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쉽다고 누가 그럼?
그림이 쉽고 재밌고 힐링 되고 돈도 된다고 해서 그림을 배우려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바로 난데, 으아 뭐가 쉬워! 하나도 안 쉬워! 그러고 때려치려다가도 계속 그림책을 산다. 그림책을 사면서 시기 질투로 몸서리를 치면서 뭐라도 그리자 하고 수첩을 펴면 대체 뭘 그리냐고! 그러면서 ‘000 바보‘, ‘바보 멍충이‘만 쓰고 말고 쓰고 말고.. 그러던 내가, 바로 이 문장을 보고 다시 수첩을 들고 다니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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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p.) 그리는 행위는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무엇을 그릴지, 무엇을 안 그릴지를 끊임없이 생각하고 선택하길 반복합니다. 결국 그림을 그리다 보면 뭐가 중요한지, 뭐가 중요하지 않은지를 판단하는 눈썰미가 생기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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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그리는 행위는 단순해 보인다. 펜과 종이만 있으면 그릴 수 있으니까. 하지만 무얼 그릴지를 선택하는 건 쉽지 않다. 왜 그럴까. 내가 나를 몰라서 그렇다. 내가 진짜 뭘 좋아하는지, 내가 진짜 뭘 못견디는지, 어릴 때 기억은 짙은 안개 속이다.
나의 아버지는 지금 내 나이보다 딱 12년 더 살고 돌아가셨다. 말하자면 아버지는 지금 내 나이 때가 가장 전성기를 보내고 계셨던 거다. 아버지가 만약, 앞으로 삶이 12년 뒤에 끝난다는 걸 알았다면 다르게 사셨을까? 그렇게 좋아하셨던 식물농장을 하고 계셨을까? 모르겠다.
이번 추석에, 아버지 사진을 몇 장, 스마트 폰에 담아왔다. 처음이다. 엄마 사진은 들고 다녔지만 아버지 사진은 처음이다. 아버지 사진 보고 아버지를 그리면서 아버지에게 물어보지 못한 말들을 해보려 한다. 차마 한 번도 해 보지 못했던 그 말도, 가능하다면...
그림은 보는 이가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연상되는 수준이 다릅니다. 즉 그림은 의미를 넓히는 효과가 있습니다. 뒤집어서 생각하면 그림만으로는 특정한 의미로 한정하기 어렵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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