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을 넘어 민음사 모던 클래식 65
코맥 매카시 지음, 김시현 옮김 / 민음사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죽음과 삶은 결국은 같은 말이다. 산다는 것은 죽어간다는 것을 곧 의미하기도 하며 죽어간다는 것은 산다는 것을 의미한다. 삶에 대한 깨달음은 살아 있음에 대한 존재감마저 허무하게 퇴색시키는지 모른다. 과거가 현재를 만들고 현재가 미래를 만든다면 미래는 불가해적인 요소라고 하기에는 뭣하다. 차라리 인간은 자신이 새긴 시간의 역사에 오롯이 운명의 방향 추를 힘겹게 부여잡고 끝없이 나아가는 예정된 숙명인지 모르겠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이 책 <국경을 넘어>는 삶에 대한 진지한 물음을 던진다. 전작인 <모두 다 예쁜 말들>의 후속 작으로 코맥 맥카시의 관념과 철학이 짙게 묻어 있다. 마치 파올료 코엘류의 <연금술사>에서 익히 보았던 삶의 실존적 해답과 그의 다른 작품 <포르토벨로의 마녀>의 영혼의 빛을 찾아 떠나던 신비주의를 교차해서 펼쳐지는 놀라움을 엿보게 한다. 또한 코맥 맥카시의 작품을 번역한 김시현의 탁월한 어휘 및 문장력이 이 책의 느낌과 감정을 더욱 돋보이게 한 작품이기도 하다. 그의 번역폐인생활의 수고가 아니었다면 다른 뉘앙스를 풍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마저 미치니 그의 번뜩이는 작업이 고맙기 그지없다.




이 책의 모티브는 늑대를 따라 운명의 우듬지로 빠르게 흘러가는 카우보이 소년 빌리 파햄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전작 <모두 다 예쁜 말들>과 후속작 <평원의 도시들>과의 유기적인 알고리즘을 통해 작가가 담고자 한 인간에 대한 질문을 버무렸다. 멕시코와 미국의 국경지대에 카우보이로 척박한 소년시절을 보내던 빌리에게 늑대의 습격은 인생의 방향을 바꾸는 단초를 제공한다. 늑대는 인디언적인 요소다. 또한 토테미즘적인 성격을 동시에 지닌다. 문명과 비문명이 공존하던 당시의 시대상황을 감안한다면 늑대에 담긴 언어는 자연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 책에의 시선은 미국식 영웅주의가 아닌 인간이 가진 본성에 빗댄 프리즘을 통해 고찰했다고 볼 수 있다.




기실 작가는 늑대를 통해 공존의 삶을 통찰했는지 모른다. 문명을 위해 자연을 파괴하고 소통을 차단한 인간의 파괴적인 행위를 분연히 수면위로 끌어 올렸다. 의례 작가는 인간의 언어를 회피하고 자연의 가르침을 깨닫고자 하였다. 코맥 맥카시는 자연의 시계는 영원한 것은 없다는 현재의 명제는 관점의 차이로 이해한다. 빌리의 파란만장한 삶을 통해 그가 걸어 간 길에서 만난 모든 것들에게서 의미를 부여하며 깨달음으로 가는 의미를 재촉했다.




분명 난데없고 진지한 구원의 반영은 혼란스러운 대목이다. 길에서 사는 집시들을 통해 삶의 의미를 되새기고 은둔자를 통해, 점쟁이를 통해, 전쟁 중 처참하게 눈을 잃은 늙은 군인을 통해, 어느 촌로들의 친절함을 통해 빌리는 자신의 삶을 걸어간다. 빌리는 고뇌, 번민, 방황, 슬픔의 감정을 통해 삶의 진실을 찾고자 하였다. 빌리를 따라 걷다보면 어느새 동화되어 내가 걷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받는다. 황량함의 뜨거운 광야에서 전해 오는 대기의 기운과 온도를 고스란히 전달받는 느낌이다. 바람이 달려가듯 시냇물이 나릿나릿 흘러가듯 삶을 변함없이 그 자리에서 계속된다는 불변의 진리를 어느새 전율처럼 촉촉이 적셔오니 말이다.




이처럼 작가는 빌리를 통해 인간의 삶에 대한 모순과 편견을 걷어내고자 하였다. 보이는 것에만 집착하는 삶의 보편적 믿음과 인간의 역사에 기록된 삶의 일방성에 대한 일종의 비틀기인 셈이다. 더불어 보이드를 통해 바람처럼 머물다 간 삶의 부질없음을 그에 따른 고통 또한 인간의 기억 속으로 사라짐을 되새겼다. 광분의 악취를 뿜어대는 탐욕에 사로잡힌 무법자임을 알면서도 기계적으로 복종하는 감독관의 삶을 통해 인간의 보잘 것 없음을 보여주고 하였다.




코맥 맥카시는 이 책을 통해 인간의 다양한 모습을 포괄적으로 통찰하였다. 상당한 노력과 고뇌의 시간 없이는 불가능한 해석이다. 참된 자아를 찾기 위해 인생의 대장정을 걸어 간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생각의 잉태다. 어떤 변수가 기다리고 있는 지 알 수 없는 미래의 불확실성을 존재론적인 의미를 부여하며 한층 사고의 범위를 확장시켰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생각의 경계와 영혼을 흔드는 그의 문체에 사로잡히지 않을 수 없다. 은밀하게 창백히 쏟아지는 달빛처럼 삶의 의미를 반추하게 만들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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