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이만열 교수는 주기철 목사의 신사참배거부를 민족주의적 항거라고 지적했었다. 하지만 지금 읽고 있는 책에서는 그를 신앙의 본질에 충실했던 사람으로만 평가하고 있다. 조금은 혼란스럽지만 해석의 다름에 흥미를 느끼며 읽고 있다. 다만 본회퍼 목사가 히틀러 같은 미친 이를 멈추게 하기 위해 행동으로 나선 것에 비해, 주기철 목사는 (신앙의 측면은 제외하고)일제에 항거하지 않았음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종교가 사회 변화에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아니면 종교 본연의 자세에만 충실하는 것이 옳을까? 해묵은 숙제다.

1930년대에 주기철은 "주 목사는 대 일본제국의 신민이 아니란 말이냐, 일본국민이기는 하다"라고 했다. 그의 저항이 권력과의 대결이 아니라 개인 신앙의 보수에 국한됐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따라서 ‘미친 운전자는 차를 세우게 해야 한다‘는 시국 인식 속에 히틀러 암살이라는 극한의 투쟁을 선택하던 본회퍼의 정신과는 이질적이다.
김용민, <한국개신교와 정치>, 소명출판, 2016,1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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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비평 117호 - 2016.겨울
역사문제연구소 엮음 / 역사비평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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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글은 19세기 조선의 풍경이다. 지나치게 서울 중심적이고 지방에 대한 차별이 만연하였다. 이로 인해 서세동점이라는 외부의 영향에 주도적으로 대응하기 힘들게 되었다. 서울은 서울대로(개화사상이나 동도서기론), 지방은 지방대로(위정척사론) 대응함으로써 응집력 있는 힘을 보여주지 못했다. 즉 이는 조선 사회가 내외의 위기에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하였다. 아쉽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조선 멸망의 수순이었다.

이와 같이 19세기는 크게 보면 경향분기, 세부적으로 보면 지역적 사상 분기 현상을 보였다. 이는 지역의 균형 있는 발전과 거리가 있었다. 지나치게 서울 중심적이었고, 인적 구성으로 볼 때 노론 중심이었으며, 노론 가운데서도 안동김씨를 중심으로 한 낙론계와 시파 가문들이 중심이었다. 그들은 서울 북촌 등 일부 지역에 집중적으로 거주하면서 19세기 세도정군을 만들어냈다. 정보, 문화, 재화의 서울 집중은 지식 정보의 심한 불균형과 인재 양성 및 선발의 경향 간 불균형을 연쇄적으로 초래하였다. 이는 다시 서울과 지방의 문화적 격차 확대를 촉진하였다.
조성산, <19세기 조선의 지식인 지형>, <<역사비평>>117, 1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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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史호선 - 기차로 떠나는 한국사 일주
강응천 지음 / 효형출판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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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공부를 위해 샀다기 보다 재미나 혹은 개인적 효용을 위해서 구매를 했다고 보는 게 적합할 듯 싶다. 책의 내용이나 표현은 참 가볍고 읽기 편하다. 즉 이 책은 성인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청소년들을 위한 일종의 안내서인 셈이다. 특히 지하철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역사의 흔적들을 작가 특유의 재밌는 필치로 써내려가고 있다. 예를 들어 의정부시나 석수역, 지지대는 그 이름이 어떻게 유래되었는지 그 유래가 나온다. 나처럼 역사와 현실을 연계하고 싶어하는 이에게는 더할나위 없이 좋은 정보다.

책의 절반은 수도권 지하철과 관계되는 역사 이야기지만 나머지는 기차를 통해 만날 수 있는 역사 이야기로 전환된다. 이렇게 되면 책 제목에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분명 ‘지하철‘이 주된 내용일 줄 알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또한 지하철 인근의 역사 흔적들 뿐만 아니라 그 역이 속한 도시 전체의 역사들이 나온다. 그래서일까? 어느 역에서 내리면 어떻게 갈 수 있다는 등의 친절한 설명이 없다. 대표적이 것이 위에 설명한 지지대란 곳이다. 이곳은 의왕에서 수원으로 넘어가는 높지 않은 언덕인데 지하철이 다니지 않는 곳이다. 즉 제목에 부합되지 않는 주제인 셈이다. 물론 그래도 이 책은 재미로 읽기에 충분하다.

아울러 이 책은 언제일지 모르겠지만 미래에 이런 형식의 책을 한 번 써보고 싶다는 의욕을 던져주었다. 전문 역사학의 분야에 들어가기엔 부족한 내가 그 언저리 부문에서 뭔가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욕심이 발동한 것이다. 물론 그것은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 출발하겠지만. 죽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에 살아 숨쉬는 역사를 만들고 싶은 욕구를 이 책이 자극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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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사재기

사실 제목처럼 그렇지는 않지만 최근 몇 년 새 책을 사는 빈도가 잦아졌다. 그것도 동네에 알라딘 중고서점이 들어서면서 더 심해졌다. 오늘도 세 권을... 얼마전에는 퇴근 후 다른 곳에 간다고 뻥(?)을 친 후 중고서점에 들렀다가 가족들에게 들켜버렸다. 하필이면 아내가 운전해 지나가던 방향에 내가 불법주차를 해둔 것이다. 그후 아내보다 딸에게 의심과 추궁을 당하고 있다.

좁디 좁은 내 방에 슬슬 책을 둘 공간이 부족해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거실과 식탁 등 책 놓을만한 곳이 있으면 두고 본다. 아무래도 아내의 입장에서는 남편의 이러한 책쌓기 놀이가 못마땅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잘 인내해주고 있지만 적어도 경계는 지켜주길 바라는 눈치다. 특히 밥 먹는 식탁 위에 책을 두지 말라고 강한 어조로 말한다. 이 경우 을의 위치에 있는 나로서는 반드시 따라야 할 수밖에 없다. ㅎㅎ

지난해 책 사라며 어머니가 주신 금일봉이 있는데, 이 돈이 요긴하게 잘 쓰이고 있다. 중고서점에서 막지르게 되는 원천이기도 하다. 중고서점의 특성상 지금 사두지 않으면 내일은 없을 수 있기 때문에 눈에 띄면 그냥 사는 것이다. 물론 중복구매와 처럼 후회할 경우도 제법 생기지만. 다행히 요즘엔 이전 구매를 확인해주기 때문에 실수를 줄일 수 있게 되었다.

문제는 사재기든 즉흥구매든 당장 읽을 책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구매한지 몇 년이 지난 책도 있고, 샀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경우도 있다. 소장한 책이 적을 때는 그 책들을 모두 기억하고 있는데 지금은 나이 들어 그게 불가능해짐으로써 실수가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어쩌겠는가 무능해진 자신을 한탄할 수밖에.

그래도 나는 좋다. 술 안마시고, 담배 안피고 그 돈으로 책을 살 수 있어서. 남들은 무슨 재미로 사느냐 하지만 나는 책 사는 재미로 산다. 웃기는 소리겠지만 나의 놀이터가 바로 그 중고서점이다. 큰 돈 안들이고 막 살 수 있는 그곳. 시간 되면 내일 또 들를지 모르겠다. ㅎㅎ 규모가 작아서 아쉽기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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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7-01-13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담배 안피고 술안마시는 것 대신으로 책을 사는 것이 훨씬 낫지요..그럼요..

knulp 2017-01-13 09:24   좋아요 1 | URL
그렇겠죠? 감사합니다. 술은 워낙 알콜분해가 안되는 사람이라...^^

cyrus 2017-01-13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습니다. 인생을 즐겁게 살 수 있는 자신만의 물건이 있다는 건 정말 잘 살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

knulp 2017-01-13 19:49   좋아요 0 | URL
ㅎㅎ 다행이네요. 그래서 서점이 놀이터 같더군요^^

:Dora 2017-01-13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건전한 취미를 갖고 계십니다

knulp 2017-01-13 19:50   좋아요 1 | URL
건전한게 좋은 거겠죠?ㅎㅎ
 
남과 여 (2disc)
이윤기 감독, 전도연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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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남과여>를 보고

공유를 사랑하는 아내를 둔 덕에 보게 된 영화다. 내게 잘 생긴 남자는 별 의미없는 상대여서 눈길도 주지 않던 영화였는데 결국엔 공유 덕분에. ㅎㅎ 물론 연기 잘하는 전도연도 있기에.(결말에 대한 스포일러 있을 수 있음)

이 영화에 대한 어느 평론을 읽으니 이런 제목을 붙여 놓았다. ‘끝을 알고 시작한 사랑‘ 영화를 보기 전에는 이해 못했지만 보고나서는 바로 이해할 수 있는 제목이었다. 왜 그럴까? 그것은 이 영화의 주인공인 이상민(전도연)과 김기홍(공유)이 유부녀-유부남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서로를 사랑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족을 놓을 수 없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유부남인 내가 바로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나는 이 영화를 공감하는 마음으로 읽었다. 상민과 기홍은 내적인 아픔이 있는 존재들이었다. 상민에게는 지나칠 정도로 이성적인 남편과 자폐 아들이, 기홍에게는 조증의 아내와 우울증을 앓는 딸이 있다. 가족이 힘이 되기보다 상민과 기홍에게 적잖은 심적 부담이 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마음을 나누며 가까워지다 서로 깊이 사랑하게 된 것이다. 헤어질 상황이 만들어졌지만 서로는 헤어지지 못했다. 그것은 그들의 내면에서 윤리와 사랑이 갈등하며 공존했기 때문이었으리라.

상민은 이혼을 했지만 기홍은 가족을 지켰다. 이것을 옳고 그름의 문제로 보고 싶지 않다. 그것은 개인의 선택이었을 따름이다. 기홍이 핀란드로 떠난 후 상민은 그를 찾아 나섰다. 식당에서 기홍 가족의 단란한 모습을 본 상민은 뒤돌아서고, 우연히 이를 본 기홍이 뒤따라 나서지만 이 장면을 딸이 지켜본다. 결국 기홍은 손에 차 열쇠만 쥐고 차를 타지 못한다. 그는 사랑과 지켜야 할 가족 중 가족을 택한다. 상민 역시도 헤어진 가족과 완전히 떨어질 수는 없었다.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자폐아들이 부르는 노래를 들으며 그녀는 크게 운다. 이들의 사랑은 쉽지 않았다. 그것은 영화 군데군데서 찾을 수 있다. 그래서 ‘끝을 알고 시작한 사랑‘이라는 제목을 붙일 수 있겠구나 싶었다.

핀란드 설원도 멋있었지만 성인들의 내적 갈등을 그린 장며들이 더 인상적이었다. 다만 공유가 결혼하여 아이를 낳은 뒤 아빠 역할을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조금 남았다. 전도연 엄마 역할에 비해 공유의 아빠 연기에는 왠지 모를 아쉬움이 남았다. <부산행>에서 나 혼자 느꼈던 것처럼. 이제 39세의 노총각에게 넘 큰 바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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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2 00: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knulp 2017-01-12 00:37   좋아요 1 | URL
네, 그냥 그들의 심정을 이해하고 싶었습니다. 영화가 끝나도 그 속에 느껴진 아픔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 듯했습니다.ㅎㅎ

:Dora 2017-01-12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유를 이렇게 소비하지 말라!!...라는 댓글을 읽었어요 ㅋㅋㅋ

knulp 2017-01-12 13:09   좋아요 0 | URL
ㅍㅎ 그런가요? 저는 유부남이라 약간의 동질감까지 느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