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읽는 부여사 - 한국 고대국가의 원류 부여사 700년
송호정 지음 / 사계절 / 201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국사를 논할 때 한반도 최초의 국가이자 후대에 강력한 영향력을 끼친 나라로 고조선을 꼽는다. 틀린 주장은 아니다. 신화적으로나 역사적으로도 고조선은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 민족 형성의 원류이기 때문이다.

반면 실제 역사 현장에서는 고조선보다 오히려 부여가 강한 파급력을 보였다. 고구려는 건국신화는 물론 정치의 많은 부분을 부여에서 배웠다. 고구려에서 파생된 백제 역시도 자신의 뿌리를 부여에 두고 있다. 오죽했으면 사비 천도 후 백제는 국명을 남부라고 했을까. 또한 신라와 가야 역시도 부여 주민과 문화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이러한 영향에도 불구하고 부여사는 한국대사의 곁가지 정도로 취급되어 왔다. 700년이 넘는 역사에도 불구하고 교과서에서는 한 페이지도 취급되지 않는다. 그만큼 연구가 적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오죽하면 저자는 자신의 학위 논문 주제가 원래 부여사였지만 지도교수의 권유로 고조선사로 바꾸었다고 고백했을까. 예나 지금이나 부여사는 관심 밖에 있는 주제인 셈이다.

그런 부여가 조금이나마 관심을 받게 된 것은 중국 덕분 아닐까 싶다. 그들이 21세기 초반 동북공정을 진행하며 열심히 역사왜곡을 해준 결과 그에 대한 우리 정부의 역사 반격으로 부여사를 재탐색하게 된 것이다. 물론 고구려사나 고조선사에 비하면 부족하지만.

이 책은 대중서인 듯하지만 차라리 교과서적인 학술서에 가까워 보인다. 학술적인 요소, 즉 어려운 전문 용어나 딱딱한 논문적 요소를 가급적 배제하려 했지만 일반인들이 내용을 소화하기엔 어려워 보인다. 일단 저자의 글쓰기가 조금은 딱딱하다. 그것은 전작인 <단군, 만들어진 신화>와 비슷하다. 그래서 쉽게 풀어 쓰려고 노력한 학술서같다고 느껴진다. 재미적 측면에서는 좀 떨어진다는 얘기다. 아쉬운 대목이다.

다만 부여의 건국 신화가 고구려의 그것과 거의 흡사하다는 점에 놀랐다. 정확히 말해 고구려가 베꼈다해야 옳을 듯하다. 주인공의 이름과 내용까지. 그렇게 나는 부여를 몰랐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단군, 만들어진 신화
송호정 지음 / 산처럼 / 200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단군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일까? 고대 우리 민족의 화려한 영화를 대변하는 상징일까? 이 책은 단연코 아니라 말한다. 단군신화는 고조선이라는 나라가 세워지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건국신화며, 그는 개인으로서의 존재가 아니라 지배자를 뜻하는 용어일 뿐이라고 저자는 강하게 말한다. 결국 단군은 1000년을 넘게 산 비과학적 존재가 아니라 여러 소국들의 지배자들을 일컫는 용어라 할 수 있겠다. 이것은 우리의 역사를 낮추어보는 식민사관이 아니라 유물이 증명하는 있는 그대로의 역사다. 왜 이것이 부끄러운 역사가 되는가.

한편 이 책을 읽노라면 저자인 송호정 교수가 얼마나 많은 공부를 하고 발품을 팔았는지 짐작이 간다. 그가 인용한 글과 사진 등에서 책상에 앉아 남의 글을 훔치는 그런 글쓰기를 하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고조선과 단군에 대한 사회의 비상식적, 비역사적 대응에 그가 역사학자로서 대응하지 않을 수 없었음에 공감이 간다. 작금의 이덕일을 비롯한 사이비 역사학자들의 파상적 공세에 전문 역사학자들의 대응이 절실히 요구되는 현실이다.

우리 고대사에 대해 학술서적이 아닌 대중서로써 차분히 익히고자 하는 이들에게 권한다. 역사에 대한 상식과 공부에 충분히 도움이 되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 장영희 에세이
장영희 지음, 정일 그림 / 샘터사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누군가에게 공감을 얻는 좋은 글을 쓰고픈 욕망이 있는 내게 큰 도움이 되는 글이다.
인류가 아닌 한 개인에 대한 글쓰기.
이 책 은근히 잘 읽히고 내용 속으로 나를 끌어들인다.
좋은 책이 틀림없다.

"영작문을 가르칠 때 나는 미국의 유명한 수필가인 E. B. 화이트의 말을 인용한다. 그는 글을 잘 쓰는 비결에 대해 ‘인류나 인간(Man)에 대해 쓰지 말고 한 사람(man)에 대해 쓰는 것‘이라고 했다. 즉 거창하고 추상적인 이론이나 일반론은 설득력이 없고, 각 개인이 삶에서 겪는 드라마나 애환에 대해 쓸 때에만 독자들의 동감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장영희,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샘터, 2009, 156쪽에서 인용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민음사 / 201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참 멋지고도 당연한 말이다. 기억은 주관적이고 다른 이들에 의해 편집되기도 하지만 역사는 바꿀 수 없다. 그럼에도 이 나라엔 손으로 하늘을 가리듯 역사를 마음대로 주무르려는 해괴한 사람들이 있다. 분노가 자주 치미는 요즘이다.

"기억을 감출 수는 있어도 역사를 바꿀 수는 없어" -무라카미 하루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에서 인용.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좋은 문장 나쁜 문장 살림지식총서 376
송준호 지음 / 살림 / 200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이래서 자꾸 흔적을 남기고 싶어하는 모양이다.
이런 글쓰기를 통해서라도 삶의 의미를 느끼기 위해서 말이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한 생각과 느낌이 필요한 시점이다.
난 지금 너무 갇혀 있다. ㅎㅎ

사람은 느끼고 생각하는 존재다. ‘느낌‘과 ‘생각‘이야말로 삶의 본질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글은 살아가면서 얻은 생각과 느낌을 정리해서 표현하는 중요한 방식이다. 다양하고 풍부하게 느끼고 체계적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힘의 원천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진정 인간다운 삶은 글쓰기에서 비롯된다.

송준호, <좋은 문장 나쁜 문장>, 살림, 3쪽에서 인용.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yureka01 2017-03-04 07: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간다움이 총체적으로 어떻해야 할지는 모르겟지만 글쓰기도 분명 포함되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짐승은 글을 쓰지 않거든요.^^.멋진 문장.ㅎㅎㅎ

knulp 2017-03-04 08:21   좋아요 1 | URL
이 문장에 정말 반했습니다. 비록 어설픈 글이나마 어쩌나 써보고 싶었던지^^

2017-03-04 08: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knulp 2017-03-04 09:0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캘리그리피 완성하시면 북플에 올려주세요. 기대됩니다.

cyrus 2017-03-04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쓰든 못쓰든 생각한 걸 기록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글을 쓰면 생각했던 순간이 금방 잊히지 않거든요. ^^

knulp 2017-03-04 11:59   좋아요 0 | URL
네 공감합니다. 그런데 그놈의 게으름에게 자주 지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