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아니고 산 책.
산책 좋은데 산 책은 더 좋다.
산책도 하고,
산 책 목록도 남기고,
그래서 특별한 오늘, 2021년 3월 2일 화요일 오후 5시.

열이틀 모자란 석 달 만에 장사 재개.
아침부터 에스프레소 더블로 들이켰더니 손이 덜덜.
아는 손님들 반가운 얼굴 보면서 실몃실몃 웃고 있는 나 발견.
오~ 심장, 아직 쏴라있네!
반가우이^^!

4시 이후, 손님이 없다.
손님 없다고 문 닫을 수도 없고,
장사는 역시 매여있는 직업이라 답답하다.
답답할 땐 뭐? 책!

《소설을 쓰고 싶다면》을 읽는다. 소설을 쓰고 싶냐고? 아니라고요. 어렵고 말고를 떠나서, 아니, 가능 불가능을 떠나서, 열 아홉 살 이후로 한 번도 소설을 쓰고 싶은 적이 없다구요. 그럼 왜 이 책이 최근에 ‘산 책‘ 목록에 들어있냐면, 뭔가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 뭔가에 의욕이 있는 사람, 이 단어를 쓰고 싶진 않지만 뭐, 그래 뭐, 어쩌겠어 달리 쓸 만한 말이 없네 그랴, 암튼 그래, 그니까 거시기, 요즘 특히나 찾기 힘들어서 귀한 몸값 자랑하신다는 그, ... 아 그래, 자, 자, 알았다구 알았어, 그러니까 후우, ...꿈이 있는 사람 말이지, 그런 사람에 대해 알아보고 싶다는 거지. 꿈!

엄마의 꿈이 궁금했어.
아버지의 꿈도.
시어머니의 꿈도.
나의 꿈,
당신의 꿈도.

내가 아무리 궁금하고, 알아보고 싶다 한들 그 꿈이란 게 있어야 말이 되는 거더란 말이지. 여기서 곧잘 막혀. ˝엄마, 어릴 때 꿈이 뭐였어?˝ 하고 물어봐. 십중팔구 금방 대답을 못 해. 다음 질문이 너무 뻔하잖아? 그래서 꿈을 이뤘냐 또는 왜 못 이뤘냐. 그러니 그저 ˝먹고 살기 바빠서 꿈 그런 거 없었다˝는 대답이나 듣고 말겠지. 하지만 그렇지 않아. 그렇게 간단치 않다고. 인내심을 가지고(얼마간의 전략 전술 기획력에 다정함도 있다면 더할나위 없겠고) 끈질기게 파고들어가면 분명히 찾아낼 수 있어. 분명히!

혼자서 너무 여러 사람의 꿈을 찾다보니 힘에 부친다. 둘의 꿈을 하나로 합치... 합칠 수가... 합친다는 게 말이 되나? 아무튼 합쳐서, 둘이서 꿈 하나를 찾기로 했는데, 아무리 봐도 동상이몽 같다는 의심이 시간을 갉아먹는다. 흠.. 결단이 필요해서, 또, 하늘을 본다. 구름이 잔뜩인데, 조금 보이는 파란 하늘이 구름보다 더 높다. 늘 그랬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21-03-02 20:2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오, 북카페 운영하시나 봐요.
역시 코로나 땜에 오픈하기가 어려우셨나 보군요.
암튼 심장이 솨라있는 거 확인하셨으니 다행임다.
백신 접종도 시작됐으니 앞으론 계속 오픈의 나날만 있었으면 좋겠네요.
목록주점 이름이 좋네요.^^

저 <엄마 친정엄마 외할머니> 표지 그림이 참...!

잘잘라 2021-03-02 23:39   좋아요 2 | URL
맞죠. 《엄마 친정엄마 외할머니》 표지 그림 참.. 짠해요. 덕분에 엄마랑 영상 통화를 자주하게되서 좋기도 하고, 잔소리도 많이 듣게되서 싫기도 해요. ㅎㅎ
스텔라케이님 따뜻한 마음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따끈한 차 한 잔 나누고 싶네요. 🫖

scott 2021-03-03 00:3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스텔라 케이님 말씀에 동감 1人! 봄에는 손님들이 4시이후에도 꾸준히 오길 바랍니다 목록주점에 가면 오늘 읽을책 목록 주르륵 뽑아주나여 ^ㅎ^

잘잘라 2021-03-02 23:45   좋아요 2 | URL
scott 님 고맙습니다. 읽을 책 목록 말고, 맛있는 커피 줄줄줄 뽑아드립니다. 👌👌👌
 

마스다 미리의 책이 많다.

마스다 미리의 책이 많은 이유가 뭘까. 

가만히 생각해 보니,

한 컷의 힘이다. 표지 한 컷!

제목의 힘도 있다. 제목 한 줄!


항상 새로나온 책 목록을 살피는 나로서는, 마스다 미리의 책을 놓치기가 더 어렵다. 오늘도 난 알라딘의 슈퍼바이백(이거야말로 진짜 작명 센스! 세상 든든한 슈퍼바이-빽!)을 믿고 새로나온 책을 주문하고, 다 읽지 않았어도, 슈퍼바이백 기간이 많이 남았어도, 매력을 못 느끼는 책은 가차없이 빽! 한다. 그 수가 아무리 적게 잡아도 반은 넘는다. 그렇다면 마스다 미리의 책이 이렇게 많이 남아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마스다 미리의 책은 사실, 싱겁다. 


싱겁기가 싱겁기가.. 우와. 참 나. 이런 얘기라면 정말 나도 쓰겠다. 나도 쓰겠어! 건들거리면서 휘리릭, 책 한 권 뚝딱하는데 30분도 길게 느껴질 정도다. 그게 다라면 정말 가차없이 슈퍼바이백 해버리고 말아야 하는데, 처음에는 분명 그럴려고 빼놓았다가도 이상하게 마지막 순간에 마음이 약해져서 다시 책장에 꽂고 마는 것이다. 지난 10년 간 똑같은 짓을 반복하다보니 급기야 이런 글을 쓰고 앉은 것인데, 이거 하나는 명확하게 짚고 넘어가야겠다.


마스다 미리의 책은 싱겁다! 단행본 한 권 한 권에, 건질 거라곤 에피소드 한 두 개가 전부인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표지가 전부인 경우, 제목이 전부인 경우도 없다곤 못하겠다. 문제는 나오는 책 마다 에피소드 한 두 개, 표지 한 컷, 제목 한 줄이 나에게 너무 치명적이라는 것이다. 치명적인 것이 살아남는다. 치명적인 것은 언제나 치명적인 것을 두드러지게 하는 배경(마스다 미리의 경우, 대부분이 싱겁다는 속성)이 받쳐준다. 말이냐 방구냐. 뭐 이렇게까지.. 괜히 내가 나에게 하는 변명이긴 하다. 마스다 미리 책 많이 갖고 있다고 누가 뭐라는 것도 아닌데 왜 이러는지. 


싱거운 책을 많이 봐서 그런가 나도 오늘 꽤 싱겁다.

싱겁게 살고싶다. 싱겁게 싱겁게! ... 싱겁게? 

허 참 진짜 싱거워.


*

검색어 : 마스다 미리 (*국내도서/출간일순/상품이미지 크기 선택-큰 크기)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람돌이 2021-02-26 23: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마스다미리 책 진짜 많이 나왔네요. 그 말은 우리나라에서 그만큼 많이 팔린다는건데 그 와중에 한권도 안읽은 나란 인간....ㅠㅠ
다음번 도서관갈때는 이 중에 한군쯤 살짝 섞어 올까싶네요.

잘잘라 2021-02-27 00:46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올해 벌써 두 권째네요.
《내 누나》재미있어요....엥? 이거보세요, 제가 이런다니까요. 아휴, 도무지 왜 이러나 싶은 이상한 내용이 많거든요. 그런데도 격하게 이해되는 한 두 장면때문에, ‘재미있는 책‘ 하면 꼭 떠올리는 한 권이라는.. ㅋㅋㅋ

라로 2021-02-27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에 있을 때는 마스다 미리 책이 늘 업데이트 됐었는데 올려주신 책 보니 제가 본 것보다 안 본 것이 훨 많네요.ㅠㅠ
싱겁고 잔잔한 마스다 미리 이야기가 가끔은 그리워요. 그렇게 사는 삶도 괜찮고요. ㅋ

잘잘라 2021-02-27 12:40   좋아요 0 | URL
마스다 미리 책, 이왕 갖고 있으니 이걸로 교재 삼아서 그림 일기 쓰고 있어요. 별일 없는 날도 그림일기 남아있으면 특별하게 느껴지는 효과가 있어서 좋아요. 싱거워도 괜찮다는 걸 이제야 조금 느끼는 것 같아요. 라로님 고맙습니다. 😄
 

키워드: 단순하게

키워드: 훈련


세상은 복잡하다.

세상은 단순하다.


세상은, 복잡하면서 단순하다.

세상은, 단순하면서 복잡하다.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하는 것이 쉽냐.

단순한 것을 복잡하게 하는 것이 쉽냐.


왔다갔다 한다.

이럴 때도 있고 저럴 때도 있었지만, 대체로 세월은 단순한 것을 복잡하게 만들고, 오랜 시간에 걸쳐서 복잡해진 일들을 짧은 시간에 단순하게 만든다는 것은, 그만큼 댓가를 치르지 않고서는 어렵다는 것을, 어느 정도 깨달았다고 해도, 여전히 어렵다. '댓가를 치른다'는 말에 들어있는 여러 종류의 고통, 손해, 상실, 같은 것들을, 헤아려야 한다. 눈감지 말아야 한다. 예사로 넘기지 말아야 할 일들을 챙겨야 한다. 더, 더, 예민하게, 더, 더, 깨어있어야 한다.


복잡한 세상에 빨려들어가지 않도록,

단순하게, 

일상을, 

훈련한다.


도구는 책,

친구도 책,

도구, 친구, 같은 구?

한자를 찾아보랴?

도구 具 길 도, 갖출 구

친구 舊 친할 친, 옛 구

같은 구는 아니군.

아무튼 책,

도구 책, 친구 책!




그나저나, 두 컷이라니.

네 컷 만화도 짧다고 느꼈는데.. 이러다 한 컷 되겠군.

한 컷!

두 컷이면, 태어나는 장면 하나, 죽는 장면 하나.

한 컷이면...... 사랑하는 장면?

나같으면 김장하는 날 한 컷,

누군가는 결혼하는 날 한 컷,

누군가는 졸업하는 날 한 컷,

한 컷,

한 컷,

한 컷,

한껏 한 컷, 

음..

역시, 

한 컷이면 강렬하긴 하군.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미 2021-02-26 14: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은근 한자공부 시켜주시는 잘잘라님ㅋㅋ제 한 컷은 뭘까 오늘 생각좀 해봐야겠어요🙄🤔

잘잘라 2021-02-26 17:13   좋아요 1 | URL
미미님 한자..
아름다운 미, 아름다울 미!
미리 미리 미, 미워 미워 미?
사랑의 미로 미..
😅😆😄
헤헷
*알고보니 ‘책에 미친 미‘였다는..!
 

캬, 아 다르고 어 다른, 호크니 버전!
기록할만두? 만두 만두 만두~

"아, 알겠습니다. 드로잉실로 돌아가자는 것이로군요?" - P189

"아닙니다. 드로잉실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자는 것입니다." - P19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시, 그림이다 - 데이비드 호크니와의 대화 현대미술가 시리즈
마틴 게이퍼드 지음, 주은정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1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밑줄을 긋고, 단어를 몇 개 바꿔 다시 써본다. 


"당신이 계속해서 책으로 되돌아가고 있는 기본적이 동기 중 하나는 당신이 읽는다는 행위를 긍정적으로 즐긴다는 사실입니다."


"아, 맞습니다! 그저 조금 더 좋아할 뿐입니다. (....)그 후에 그들은 "아버지의 어린 시절에 대해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솔직히 그런 질문을 받지 않았다면 아버지는 언제나 아버지일 뿐입니다. 누군가를 바라볼 때 자신이 보고 있는 사람에 대해 항상 이와 같은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그래야 사람을 더 명확하게 볼 수 있습니다. 이야기는 생리학적인 방식을 따라 당신을 스쳐 지나가 당신의 뇌와 기억 속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그곳에 저장되어 있다가 당신의 입을 통해 전달됩니다."


질문을 던지고,

읽고,

질문을 던지고,

쓰고,

질문을 던지고,

먹고,

질문을 던지고,

사고,

질문을 던지고,

팔고,

질문을 던지고,

놀고,

질문을 던지고,

보고,

질문을 던지고,

듣고,

질문을 던지고,

죽고,

질문을 던지고,

살고,


게이퍼드: 당신이 계속해서 되돌아가고 있는 기본적인 동기 중 하나는 당신이 본다는 행위를 긍정적으로 즐긴다는 사실입니다.

호크니: 아, 맞습니다! 그저 조금 더 좋아할 뿐입니다. (...)내가 사람들을 차에 태워 여기로 올 때 길이 무슨 색이냐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들은 대답하지 못했지요. 10분 후에 내가 같은 질문을 다시 하자 그들은 길의 색이 다르다는 점을 알아보았습니다. - P84

그 후에 그들은 "길이 무슨 색인지에 대해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솔직히 그런 질문을 받지 않았다면 길의 색은 그저 길의 색일 뿐입니다. 무엇인가를 바라볼 때 자신이 보고 있는 것에 대해 항상 이와 같은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그래야 사물을 훨씬 더 명확하게 볼 수 있습니다. 이미지는 생리학적인 방식을 따라 당신을 스쳐 지나가 당신의 뇌와 기억 속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그곳에 저장되어 있다가 당신의 손에 의해 전달됩니다. - P84

게이퍼드: 당신은 시각예술의 목적 중 하나가 바라보게 하는 것, 주의를 집중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거군요.

호크니: 나는 그 점을 좋아합니다. 그림은 그림에 영향을 미치지만, 우리로 하여금 그렇지 않으면 보지 않았을 것들을 볼 수 있게 해줍니다. - P8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