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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드그렌, 삐삐 롱스타킹의 탄생 ㅣ 한겨레 인물탐구 8
카트린 하네만 지음, 우베 마이어 그림, 윤혜정 옮김 / 한겨레아이들 / 2012년 2월
평점 :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동화 작가,
82권의 책을 쓴 작가,
전 세계 95가지 언어로 번연된 책을 쓴 작가,
1억 4천 5백만 권 이상 팔려나간 책을 쓴 작가,
‘올해의 가장 유명한 스웨덴인’으로 몇 번이나 뽑힌 작가,
90살에는 ‘가장 사랑받는 세기의 스웨덴인’으로 뽑힌 작가,
그 전까지는 스웨덴 왕실 가족이 죽었을 때만 국장을 치렀지만 그가 세상을 떠났을 때는 국장이 치러진 작가,
전 세계 여러 학교와 병원 이름이 그의 이름을 따서 지어진 작가(독일에만 170개가 넘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학교가 있음),
러시아에서는 성경 다음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책 『릴레브로르와 지붕 위의 칼손』을 쓴 작가,
나에겐 그 무엇보다, 『삐삐 롱스타킹』을 써서 삐삐와 아니카, 토미를 만나게 해 준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입니다.
짜잔~


1960년대에 〈삐삐 롱스타킹〉을 텔레비전 드라마로 새로 찍기로 하고 배우를 모집하자, 삐삐 역을 맡으려고 지원한 소녀가 8.000명이나 되었답니다. 그중에는 5살짜리 아이도 있었고, 어른들도 있었지요. 그리고 9살짜리 잉에르 닐손(‘잉거 닐슨’으로 알려져 있음)이 나타났을 때 감독은 이렇게 생각했답니다. "저 아이는 진짜 삐삐처럼 생겼네! 하지만 저 애는 틀림없이 연기를 못할 거야. 연기까지 잘한다면 그건 너무 완벽하잖아."
하지만 잉에르 닐손은 연기를 잘했고, 삐삐 롱스타킹이 되었지요. 사실 잉에르는 실제로는 조금 겁이 많고 수줍음이 많은 아이였고, 얌전한 안니카 역을 맡은 마리는 오히려 말괄량이에 겁이 없었답니다. 재미있지요?(100p.)
『삐삐 롱스타킹』은 어떻게 탄생했을까요?
1941년 겨울. 린드그렌의 딸 카린은 8살이었는데 폐렴에 걸렸어요.오랫동안 침대에 누워 지내야 할 만큼 큰 병이었지요. 너무나 지루해하던 카린은 엄마에게 ‘삐삐 롱스타킹 이야기’를 들려 달라고 졸랐답니다. 삐비 롱스타킹은 카린이 즉석에서 생각해 낸 이름이었지요. 린드그렌은 곰곰이 생각했어요. 이렇게 희한한 이름을 가진 아이라면, 틀림없이 굉장히 희한한 사람일 거라고 말이에요. 그래서 세상에서 제일 힘센 소녀 삐삐 롱스타킹 이야기가 탄생한 것이랍니다. 아이들과 친구들이 이야기를 너무나 재미있어해서 린드그렌은 날마다 삐삐 롱스타킹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했지요.
그리고 3년 후 어느 날 린드그렌은 빙판길에 미끄러졌어요. 발이 삐어 한동안 집의 소파에 누워 있어야 했지요. 그리고 이번에는 린드그렌이 지루해하다 삐비 이야기를 글로 쓰기 시작했답니다. 그사이 열한 살이 된 카린의 생일 선물로 말이에요.
린드그렌은 완성된 책을 딸에게만 선물한 것이 아니라 출판사에도 보냈답니다. 출판사에서 대답이 오기까지는 거의 5개월이나 걸렸지요. 출판사는 이 책을 원하지 않았어요.
여러분, 상상이 가나요? 출판사 사람들은 이야기가 괜찮긴 하지만, 삐삐가 너무 머릇없고 고집 센 소녀라 출판하고 싶지 않다고 했답니다. 출판사에서는 어른들이 이런 황당하기 짝이 없는 주인공을 아이들에게 모범이 될 만하다고 여기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지요.
어쨌든 『삐삐 롱스타킹』은 출판되지 못했지요. 그리고 린드그렌은 여전히 작가가 아니었거요. 그렇지만 글을 쓰는 것에 큰 재미를 붙인 린드그렌은 무조건 계속 글을 쓰고 싶었어요. 그리고 ‘라벤 오크 셰그렌’이라는 작은 출판사에서 소녀를 위한 소설 공모전을 열자, 거기에 응모했어요. 책 제목은 ‘브리트 마리는 마음이 가벼워졌어요’였고, 2등 상을 받았지요.
린드그렌은 굉장히 기뻐했어요. 상을 받게 되었다는 편지를 받자 온 집 안을 춤을 추며 돌아다녔지요. 나중에 린드그렌은 어떤 상을 받아도 처음에 상을 받았을 때만큼 기쁘지는 않았다고 말했답니다.
한순간에 린드그렌은 작가가 되었어요. 그때는 벌써 38살이었고, 여러 분야에서 일도 했었지요. 하지만 그제야 비로소 진정한 직업과 인생의 목적을 발견한 거예요. 린드그렌은 글을 쓰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답니다. 『삐삐 롱스타킹』의 초안을 다듬고, 삐비를 조금 덜 당돌하고 조금 더 상냥한 아이로 만들었지요. 그리고 『우리는 모두 떠들썩한 마을의 아이들』이라는 책을 쓰기 시작했어요. 1945년에 라벤 오크 셰그렌 출판사가 이번에는 어린이책으로 두 번째 공모전을 열자, 린드그렌은 두 동화를 다 응모했어요. 『삐삐 롱스타킹』은 최우수상을 받았고, 책으로 출판되었지요. 『우리는 모두 떠들썩한 마을의 아이들』은 상을 받지 못했지만, 출판사에서는 그 책도 출판하고 싶어 했어요.
(......)
『삐삐 롱스타킹』은 서점에 나오자마자 아주 인기가 좋았어요. 모두가 책에 푹 빠졌지요. 단 2주 만에 2만 권 이상이 팔렸답니다. 크리스마스이브에도 출판사는 아이들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을 수 있도록 쉬지 않고 책을 포장했지요.
하지만 일 년 뒤, 두 번째 책이 나오자 갑자기 비판이 거세어졌어요. 어떤 유명한 교수가 ‘삐삐 롱스타킹’ 시리즈에 대해 나쁜 평을 썼거든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은 글쓰기에 재능이 없고, 삐삐는 정신병자 같이 행동하며, 이야기는 웃기지도 않는다는 주장이었지요. 거기에 삐삐가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끼칠까 두려웠던 몇몇 부모와 교사가 거들고 나섰어요. 다른 사람들은 그에 맞서 책을 옹호했지요. 그 사람들은 착하지도 않고 말을 잘 듣지 않는 어린이책 속의 영웅이 있다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린드그렌은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을까요? 그 논쟁에 전혀 끼어들지 않았답니다. 그 대신 쉬지 않고 새 책을 썼지요. 3년간 여섯 권을 썼어요. 그리고 모두 좋은 반응을 얻었답니다!
책이 성공을 거두면서 린드그렌은 아주 빨리 이름이 알려지게 되었어요. 유명해진 거지요. 그렇지만 린드그렌은 그런 것에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일기장에 이렇게 썼지요. "나는 아주 아주 조금 유명해졌다! 그렇지만 그것에 대해서는 쓰고 싶지 않다."(69~75p.)

린드그렌은 글쓰기를 정말 좋아했습니다. 살면서 가끔 걱정되는 일이나 불안한 일이 있어도, 혹은 병이 나 아플 때도 글을 쓰면 다시 행복했던 어린 시절로 돌아갈 수 있었답니다. 린드그렌은 이렇게 말했어요. "나는 나 자신을 위해 책을 씁니다. 내가 즐거워지고 싶어서, 그리고 나를 어린 시절로 돌아가게 하기 위해서 글을 쓰지요." 린드그렌은 그 시절 다른 동화 작가들처럼 아이들을 가르치거나 교육시키기 위해 글을 쓴 것이 아니었답니다. (73p.)
"나는 나 자신을 위해 책을 씁니다. 내가 즐거워지고 싶어서,
그리고 나를 어린 시절로 돌아가게 하기 위해서 글을 쓰지요."
나는 이 문장이 정말 마음에 들어요. ‘아! 이거였구나! 삐삐 롱스타킹이 그토록 재미있는 이유, 그토록 매력적인 이유!’ 그렇다면 나도 글을 써야 해요. 무슨 거창한 이유가 필요한 게 아니었던 거예요. 맞아요. 글을 쓰는 건 앨범을 보는 일과 같아요. 앨범 속에선 다들 밝은 표정, 환하게 웃고 있지요. 앨범을 보며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고 기뻐하듯이, 글을 쓰면 행복했던 어린 시절로 돌아갈 수가 있어요. 막상 어린 시절로 돌아가보면 사실 불행하다고 느낀 날도 많았지요. 괜찮아요. 아픈 기억을 지우려고만 하지 말고 더 자세히 글로 쓰다보면 신기하게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그 기억 속에서도 조금은 행복하고 고마운 일들을 생각해내기도 하거든요. 게다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동화작가와 같은 이유로 글쓰기를 계속하다니! 정말 멋진 일 아닌가요!^^

린드그렌은 글을 쓰는 것에 관해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단다. "글을 쓴다는 것은 힘든 일이에요. 하지만 그것은 세상 일 중 가장 멋진 일이지요. 저는 아침에 글을 쓰고, 저녁에는 이런 생각을 해요. 아, 얼른 다시 내일이 되었으면. 그럼 또 다시 글을 쓸 수 있을텐데!"(80p.)
린드그렌은 사람들이 아이들에게 드러내기를 꺼려하는 주제에 관해서도 계속 썼어요. 많은 어른들이 질병과 죽음, 증오와 같은 주제는 아이들이 접하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하지요. 하지만 린드그렌은 아이들을 그저 어린아이로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린드그렌은 아이들도 질병과 죽음, 증오 같은 것들과 마주하여 소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또 아이들이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요.(82p.)



갑자기 할 일이 많아졌어요.
아........
린드그렌 홈페이지도 둘러봐야겠고,
삐삐 롱스타킹, 드라마도 찾아봐야겠고,
린드그렌 책도 읽어봐야겠어요.
아........
무엇보다, 나도
글을,
글.을. 써.야.겠.어.요.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내가 즐겁기 위해서,
어린 시절로 돌아가기 위해서!
아........
바쁘다 바뻐!
WWW.ASTRIDLINDGREN.SE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공식 홈페이지
WWW.JUNIBACKEN.SE
스톡홀름에 있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박물관 ‘유니바켄’ 홈페이지
WWW.ALV.SE
빔메르뷔에 있는 놀이공원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월드’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