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사재기
사실 제목처럼 그렇지는 않지만 최근 몇 년 새 책을 사는 빈도가 잦아졌다. 그것도 동네에 알라딘 중고서점이 들어서면서 더 심해졌다. 오늘도 세 권을... 얼마전에는 퇴근 후 다른 곳에 간다고 뻥(?)을 친 후 중고서점에 들렀다가 가족들에게 들켜버렸다. 하필이면 아내가 운전해 지나가던 방향에 내가 불법주차를 해둔 것이다. 그후 아내보다 딸에게 의심과 추궁을 당하고 있다.
좁디 좁은 내 방에 슬슬 책을 둘 공간이 부족해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거실과 식탁 등 책 놓을만한 곳이 있으면 두고 본다. 아무래도 아내의 입장에서는 남편의 이러한 책쌓기 놀이가 못마땅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잘 인내해주고 있지만 적어도 경계는 지켜주길 바라는 눈치다. 특히 밥 먹는 식탁 위에 책을 두지 말라고 강한 어조로 말한다. 이 경우 을의 위치에 있는 나로서는 반드시 따라야 할 수밖에 없다. ㅎㅎ
지난해 책 사라며 어머니가 주신 금일봉이 있는데, 이 돈이 요긴하게 잘 쓰이고 있다. 중고서점에서 막지르게 되는 원천이기도 하다. 중고서점의 특성상 지금 사두지 않으면 내일은 없을 수 있기 때문에 눈에 띄면 그냥 사는 것이다. 물론 중복구매와 처럼 후회할 경우도 제법 생기지만. 다행히 요즘엔 이전 구매를 확인해주기 때문에 실수를 줄일 수 있게 되었다.
문제는 사재기든 즉흥구매든 당장 읽을 책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구매한지 몇 년이 지난 책도 있고, 샀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경우도 있다. 소장한 책이 적을 때는 그 책들을 모두 기억하고 있는데 지금은 나이 들어 그게 불가능해짐으로써 실수가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어쩌겠는가 무능해진 자신을 한탄할 수밖에.
그래도 나는 좋다. 술 안마시고, 담배 안피고 그 돈으로 책을 살 수 있어서. 남들은 무슨 재미로 사느냐 하지만 나는 책 사는 재미로 산다. 웃기는 소리겠지만 나의 놀이터가 바로 그 중고서점이다. 큰 돈 안들이고 막 살 수 있는 그곳. 시간 되면 내일 또 들를지 모르겠다. ㅎㅎ 규모가 작아서 아쉽기는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