운 것이다. 가령 내가 외국어를 배우러 학원에 갔는데 강사가 여러 명이라고 치자. 어떤 강사는 인간성이 나쁘다고 소문이 났는데 실력만큼은 학원에서 넘버원이다. 인맥도 막강해서(?인간성이 나쁜데 어떻게 인맥이 막강하냐고? 글쎄.. 그야.. 말이 안되긴하지만 현실에서 그런 사람을 본 적이 있는지라..)그 강사에게 배우고 난 뒤에는 내가 원하는 곳에 소개를 부탁할 수도 있다. 반면 실력은 보통인데 인간성이 좋아서 항상 수업 분위기를 밝게 이끌어가는 강사가 있다. 그러면 나는 어떤 강사를 선택할 것인가. 그것은 나의 가치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이미 가치관이 굳어진 상태에서는 나의 가치관과 맞니 않는 사람에게 무엇을 배운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이유를 알았다.

 

 

(근데 이 사진들은 대체 여기 왜 끼워넣은 걸까? 도무지..ㅠㅠ 별 하나 뺀 이유.)

 

 

다음은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공감한 부분이다.

 

우리 뇌는 일종의 공사장이다. 유년기뿐 아니라 평생토록 그렇다. 만일 성인의 뇌가 다 지어진 건물과 같다면, 어떤 이유에서 기울어진 경우 다시 지어 토대 위에 똑바로 세워 놓기란 불가능해진다. 뇌과학자들이 그동안 여러 사례를 통해 보여 주었듯이, 자신에 대한 체험은 물론 일상 세계와의 관계에서 겪는 경험들에 대한 우리의 체험 역시 끊임없이 새롭게 이루어진다. 우리의 정서가 관여해 활성화시키는 체험 및 행동 패턴들은 더욱 견고해지면서 뉴런 회로 패턴의 형태로 구조적으로 고정된다. 즉 뇌 안에 ‘체화된다’. 이는 살면서 언제든 뇌 안에 형성된 회로들을 새롭게 구성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려면 여태까지 사용해 온 운동, 지각, 인지, 혹은 정서적 패턴 중 하나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즉 지금과는 다른 식으로 보고 느끼고 행동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들 영역 중 한 곳에서 새로운 패턴을 만들어 내는 데 성공한다면 나머지 영역들도 그 뒤를 따를 것이다.(174~175p.)

 

애초에 가정했던 것보다 인간의 뇌가 쉽게 재조직화될 수 있다는 사실 말고도 지각, 감저, 사고, 느낌, 기분, 몸의 자세, 그리고 모든 체내 현상들도 그동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밀접하게 서로 연결되어 있음이 밝혀졌다. 일반적으로 몸과 마음, 사고와 감정은 하나의 통일체를 이루고 있는 만큼, 그중 어느 영역에서든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 가장 쉬운 길은 자신의 몸을 재발견하는 것이다.(175p.)

 

2월 11일부터 일주일에 네 번, 수영 강습을 받는다. 주말에 한 번은 자유수영을 한다.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일주일에 5일 수영복을 입고 수영장에 들어간다는 뜻이다. 세 달이 넘었다. 놀란다. 학교를 졸업한 후 세 달 이상 거의 매일 어떤 한가지에 대한 기대감, 흥미, 즐거움을 느껴본 일이 있었던가? 한참을 곰곰이 생각해봐도 떠오르는 기억이 없다. 수영은 세달이 지난 지금도 매일 새로운걸 배우고 달라지는걸 느낄 수 있기에 여전히 흥미진진한 탐구대상이다. 수영으로 몸무게가 변하지는 않았다. 아직은.. (아직은?흐흐) 그러나 몸무게 말고 다른 부분에서는 이미 많은 변화가 눈에 띈다. 잠을 잘 자고, 변비가 사라지고, 집안일도 후딱후딱 해치운다.(후딱후딱 해치우려고 노력한다,고 하는게 맞겠지! 세 번에 한 번 정도는 여전히 미루고 뭉개니까..). 무엇보다 기분 좋은 것은 거울 속의 내 얼굴이 잘 웃는다는 사실!

 

『우리는 무엇이 될 수 있는가』를 읽으며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낀다.

나도 어떻게 설명할 수 없었던, 그러나 분명 나의 마음을 이해받는 느낌이랄까.

 

나는 『우리는 무엇이 될 수 있는가』를 읽고,

글쓴이(게랄트 휘터)는 나의 마음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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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스 2012-05-14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는 지붕 위에도 올라갈 수 있다! 뭐 그런 것 같아요, 저 사진.
수영 다 배우면 또 뭐배우실 거예요? 앗하하. 너무너무너무 좋은 것 같아요. 배우는 것에 들뜬 모습이요..

아.. 이 책은 이런 내용이구나.. 요즘은 인문학도 참 휘황찬란한 것 같아요. 어려운 게 아니라 관념적이랄까;; 사무실은 언제 냅니까!!! 저는 왜 채용 안하고..( '')

잘잘라 2012-05-16 14:37   좋아요 0 | URL
ㅋㅋ.. 이 책 외국인이 쓴 책인데 아마 한국에서 출판한다고 한국을 신경쓴다고 저 사진을 넣은거 같은데 말이죠. 으으.. 차라리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는편이 나은 경우! ^^;

이 책.. 저는 중반까지 디게 어렵게 읽었에요~ ㅎㅎ

사무실.. 내더라도 직원은 필요없고, 뽑더라도 나보다 이쁜(또는 날씬한) 여자는 절대 사양이라니깐요! 즉, 여자 직원은 안 뽑겠단 얘깁니다요. ㅋㅋ

차트랑 2012-05-19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마음도 좀 읽히고 싶습니다요 ㅠ.ㅠ

잘잘라 2012-05-21 16:22   좋아요 0 | URL
차,트,랑,공,님! 앞으로는 소리내서 읽어드릴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