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인간적인 인간
브라이언 크리스찬 지음, 최호영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가장 인간적인 인간, 제목

'가장 인간적인 인간', 오로지 제목 하나로 선택해서 읽은 책.

그냥 '인간'이었으면 관심 없었을 것이다. '인간적인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인간적이라는 말은 나를 건드리는 무엇이 있다. 그것이 무엇일까.

'인간'이라는 말 자체보다도 '인간적'이라는 말이 더 그런 이유는 무엇일까.

 

그냥 '인간'과 '인간적인 인간'

그냥 '인간' 그러면 생물학적인 인간이 생각나는데

'인간적인 인간' 그러면 갑자기 뭔가가 복잡해진다.

짠하고 슬픈 느낌이 나는가 하면

허술하고 찌질한 캐릭터가 떠오르기도 하고

불굴의 의지, 굳건한 믿음, 탄탄한 우정, 한없는 사랑, 끝없는 시기 질투.. 이런 쎈 이미지도 생각난다.

한없이 약하다가 한없이 강하다가 늘었다 줄었다 고무줄 같았다가 부드럽다가 질기다가.. 이런!

내가 지금, 결국 변덕이 죽끓듯하는 인간이 '가장 인간적인 인간'이라고 말하려는 건가?

그건 아니지~ 아니고 말고~

물론 그런 면도 없지는 않지만..

 

『가장 인간적인 인간』을 쓴 브라이언 크리스찬도 이와 같은 생각을 한다. 그가 '튜링 테스트'를 통해 '인간적인 인간'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하고 연구하고 정리해서 낸 것이 바로 이 책, 『가장 인간적인 인간』이다. 튜링 테스트는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동기이자 수단이고 시작이고 과정이고 결과물이다. 튜링 테스트가 아니었다면 이 책이 나올 수 없었을 것이므로, 길지만, 튜링 테스트에 대한 설명 부분을 옮겨쓴다.

 

매년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AI) 학계에서는 이 분야에서 가장 큰 기대와 화제를 몰고 다니는 연례행사가 열린다. 바로 튜링 테스트Turing Test라고 불리는 경기이다. 이 경기의 명칭은 컴퓨터과학의 창시자 중 한 명인 영국의 수학자 앨런 튜링Alan Turing의 이름에서 비롯되었다. 1950년에 튜링은 이 분야의 가장 오래된 물음 중 하나에 답을 제시하려고 시도했다. 그것은 바로 "기계도 생각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이었다. 다시 말해 "컴퓨터가 생각한다고, 또는 컴퓨터에게 지능과 마음이 있다고 말해도 될 만큼, 고성능 컴퓨터를 만드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그리고 만약 언젠가 그런 기계가 실제로 존재하게 된다면,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라는 물음이었다.(*튜링테스트, 다시 말해 뢰브너상Loebner Prize이라고 알려진 대회)

 

튜링은 이 물음을 순수 이론적인 토대 위에서 논의하는 대신, 한 가지 실험을 제안했다. 그것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두 상대방에게 심사위원단이 컴퓨터 단말기로 이런저런 문제를 낸 뒤에 누가 누구인지를 맞추게 하는 것이다. 그 대결 상대는 바로 인간 '연합군'과 컴퓨터 프로그램이다. (......)

 

심사위원은 두 상대방 가운데 한쪽과 5분 대화를 나눈 뒤 다른 쪽과도 5분 대화를 나눈다. 그리고 10분 동안 생각한 뒤에 둘 중 어느 쪽이 인간이라고 생각하는지를 결정해야 한다. 또한 심사위원들은 자신의 판단에 대해 얼마나 확신하고 있는지를 점수로 매기게 되며, 이 점수는 우열을 가리는 척도의 하나로 사용된다. 이렇게 심사위원단의 투표와 확신도 테스트에서 최고의 점수를 얻은 프로그램은 (심사위원단의 30퍼센트를 속여서 "튜링 테스트를 통과" 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그해의 '가장 인간적인 컴퓨터Most Human Computer'라는 타이틀을 차지하게 된다. 그런대 이 대회에는 흥미롭게도 또 하나의 타이틀이 걸려 있다. 바로 심사위원단으로부터 가장 많은 투표와 가장 높은 확신도 점수를 얻어낸 연합군 참가자에게 수여되는 '가장 인간적인 인간Most Human Human'이라는 타이틀이다.(20~22p.)

 

지은이 브라이언 크리스찬은 바로 이 튜링 테스트 참가자이다. 그는 2009년에 '연합군'으로 이 대회에 참가한다. 그리고 '가장 높은 확신도 점수를 얻어낸 연합군 참가자'에게 수여되는 '가장 인간적인 인간'이 되었다. 그가 오직 그 타이틀만을 위해서 대회에 참여한 것은 아니지만, 그리고 그 타이틀을 따냈다고 해서 독자인 나까지 그를 '가장 인간적인 인간'이라고 바로 얘기할 수 있는 것도 아니겠지만, 아무튼 그는 대회를 통해 인간적인 인간, 인간다운 인간에 대해 고민했고 연구했고 타이틀을 따냈으며 그리고 그 과정을 고스란히 담아 책을 냈다.

 

참 많은 부분에 밑줄을 긋고 동그라미를 치고 메모를 했다. 다시 읽어보려고 접어둔 곳도 스무 쪽이 넘는다. 제목에 혹해서 읽은 책이기는 하지만 이렇게까지 나를 끌어들일 줄은 몰랐다. 기대 이상이다. 어쩌면 내가 그만큼 '인간다움'에 목말랐는지도 모른다. 그렇다. 그게 이유일 것이다.

 

"인간이 왜 그래?"

"인간적으로 어떻게 그럴수가 있지?"

"그래도 거기선 그 사람이 제일 사람 냄새 나는 사람이야."

"인간적으로 제발 쫌!"

"아아 인간적으로 너무 싫다 정말."

 

인간적으로 싫다는 말을 작년에 자주 썼다. 그래서 그런가 '인간적인 인간은 어떤 인간인가'라는 물음에는 곧장 생각나는 사람이 드문데 '인간답지 않은 인간은 어떤 인간인가'라는 물음에는 당장이라도 몇몇 인간과 있었던 몇몇 사건들을 이야기할 수 있을것 같다. 내가 잘못 살았나? 그래도 사회생활에서 만나는 사람들 가운데 삼 할 정도는 '인간적인 인간'이었으면 좋겠는데, 실상은 열 명 가운데 한 두 명 정도로 다행스럽게 여기며 고마워하는 현실이다. 하긴, 얼마나 다행인가. 한 두 명이라도, 인간적으로 말이 통하고 상식이 통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야말로 감사 제목이지. '제 눈의 들보는 못 보고 남의 눈에 티끌만 보는' 건지도 모르는 얘기고.. 

 

내가 부정적인 의미로 '인간적으로 정말 너무해'라고 할 때 인간적이라는 말에는 '상식', '기본', '예의범절'이라는 뜻이 담겨있다. 그리고 이런 말들은 '나'만 생각할 때는 필요없는 말이다. 나와 너, 우리, 한울타리 속에서 나온 말이다. '나만의 생각' 보다는 '통념'에 기대서 하는 말이고, 굳이 그런 말을 입밖에 꺼내는 이유 또한 다른 사람의 동의를 얻기 위한 것일 때가 많다. 그러니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인간적인 인간'은 자신만 생각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다른 사람을 얼만큼 생각하느냐에 달렸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답(또는 질문)은 책 속에서, 『가장 인간적인 인간』을 읽으며 책 속에서 알아보기 바란다. 먼저 한 번 읽은 사람으로서 한마디 추천사를 붙이자면, 『가장 인간적인 인간』을 읽고 나면 틀림없이 읽기 전에는 알아채지 못했던 주변(또는 자기 안)의 '인간성'을 알아볼 수 있는 기회가 엄청나게 찾아올것이 분명하다는 것이고 그 기회를 잡으면 생각보다 훨씬 뿌듯하고 기분이 좋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아, 어쩌면

멀리서 친구가 나를 보러 찾아오는 행운이 함께 찾아올지 모르겠다.

친구가 찾아오지 않으면 내가 친구를 찾아가는 방법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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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랑 2012-07-02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최근 정말 '인간적인 인간을 만났다..'
는 생각을 갖게 해주는 사람을 알게 되었습니다.

정말 훌륭한 분입니다.
평생 배우고 배우며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주는 분입니다.
제가 다 숙연해지는 분...

물론 인간다운 인간에 대한 각자의 의미는 다를 수 있지만
종국에가서는 서로 만날 수 있는 접선을 가지지 않을까 생각해보기도 합니다.

인간다움에 진지한 고민을 하는 사회가 되기를...
저는 소망해봅니다..

잘잘라 2012-07-03 00:01   좋아요 0 | URL
그런 분을 만나신 차트랑공님은 행복한 사람~
그런 분을 알아보시는 차트랑공님을 만나신 그분도 행복한 사람~

두 분, 오래 오래 행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