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내게는 아직 한쪽 다리가 있다
주대관 글 그림, 송방기 엮음, 김태연 시 옮김, 송현아 글 옮김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2001년 5월
평점 :


자신이 읽은 책 꼭 읽으라는 딸아이의 강권에 의해 일주일 내내 어렵게 읽었다. 원하지 않는 일을 할 때 찾아오는 내 안의 거부감이 이렇게 표현되는 것이다. 아동문학으로 분류될 수 있을 이 가벼운 책을 왜 그리 힘겹게 읽었는지... 

책의 주인공은 대만의 만 9세 어린이 주대관이다. 이 아이는 ‘횡문근육종‘이란 병명조차 생소한 암으로 1년여 투병하다 1997년 5월에 하늘나라로 갔다. 이 책은 대관이의 약 10여년 생을 담고 있는 일종의 전기인 셈이다. 어린 아이 주제게 무슨 전기냐고 비웃을 수 있겠지만 대관이에게는 약간의 독특함? 혹은 남다름이 있다. 

다섯살 때 당시와 사서를 읽었다하니 그 천재성을 알만하다. 어렸음에도 종교, 음악, 문학 등을 이해했고, 가족애 또한 깊어 아빠인 내가 머리 숙여진다. 특히나 시를 잘 써 주위 사람들을 감동케 했으니 그의 죽음이 애통하다 아니할 수 없다. 이 책은 눈물 쥐어짜내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 겨우 10년의 인생을 살다가지만 충분히 남겨진 이들에게 삶의 의미를 느끼게 해준다.

사랑이 가득했던 사람을 떠나보내는 것은 유독 힘들다. 그의 죽음은 그가 주던 사랑의 소멸이고 그가 만들었던 관계의 단절이기 때문이다. 대관이가 몸담았던 관현악단, 동생과의 협연, 가족 여행, 식사, 산책, 수업 등은 모두 이제 그가 없은 상태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투병 생활을 통해 자신만의 존재감을 남긴 어린이 대관. 존경의 마음이 절로 자라난다. 

암에 굴복하지 않고 그에 도전하는 정신이 고르란히 녹아 있는 시는 감동 그 자체일 수밖에 없다. ‘내게는 아직 한쪽 다리가 있다‘는 시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일까 아빠의 마음으로 읽은 나는 책의 말미로 갈수록 내내 더운 눈물을 흘려야 했다. 대관이 이미지에 내 아이들의 겹쳐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결국 이 책을 통해 나는 다시금 반성해야 했다. 부모의 역할이 어떠해야 하는지... 

반면 이 책에는 약간의 아쉬움이 있다. 매끄럽지 못한 번역, 오타 등이 많지는 않지만 내 눈에 거슬렸다. 가방 끈 긴 분이 번역했지만 부족함이 있다. 이런 면에서 전문 번역가들의 힘이 느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채식주의자
한강 지음 / 창비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단순한 독자로서 나는 이 책이 왜 그렇게까지 유명세를 타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나의 문학 이해력이 떨어지는 탓도 있겠으나 미디어의 영향력 아닐까 추측해 본다. 처음 들어보는 맨부커 상 수상 소식이 언론을 통해 전해지며 그 궁금증이 폭증했다. 나처럼 무관심한 이들도 있었겠으나 서구(영국)에서 주는 상에 목마른 우리네 정서를 고려한다면 일반 독자들의 눈에 단번에 들어온 것도 무리는 아니다. 사실 그만큼 나도 색안경을 끼고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문학을 문학 그자체로 읽지 못한 나 자신도 탓해 본다.

이 책은 세 편의 중편 소설로 엮어져 있다. 각각 다른 문학잡지에 다른 날 게제되었지만 하나의 핵심 스토리를 중심으로 주변인들의 세 시각을 담고 있다. 아내의 행동을 이해 못하는 남편, 그런 처제를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보는 형부, 그리고 이런 현실을 인내하며 살아가는 언니. 모두 갑자기 채식주의를 선언한 그녀(영혜)를 둘러싸고 있는 인물들이다. 나 역시도 이들의 시선을 따라가며 영혜를 바라보게 된다. 결국 영혜를 내부로부터 이해할 수 있는 명확한 시선은 없는 셈이다. 언니를 통해 그녀의 변화를 이해할 수 있는 힌트를 얻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들이 결정적이지는 않다. 이런 점이 명확한 것을 원하는 나 같은 독자들에게는 불편하다. ㅎㅎ

어느날 꿈을 꾸고선 돌연 채식주의를 선언하는 영혜는 점점 일상에서 격리되어 간다. 급기야 자해도 하고 정신병원에 감금되기도 한다. 나아지기는 커녕 점점 더 심해지더니 급기야 자신은 나무가 될 것이라며 식사를 거부한다. 솔직히 나는 이런 상황을 이해할 능력이 없다. 그저 작가가 준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일 뿐이다. 다만 언니의 생각을 통해 몇 가지 짐작만 해본다. 어려서부터 아버지의 지속된 폭력에 시달려온 그들 자매, 결국 폭력에 억눌린 자아는 남을 먼저 의식하거나 자아를 거세해 버린다. 이렇게 살아온 자매를 세상을 다른 방식으로 받아들인다. 언니는 주어진 상황을 인내하며 타인을 배려하는 삶만을 추구하다. 결과는 처참했다. 남편의 배신과 가족의 해체. 동생 영혜는 세상과 일정한 거리를 두더니 급기야 채식주의를 선언하고 자신만의 세계로 숨어버린다. 영혜는 자신이 바라던 꿈을 이루었을지 모르나 그녀를 둘러싼 모든 관계들은 파괴된다. 그래서일까. 나는 이 책이 몹시 불편하다.

몰입될 수밖에 없는 이야기를 가진 이 책. 그렇다고 명작 반열에 올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가끔 소설 읽는 독자가 이런 평을 내린다는 게 웃기긴 하지만.

사족 : 책 마지막에 실린 해설은 지웠으면 좋겠다. 이해하지 못할 몽상에 가득찬 글은 책을 위한 해설이 아니라 글쓴이의 자기과시에 다름 아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재밌는 기록. 나의 독서 이력을 보는 건 새롭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몽골제국과 고려 - 쿠빌라이 정권의 탄생과 고려의 정치적 위상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 한국학모노그래프 47
김호동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 201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원후 12~13세기 전 세계를 호령하던 몽골제국. 그들은 항복하지 않고 끝까지 싸운 국가는 가차없이 처리해 버린 반면 항복하여 귀부해온 국가에 대해서는 국가의 존립은 물론 왕실 존재도 인정해 주었다. 그 당시 한반도에 있던 고려는 어땠을까?

잘 알고 있듯이 고려는 강화도 천도 이후 30년 넘게 몽골에 저항하였다. 무신정권이 무너진 후에야 왕(고종)은 태자를 쿠빌라이에게 보내 항복 의사를 피력하였다. 원칙적으로라면 고려는 국가와 왕실의 보존이 불가능했으리라. 하지만 의외로 쿠빌라이는 고려를 예외로 인정해 왕실의 보존은 물론 심지어 부마로 삼기도 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 책은 이 물음에 답을 준다. 역사 해석을 자신(자국)의 시야에만 한정한다면 매우 좁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 몽골과 같은 대제국의 경우 역사적 상황은 복잡하고 다층적일 수밖에 없다. 이런 조건을 저자는 상당히 다양한 사료를 통해 확인한다. 한국, 중국, 일본, 터키, 독일 등의 사료를 통해 쿠빌라이의 집권 과정을 조사했다. 조금 큰 문고본 수준의 책을 저자가 얼마나 공들여 작업했는지 참고문헌과 각주만으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고려가 항복을 구하기 위해 태자를 중국에 보냈을 때 쿠빌라이는 다른 형제 아릭 부케와 대칸의 지위를 놓고 한판 대결을 펼치던 상황이었다. 결코 그에게 유리하지 못했던 위험한 상황이었다. 특히나 남송과 고려가 손잡았을 시 그에게는 더 힘든 국제 환경이 조성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쿠빌라이는 다른 점령국에 비해 고려에 유리한 항복 조건들을 수용해주었다. 게다가 자신의 딸까지 고려 태자와 결혼시키면서. 물론 쿠빌라이 사후 고려는 극심한 간섭을 받기는 하지만, 쿠빌라이의 예를 들며 외교적 노력을 통해 위기 상황을 극복해 나갔다.

그런데 이 책은 위의 설명같이 그리 만만한 책이 아니다. 일단 나(혹은 우리)는 몽골사에 무지하다. 칭기스칸과 쿠빌라이칸을 제외하는 아는 인물로 거의 없다. 이런 현실 위에 학술적 내용이 가득한 책을 차분히 읽어내기란 그리 녹록치 않았다. 게다가 도서명이 <몽골제국와 고려>지만 실제 내용은 부제인 ‘쿠빌라이 정권의 탄생과 고려의 정치적 위상‘이어서 어딘지 모르게 속고 산 느낌이 강했다. 전제 몽골시대가 아니라 쿠빌라이 시대에 한정되어 있기에 더욱 그랬다.

반면 고려사에 깊은 관심이 있는 이라면 이 책을 권한다. 몽골이 어떤 나라였는지 한국 사학자의 시각으로 바라본 점이 끌렸다. 과연 한국 전체에 몽골사를 전공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가야사 전공자가 20명 정도라고 했는데. 이제 역사 공부의 시야를 더 넓혀 보아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야, 잊혀진 이름 빛나는 유산 - 가야사 연속강좌
가야사정책연구위원회 엮음 / 혜안 / 200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의 제목에서처럼 가야는 상대적으로 한국고대사에서 잊혀진 이름이다. 그럼에도 당당하게 한자리 차지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이 책은 가야사 전문가들이 그 이유를 설명해 준다.

김부식이 삼국 중심으로 고대사를 재편하면서 가야와 발해가 소외되고 우리의 고대사는 왜곡되어 버렸다. 가야는 기원전 2세기 말부터 대가야 멸망(562년)까지 약 700여년 가까이 지속된 나라이다. 고려나 조선보다도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남긴 문헌이 없고 후대 역시도 불친절하여 제대로 된 기록을 남겨주지 않았다. 이것이 왜소해져 버린 가야사의 핵심적 이유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가야사를 가야인들의 눈으로 보지 않고, 신라나 백제의 시각으로 인식하거나 한일관계사의 일환으로 보면서 가야는 주체적 역사가 아닌 주변 강대국에 부속된 역사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이것은 역시 역사를 연구하는 사람들 모두의 책임일 것이다.

이 책에서는 가야사 개관(김태식), 가야 신화(백승충), 가야 토기(박천수), 가야의 철(송계현), 임나일본부 문제(이영식), 가야 고분(홍보식), 우륵과 가야금(권주현), 신라에서 빛난 가야인(주보돈) 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즉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이 나름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쉽게 풀어 쓴 책인 것이다. 그럼에도 토기와 같은 것은 제법 전문적이어서 대강 읽고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전반적으로는 친절한 글쓰기를 한 탓에 술술 읽힌다. 역사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라면 무난히 읽을 수 있으리라. 다소 전문적인 용어들이 나오지만 그것이 독서를 방해할 정도는 아니다.

사실 각 주제별로 단행본이 몇 권씩 나와 있을 정도로 연구가 진척되어 있다. 그러나 삼국에 비해 가야사 연구는 위에서 밝힌 바처럼 사료의 부족으로 더 이상의 진척을 기대하기 힘든 상태이다. 과거 일본 연구자들이 임나일본부설 등을 주장하며 제국 일본에 부역하는 자세를 보였으나 지금은 많이 극복된 상태이며 주체적 가야사에 대한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 그것도 약 20여 명 정도의 연구자들이. 그 소수의 연구자들이 일반인의 이해를 돕기 위해 펴낸 책이 바로 이 책인 것이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가야사를 언급하며 가야산 연구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역사학자들은 정치인들의 역사 개입을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국정 역사교과서 문제로 인한 트라우마가 큰 탓도 있다. 모쪼록 이 책이 가야사 이해에 대한 작은 소임을 다 할 수 있길 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