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둔 제로에너지하우스 - 난방 없이 한겨울 영상 20도를 유지하는 거짓말 같은 집 이야기
이대철 지음 / 시골생활(도솔)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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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감사인사부터 드립니다.

이렇게 좋은 책을 써주신 저자 이대철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무엇보다 외국인이 쓴 책이 아니라서 반갑고,

'살둔 제로에너지 하우스'가 외국에 있는 집이 아니라서 고맙습니다.

 

 

 

 

겨울이 길고 다른 지역보다 더 추울뿐더러 눈이 많이 내리는 강원도 산간지역에서 '난방 없이 한겨울 영상 20도를 유지하는 거짓말 같은 집 이야기' 라는 소개문구를 읽고 처음엔 솔직히 긴가민가했습니다. 그러나 책을 읽기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아 저는 이미 이대철 선생님의 팬이 되어버렸습니다. 

 

저는 예전에 선생님이 쓰신 《얘들아, 우리 시골가서 살자》를 읽었습니다. 그땐 솔직히 별 감흥이 없었습니다. 선생님이 '시골'이라고 얘기하신 곳에 바로 제가 살고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쓰신 『살둔 제로에너지하우스』는 완전히 차원이 다릅니다. 감흥의 차이도 상당하고, 선생님이 밝혀주신 여러 정보에 대한 신뢰 정도도 그렇습니다.

 

《얘들아, 우리 시골가서 살자》는 약 2만 부가 팔렸고, 인세로 대략 2천만 원을 받았는데, 이 인세로 책을 사서 읽기로 했다. 나는 일반인보다는 굉장히 많은 독서량을 가지고 있었기에 독서를 새로 시작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어떤 책을 읽을 것인가에 대한 생각은 이 책의 출판과 그 이후의 변화가 내게 큰 영향을 미쳤다. 그 전의 독서가 상당히 광범위했다면, 새로운 집중 분야는 '에너지'가 되었다.

통상 한 분야의 전문가일 때는 남의 주장에 귀 기울이는 일이 드물수 있지만, 나는 에너지 전문가가 아니었기에 세상에 나온 구입 가능한 에너지 관련 책을 대부분 읽었다. 향후 살둔에 집을 짓게 되면서도 마찬가지지만, 아마추어로 시작한다는 것은 많은 새로운 것을 배워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초반의 어려움만 극복한다면 오히려 한 분야의 기존 관행에 얽매이지 않고 객관적이고 효율적으로 학습하고 실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25p.)

 

이 부분을 읽으면서부터 선생님의 팬이 되었습니다. '인세로 책을 사서 읽기로' 하시고 '에너지' 분야에 집중된 독서를 통해 '한 분야의 기존 관행에 얽매이지 않고 객관적이고 효율적으로 학습하고 실행'하신 선생님을 존경합니다. 특히 '에너와 관련한 독서' 내용 끝부분에서 주장하신 내용은 정부 관계자에게 반드시 전달되어야 할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1년에 건물 냉난방으로 소요되는 비용이 대략 30조 원~48조 원이라고 한다. 정부에서는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의 주택 건축의 기본을 지도해나가야 한다. 지금처럼 말만 무성해서는 피크오일이 올 때까지 아무 일도 못한다. 1,800만 원 가는 태양전지를 주택에 설치할 때 한 달에 2만 원~3만 원의 전기 값을 절약할 수 있다. 3,000만 원짜리 태양열로는 2만 원~3만 원 가치의 온수를 공급받을 수 있다. 주택용 지열 냉난방은 난방 효율이 무척이나 불확실하다. 이런 설비들에 정부는 50%의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한 달에 50만 원~100만 원을 절약할 수 있는 저에너지 주택 신축에는 관심이 없다.

나는 우선 정부가 공공건물의 신축과 기존의 건축물만이라도 냉난방시설이 없도록 법을 만들기를 희망한다. 정부가 리더 역할을 해야 한다.(30-31p.)

 

 

책을 읽으며, 하나부터 열까지 정말 꼼꼼하게 계획하고 실행하시는 선생님의 면모를 피부로 느끼고 배웁니다. 선생님이 104~107쪽에 써주신 '어떤 땅을 구할까'에 대한 조언은 당장 저에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말씀하신대로 다른 책에서는 들을 수 없었던 실질적인 조언이었기에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지난 추운 겨울, 어느 신문에 보도되었듯이, 겨울의 서울 평균기온이 모스크바보다 낮았다. 작년 여름 두 달 동안 내린 강수량은 세계적으로 드문 현상일 뿐만 아니라 장마 후 여름 날씨는 남방 국가 수준이다. 이런 극단의 기후를 만족시킬 수 있는 건축 방식은 선진 외국에서 간단히 들여오거나 배워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모든 건축 관련인은 기상청에서 매년 발간하는 비매품인 《기상연감》을 눈여겨 봐야 한다. 즉 한국인에게 적합한 주택은 자생적이어야 한다. 그렇다고 한국전통주택의 양식에서 와서는 안 된다. 에너지 사용 방식이 달라졌고, 가장 결정적으로는 쾌적한 실내온도에 대한 기준이 확연히 변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국전통주택에 막연한 향수를 느끼고, 현재 주택에 접목하고 싶은 정서를 지니고 있다. 주택 신축이란 과학이지 국민 감정을 담는 정서가 아니다.(144p.)

 

사실 이런 생각(주택 신축이란 과학이지 국민 감정을 담는 정서가 아니다)에 완전히 찬성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 역시, 한국전통주택에 막연한 향수를 느끼고, 현재 주택(앞으로 지을 집)에 접목하고 싶은 정서를 지니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에너지 사용 방식이 달라졌고, 쾌적한 실내온도에 대한 기준이 변한 것은 어찌할 수 없는 사실이기에 선생님이 제시하시는 '패시브 하우스'에 이토록 커다란 관심을 갖고 책을 읽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한옥에도 살아봤고 벽돌로 지은 연립주택에도 살아봤습니다. 지금은 아파트에 살고 있습니다. 한옥은 여름엔 정말 좋은데 겨울엔 정말 춥습니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살고싶은 집을 하나 고르라고 하면 아무 고민없이 한옥이라고 대답합니다. 이유는 딱 하나입니다. 제 기억 속에 즐겁고 행복한 기억이 한옥집에 살 때 가장 많기 때문입니다. 엄동 설한에 마당 화단에 묻어둔 김칫독에서 김치 꺼내오라는 심부름 받고 빨간 고무장갑 끼던 기억마저 행복으로 느껴지는 것은 아무래도 돌아갈 수 없는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라고 하는게 맞을지도 모릅니다.

 

한옥에 있던 마당, 뒤꼍, 대문, 장독대, 툇마루, 광, 부뚜막, 뒷간... 모두 잊을 수 없는 장면 하나씩 떠오릅니다. 이제《살둔 제로에너지 하우스》를 읽었으니 지난 시간의 기억과 함께 앞으로 살아갈 집에 어떤 가치, 어떤 의미를 담을까 생각합니다. 아주 천천히 지을 생각입니다. 최대한 제 손으로 직접 지을 생각입니다. 만들어가는 과정이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 속에 〈살둔 에너지제로하우스 워크숍〉에 참석하는 것도 집어넣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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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랑 2012-05-29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거...
언제 내집지어보나^^

위에서 언급한 냉난방 비용을 생각해보니 참...
누가 나서긴 나서줘야 할 것 같군요.
정부가 리더라면 더없이 좋겠습니다.

글을 읽으니
비단 집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

잘잘라 2012-05-29 21:28   좋아요 0 | URL
한달에 2~3만 원이면 많이 잡아도 1년에 사십만 원, 10년에 사백이니 결국 칠,팔십 년 정도는 써야 설치비를 뽑는다는 얘기가 되나요? ㅋㅎ 아무리 단순하게 생각해봐도 정말 그건 아니다 싶어요. 밑바닥 깨진 항아리에 계속 물을 들이붓고있는 셈이랄까.. ㅠㅠ 우선은 내 집 항아리 바닥이라도 살펴보는 마음으로 읽어야할 책이라고 생각합니다요!^^

차트랑 2012-05-30 00:19   좋아요 0 | URL
이런,
맞습니다욧~!!!

귀를기울이면 2012-05-29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주에 인터넷에서 우연히 본 집인데 바로 이렇게 또 관련 이야기를 만나니 반갑네요. 평생의 소망중 하나가 될것 같아 주목하고 있습니다. 워크샾도 주기적으로 하는가본데 당장 바빠서 가보지 못하는게 안타깝네요.

잘잘라 2012-05-29 21:32   좋아요 0 | URL
방가방가^^ 귀를기울이면 님이랑 같은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하니 막 신나고 들뜨고 그래요^^ 어서빨리 님의 소망이 이루어지기를 기원하며 기합 한 번, 이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