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세상을 더듬다
저우쭝웨이 글, 주잉춘 그림, 장영권 옮김 / 펜타그램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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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빠름~ 빠름~ 빠름~' 하는 광고를 자주 봅니다. 엘티이 워프~ 하는 광고 말입니다.

어릴땐 골목길에서 이런 노래를 부르며 놀기도 했습니다.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빨가면 사과 사과는 맛있어 맛있으면 바나나 바나나는 길어 길으면 기차 기차는 빨러 빨르면 비행기~'

말하자면 제가 어릴땐 기차하고 비행기가 빨랐고, 요즘은 엘티이 스마트폰 정도는 되어야 빠른 축에 낀다고 하겠습니다.

교통 수단으로만 쳐도요, 요즘은 기차가 빠르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지 않나요?

빨리 가려면 비행기를 타던지 KTX를 타니까요.

 

그런데 달팽이는요, 예나 지금이나 느림의 대명사입니다. 물론 거북이도 있고 나무 늘보도 있긴 하지만 말이지요.

빠른 쪽으로는 계속 변화가 일어나는데 느린 쪽으로는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빠른 것의 가치는 계속 부각되어가는데 느린 것의 가치는 점차 사그라들어 사람들 기억 속에서 사라져버리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될 지경입니다.  

 

『달팽이, 세상을 더듬다』는 느림의 대명사인 달팽이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그림책입니다.

『달팽이, 세상을 더듬다』는 그림책이라서 그림을 빼면 얘기가 안됩니다.

『달팽이, 세상을 더듬다』에 나오는 그림은 아름답습니다. 세밀화 같기도 하고 수채화 같기도 하고 동양화 같기도 하다가, 그게 뭐가 중요해. 아름다우면 됐지. 이런 생각이 들만큼 아름다운 그림입니다.

 

그림을 보는 방법은 참 여러가지입니다.

한 눈에 쓱- 볼 수도 있고 코를 박고 자세히 들여다 볼 수도 있고 하나 하나 뜯어 볼 수도 있지요.

저는 무엇보다 '느리게' 보려고 신경썼습니다.

 

가능하다면 지은이가 이 그림을 그린 속도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그 정도로 느리게 볼 수 있을까? 나에게 그런 능력이 있을까? 그런 인내심이? 그런 섬세함이? 하고 갸웃거리면서

최대한 느리게 보려고 노력하며 보았습니다.

 

처음엔 그림만 봤습니다. 글도 꽤 있는 편이지만 글씨가 아주 작아서 대부분 손바닥 하나로 가릴 수 있는 정도라 그림만 보는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림만 보면서 어떤 내용일까 상상해 보았습니다. 두번째도 그림만 봤습니다. 나라면 이런 그림에 어떤 글을 써 넣을까 생각해봤습니다. 그런 다음 세번째에는 글만 읽었습니다. 그림만 보는 것과 달리 글만 따로 읽기는 어려웠습니다. 끝까지 고집하지 않고 중간에 멈추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갑니다. 아무튼 이제 네번째 읽기 시작입니다. 네번째 읽기에 드디어 그림과 글을 함께 봅니다.

 

놀라운 것은, 제가 생각한 것과 지은이가 써 놓은 글이 아주 달르다는 사실입니다.

더 놀라운 것은, 그런데 딱 한 장, 맨 마지막 장은 신기할만큼 비슷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기분이 참 좋습니다.

지은이와 내 생각이 달라서 기분이 좋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맨 마지막엔 같은 길을 걷기 시작한것 같아서

또 기분이 좋습니다.

 

처음엔 '멸종 위기에 처한 느림의 가치'를 되살려보자는 어줍잖은 이유로 이 책을 선택해서 읽었지만

지금은, 내가 걱정하는 것과 달리 세상이, 사람들이, 우리가, 내가, 당신이,

제 속도를 찾아낼 것이라고 믿고 빠르든 느리든 길을 가자는 생각을 하며 

리뷰를 썼습니다.

 

시간이 너무 빨라서 멀미 나는 분이나 반대로

너무 느려서 답답해 죽겠는 분,

속도 조정이 필요한 모든 분께 이 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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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03 00: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7-03 10: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2-07-03 0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빠르든 느리든 자신만의 속도로 가보자구요.
좋은아침이에요, 메리포핀스님^^

잘잘라 2012-07-03 10:11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하늘이 맑아요. 아직 바람도 선선하구요. 오늘은 딱 요 속도, 살랑 살랑, 요 속도로 가고 싶어요. ^_______^

2012-07-03 18: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가장 인간적인 인간
브라이언 크리스찬 지음, 최호영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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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가장 인간적인 인간, 제목

'가장 인간적인 인간', 오로지 제목 하나로 선택해서 읽은 책.

그냥 '인간'이었으면 관심 없었을 것이다. '인간적인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인간적이라는 말은 나를 건드리는 무엇이 있다. 그것이 무엇일까.

'인간'이라는 말 자체보다도 '인간적'이라는 말이 더 그런 이유는 무엇일까.

 

그냥 '인간'과 '인간적인 인간'

그냥 '인간' 그러면 생물학적인 인간이 생각나는데

'인간적인 인간' 그러면 갑자기 뭔가가 복잡해진다.

짠하고 슬픈 느낌이 나는가 하면

허술하고 찌질한 캐릭터가 떠오르기도 하고

불굴의 의지, 굳건한 믿음, 탄탄한 우정, 한없는 사랑, 끝없는 시기 질투.. 이런 쎈 이미지도 생각난다.

한없이 약하다가 한없이 강하다가 늘었다 줄었다 고무줄 같았다가 부드럽다가 질기다가.. 이런!

내가 지금, 결국 변덕이 죽끓듯하는 인간이 '가장 인간적인 인간'이라고 말하려는 건가?

그건 아니지~ 아니고 말고~

물론 그런 면도 없지는 않지만..

 

『가장 인간적인 인간』을 쓴 브라이언 크리스찬도 이와 같은 생각을 한다. 그가 '튜링 테스트'를 통해 '인간적인 인간'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하고 연구하고 정리해서 낸 것이 바로 이 책, 『가장 인간적인 인간』이다. 튜링 테스트는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동기이자 수단이고 시작이고 과정이고 결과물이다. 튜링 테스트가 아니었다면 이 책이 나올 수 없었을 것이므로, 길지만, 튜링 테스트에 대한 설명 부분을 옮겨쓴다.

 

매년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AI) 학계에서는 이 분야에서 가장 큰 기대와 화제를 몰고 다니는 연례행사가 열린다. 바로 튜링 테스트Turing Test라고 불리는 경기이다. 이 경기의 명칭은 컴퓨터과학의 창시자 중 한 명인 영국의 수학자 앨런 튜링Alan Turing의 이름에서 비롯되었다. 1950년에 튜링은 이 분야의 가장 오래된 물음 중 하나에 답을 제시하려고 시도했다. 그것은 바로 "기계도 생각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이었다. 다시 말해 "컴퓨터가 생각한다고, 또는 컴퓨터에게 지능과 마음이 있다고 말해도 될 만큼, 고성능 컴퓨터를 만드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그리고 만약 언젠가 그런 기계가 실제로 존재하게 된다면,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라는 물음이었다.(*튜링테스트, 다시 말해 뢰브너상Loebner Prize이라고 알려진 대회)

 

튜링은 이 물음을 순수 이론적인 토대 위에서 논의하는 대신, 한 가지 실험을 제안했다. 그것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두 상대방에게 심사위원단이 컴퓨터 단말기로 이런저런 문제를 낸 뒤에 누가 누구인지를 맞추게 하는 것이다. 그 대결 상대는 바로 인간 '연합군'과 컴퓨터 프로그램이다. (......)

 

심사위원은 두 상대방 가운데 한쪽과 5분 대화를 나눈 뒤 다른 쪽과도 5분 대화를 나눈다. 그리고 10분 동안 생각한 뒤에 둘 중 어느 쪽이 인간이라고 생각하는지를 결정해야 한다. 또한 심사위원들은 자신의 판단에 대해 얼마나 확신하고 있는지를 점수로 매기게 되며, 이 점수는 우열을 가리는 척도의 하나로 사용된다. 이렇게 심사위원단의 투표와 확신도 테스트에서 최고의 점수를 얻은 프로그램은 (심사위원단의 30퍼센트를 속여서 "튜링 테스트를 통과" 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그해의 '가장 인간적인 컴퓨터Most Human Computer'라는 타이틀을 차지하게 된다. 그런대 이 대회에는 흥미롭게도 또 하나의 타이틀이 걸려 있다. 바로 심사위원단으로부터 가장 많은 투표와 가장 높은 확신도 점수를 얻어낸 연합군 참가자에게 수여되는 '가장 인간적인 인간Most Human Human'이라는 타이틀이다.(20~22p.)

 

지은이 브라이언 크리스찬은 바로 이 튜링 테스트 참가자이다. 그는 2009년에 '연합군'으로 이 대회에 참가한다. 그리고 '가장 높은 확신도 점수를 얻어낸 연합군 참가자'에게 수여되는 '가장 인간적인 인간'이 되었다. 그가 오직 그 타이틀만을 위해서 대회에 참여한 것은 아니지만, 그리고 그 타이틀을 따냈다고 해서 독자인 나까지 그를 '가장 인간적인 인간'이라고 바로 얘기할 수 있는 것도 아니겠지만, 아무튼 그는 대회를 통해 인간적인 인간, 인간다운 인간에 대해 고민했고 연구했고 타이틀을 따냈으며 그리고 그 과정을 고스란히 담아 책을 냈다.

 

참 많은 부분에 밑줄을 긋고 동그라미를 치고 메모를 했다. 다시 읽어보려고 접어둔 곳도 스무 쪽이 넘는다. 제목에 혹해서 읽은 책이기는 하지만 이렇게까지 나를 끌어들일 줄은 몰랐다. 기대 이상이다. 어쩌면 내가 그만큼 '인간다움'에 목말랐는지도 모른다. 그렇다. 그게 이유일 것이다.

 

"인간이 왜 그래?"

"인간적으로 어떻게 그럴수가 있지?"

"그래도 거기선 그 사람이 제일 사람 냄새 나는 사람이야."

"인간적으로 제발 쫌!"

"아아 인간적으로 너무 싫다 정말."

 

인간적으로 싫다는 말을 작년에 자주 썼다. 그래서 그런가 '인간적인 인간은 어떤 인간인가'라는 물음에는 곧장 생각나는 사람이 드문데 '인간답지 않은 인간은 어떤 인간인가'라는 물음에는 당장이라도 몇몇 인간과 있었던 몇몇 사건들을 이야기할 수 있을것 같다. 내가 잘못 살았나? 그래도 사회생활에서 만나는 사람들 가운데 삼 할 정도는 '인간적인 인간'이었으면 좋겠는데, 실상은 열 명 가운데 한 두 명 정도로 다행스럽게 여기며 고마워하는 현실이다. 하긴, 얼마나 다행인가. 한 두 명이라도, 인간적으로 말이 통하고 상식이 통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야말로 감사 제목이지. '제 눈의 들보는 못 보고 남의 눈에 티끌만 보는' 건지도 모르는 얘기고.. 

 

내가 부정적인 의미로 '인간적으로 정말 너무해'라고 할 때 인간적이라는 말에는 '상식', '기본', '예의범절'이라는 뜻이 담겨있다. 그리고 이런 말들은 '나'만 생각할 때는 필요없는 말이다. 나와 너, 우리, 한울타리 속에서 나온 말이다. '나만의 생각' 보다는 '통념'에 기대서 하는 말이고, 굳이 그런 말을 입밖에 꺼내는 이유 또한 다른 사람의 동의를 얻기 위한 것일 때가 많다. 그러니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인간적인 인간'은 자신만 생각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다른 사람을 얼만큼 생각하느냐에 달렸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답(또는 질문)은 책 속에서, 『가장 인간적인 인간』을 읽으며 책 속에서 알아보기 바란다. 먼저 한 번 읽은 사람으로서 한마디 추천사를 붙이자면, 『가장 인간적인 인간』을 읽고 나면 틀림없이 읽기 전에는 알아채지 못했던 주변(또는 자기 안)의 '인간성'을 알아볼 수 있는 기회가 엄청나게 찾아올것이 분명하다는 것이고 그 기회를 잡으면 생각보다 훨씬 뿌듯하고 기분이 좋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아, 어쩌면

멀리서 친구가 나를 보러 찾아오는 행운이 함께 찾아올지 모르겠다.

친구가 찾아오지 않으면 내가 친구를 찾아가는 방법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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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랑 2012-07-02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최근 정말 '인간적인 인간을 만났다..'
는 생각을 갖게 해주는 사람을 알게 되었습니다.

정말 훌륭한 분입니다.
평생 배우고 배우며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주는 분입니다.
제가 다 숙연해지는 분...

물론 인간다운 인간에 대한 각자의 의미는 다를 수 있지만
종국에가서는 서로 만날 수 있는 접선을 가지지 않을까 생각해보기도 합니다.

인간다움에 진지한 고민을 하는 사회가 되기를...
저는 소망해봅니다..

잘잘라 2012-07-03 00:01   좋아요 0 | URL
그런 분을 만나신 차트랑공님은 행복한 사람~
그런 분을 알아보시는 차트랑공님을 만나신 그분도 행복한 사람~

두 분, 오래 오래 행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나물이네 알뜰 밥상 - 가계부 걱정 없는
김용환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2년 6월
절판




밥숟가락 계랑법의 원조 나물이네 알뜰 밥상.
표지에서 제일 눈에 띄는 건 제목도 아니고 디자인도 아니고
심지어 (코딱지만큼 작게 나온) 작가 사진도 아니고
바로 이 한 줄,
「글ㆍ요리ㆍ사진 나물이

글, 요리, 사진까지! '나물이'가 싹 다 해버리셨네요.
요리도 알뜰, 책도 알뜰, 살림도 알뜰!
참말로 알뜰한 나물이네..
참말로 대단한 나물이네..




요리책 첫부분에는 대부분 '계량 기준'이 나온다.
흔히 이를 무시하거나 대충 훑어보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면 요리를 망치기 십상이다.

서양 식기를 기준으로 하지 않고 우리가 집에서 흔히 쓰는 밥숟가락으로 계량 기준을 삼아 요리책에 쓰기 시작한게 바로 나물이네라고, 표지에 '밥숟가락 계량법의 원조'임을 강조한 문구를 읽고 어렴풋 기억이 났다. '그래 맞아. 나물이네가 처음 나왔을때.. 참 신선했지! 음.. 뭐 요리책 앞에 놓고 과거회상씩이나 하고 나도 참.. 그건 그렇고 아아니! 그럼 말이야. 내가 요리해보겠다고 요리책 사서 보기 시작한게 벌써 10년...?? 으아으.. 그런데 아직 아직 아직.. 아이구두야..' 아무튼,

요리를 하다보면
재료를 너무 적게 넣어서 맛이 안나는 경우보다는
재료를 너무 많이 넣어서 전부 망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제발 무조건 많이 넣어야 맛있다는 생각 좀 버리고
제발 좀 재료를 너무 많이 넣어서 요리 망치는 짓쫌 그만 하고
제발 좀 망친 요리 앞에서 아까운 재료, 아까운 시간, 아까운 노력.. 노래하며 아까워서 버리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맛없어서 먹지도 못하고 그렇게 냄비채 뒀다가 썩혀서 버리는 짓꺼리좀 제발 좀 그만하고! 쫌!!




놀랍다. 이러면 정말 대파를 알뜰하게 정말 정말 알뜰하게 쓸 수 있겠구나. 올레~




오호~ 이렇게 하면 안맵다고? 이렇게 하면 덜 맵다고! 음.. 당장 실험해봐야지~
양파 잘게 썰려면 정말 눈물나지. 눈물 없인 볼 수 없는 잘게 다진 양파여..




생강! 그래 의외로 생강 쓸 일이 많더라구.
한식 양념 하면 파 마늘 고춧가루 정도만 생각하는데
의외로 생강을 많이 쓰더란 말이지. 음..
생강, 너무 쉽게 상해서 그냥 생강 가루 썼더랬는데
이렇게 하면 오래 두고 싱싱한 생강 쓸 수 있겠군!
역시.. 올레!




흐익~ 고추를 반으로 잘라서 속을 저며 내고 쓴다고?
음.. 이렇게 하면 깔끔하긴 하겠구만. 하지만..
아.. 이렇게까지.. 멀고 먼 요리의 길이여~




정말 반가운 비가 내린다. 얼큰 수제비가 생각난다. 그런데 지금 먹으면 엄연히 야식.. 아.. 참아야지. 참아야 하느니라! ㅠㅠ




그럼 들깨 칼국수라도 어떻게.. 안될까? 역시? 역시.. 참아야 해! ㅠㅠ




으으으.. 이건 도저히 못참겠다! 에잇~ 차라리 먹고 달밤에 체조를 하고 말지!




여기는 울산, 부추는 울산의 특산물! 정말 흔하게 보는게 부추다. 부추밭, 부추전(여기선 정구지지짐이라고 함), 부추겉절이.. 내일은 부추 한 단 사다가 여기 나오는 부추김치를 한 번 담아봐야지!




밭에 부추가 흔하다면 바다엔 가자미가 흔하다. 정자바닷가에 가면 그날 잡은 가자미를 그날 말려서 반건조 가자미로 파는 분들이 많은데 만원어치 사면 기본 열 마리에 덤으로 서너 마리를 더 얹어주신다. 완전 횡재하는 기분!^^ 그동안은 기름 넉넉히 두르고 튀기다시피한 가자미구이로만 해먹었는데 다음에 한 번 사다가 이렇게 자글자글 칼칼한 가자미조림을 해먹어봐야겠당~

흐흐흐. 흐믓해 흐믓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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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2-06-26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리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게 나물이 요리책 참 유용하지요. 제 책꽂이에도 두권 꽂혀 있고 선물도 여러 군데 했네요.
밥숟가락 계량부터 시작해서, 쉬운 요리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데, 요리 파워블로거들이 워낙 활약을 많이 하고 있는 요즘, 좀 주춤하는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좀 안타깝기도 해요.

잘잘라 2012-06-29 09:52   좋아요 0 | URL
맞아요 맞아요. 쉬운 요리 하면 나물이네가 생각나요.
나물이네 요리책 요리는 정말 말 그대로 '구하기 쉬운' 재료로만 만들어서 좋아요^^

카스피 2012-06-26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야심한 밤에 보니 침이 꿀꺽~~~

잘잘라 2012-06-29 09:53   좋아요 0 | URL
저는 낮에 봐도 아침에 봐도 언제 봐도 침이 꿀꺽..ㅡ.-;; ㅎㅎ

2012-06-27 02: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6-29 21: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잘잘라 2012-06-29 09:55   좋아요 0 | URL
앗~ 가봤어요. 동시 이벤트!!! 몰랐어요.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는 『할머니의 힘』 추천하려구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 무엇이 가치를 결정하는가
마이클 샌델 지음, 안기순 옮김, 김선욱 감수 / 와이즈베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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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문제가 아니다.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들이 문제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중요하다는게 아니다.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들이 중요하다는게 문제다.

 

뭐가 문젠가?

돈으로 살 수 있는데?

 

돈이 있는 사람은 돈으로 살 수 있는데

돈이 없어서 살 수 없으니 문제지.

남들은(그들은 돈이 있다) 살 수 있는데

나는(나는 돈이 없다) 살 수 없다.

 

살 수는 없지만 갖고 싶다면?

다른 방법을 생각해볼 수는 없나?

남들은 돈 주고 사서 갖거나 써버리는 그것을

나는 그냥 갖거나 원래 갖고 있었거나

잃어버렸더라도 다시 찾아낸다면?

그럴수는 없는걸까?

 

돈으로 살 수 없었던 것들을 돈으로 살 수 있게 된게 문제가 아니다.

정말 문제는 돈으로 사지 않아도 되는 것들을 굳이 돈으로 사려고,

간편하다는 이유로,

빠르다는 이유로,

쉽다는 이유로,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이유로,

땀흘리지 않아도 된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고싶지 않다는 이유로,

귀찮다는 이유로,

신경쓰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남들도 다 그렇게 한다는 이유로,

신식이라는 이유로,

습관이 되었다는 이유로,

그게 당연하지 않냐는 이유로..

결국

온갖 기계적인 이유로

그렇게 한다는 것이 문제다.

 

그러므로 우리가 할 일은

얼마 남지 않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추려내거나 또는

언제쯤 그것을 돈으로 살 수 있게 될지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땀을 흘리고 인내하고 참고 기다리고

다른 사람에게 맡기지 말고

내가 직접 해보는 것이다.

도전하는 것이다.

 

먹는것 조차,

늘 돈 내고 사먹지만 말고,

직접 만들어 먹으란 말이다.

간접 경험으로 만족하지 말고 직접 해보란 말이다.

관람석에서 소리치는 것으로 만족하지 말고

직접 뛰어들란 말이다.

운동장으로

수영장으로

현장으로

!

 

그럼 더 이상 돈으로 살 수 있든지 없든지

그런걸로 고민하거나 책을 쓰거나(읽거나) 리뷰를 쓰거나(읽거나)

할 시간조차 없게 될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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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랑 2012-06-26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의 모든 돈과 상품들을 죄다 글어모아도
상대도 안되는 값비싼 것이 있으니...
한사람이다...
그 사랑이다...
내가 그에게 만들어주는 한끼의 식사이다....

페이퍼 짱~!!

잘잘라 2012-06-26 20:42   좋아요 0 | URL
페이퍼 짱, 페이퍼 짱!!^^
짱! 제가 짱 좋아하고 짱 자주 쓰는 '말'이예요. ^^
그러고보니까 글로는 잘 안써본것 같아요.

차트랑공님 짱!
 
고등현대명시 120 - 개정 16종 국어 교과서 전 작품을 실은 리베르 개정 16종 국어교과서 문학작품
이대욱 해설 / 리베르스쿨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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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개정 16종 국어 교과서에 실린 시 120 편을

모두 감상할 수 있는 책이다.

 

학창시절에 처음 읽었던 시를 다시 보고 싶기도 하고,

요즘 고등학생들은 어떤 시를 읽나 궁금하기도 해서 읽는다.

과연 처음 읽는 시가 많고 처음 보는 시인 이름도 있다.

 

기억나는 시부터 얘기해보자.

학창시절에 읽은 시 가운데 기억나는 것은 한용운의 님의 침묵, 윤동주의 서시, 김소월의 진달래꽃, 김영랑의 모란이 피기까지는, 박목월의 나그네, 이육사의 광야, 이육사의 청포도, 김춘수의 꽃 정도다. 사실 그땐 시가 좋아서라기보다는 시험에 대비해 반강제로 외웠던 것이지만, 그때도 윤동주의 서시는 낮이건 밤이건 하늘을 볼 때마다 그 순간, 그 하늘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보물같은 것이어서 그런 시를 외운다는 자체에 자부심을 느낄 정도였다.

 

그러나 역시 학생때는 시를 시로, 문학을 문학으로 감상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겠다. 이 책을 통해 다시 보는 윤동주의 서시나 그가 쓴 다른 시들ㅡ김영랑, 박목월, 이육사의 다른 시들도 마찬가지다.ㅡ을 읽으니 내 마음에 바람이 분다. 태풍같이 센 바람, 겨울처럼 찬 바람, 가을 저녁처럼 서늘한 바람, 여름 과수원 오두막처럼 시원한 바람, 봄 밤 바닷가처럼 설레이는 바람... 학창시절에는 잘 느끼지 못했던 이 모든 바람을 오늘 나는 기꺼이 반가이 즐거이 맞고 있다.

 

 

 

 

 

 

 

 

윤동주

 

 

잃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또 다른 고향, 서시, 쉽게 씌어진 시, 자화상, 길, 십자가, 참회록, 간」이렇게 여덟 편, 가장 많은 시가 수록된 시인은 윤동주다. '서시'나 '자화상'은 지금까지도 외울 수 있을 만큼 많이 읽었지만, '쉽게 씌어진 시'와 '간'은 여기서 처음 본다. '또 다른 고향'은 제목이 생소해서 모르는 시인줄 알았는데 내용을 읽으니 어렴풋 국어시간에 선생님이 '백골'이라는 단어에 동그라미 치면서 열정적으로 설명하시던 모습이 생각났다.

고향으로 돌아온 날 밤에

내 백골이 따라와 한방에 누웠다.

. . .

아... 외로운 사람 윤동주여!

아... 그리운 시인 윤동주여!

 

그의 시를 읽는 내 심정이 왜 이리 사무치는 것일까.

그는 너무 적은 시를 남기고 너무 빨리 갔다.

 

너무 적은 시

너무 빨리 간 시인

사무치는 마음

아,

이런게 시구나.

이런게 시로구나.

이런게..

 

그런 시인이 이런 시를 썼다.

 

 

쉽게 씌어진 시

윤동주

 

 

창(窓)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天命)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詩)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를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들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沈澱)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詩)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時代)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最後)의 나.

 

나는 나에게 적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은 최초(最初)의 악수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를 따라 읽는다.

'삶이 이렇게 쉽게 살아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라고 따라 쓰면서..

 

쉽다. 너무 쉽다. 너무 쉬운 세상이다.

 

배신도 쉽고

거짓말도 쉽고

변명도 쉽다.

 

사랑도 쉽고

이별도 쉽고..

 

결혼도 쉽고

이혼은 더 쉽고..

 

성공도 쉽고

실패는 더 쉽고..

 

이 모든 '쉽고' 앞에는 '남에게는'이 빠졌다.

나에게는 어렵다.

 

사랑도 어렵고

이별도 어렵고

결혼은 더 어렵고

이혼은 말도 못하게 어렵고

사는 게 어렵고

시도 어렵다.

 

쉬운게 부끄러운 거라면

어려운건 쓸쓸하다.

 

마음 먹었다면 윤동주 시인의 시집을 한 권 사는 건 일도 아니었을텐데

나는 꽤 많은 시집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윤동주 시집은 없다.

오늘, 마음 먹었으니 당장 한 권 사야겠다, 하면서

책을 너무 쉽게 사는 것도 부끄러운 것일까 생각하게된다. 

별..

 

시인이 너무 쉽게 쓴 시를

내가 너무 어렵게 읽는구나.  

 

 

딱 한 편.

 

아래는 이 책에 딱 한 편씩 시가 실린 시인의 이름과 시 제목이다. 

 

김기림(바다와 나비), 김상용(남으로 창을 내겠소), 유치환(바위), 김남조(겨울 바다), 김종길(성탄제), 김춘수(꽃), 박두진(해), 심훈(그날이 오면), 이성부(벼), 이용악(그리움), 정한모(가을에), 강은교(우리가 물이 되어, 고정희(우리 동네 구자명 씨), 곽재구(새벽 편지), 기형도(엄마 걱정), 김지하(타는 목마름으로), 김혜순(납작납작-박수근 화법을 위하여), 도종환(담쟁이), 문정희(찔레), 복효근(춘향의 노래), 유안진(춘천은 가을도 봄이지), 이성선(사랑하는 별 하나), 이해인(살아 있는 날은), 정현종(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나), 황동규(조그만 사랑 노래)

 

이 중에 김남조의 에세이집과 곽재구의 『사평역에서』, 기형도의 『잎 속의 검은 잎』, 이해인의 『꽃삽』, 도종환의 책들을 선물 받거나 사서 읽었다. 다른 시인들은 두 편 이상씩 실렸는데 이 시인들은 딱 한 편이 실렸으니 그 한 편이 더 의미있겠다 싶어서 시인과 제목을 적어보았다. 적다보니 기형도의 '엄마 걱정'과 김상용의 '남으로 창을 내겠소', 황동규의 '조그만 사랑 노래'를 따로 적어서 외워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처럼

'아무리 수백번 남의 시 베껴 써도/ 내 시 안 써지네'가 되면 곤란하겠지만서두...

 

시를 쓰시겠다?

시를 읽으니 시를 쓰고 싶다?

아하~

 

왜?

뭐가 문제지?

나는 시를 쓰면 안되나?

시 쓰는 데 뭐,

자격 필요해?

허락 필요해?

그럼 뭐?

 

아니 뭐.. 쓰는 건 자유지.

생각은 자유니까.

상상도 그렇고.

근데.. 무슨 시 쓰게?

 

이런 시.

 

눈과 비가 오는 세상.

열매가 떨어지면

툭 하고 소리가 들리는 세상.

에,

눈이 오면 눈을 맞고

비가 오면 책을 읽고

열매가 떨어지면 툭 하고 소리가 들리는 세상이라서

그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랄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고맙다고

좋다고

 

인사하는..

 

 

하관(下棺)

박목월

 

관(棺)을 내렸다.

깊은 감슴 안에 밧줄로 달아 내리듯

주여

용납하옵소서

머리맡에 성경을 얹어 주고

나는 옷자락에 흙을 받아

좌르륵 하직했다.

 

그 후로

그를 꿈에서 만났다.

턱이 긴 얼굴이 나를 돌아보고

형님!

불렀다.

오오냐 나는 전신으로 대답했다.

그래도 그는 못 들었으리라.

이제

네 음성을

나만 듣는 여기는 눈과 비가 오는 세상.

 

너는 어디로 갔느냐.

그 어질고 안쓰럽고 다정한 눈짓을 하고

형님!

부르는 목소리는 들리는데

내 목소리는 미치지 못하는

다만 여기는

열매가 떨어지면

툭 하고 소리가 들리는 세상.

 

그리고 또 이런 시,

 

 

 

 

 

 

남들은 다 '나물'이라고 해도

남들은 다 '잡초'라고 해도

나는 틀림없이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내가 꽃이라고

"꽃이야!" 한마디 했더니

남들도 꽃이라고

"꽃이구나." 한마디 하는

이런 시.

 

민지의 꽃

정희성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청옥산 기슭

덜렁 집 한 채 짓고 살러 들어간 제자를 찾아갔다

거기서 만들고 거기서 키웠다는

다섯 살배기 딸 민지

민지가 아침 일찍 눈을 비비고 일어나

말없이 손을 잡아끄는 것이었다.

저보다 큰 물뿌리개를 나한테 들리고

질경이 나싱개 토끼풀 억새......

이런 풀들에게 물을 주며

잘 잤니,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그게 뭔데 거기다 물을 주니?

꽃이야, 하고 민지가 대답했다.

그건 잡초야, 라고 말하려던 내 입이 다물어졌다.

내 말은 떄가 묻어

천지와 귀신을 감동시키지 못하는데

꽃이야, 하는 그 애의 말 한마디가

풀잎의 풋풋한 잠을 흔들어 깨우는 것이었다.

 

(내 개인 '공책엔 꽃이야, 하고 민지가 대답했다.' 까지만 

옮겨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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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22 03: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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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22 21:5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