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넥션 - 생각의 연결이 혁신을 만든다, 세계를 바꾼 발명과 아이디어의 역사
제임스 버크 지음, 구자현 옮김 / 살림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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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존재하기 위해 발명은 시작되었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때로는 불편해서 때로는 탐욕으로 인해 이도저도 아니면 우연을 가장해 인간은 발견과 진화를 거듭해 왔다. 불을 다스리고 도구를 사용하였다는 지극히 원시적인 출발은 현재의 모든 발전의 과정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도 과언이 아니겠다. 씨를 뿌리고 쟁기를 사용하고 관개수로를 개설하는 일련의 연속행위들은 불편함이라는 정신적 출발점의 모토를 공유하지 않았겠는가. 기실 우리를 둘러 싼 문명의 실리적 혜택의 풍요로움도 어느 누군가의 불편에서부터 시작되었음은 부인할 수 없는 명제라 하겠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이 책 <커넥션>은 드러난 생각의 연결고리가 그물처럼 촘촘히 얽혀 있어 읽는 재미가 남다르다. 모 통신사의 광고 문구처럼 ‘~때문에’ 세상이 바뀌고 새로운 길이 열렸다는 진실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일까? 인간이 발명한 모든 것들에 대해 존경과 경의를 표하게 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하지만 저자가 훝고 통찰한 발명의 시금석은 인류사적으로 중대한 역사적 사실이자 기록임은 불변의 진리다.




수레로부터 출발하여 우주선에 이르기까지 이동수단의 발전은 인간을 물리적인 공간의 경계를 허물게 된 원인이다. 하나의 생각이 파생되어 여타 밀접한 관련분야의 발전과 혁신으로 이어졌다. 전혀 별개의 영역에까지 영향력을 끼치게 된 원인도 결국은 인간이 낳은 생각에서부터 일테다. 당시로서는 광기어린 미치광이로 보았거나 하릴없는 행위로 치부되었을지라도 변화는 무섭게 전이되었다. 이러한 혁신의 공통점은 인간의 태도와 수용의지로부터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일련의 사건들이 진행되는 방향에 대한 이야기가 이 책의 주제이다. 각 사건이 언제 어디에서 일어났는지 이유를 밝히다보면 거기에는 사고, 기후 변화, 천재, 손재주, 주의 깊은 관찰, 야심, 탐욕, 전쟁, 종교적 신념, 속임수, 그 밖에 수많은 요인들이 뒤섞여 있다.(P-37)




책은, 인간의 행위에 초점을 맞추어 생각과 매개한다. 그 범위 또한 필요하다면 헬레니즘문명부터 현재의 문명까지 광범위하게 아우르며 세세하게 나누고 쪼개어 연결고리를 찾았다. 도시가 생기고 사회를 이루고 그 속에 담긴 관계를 규정하고 구획하는 규범들을 통해 일정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한 배경도 혁신을 위한 주춧돌이었다. 말을 타고 사냥을 하고 더 빨리 더 넓게 더 강하게 이용할 수 있는 도구의 필요는 현실적 욕망이 기폭제가 되었음은 당연한 이치다.




이처럼 인간이 가진 단순하게만 보였던 생각의 우듬지가 공간, 시간의 물리적 거리를 단축시키고 때로는 확장하는 중요한 변수였다. 물론 인간을 유익하게만 하는 것으로 발명이 이루어졌던 것은 아니다. 우연히 우라늄이 분열되는 과정에서 발견된 핵분열로부터 원자폭탄이 뒤따른 것도 인간의 탐욕과 야심이 주된 이유다. 어느 시점과 장소에서 어떤 의도로 생각의 설계도가 그려졌는지에 따라 인간의 행태를 뒤바꿀 무시무시한 결론에 도달한다는 인과율의 법칙이다. 그러므로 저자 제임스 버크는 다양한 시각으로 변화를 투시하였다. 필요나 불필요가 아닌 경계해야 할 진실은 다름 아닌 인간의 광기쯤이 아니겠는가.




반면 이 책 전반을 지배하는 무궁무진한 진화를 통한 사회과학을 둘러 싼 이야기의 실체는 흥미롭다. 항해술이 발달하고 종이를 사용하고 불을 대체하여 전기를 사용한 것은 신기원이나 마찬가지가 아니었을까. 항해로부터 지구가 둥글다는 진리를 깨닫게 되고 선박조제, 놋쇠를 이용한 제철가공, 도제술 등 무한진화는 인간을 만물의 영장으로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더 나아가 양피지에 기록된 파피루스로 출발한 종이의 사용은 인간을 위대한 종으로 업그레이드 시킨 일대사건이었다. 이것은 신조차 시샘할 정도로 놀라운 역량을 보이는 변화의 촉발이자 시작이었다. 누군가가 남긴 생각이나 이론, 지식의 한 줄기가 후대로 이어지고 교육되고 발전된다는 것은 인류가 태동한 이후로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중요한 사건이다.




이렇듯 이 책을 넘나드는 사건의 진실은 인간의 생각이 모티브다. 창의적인 생각 한 톨도 사소한 행위로부터 비롯되어 무수히 많은 잔가지를 낳아 현재에 이른 것이기에 우리가 눈여겨 볼 함의도 여기에 있겠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진귀한 과학이야기와 아울러 소박한 편견들에 대한 생각도 현상을 이해하는 훌륭한 재료로 사용될 수 있음을 경험하게 된다. 그러하기에 이 책에 펼쳐진 지도를 따라가다 보면 발견적 탐색이 주는 열매의 진실에 조금 더 밀접하게 접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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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안단테 칸타빌레
김호기 지음 / 민트북(좋은인상)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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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힘들고 지칠 때 우린 필연적으로 어디엔가 의탁하게 된다. 내가 보듬지 못한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무엇이 고난으로 내모는지 멈추어 생각하기 마련이다. 현실에 부닥친 불행의 씨앗은 크고 무겁게만 느껴진다. 마치 세상 모든 불행의 화살이 나를 겨누고 있는 느낌마저 드니 말이다. 하지만 신이 존재한다면 인간이 극복할 만큼의 고난과 역경을 나누어 주는지 모른다. 고난과 성공은 실과 바늘처럼 따라 붙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공한 사람들의 성공담은 언제 들어도 그윽한 향이 난다. 이 책 <내 인생 안단테 칸타빌레<의 저자 김호기 씨는 바이올린주자로서 전도유망한 이였다. 그녀에게 닥친 시련 또한 예고 없이 찾아 온 불청객처럼 그녀의 삶을 불안의 나락으로 밀어 버렸다. 하지만 그녀는 멋지게 성공했으며 새로운 삶의 희망을 쐈다. 운명에 굴하지 않고 위기를 기회로 승화시켜 제대로 인생을 바꾼 성공한 바이올린 제작자로 탈바꿈하였다.




그녀의 성공인생이 값진 이유는 평범한 우리네 일상에 부는 바람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녀에게 주어진 인생을 통찰하는 키워드 역시 지극히 평범했다. 바이올리니스트에게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원인 불명의 손가락 마비는 일순간에 그녀의 인생을 위기의 순간으로 내몰았다. 더 이상 아름다운 선율을 뿜어 내지 못하는 끔찍한 상황은 인생을 얼어붙게 만든다. 오로지 암흑만이 지배한 세상과도 같다. 이처럼 위기는 준비 없이 찾아든다. 그러므로 위기를 이겨낸 성공스토리는 눈물겹도록 아름답고 위대하다.




그녀를 지탱한 성공요인은 긍정, 믿음, 열정이었다. 긍정의 힘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마법의 힘이다. 마법의 힘을 믿고 열정을 쏟아 붓는다면 어떠한 일도 해냄을 우리는 너무도 많이 목도한다. 이처럼 성공의 삼위일체가 짜임새 있게 돌아 갈 때 가능한 일이다. 또한 두려운 현실도 극복하고 자신을 더욱 단련시키고 무두질하여 반짝반짝 빛나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이 책은 성공을 노래하는 우리네 이웃의 이야기다. 식상할 법도 한 성공스토리겠으나 저자의 이야기는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밝음이 주는 상큼함이 매력이다. 낯선 타지에서 혈혈단신 아는 이 하나 없이 새로운 인생을 개척한 그녀의 강단함도 매력이겠거니와 그 속에 깃든 친화력과 긍정마인드가 더욱 눈길을 잡아맨다. 그러하기에 맛깔나고 경쾌한 그녀만의 노래와 음악이야기에 시나브로 흠뻑 젖게 만든다.




이처럼 성공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열망이 오늘날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그녀의 무한도전과 성공을 향한 집념이 그녀를 둘러 싼 모든 기운을 유리하게 바꾼 시발점이 되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따지고 보면 성공을 추동하는 요인은 바로 나 부터라는 불변의 진리를 그녀에게서 보았는지 모른다. 내가 변하지 않는 이상 아무것도 얻거나 달라지는 것은 없다. 오히려 악화될 뿐이다. 변하기를 원한다면 행동하라는 덴젤 워싱턴의 말을 인용한 그녀의 생각도 이와 같다.




이렇듯 그녀의 성공신화는 진정성이 보석처럼 빛난다. 힘들고 지칠 때 우연히 그녀의 마음을 녹여주고 감싸 준 것은 노라 존슨의 음악이었다. 짧은 순간이 인연이 되어 그녀가 심혈을 다해 만든 바이올린을 타국의 거물급 스타에게 전해 준 에피소드는 엉뚱하기도 하지만 그녀의 순수한 열정을 보고 배울 수 있는 좋은 재료다. 생각을 실천에 옮기고 거듭 나아가는 그녀의 진정성은 인생을 아끼고 즐기는 자의 특권이다.




‘안단테 칸타빌레’는 ‘느리게 노래하듯이’라는 악상기호란다. 호랑이 눈처럼 두 눈 부릅뜨고 날카롭게 세상을 바라보고 소처럼 우직하게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가라는 호시우행(虎視牛行)이다. 자신을 사랑하고 꿈을 품을 줄 안다면 조금 늦더라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이라는 넉넉한 믿음 한 선율을 그녀로부터 얻는다. 인생은 맘마미아(어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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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꽃 1 - 2009년 제25회 펜문학상 수상작
유익서 지음 / 민음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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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네 삶에서 노래를 뺀다면 얼마나 무미건조하고 삭막할까? 기쁠 때든 슬픈 때든 노랫가락에 녹아든 구성진 한 소절 흥얼거리면 즐거움도 슬픔도 있는 그대로 좋기만 하다. 그래서 노래는 길을 따라 흐르고 우리네 산천을 따라 모양새를 갖추어 피고 지기를 했는지 모른다. 핍박당하고 억눌린 민초들의 삶을 노래에 담고 희로애락과 오욕칠정을 오롯이 담았기에 울림이 공명통처럼 깊고 푸르다.




이 책 <소리꽃>은 우리네 삶에 스며든 진정한 소리를 글로 피어 냈다. 문자로 다듬어진 노래는 소리처럼 향이 솟아난다. 거칠고 투박한 한 많은 서민들의 애환과 풍광이 고스란히 파고들어 절로 감흥하고 애틋해 진다. 문자향처럼 알알이 번지는 심오한 음율은 독자들의 마음을 보듬는다. 장르도 소재도 근간에 보기 드문 전통적인 채색이 물씬 묻어올라 눈이 퍼뜩 뜨이게 하지만 무엇보다 저자가 엮어간 이 책의 전체적인 색깔은 결연한 느낌마저 강하게 든다.




책을 짓기 위해 10여년의 세월을 살을 대고 다듬고 고쳤기에 창작의 고통과 위대함은 말로 형용하기 힘들다 하겠다. 산업화와 근대화에 매몰된 우리네 소리를 찾고 자료를 조사하고 그 속에서 우리의 얼을 솎아 낸다는 것은 여간 해서는 쉬운 일이 아니다. 전통의 파괴와 추락은 소리마저 변화시키고 고루함으로 돌려 세운 현실이 어제 오늘의 일이던가? 그래서 저자의 글과 소리는 어쭙잖은 국적불명의 노래에 열광하고 퇴폐적이고 향락적인 세태에 경종을 울릴 준엄한 소리처럼 들린다.




그런 맥락과 이유로 저자는 나를 통해 너를 내세운다. 너는 작중주인공 솔이로 분하기도 하며 목판을 읽어 내려가는 나의 의식을 대변하기도 한다. 이미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에서 맛을 보았던 2인칭시점은 흐름을 상당히 부드럽게 몰고 가는 역할을 한다. 독자의 시점이 자연스럽게 나로 변해 관찰하고 분석하는 위치에 서 이야기에 몰입해 나가는 상태를 편안하게 열어 주기 때문이다. 그로인해 목판에 펼쳐진 이야기의 정경이 35㎜ 실사 영상처럼 소리의 음을 타고 물결처럼 퍼져 나간다.




솔이는 여염집 처자로 노래의 천운을 타고 태어났다. 그녀가 받은 신기와 같은 기이한 운명은 불교적 색채와 의미를 동시에 지닌다. 녹색손님이 등장하고 불경에 나오는 상상의 새의 현신인 가릉빈가와 가루다, 대나무 꽃의 분신 항아리가 출현하는 것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된 속세의 삶의 표출이며 험난한 미래를 암시하는 메타포로 작용한다. 이러한 기교적 장치와 신화적 요소만을 놓고 보더라도 상당히 공을 들인 작품임이 확고해 진다. 그렇지만 몽환적이고 심미적인 서두의 출발이 난해한 것은 사실이다. 작품을 풀어 가는 매개체로 항아리가 솟은 계기를 풀기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구조이겠으나, 익히 듣지 못한 고어체와 잊혀진 말들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야기가 전개되고 솔이의 세상을 향한 도전이 시작될 즈음부터 빠르게 펼쳐지는 이야기의 감칠맛은 시간의 의미를 무색하게 한다. 솔이를 돕고 세상에 불리지 않은 노래를 찾는 길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는 다양한 상념을 제공하기에 충분하다 하겠다. 때로는 무채색으로 때로는 흙빛에 쌓인 잿빛으로 기쁨에 겨워 넘치는 옥빛으로 태양을 바꾸어 가며 물드는 우리네 삶의 대서사는 자연을 담은 질그릇처럼 투박스럽기도 하며 빛깔고운 색을 은은히 뿜어낸다.




이야기의 시대적 배경은 조선시대 후기를 기반으로 한다. 붕당의 난립과 정쟁으로 얼룩진 시대적 암울함과 노론의 성리학이 지배적 이념으로 작용하던 시절이었다. 성리학은 명분과 대의를 존중하는 중화사상에 빠져 우리의 것을 천박하게 치부하고 엄격히 다루었다. 그래서 더욱 우리의 얼과 전통이 중화에 의해 짓밟히고 어스러졌던 때이기도 하다. 이처럼 소리에 담긴 서정성을 확보하고 시대적 필요를 드러낸 것은 저자의 의지의 반영이기도 하다.




우리 것에 담긴 전통성과 진정성, 현장성이 살아 숨 쉬는 소리로 체화될 때 제대로 된 소리로 탄생한다는 의미다. 더불어 저자는 우리네 정서 중 한(恨)에 대한 정서를 해피엔딩으로 갈무리 짖고자 하는 바람도 드러냈다. 이야기 중 최개동의 억울한 사연과 남사당패에서 줄을 타는 어름사니 도일에게서 전기수(책 읽어 주는 사람) 대우에게서 얻은 각별함과 고강의 절개와 그림을 향한 열정이 겹겹이 쌓여 이 책을 이루어 냈다.




그런 만큼 구성지게 걷어 올리며 터져 나오는 소리는 작위적이고 인위적 것과 거리가 멀다. 소리에 담긴 정서와 감정은 인간 본성의 그것과 같다. 솔이가 오랜 고초와 역경을 이겨내고 얻은 득음의 순간을 통해 걷어 올린 소리는 우리를 투영하기 때문이다. 무엇을 위해 사는 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지 이토록 구구절절하게 와 닿을 수 있을지 자문하게 된다. 인간은 홀로 살아갈 수 없기에 우리 속에 담긴 그릇의 깊이와 결을 온전히 보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제대로 담아내기란 불가능이다. 길속에 노래가 있고 우리 속에 노래가 있다는 것도 현실을 반영한다는 의미다. 노작가가 신명을 다해 바친 이 글에서 우리는 무엇을 담을 지는 본인의 몫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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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9-10-17 1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시대 전기수들은 걸어다니는 책이었지요. 책을 통째로 외워야 했으니 암기력도 뛰어나야했고 소설 같은 경우는 변사처럼 대사까지 리얼하게 재현했으니 그 재주가 얼마나 뛰어날까 추측이 안됩니다. 소설의 맛이 재미있을 것 같은 책인데 2권은 아직 안읽으셨나요?

穀雨(곡우) 2009-10-19 08:56   좋아요 0 | URL
2권도 읽었어요. 각권으로 나뉜 리뷰를 나누어 적긴 그래서....^^
전 이 책 보고 몰랐던 걸 많이 알았어요. 전기수도 그렇고 어름사니도 그렇고
 
소울 아프리카 - 대자연에서 펼쳐지는 사랑과 우정의 서사시
조세프 케셀 지음, 유정애 옮김 / 서교출판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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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대륙 아프리카. 그곳은 영혼이 숨 쉬는 곳으로 내겐 기억된다. 드넓은 초원을 무대삼아 대자연의 비밀이 간직한 태곳적 법칙을 오롯이 머금었다.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신비의 땅이다. 이러한 이유인지는 몰라도 아프리카를 무대로 그려지는 이야기에는 기묘한 흥분이 동참한다. 인간이라는 존재의 나약함이 액면가 그대로 까발려져서 인지 모르겠으나 분명 웅장하고 스펙터클한 세상이다.




이 책 <소울 아프리카>는 동물과 인간의 교감을 그린 이야기다. 읽어 내는 감성코드야 일파만파로 갈라지겠으나 사랑, 자연, 원형, 순리 정도가 아닐까. 인간이 자연의 법칙을 역행하고 통속적 과거와의 단절과 함께 촉발된 산업화의 명분과 진화의 일방적인 신뢰에 일종의 경고를 던진 셈이다. 인간은 편리함을 얻은 대신 자연을 잃었다. 모든 살아 있는 것들에게 주어진 회귀본능을 인간은 스스로 불살라 버렸는지 모른다. 개발과 파괴의 의미는 결국은 같아지기 때문이다.




저자 조세프 케셀은 프랑스의 최고 문학상 ‘아카데미 프랑세스 상’을 수상한 작가란다. 작가의 경력이 화려해서 반드시 수려한 책을 뽑아내는 원천이 되지는 못하겠으나, 이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빠져 드는 경외감이 든다. 작중 주인공 나를 통해 바라 본 세상은 미지의 세계다. 순수라는 단어를 시샘하듯 너무도 맑은 영혼을 가진 파트리샤의 이야기와 사자 킹의 사랑을 사실감 있게 처리한 것도 색다른 세계로 이끄는 원동력이다.




책에는 아프리카의 생태계가 입체적으로 표현되며 전사의 이미지로 각인된 마사이 족의 태곳적 기억들이 활자로 명멸하듯 거나한 춤을 춘다. 마사이족 사람들이 자연을 섬기고 사물을 관조하는 특유의 관습이 이야기를 농익게 만드는 재료로 사용되었다는 것은 작가의 의도된 계산인지 모르겠다. 맹수와 인간의 대결은 남성다움이며 먹이사슬의 왕좌를 거머쥔다는 의미도 동시에 내포한다. 바로 생존을 의미한다.




마사이족에게는 진정한 사내가 되기 위해서는 두려움을 극복해야 한다. 간단한 창과 방패만을 이용해 금수의 왕 사자를 제압하는 것이 전통이자 표현이다. 이처럼 마사이족의 성인식에 깃든 암시는 파트리샤와 사자 킹의 관계를 비운으로 모는 짙은 복선을 예고하는 장치로 사용된다. 따라서 원시문화에 담긴 철학과 심미적 관습은 현재의 인간과 대비되기에 적합해 보인다. 문명보다는 본능에 가까운 자연의 섭생의 진리쯤이라고 할까?




아울러 파트리샤를 순수에 근접한 때 묻지 않은 아이로 설정하였다는 것은 인간이 잃어버린 원형질의 갈망이다. 섬뜩하고 포악한 사자와의 교감을 통해 반려동물이 된다는 것은 세속의 눈으로 이해하기는 아이러니하다. 비록 양육을 통해 교감의 시간이 지속되어 애착관계가 형성되었다고 해도 본성을 초월하기에는 너무도 자연에 가깝다. 이렇게 맺어진 사랑의 끈으로 묶어진 파트리샤와 킹의 관계는 놀라움을 넘어선 자연과 인간의 줄기가 동일한 시선으로 흐를 수 있다는 작가의 바람의 의지이리라.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문명과 자연의 충돌은 극에 달한다. 불꽃처럼 흐드러지게 피어올랐다 사라지는 극한순간은 인간의 존재의미를 반추하게 되고 잃어버린 자연의 한 조각을 떠올리게 되는 충만한 감상에 젖게 한다. 파괴와 보존, 구속과 자유의 감정에 담긴 시각은 인간의 시선이다. 순리대로 섭리대로 흘렀다면 모든 것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인간이 생산한 탐욕과 이기심으로 모든 것이 깨트려지고 균형을 잃게 된다.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되묻게 만드는 작가의 철학이 빛을 발하는 대목이다.




이처럼 이야기의 방향은 제대로 흘러 곧은결을 만들어 낸다. 삶의 존재의미를 되새기는 것도 결국은 조화로운 삶을 유지하는 관계에서 비롯됨을 우리는 안다. 사랑과 이해로 치유될 것도 헛된 욕망과 무자비함에 공존의 상생을 짓눌러 버렸다. 살아간다는 것은 또한 있는 그대로 존재함을 용인하고 그러하기에 내가 있음을 우리는 알면서 모른다. 이 책이 쓰인 지 30여년이 지났다고 한다. 세월이 흐르고 지나도 인간의 마음에 따스하게 각인되는 휴먼스토리는 인간의 잣대로 재단한다는 것이 오히려 송구스러운 일이다. 간만에 만난 훈훈한 이야기의 감흥을 만끽해 보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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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 인간의 경제학 - 경제 행위 뒤에 숨겨진 인간의 심리 탐구
이준구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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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이코노미쿠스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통제가 가능한 경제적 인간을 말한다. 전통 경제학에서는 수요와 공급의 변화에 마땅히 예측 가능한 인간의 행위를 의미한다. 하지만 경제학 교과서에 수록된 대로 현실이 자로 재단하듯 맞추어 돌아간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인간은 때로는 즉흥적이고 충동적이고 감성적인 다양한 인성을 다향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제학이 짚어 내지 못하는 인간의 심리적인 요인들을 분석하고 경제적 변수를 가늠해 보고자 출현한 학문이 바로 행태경제학 또는 행동경제학이라고 한다.




이 책의 저자 이준구 교수는 경제학 제 분야의 권위 있는 석학이자 서울대학교 경제학 교수다. 또한 평소 경제학자로서의 날카로운 비평과 소신 있는 목소리로 올곧기로 유명한 사람으로 그의 저서 <쿠오바디스 한국경제>가 이를 잘 대변해 준다. 이처럼 경제학의 이념과 체계적인 시스템을 현실경제에 알맞게 적용하고자 끊임없이 연구하고 고민하는 보기 드문 이 시대가 요구하는 양심이다.




이런 그가 행태경제학에 눈을 돌린 이유는 다름 아닌 인간의 비합리적인 행위에 있다. 기존 경제학의 경계가 잡아 내지 못하는 실제의 경제 환경을 사례를 들어 에세이를 풀어 가듯 흥미진진하게 엮었기에 전혀 경제학 같지 않은 경제학 책이다. 이미 행태경학분야는 역량 있는 학자를 상당수 배출할 만큼 주류적 이념에 근접하며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로버트 쉴러와 조지 애커로프는 그들의 공저 <야성적 충동>에서 인간의 경제적 행위를 지배하는 심리적 요인으로 자신감, 공정성, 부패와 악의, 화폐 착각, 이야기를 꼽는다. 경제학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낯선 풍경들로 정성적(定性的) 변수들이다. 인간이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방증이며 무시하지 못할 중요한 함수들이다. 그래서 소위 행동경제학자들은 이점에 주목하고 사례를 수집하며 왜 인간이 계획된 범위 내에서 행동하지 않고 전혀 뜻밖의 행위나 양태를 보이는지에 렌즈를 맞추었다고 보면 되겠다.




그러하기에 이번 이준구 교수의 이 책은 사뭇 반갑다. 국내저자로서는 드물게 행태경제학을 갈무리해서 출간하였다는 점에서도 그렇고 인식 있는 경제학자가 선두주자에 섰다는 것도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이 책의 내용이야 이미 출간된 행동경제학의 이론적 겹침은 당연한 일이겠다. 하지만 외국저자의 책과는 상당부분 다른 시각과 분석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어 읽는 이로서는 그들의 책과 비교하며 맛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더불어 알아두면 도움이 될 지식의 보고이기에 알아가는 즐거움마저 있겠다.




경제학에서는 인간을 이기적인 행동을 추동하는 인격체로 그린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인간을 지배하는 본성에는 다양한 변수가 작용한다. 합리적인 결정을 내려야 함에도 그러지 않는 소위 말하는 주먹구구로 결정지어 버리는 경우를 휴리스틱이라고 부른다. 휴리스틱은 조건과 환경에 관계없이 경험, 직관에 의해 결정해 버리는 현상이다. 이러한 사례는 얼마든지 예를 들 수 있을 만큼 인간의 선택을 결정짓는 중요한 선택 틀이다.




이처럼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은 인간의 선택범위를 파악하는 행태에 있다. 확률이나 예측보다는 암묵적 요인, 자존감, 인식범위, 경험치 등을 고려하여 직관으로 풀이한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기존 경제학의 공을 깡그리 무시하고 곡해하자는 이론은 아니다. 전통 경제학의 시스템은 그 나름의 함수와 변수에 따라 이동 가능한 것이며 이에 보완하여 인간의 심리를 추동하는 요인을 찾는 것이 바로 행동경제학의 알맹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입체적인 사례를 통해 다채로운 현상들이 언제든지 되풀이 된다는 것을 목도할 수 있다. 동일한 상황임에도 조건만 바꾸었을 뿐인데, 결과치가 달라진다는 틀짜기효과라는 것은 전통 경제학으로서는 도저히 성립할 수 없는 이치다. 선택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변수를 이용하여 닻을 내리고 측정의 함수로 인용하는 행위, 욕망에서 기인한 부존효과, 대가없이 얻은 소득의 심적 회계 등은 오류를 인식하면서도 범하는 대표적인 인간의 경제행태들이다.




이 책은 분명 쉽게 기술되어 있으나 단박에 이해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심리적인 요인을 경제학을 측정하는 가늠좌로 사용키로 한 출발점이 이해불가일수도 있기 때문이다. 심리학은 분명한 해답이 없는 학문이다. 인간의 외부적 행위를 바탕으로 내재적 감정을 분석하는 학문이기에 무엇이 옳고 그르다고 단정 지을 수 없는 태생적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인간은 환경과 조건에 따라 상당부분 제약을 당하거나 결과를 좌지우지하는 변수로 작용한다는 것은 뒤집을 수 없는 요인이기에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는 각자의 몫이겠다. 경제의 주체는 바로 인간이라는 점을 떠올린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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