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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 - 전세계가 주목한 코넬대학교의 "인류 유산 프로젝트"
칼 필레머 지음, 박여진 옮김 / 토네이도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만약 네가 "할아버지, 난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죠?" 라고 묻는다면
뭐라고 대답해주면 좋을까?
찬란하게 달렸던 눈부신 경주 이야기를 해줄까?
아니면, 숨 가쁘고 고통스럽고 두려웠던 경주 이야기를 해줄까?
삶이 네게 건네주는 역경과 시련
그리고 땀
그래도 용기를 얻을 수 있겠니?
불리한 패를 쥐고도
두 배로 내기를 걸 수 있겠니?
_앨버트 폴섬(234-235p.)
나는 할아버지에게 묻지 않았다.
나는 할아버지에게 묻지 못했다.
어버이날을 즈음하여 엄마가 할아버지를 만나러 가야겠다고 하셨다.
일흔이 넘은 엄마가
아흔이 넘은 할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길,
마흔이 넘은 내가 운전을 한다.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떠나보낸 지 20여 년
엄마는 아버지를 떠나보낸 지 10여 년
혼자 된 할아버지가 혼자 된 딸에게 용돈을 주신다.
"뒀다 써."
나는 할아버지에게 묻지 않았지만
할아버지는 나에게 말씀하신다.
"니 걱정은 이제 지쳤다."
허허 웃으신다.
'할아버지 죄송합니다.'
내가 할아버지에게 묻지 못한 말, 지은이가 대신 묻는다.
"할아버지, 난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죠?"
이 짧은 물음에 대한 이 세상 모든 할아버지들의 대답을 적은 책,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 .. 이 책을 읽은 건 나에게 더 없는 행운, 더 없는 기회, 더 없는 감사 제목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귀담아 들을 이야기지만
그 중에서도 지금 나에게 꼭 맞는 이야기는 바로
'일'에 대한 조언이다.
"주변을 돌아보면 나보다 부유하고 뛰어난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지. 그러니까 외적인 보상을 목표로 일을 한다면 언젠가는 좌절할 수밖에 없다네. 사람이란 늘 자신보다 더 많은 것을 가진 사람과 비교하기 마련이거든. 하지만 일에서 얻는 만족감이나 즐거움을 목표로 한다면 분명 성공할 수 있다네. 그런 일을 찾고 계속 그 일을 하는 것보다 더 큰 축복은 없으니까 말이야."(90p.)
다음은 3장(행복하게 맞는 아침_평생 하고픈 일을 찾아가는 법)의 작은 제목들이다.
- 즐거움이 최고의 보상이다
- 고통 없는 달콤함은 없다
- 싫어하는 일에서도 배운다
- 거울이 아니라 창밖을 보라
- 소매를 걷어붙이는 건 내 손이다
- 일출을 보려면 어두울 때 일어나라
내용을 읽고 나면 작은 제목만 읽어도 마음이 두근거린다.
그렇지! 즐거움이 최고의 보상이지!
그렇지! 비온 뒤 땅이 굳는 법이지!
그렇지! 싫어하는 일에서도 배울 게 있지!
그렇지! 거울 들여다보고 있으면 뭐해, 하늘 보고 살아야지!
그렇지! 소매를 걷어붙이는 건 바로 내 손이지!
그렇지! 일출을 보려면 어두울 때 일어나야지!
몰라서 못하나?
안해봐서 모르는거지!
그렇지, 그렇지!
"내가 살면서 고수한 한 가지 원칙은 '아니오'라고 대답해야 할 명백한 이유가 없는 한 '네'라고 대답하는 거야. 내 삶에 '아니오'라는 대답은 없었다네. 나는 내게 주어진 일들을 흔쾌히 받아들였지. 재미있는 일은 아니었지만 하다 보면 흥미가 생기는 경우가 많았어. '네'라고 말할 때 기회가 온다네. 하지만 그 기회가 두 번씩 오는 경우는 많지 않지. ..."(232p.)
인생은 짧다.
기어이 즐거운 일을 찾아내라는 조언과 더불어 마음에 와 닿았던 것은 "인생은 짧다."는 말이다. 그리고 아...
인생의 현자들의 견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특히, 젊은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뚜렷하게 구분되는 점은 모든 것을 시간과 연관해서 본다는 점이다. 70세 이상 노인들에게 시간은 실로 삶의 본질이다. 시간은 그들이 헤엄치고 있는 바다이며 그것에 대한 인식이야말로 이 책에 나오는 모든 교훈들을 만든다. 사람에게는 저마다 제한된 삶의 시간이 있따는 심오하고 깊은 존재론적 인식은 인생의 현자들의 삶 전 분야를 관통한다.
젊었을 때 친구의 갑작스런 죽음처럼 예기치 못한 경험을 하고 나면 인생이 짧다는 사실을 불현듯 깨닫기도 하지만 보통은 젊은 나이에는 인생이 짧다는 사실을 믿지 않는다. 앞에 남겨진 수십 년의 삶이 끝도 없이 길어 보여서 딱히 시간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중년이 되면 인간이 시간의 동물이라는 사실을 조금씩 깨닫기 시작한다. 하지만 온갖 수단을 이용해 그 사실을 부인한다.(267p.)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아...' 하는 소리를 냈다. 한숨은 아니다. 확인이다. 피할 수 없는 사실, 나는 중년이라는 확인. '중년이 되면' 인간이 시간의 동물이라는 사실을 조금씩 깨닫기 시작한다고! 아.. 과연 나는 중년이 되었구나. 나야말로 얼마전부터 눈에 띄게 빨라진 시간의 흐름에 몸둘바를 모를만큼 초조함에 빠지곤 한다. 그러다 정말 '온갖 수단을 이용해' 그 사실을 부인하려, 아니, 부인이라기 보다는 잊으려(그게 그거네..) 노력한다.
이젠 정말 똑똑히 기억해야한다.
인생은 짧고, 예외는 없다.
그리고 꼭 기억해야 할 것
이 책은 8장으로 나뉘어있다. 1장과 8장을 제외하고 2장부터 7장까지는 각각 다섯개씩 각 장의 주제에 맞는 조언(지혜)이 들어있고, 각 장 끝에는 '그리고 꼭 기억해야 할 것'이라는 단락이 덧붙는다. 특별히 '그리고 꼭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는 부분이라 더 주목하게 된다. '그리고 꼭 기억해야 할 것'만 따로 정리해 본다.
2장(아름다운 동행 _잘 맞는 짝과 살아가는 법)
...그리고 꼭 기억해야 할 것, 화난 채 잠자리에 들지 마라
3장(행복하게 맞는 아침 _평생 하고픈 일을 찾아가는 법)
...그리고 꼭 기억해야 할 것, 일출을 보려면 어두울 떄 일어나라
4장(등을 보고 자라는 아이 _건강한 아이로 키우는 법)
...그리고 꼭 기억해야 할 것, 쉽게 키워라
5장(하강의 미학 _지는 해를 즐기는 법)
...그리고 꼭 기억해야 할 것, 나이와 싸우지 마라
6장(후회 없는 삶 _'그랬어야 했는데'에서 벗어나는 법)
...그리고 꼭 기억해야 할 것,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라
7장(행복은 선택일 뿐 _나머지 인생을 헤아리는 법)
...그리고 꼭 기억해야 할 것, 대접받고자 하는 만큼 대접하라
제목만 써놓고 보니 밋밋한 느낌이다.
그러나 본문 내용을 찬찬히 읽어보면 한 마디 한 마디 모두 마음을 울린다.
진심이 느껴진다.
이 책을 놓치지 않고 읽게 되어서 정말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