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이 만든 난로 햇빛온풍기 - 햇빛으로 에너지 기구 만들기
이재열 지음 / 시골생활(도솔) / 2012년 5월
평점 :
품절


 

 

 

햇빛이 너~무 좋은 날, '햇빛 아깝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

바람이 너~무 좋은 날, '아, 바람 아깝다'는 생악을 해 본 적이 있다.

가뭄 끝이 비가 내리는 날, '아, 빗물 아깝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

 

햇빛 좋은 날 삶은 빨래가 새하얗게 뽀송뽀송 잘 마르면 뿌듯한 기분,

바람 좋은 날 널어놓은 생선이 꾸득 꾸득 잘 마르면 뿌듯한 기분,

고추 모종, 토마토 모종 낸 텃밭을 촉촉하게 적셔주는 비가 내리는 모양을 바라보는

이 뿌듯한 기분을,

아는 사람은 다 알 것이다.

 

『태양이 만든 난로 햇빛온풍기』를 쓴 이재열 저자는 한 걸음 더 나간다.

한 걸음 뿐이겠나, 두 걸을 세 걸음.. 지금도 계속 나아가고 있는 그의 발걸음,

그 발걸음을 쫓아가 본다.

 

 

이재열

 

강원도 원주 골짜기에서 1967년에 태어났다. 청운의 꿈이 아닌 집안 사정으로 초등학교 때 서울로 상경했다. 수세식 변기를 그때 처음 보았던 나는 너무나 깨끗해서 손 씻는 곳인줄로 착각하여 손을 씻고 있는데 그 광경을 목격한 사촌형의 뜨악한 표정이 지금도 역력하다.

 

15년 이상을 말단 행정공무원으로 생활하다가 지금은 햇빛에너지에 푹 빠져 있다. 2008년 경북 봉화에 꿈에도 그리던 흙집을 지었고 나무 지붕을 얹었다. 그리고 20여 년 만에 다시 밤하늘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별을 보기 정말 좋은 곳이 시골이다. 도심의 광해도 없고 공해도 덜하다. 몇 시간씩 차를 몰아 어두운 곳을 찾아갈 필요도 없다. 그저 마당에만 나오면 된다.

 

별지기의 눈에는 새롭고 경이로운 세상이 담겨 있다. 플레이아데스(쫌생이별)의 초롱초롱함이란! 망원경으로 달을 보면 지구에서도 찾기 어려운 골짜기가 있고 광활한 평원이 있다. 거대한 산맹기 있고 태곳적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분화구가 있다. 우주를 보고 있으면 역절석이게도 지구가 보인다. 이곳이 얼마나 소중한 곳인지...

 

나는 이곳에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내게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청운의 꿈.

인생 하반기에 처음으로 꿈을 안고 산다.

 

자립하는 삶을 만드는 적정기술센터 대표

http://cafe.naver.com/selfmadecenter 

 

 

 

 

 

 

표지 앞날개에 실린 저자 소개글을 읽으면서 대번에 드는 생각,

'이 사람 혼자 사나? 아니면 아내도 같은 생각일까?'

혼자 산다면 안정된 직장을 그만두고 남들이 안가본 길을 갈 수도 있겠지만,

가족이 있다면 그렇게 하기란 쉽지 않을것이기 때문에 그 점이 궁금하다.

답은 곧 나온다.

 

 

 

 

자, 이것은 저자의 가족사진인데.. 가장 활짝 웃고 있는 것은 역시 저자다. 하하하.

아내의 표정도 밝긴하지만 아이들의 표정은? 흐흐흐.

 

아무튼 다행이다. 너무나 당연한 사실인데도,  저자의 가족이 한 곳에 모여 사진을 찍고, 지금도 한 지붕 아래 살고 있다는 점이 마음을 흐믓하게 한다.

 

햇빛 추적방식은 고정식에 비해 기계장치가 많이 들어간다. 그만큼 상대적인 복잡함이 있고 단순하게 살고 싶다는 욕구와도 맞지 않다. 다만 햇빛에너지의 효율을 높인다는 장점이 있다. 내가 만들어 사용하고 있는 햇빛 추적방식은 LED를 이용해 햇빛을 미세한 전류로 바꿔 양쪽 센서에 들어오는 햇빛의 양을 비교하여 해를 따라 실시간으로 움직이도록 만들어졌다. 몇 개월간 햇빛 추적용 컨트롤러를 만드는 데 푹 빠져 살았다. 안주인의 핀잔이 하늘을 찔렀지만 재밌는 시간이었다.(194p.)

 

'안주인의 핀잔이 하늘을 찔렀지만 재밌는 시간이었다.' 같은 문장을 읽을땐 '그럼 그렇지!' 하고 생각했다. '안주인의 핀잔'이라고 했는데, 안주인 입장에서는 아마도 '핀잔' 정도가 아니었을 것이다. 어쩌면 정말 속이 부글부글 끓는 상황이었을 수도 있다. 그런 '안주인의 핀잔이 하늘을 찔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에겐 '재미있는 시간'이었다고 하니, 이 문장 하나만 가지고도 어떤 장면(한 사람은 주걱 들고 밥 먹으라고 소리지르고, 또 한 사람은 아내가 그러거나 말거나 뭔가 만들어내는데 골몰하고 있는 장면)이 떠오른다. 부부가 그랬거나 말거나, 아무튼 나는 이 대목에서 껄껄껄 한 번 웃고 간다.

 

 

 

 

생태뒷간: 톱밥 등을 이용해 여름에도 냄새가 거의 안 난다.

 

(나의 속마음1)

'생태뒷간'이라고 이름 붙인 위 사진에는 '톱밥 등을 이용해 여름에도 냄새가 거의 안 난다'는 설명이 붙어 있지만.. 으.. 어쩐지 이 부분만은 자신이 없다.

 

 

 

 

 

우리집 먹을거리 중 바짝 말려야 하는 것들은 몽땅 요 작고 거의

재활용품으로 만들어진 햇빛건조기가 책임을 진다. 

 

(나의 속마음2)

햇빛건조기? 음.. 햇빛만 좋다면 그냥 채반에 널어 놓으면 되는거 아닌가? 굳이 '햇빛건조기'라고 따로 만들 이유가 있나? 여기 널어 놓으면 더 빨리 마르나? 더 바짝 마르나? 그렇다 해도 얼마나 더 빨리? 얼마나 더 바짝?

 

 

 

 

빗물 집수정! 시골 살면 이건 꼭 만들어 둬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책에서도 밝혔듯, 빗물 사용에 있어서는 일본 사람들을 따를 자가 없다. 저자가 이 책에서 설명하고 있는 빗물 사용 방식도 물론 참고가 되겠지만 실전에 들어가면 아마도 집 설계 단계에서부터 빗물 사용에 대해 고려하게 될 것이다.

 

적정기술

 

저자는 건축가도 아니면서 직접 집을 지었다.

저자는 기술자도 아니면서 직접 햇빛에너지를 이용한 기구를 만든다.

저자는 전문가도 아니면서 빗물 사용 방안을 제안한다.

 

저자 같은 사람이 많아지면 건축가는 일자리를 잃을까?

저자 같은 사람이 많아지면 기술자, 전문가들이 설 자리는 없을까?

이런 바보 같은 질문이 있나.. 쯧. 그럴 리가 없지 않나.

 

도리어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남'에게 맡기고 살고 있다.

아이들은 학교, 학원에 맡기고, 아주 어린 아이들은 탁아소에 맡긴다.

노인은 요양시설에 맡기고, 환자는 병원에 맡긴다.

세탁은 세탁소에, 수선은 수선집에, 청소는 용역업체에...

 

저자는 '전문가'에게 맡겨두었던 일을, 그 일을 직접 해내는 즐거움을 되찾자고 이야기한다.

 

모든 일을 스스로 할 필요는 없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너무나 많은 것들을 포기하며 살아가고 있다. 우리네 인생은 절대로 고정돼 있지 않다. 다만 우리 스스로 그렇게 붙들어 매놓고 살아갈 뿐이다. 나는 햇빛에너지를 이용한 기구들은 물론이고 흙집조차 썩 예쁘게 만들지는 못했따. 신기한 것은 그것들을 바라볼 때마다 항상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이다. 더 무엇을 바라겠는가. 모든 것을 다른 사람, 흔히 전문가라고 하는 이들에게 맡겼다면 지금과 같은 행복은 절대 얻지 못했을 것이다.(40p.)

 

 

 

 

 

 

 

 

 

 

 

 

 

 

 

 

 

그러기 위해 우리에게 '적정기술'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기도 한다. 그렇잖아도 지난주 새책 소개 코너에서 '적정기술'에 대한 책(『적정기술 그리고 하루 1달러 생활에서 벗어나는 법』) 을 보았는데, 연계해서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책의 취지는 좀 달라보이지만서두..) 이 책에서 소개한 E.F 슈마허의 《작은 것이 아름답다》와 《적정기술 : 36.5도의 과학기술(나눔과기술 지음)》도 함께 읽어보면 좋겠다.

 

인도의 간디는 적정기술(중간기술) 운동의 아버지로 불린다. 간디는 대자본에 의한 고도의 기술 집약적이며 대량생산 체제를 반대하며 이에 대한 대안으로 마을을 기반으로 한 지역 단위의 산업 활동을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노력했다. 간디의 주장과 정신을 확장시킨 사람은 독일 태생의 경제학자 E.F 슈마허(Ernst Friedrich Schumacher)였다. 1950~60년대 슈마허의 주장과 제안들을 정리해놓은 1973년에 출간된 《작은 것이 아름답다》라는 책을 통해 '중간기술'이라고도 불리는 적정기술이라는 개념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110p.)

 

저자는 경북 봉화에 자기 손으로 직접 흙부대집을 지었다. 직접 햇빛 온풍기, 햇빛 온수기, 햇빛 건조기를 만들어 설치하고 사용한다. 빗물 이용 시설을 만들어 쓰는 것에도 적극적이다. 이 책에는 흙집을 짓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햇빛 온풍기, 햇빛 온수기, 햇빛 건조기, 빗물 저장 시설을 만들어 설치하고 실 사용하는 이야기는 글, 그림, 사진을 통해 굉장히 쉽게 설명하고 있다.

 

그가 만든 기구들은 자재를 구하기도 쉽고, 원리도 간단하다. 여자인 나도 곧 따라서 만들어 쓸 수 있을것 같을 정도다.(나는 책에 소개된 기본 공구를 거의 다룰 줄 안다. 구비하고 있는 것도 있다.) 그 점이 이 책의 장점이지만, 내가 생각하는 장점이 하나 더 있다. 솔직담백하게 써내려간 그의 문체를 읽는 것이다. 잘난체 하거나 가르치려들지 않고 있는 그대로 자기가 한 일을 썼다. 글을 읽으면서 어쩐지 흐믓한 마음이 들고, 저자를 응원하게 되는 그런 문체다.

 

마지막으로, 그가 스스로 집(특히 흙집)을 짓고자 하는 사람에게 강조하는 한 가지를 밝히고 리뷰를 맺는다.

그것은 바로 '단열을 철저히 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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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2-05-30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이런 책이 있었군요!
얼마전 전국의 적정기술 전문가들이 모여서 간단회를 했다고 들었는데,
저도 관심이 있었지만, 참여하지는 못했습니다.
이 책 꼭 살펴봐야겠어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