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무엇이 될 수 있는가 - 세계적인 뇌과학자가 우울한 현대인에게 보내는 감동과 희열의 메시지
게랄트 휘터 지음, 이상희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인간은 삶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그 같은 내적 이미지와 기준을 구체적 형태로 발전시키는데, 이것이 어떤 모습을 할지는 주위에서 ‘성공적’이라 일컫는 본보기에 크게 좌우된다. 그리고 그런 본보기를 만나는 것은 청소년기를 보내는 문화권과 그곳의 주된 사회적 관계가족과 사회 속에서이다.

그 결화 서로 다른 문화권의 구성원ㅡ그리고 한 문화권 내에서도 가족, 친족, 남녀, 세대ㅡ들 간에는 ‘사고 모델’과 ‘정서적 구조’, 삶을 통해 습득한 능력과 재주 등에서 차이가 있다. 똑같은 경험을 할 수 있는 똑같은 조건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으므로, 개개인의 뇌 안에서 형성되는 이미지와 표상의 세계는 둘도 없는 독특한 구성물인 셈이다.(87p.)

 

‘주위에서 ‘성공적’이라 일컫는 본보기에 크게 좌우된다’는 말에 처음엔 ‘아닌데? 나는 오히려 반대였는데?’했다. 어릴때 나는 ‘남들처럼’ 사는건 사는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 ‘남들’이 아무리 부자고 아무리 유명하고 아무리 힘이 쎄다 해도 말이다.(지금은 ‘남들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남들처럼 학교를 졸업하고 취직하고 결혼하고 애 낳고 부모가 되어 사는 것.. 그것은 너무 뻔하다고 생각했다. 그건 내가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되는 거라고 생각했다.(정말 몰라서, 정말 어려서, 정말 터무니 없는 생각을 했었다는 것을 지금은 알지만..) 그래서 어느 순간, 길이 보이면(그 길이 너무나 뻔히 보이면) 가지 않았다. 너무나 구불 구불, 앞을 예상할 수 없는 길만 골라 접어들었다. 그래서 지금 여기 있다. 어디쯤 온 것인지 모르고 어디로 가는 것인지도 모르는 딱 여기에.

 

그러니 그 말이 맞구나. ‘주위에서 ‘성공적’이라 일컫는 본보기에 크게 좌우된다’는 말, 본보기를 따라 ‘앞’으로 갈 수도 있고 본보기를 피해 ‘옆’으로 갈수도 있다는 말이니까.. ‘똑같은 경험을 할 수 있는 똑같은 조건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으므로, 개개인의 뇌 안에서 형성되는 이미지와 표상의 세계는 둘도 없는 독특한 구성물인 셈이다.’ 아.. 그렇다면 내가 앞으로 가든 옆으로 가든 설령 뒤로 가든 위, 아래로 가든 나 자체로 이미 독특한 것이었던 셈인데! 아.. 지금이라도 이런 생각을 하게 되서 다행인건가?

 

이러면서 읽다가 책 중반(5장 왜 감동과 희열이 사라지는가)에 와서야 ‘본보기’라는 의미가 내가 생각한 것 보다 훨씬 훨씬 어렸을때(태어나면서부터 생후 6개월까지) 의미를 갖는다는 것을 알게된다.

 

영유아를 비롯해 청소년, 어른 할 것 없이 타인의 행동을 모방하기 위해서는, 즉 뇌 안의 거울 뉴런 시스템이 활성화되려면 상대방이 그만큼 중요한 인물이어야 한다. 아이들은 무작정 아무나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우러러보고, 소중하게 여기고, 정서적으로 끈끈한 유대감을 느끼는 사람만 따라 한다. 이들은 바로 아이들의 본보기다.(130p.)

 

그리고 이어지는 중요한 이야기,

 

우리가 본보기 대상으로부터 받아들이는 것이 특정한 거동이나 행동 유형에 국한된다면 그다지 걱정할 까닭이 없을 것이다. 그러면 사람에 따라 찻잔을 입에 갖다 대는 방식이나 걷고, 춤추고 헤엄치는 자세가 달라질 것이고, 인사를 건넬 때의 몸짓이나 삶은 바닷가재를 먹는 방식에 차이가 나는 정도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들로부터 운동근육이 관여하는 동작 패턴이나 행동 방식만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태도와 사고방식까지도 받아들인다. 그러면 문제가 생길 소지가 커진다. 가령 우러러보는 본보기 대상이 말과 글, 노래, 혹은 행동이나 처신을 통해 남을 깎아내리거나 심지어 무안을 줘도 상관없고, 살면서 다른 사람을 짓밟고 권력과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필요하며, 나아가 속임수와 거짓말 없이는 인생에서 성공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공공연히 퍼뜨리는 경우를 생각해 보라.(131-132p.)

 

그렇지. 우리가 누구에게 무엇을 배우려 할 때는 나도 모르게 그 사람의 삶에 대한 태도까지도 흡수하게 된다. 그래서 어른이 되어서 무엇을 배운다는게 어려운 것이다. 가령 내가 외국어를 배우러 학원에 갔는데 강사가 여러 명이라고 치자. 어떤 강사는 인간성이 나쁘다고 소문이 났는데 실력만큼은 학원에서 넘버원이다. 인맥도 막강해서(?인간성이 나쁜데 어떻게 인맥이 막강하냐고? 글쎄.. 그야.. 말이 안되긴하지만 현실에서 그런 사람을 본 적이 있는지라..)그 강사에게 배우고 난 뒤에는 내가 원하는 곳에 소개를 부탁할 수도 있다. 반면 실력은 보통인데 인간성이 좋아서 항상 수업 분위기를 밝게 이끌어가는 강사가 있다. 그러면 나는 어떤 강사를 선택할 것인가. 그것은 나의 가치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이미 가치관이 굳어진 상태에서는 나의 가치관과 맞니 않는 사람에게 무엇을 배운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이유를 알았다.

 

 

(근데 이 사진들은 대체 여기 왜 끼워넣은 걸까? 도무지..ㅠㅠ 별 하나 뺀 이유.)

 

 

다음은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공감한 부분이다.

 

우리 뇌는 일종의 공사장이다. 유년기뿐 아니라 평생토록 그렇다. 만일 성인의 뇌가 다 지어진 건물과 같다면, 어떤 이유에서 기울어진 경우 다시 지어 토대 위에 똑바로 세워 놓기란 불가능해진다. 뇌과학자들이 그동안 여러 사례를 통해 보여 주었듯이, 자신에 대한 체험은 물론 일상 세계와의 관계에서 겪는 경험들에 대한 우리의 체험 역시 끊임없이 새롭게 이루어진다. 우리의 정서가 관여해 활성화시키는 체험 및 행동 패턴들은 더욱 견고해지면서 뉴런 회로 패턴의 형태로 구조적으로 고정된다. 즉 뇌 안에 ‘체화된다’. 이는 살면서 언제든 뇌 안에 형성된 회로들을 새롭게 구성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려면 여태까지 사용해 온 운동, 지각, 인지, 혹은 정서적 패턴 중 하나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즉 지금과는 다른 식으로 보고 느끼고 행동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들 영역 중 한 곳에서 새로운 패턴을 만들어 내는 데 성공한다면 나머지 영역들도 그 뒤를 따를 것이다.(174~175p.)

 

애초에 가정했던 것보다 인간의 뇌가 쉽게 재조직화될 수 있다는 사실 말고도 지각, 감저, 사고, 느낌, 기분, 몸의 자세, 그리고 모든 체내 현상들도 그동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밀접하게 서로 연결되어 있음이 밝혀졌다. 일반적으로 몸과 마음, 사고와 감정은 하나의 통일체를 이루고 있는 만큼, 그중 어느 영역에서든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 가장 쉬운 길은 자신의 몸을 재발견하는 것이다.(175p.)

 

2월 11일부터 일주일에 네 번, 수영 강습을 받는다. 주말에 한 번은 자유수영을 한다.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일주일에 5일 수영복을 입고 수영장에 들어간다는 뜻이다. 세 달이 넘었다. 놀란다. 학교를 졸업한 후 세 달 이상 거의 매일 어떤 한가지에 대한 기대감, 흥미, 즐거움을 느껴본 일이 있었던가? 한참을 곰곰이 생각해봐도 떠오르는 기억이 없다. 수영은 세달이 지난 지금도 매일 새로운걸 배우고 달라지는걸 느낄 수 있기에 여전히 흥미진진한 탐구대상이다. 수영으로 몸무게가 변하지는 않았다. 아직은.. (아직은?흐흐) 그러나 몸무게 말고 다른 부분에서는 이미 많은 변화가 눈에 띈다. 잠을 잘 자고, 변비가 사라지고, 집안일도 후딱후딱 해치운다.(후딱후딱 해치우려고 노력한다,고 하는게 맞겠지! 세 번에 한 번 정도는 여전히 미루고 뭉개니까..). 무엇보다 기분 좋은 것은 거울 속의 내 얼굴이 잘 웃는다는 사실!

 

『우리는 무엇이 될 수 있는가』를 읽으며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낀다.

나도 어떻게 설명할 수 없었던, 그러나 분명 나의 마음을 이해받는 느낌이랄까.

 

나는 『우리는 무엇이 될 수 있는가』를 읽고,

글쓴이(게랄트 휘터)는 나의 마음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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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스 2012-05-14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는 지붕 위에도 올라갈 수 있다! 뭐 그런 것 같아요, 저 사진.
수영 다 배우면 또 뭐배우실 거예요? 앗하하. 너무너무너무 좋은 것 같아요. 배우는 것에 들뜬 모습이요..

아.. 이 책은 이런 내용이구나.. 요즘은 인문학도 참 휘황찬란한 것 같아요. 어려운 게 아니라 관념적이랄까;; 사무실은 언제 냅니까!!! 저는 왜 채용 안하고..( '')

잘잘라 2012-05-16 14:37   좋아요 0 | URL
ㅋㅋ.. 이 책 외국인이 쓴 책인데 아마 한국에서 출판한다고 한국을 신경쓴다고 저 사진을 넣은거 같은데 말이죠. 으으.. 차라리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는편이 나은 경우! ^^;

이 책.. 저는 중반까지 디게 어렵게 읽었에요~ ㅎㅎ

사무실.. 내더라도 직원은 필요없고, 뽑더라도 나보다 이쁜(또는 날씬한) 여자는 절대 사양이라니깐요! 즉, 여자 직원은 안 뽑겠단 얘깁니다요. ㅋㅋ

차트랑 2012-05-19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마음도 좀 읽히고 싶습니다요 ㅠ.ㅠ

잘잘라 2012-05-21 16:22   좋아요 0 | URL
차,트,랑,공,님! 앞으로는 소리내서 읽어드릴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