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이만열 교수는 주기철 목사의 신사참배거부를 민족주의적 항거라고 지적했었다. 하지만 지금 읽고 있는 책에서는 그를 신앙의 본질에 충실했던 사람으로만 평가하고 있다. 조금은 혼란스럽지만 해석의 다름에 흥미를 느끼며 읽고 있다. 다만 본회퍼 목사가 히틀러 같은 미친 이를 멈추게 하기 위해 행동으로 나선 것에 비해, 주기철 목사는 (신앙의 측면은 제외하고)일제에 항거하지 않았음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종교가 사회 변화에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아니면 종교 본연의 자세에만 충실하는 것이 옳을까? 해묵은 숙제다.

1930년대에 주기철은 "주 목사는 대 일본제국의 신민이 아니란 말이냐, 일본국민이기는 하다"라고 했다. 그의 저항이 권력과의 대결이 아니라 개인 신앙의 보수에 국한됐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따라서 ‘미친 운전자는 차를 세우게 해야 한다‘는 시국 인식 속에 히틀러 암살이라는 극한의 투쟁을 선택하던 본회퍼의 정신과는 이질적이다.
김용민, <한국개신교와 정치>, 소명출판, 2016,1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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