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천자문 과학원정대 1 : 개미 - 손오공과 개미핥기의 한판승부! 마법천자문 과학원정대 시리즈 1
스튜디오 시리얼 원작. 디지털터치 만화. 손영운 기획 및 글. 김재근 감수 / 아울북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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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법천자문을 처음 서점에서 접했을 때 학습과 만화와의 상관관계를 두고 나는 저울질하기에 급했다. 아이가 아직 미취학 아동이라는 사실도 그렇거니와 만화에 익숙해지다 보면 자칫 창의력이 감퇴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컸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우려 반 기대 반으로 구입해서 아이의 독서과정을 지켜 보다 보니 그것은 기우라고 밖에 설명할 길이 없었다. 만화의 직접적인 설명과 잘 짜인 스토리텔링에 의한 연상기법은 아이의 지적 호기심을 왕성하게 촉진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 단순암기가 아닌 연상기억에 의한 지식습득이 단어의 해석이나 풀이까지 스스로 발전하는 단계까지 진화하는 것을 보고는 내심 기특하기도 하고 부모로써의 짜릿한 쾌감을 맛보게 했다.

 

        그래서 이후 출시될 때마다 모든 책을 즉시 구입해서 마법천자문 전권을 이제 7살이 된 아이는 홀로 익히고 즐겁게 반응했다. 내처 금번에 출시된 이 책 <마법천자문 과학 원정대>는 앞서와 같은 맥락을 충실하게 이어 간다. 마법천자문의 성공은 한자급수의 난이도를 적절하게 조절하는 안배와 일러스트의 시각적 자극으로 만화의 부정적 이미지를 단박에 허물어버리는 유익한 학습서로 자리매김한 것이 유력한 이유겠다. 인간의 기억능력은 단기에 지속되는 과정을 통해 21일을 기점으로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으로 나뉜다. 따라서 단기기억을 장기기억화하는 방법은 반복에 의한 연상기억이 탁월한 성과를 보인다는 것이 정설이다.

 

        책의 내용은 손오공이 개미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개미종족과의 싸움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기존의 익숙한 손오공과 그의 친구들이 나와 개미귀신을 상대로 모험을 펼치고 평화를 찾아간다는 권선징악적인 요소가 분명한 내용이다. 아이들에게는 확고한 인과관계의 표현이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하는 밑거름이 됨은 두말할 나위 없다. 나아가 학습에 재미를 더 하는 흥밋거리를 유발시켜 주는 것만으로도 학습이 놀이가 된다는 사실이다. 아이가 책을 쉽게 접하는 첩경은 바로 재미다. 책 읽는 재미를 알아간다는 것은 지식의 습득과 앎의 깊이는 절로 커지고 단단해 진다는 이야기다. 그러므로 과학원정대에 담긴 페르몬이야기, 진딧물과의 공생관계, 개미의 천적인 개미핥기를 자연스럽게 알고 인지한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뿐만 아니라 친숙한 캐릭터를 통해 새로운 사실을 발견해 나간다는 것은 또 다른 영역으로의 확장이 가능하게 해 준다. 이 책을 통해 개미를 탐구하고 나아가 자연관찰도감을 살피게 되고 브리태니커백과사전을 펼쳐 보게 된다는 것은 확장된 연관학습이다. 물론 이 책 하나로 모든 것을 해결하겠다는 부모는 없을 것으로 믿는다. 아이가 즐겁게 살피고 반응하는 동안 부모는 아이의 말랑말랑하고 스펀지 같은 흡수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 줘야 한다.  이러한 상호연관작용은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이며 책에 담긴 내용을 빨대처럼 빨아 들여 아이의 기초지식으로 성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 독서의 습관이 익숙하지 않은 아이나 산만한 아이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아이가 책에 대한 거부감보다 지적 호기심에 대한 욕망이 무럭무럭 자랄 계기가 될 것으로 믿는다. 이 책과 함께 관련 있는 책을 함께 구비해서 아이의 호기심을 채워줄 필요가 있지 싶다. 나 또한 아이가 책을 통해 접한 한자나 지식의 알갱이를 단단하게 여물 수 있도록 주위를 환기시키는 작업을 계속 했다. 한자카드를 활용하고 아이가 알고 싶어 하는 의문에 대해서는 함께 책을 뒤적이고 그 이해와 논리개념을 익힐 수 있도록 하였다. 물론 아직 서툴고 꾸준한 시간을 견뎌내야 하는 걸음마 단계이지만 계속 반복해서 흥미를 유발시켜 주는 상태를 지속시켜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사족 하나. 위 글은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견해이므로 맹신하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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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츠가 게이츠에게 -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으로
빌 게이츠 시니어, 메리 앤 매킨 지음, 이수정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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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공은 무서운 집중력과 반복된 학습의 산물이라고 말콤 글래드웰은 말한다. 다시 말해 성공은 열정과 노력의 산물이라는 의미다. 이처럼 성공한 사람들의 성공스토리는 보통사람들과는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행동, 습관, 사고방식 등 사소한 차이로 시작해서 급기야는 따라 잡을 수 없는 엄청난 차이로 변한다.  그들의 성공은 타고난 것일까? 아니면 보통 사람과는 다른 우월한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 것일까? 흔히 성공한 사람들을 떠올릴 때 한번 쯤 해 봤음직한 궁금증이다. 어쩌면 그렇게 받아들이는 것이 다름에서 오는 차이로 인한 자기합리화인지 모른다. 그렇다면 그들과 우리의 차이는? 나는 집념이라고 본다. 레이저 같은 집념은 적절한 타이밍을 포착하고 성공에 다가 서는 우연의 요소를 기회로 변화시킨다. 그러나 집념의 본질은 저절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반드시 도움과 영향을 주는 객체를 필요로 한다.

 

        우리는 대개 성공한 사람들에게 그들의 롤모델로 '아버지'를 자랑스럽게 꼽는 모습을 자주 본다. 이건희 회장이 그랬고 빌 게이츠 또한 그랬다. 빌 게이츠는 금세기 최고의 갑부다. 그의 성공이 물질적인 부에만 집중되었다면 그의 영향력이 반감되었겠지만 그는 실천하고 나누며 더불어 사는 사회를 건설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전형을 보여 준 인물이다. 또한 모든 사무실에 컴퓨터를, 모든 가정에 컴퓨터가 놓여 지기를 바라며 품었던 원대한 꿈을 마침내 이뤄낸 컴퓨터의 황제다. 그의 업적이 증명해 주듯 성공의 견인차가 무엇인지 우리는 숱하게 듣고 보았다. 하지만 타고난 재능, 열정, 집념이 있기 이전에 현재의 그를 만들고 일으켜 세우는 데 크게 일조한 것은 바로 그의 부모라는 사실이다. 부모는 모든 아이들에게 위대함을 일깨워 주는 정신적 지주이기 때문이다.

 

        아버지 게이츠는 근면과 검소, 가족 간의 사랑과 헌신, 왕성한 호기심과 독서, 자녀에 대한 존중, 나누고 봉사하는 삶,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최고의 이념으로 삼았다. 이러한 확고부동한 의식은 게이츠에게 지대한 영향을 주었으며 이는 당연한 귀결이다. 스카우트 활동을 통해 공동체의 일원으로 협업과 책임의식을 몸소 실천하고 배웠다. 또 통나무집짓기 체험을 통해 사소한 습관의 위대함으로부터 인내를 체득했다. 치리오 캠핑 활동을 통해 남과 나를 구별하고 다양성을 스스로 체득하였을 것이며 연대의식과 자신에게 합당한 본분과 소임을 터득하였을 것이다. 이처럼 게이츠가 평범해 보이는 삶의 체험을 통해 다른 보통 사람들보다 앞서서 깨어 있는 사고로 무장하고 창의적인 에너지로 넘치는 사람으로 만든 주효한 원인에는 아버지 게이츠가 밑바닥부터 차곡차곡 뿌려 놓은 정성이 빚은 가치관의 산물이다.  

 

        우리는 성공의 열쇠를 발견한 이들에게 일반화된 착각을 하는지 모른다. 내가 모르는 무엇인가 놀라운 사실이 있을 것이라는 무모한 생각.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아버지 게이츠가 삶을 소망하는 자세를 보아 알 수 있듯 크게 생각하는 자세, 즉 호연지기에서 비롯된다는 확립된 사실이다.  아들 게이츠가 자수성가해 크게 성공할 수 있었던 계기도 게이츠부부로부터 물려받은 건강하고 올바른 생각의 틀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틀 속에 자신이 겪고 배운 경험을 오롯이 담고 긍정의 힘을 성장 동력으로 삼았던 계기도 부모의 아우라가 만든 영향력이다. 기실 삶의 성공은 단순한 이치에서 시작함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 단순한 속성이 지속되는 데에는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도 우리는 안다. 제 아무리 좋은 이념과 개념을 알고 있다하더라도 실천하지 못하는 삶은 불안과 허무만을 불러들인다. 때로는 삶은 우리에게 과감한 용기와 실천을 요구한다. 담대한 포부는 행동을 견인하는 자양분이 될 것이고 시련은 인내를 담금질하는 재료가 된다. 그러므로 성공은 반드시 이루어지기 마련이다. 자신을 사랑하고 남을 대할 때 세상은 나를 향해 문을 열어젖힐 것이라는 진실처럼 말이다.  

 

        아버지 게이츠는 사회적 책임을 무엇보다 강조하였다. 타고난 지능과 탁월한 재능이 있다할지라도 성공의 원동력은 사회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자칫 교만함과 거만함에 빠질 수 있는 위치임에도 항상 소외받고 배우지 못한 세계의 이웃을 향해 물심양면으로 기부를 실천할 수 있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가 눈여겨보아야 하는 대목이다. 인간은 고립된 채로 살아갈 수 없다. 건강한 사회는 나눔의 기쁨이 충만한 사회다. 나와 너를 이어주는 우리라는 정체성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열린 생각의 시원이다. 그러므로 사회의 최소 구성단위인 가족의 역할과 바로서기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부모로부터 연결되는 애착관계를 통해 건전한 의식을 키우고 세상과 소통하는 건강한 구성원으로 성장한다는 이치겠다. 이것이 오늘날의 게이츠를 만들었다는 아버지 게이츠의 생각은 허영, 이기심, 편법, 탐욕과는 거리가 멀다. 진심으로 대하고 크게 보았기에 가능했다.

 

        이 책 <게이츠가 게이츠에게>는 게이츠의 아버지가 쓴 자전적 에세이다. 게이츠를 낳아 기르는 동안 경험한 삶의 단상이 고스란히 체화되어 피어난다. 아버지 게이츠는 현재 팔순이 넘었으며 워싱턴대학교 법학부를 졸업했다. 그는 활발한 변호사활동을 통해 사회경력을 쌓고 다양한 공공단체에서 활동하였으며 현재는 빌 게이츠&멜린다 재단의 이사장으로 있다. 최고 갑부의 아버지로 교만해지기 쉬운 위치에서라기보다 한 사람의 아버지로서의 평범하고 소탈한 일상이 이 책에는 고스란히 묻어난다. 그 속에는 소박함, 청빈함, 굳건함, 원대함이 한데 어우러져 그들이 함께 걸어 다져 온 인생항로와 동반했다. 아버지로서, 인생 선배로서, 친구로서 훌륭한 롤모델이 되어 준 그의 이야기는 부모의 정체성을 묻게 만드는 좋은 귀감이 된다. 삶을 대하는 자세와 아울러 나아가 소명의식을 통찰하는 그들의 모습을 통해 삶에 대처하는 자세와 방향성에 대해 성찰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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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는 심리학 - 상대를 이기는 스마트 심리학 이기는 심리학 1
김문성 지음 / 스타북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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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인간관계가 무엇보다 어렵고 힘이 든다는 것을 뼈저리게 통감한다. 나와 관계를 이루는 모든 사람들이 나와 같을 수 없음에서 오는 당연한 현상임을 알면서도 종종 열패감에 피로가 누적된다. 그래서 보다 나은 공감과  상호관계를 모색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특출한 재능을 보이는 사람을 찾아 롤모델로 삼기도 한다. 이러한 모든 노력은 결국 인간을 이해한다는 본질을 따져 묻는 것에 있다. 타인으로부터 전해 오는 표정, 감정, 몸짓 등을 통해 그 너머의 진실을 찾는다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의미겠다. 역사를 통해 이와 같은 추적의 흔적은 넓게 산재해 있다. 고대의 로마신화에서부터 중국의 용인술에 이르기까지 그 파장효과는 실로 광범위하다. 이와 같이 심리학을 통해 인간을 통찰한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미처 깨닫지 못한 진실의 종처럼 말이다. 동시에 인간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 모든 것들의 공통분모 또한 심리관계다. 그래서 인간을 이해하는 도구로서의 심리분석은 인간이 행하는 모든 행위의 동기動機에 포커스가 맞추어 진다. 어떤 목적을 지향하는 행위를 불러일으키고 지시하는 것이 바로 동기다.

 

        그러므로 이 책이 펼쳐 낸 함의는 현대를 사는 우리의 문제를 제대로 직시한다. 가려운 곳은 긁어 주고 아픈 곳은 보듬어 준다. 또 어렴풋이 알고 있던 잠재의식에 갇힌 해법을 수면 위로 끌어 올렸다는 것이 이 책의 괄목할만한 성과다. 통념의 심리학에서는 이렇게 본다는 현실 괴리적인 해법보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를 다루었기에 대입과 적용이 무척 빠르고 살갑게 느껴진다. 저자가 골라 뽑은 제목처럼 상대방보다 우위에 서 이기는 필승 해법들로 가득 메워진 느낌이다. 사람을 읽고 사람을 다루는 실용적인 접근법의 경쾌한 기술이 무척 인상적이다. 저자 김문성은 인간을 통해 찾은 키워드를 통해 성공에 다가서라고 주문한다. 그 중심에 심리학이 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성공'이란 선천적인 재능과 함께 끈질긴 인내로 목표를 실현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온전히 쓰는 것이다.(머리말에서)

 

        하지만 책의 윤문과 편집이 미흡한 점이 크게 아쉽다. 오탈자와 문맥오류 등은 독자들로 하여금 내용의 질적 완성도를 반감시키는 요인이 된다. 하물며 심리학을 다루는 책이 그렇다면 일반화된 오류가 팽배해 지기는 더욱 쉽겠다. 조금만 더 신경을 썼더라면 하는 서운함이 읽는 내내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아울러 단정적인 서술방식은 편향된 생각을 생산해 내어 독자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학문의 열의와 굳은 신뢰가 저자의 밑바탕에 깔려 있다는 확고함에는 이견이 없으나, 인간심리에 대해 확정적인 논거는 반대다. 행위의 전제로 다채로운 경험과 간섭의 영향으로 무수히 많은 경우의 수를 불러일으키는 우연성을 배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이렇게 라는 상황적 설명에 부수적인 증거를 통해 타자의 상태를 이해하는 것은 좋으나 섣불리 예단하는 것은 위험한 사고의 연장이다. 따라서 전체적인 맥락과 취지를 통해 유추해 볼 때 저자와의 소통이 와전될 수도 있겠다. 적어도 나로서는 균형감을 유지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하였다. 다시 한 번 밝히지만 책의 질적인 완성도에는 딴죽을 걸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그것은 오롯이 독자들 개개인의 몫이다.

 

        책은 총 4부로 나누어 인간을 통찰한다. 사람을 알고, 읽고, 얻으며, 잡는 기술을 세세하게 다루었다. 그 속에서 우리는 표리부동함에 내재된 실제 가치를 발견하는 것을 목표로 삼을 수 있다. 사람은 무엇을 위해 움직이고 어떻게 대응하는 지를 제대로 알 수 있다면 상호관계에서 항상 우위를 점하게 될 것이다.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 지를 미연에 안다면 백전백승이다.  인간은 생각이라는 재료를 통해 감정을 견인한다. 감정은 드러난 사실과 달리 형태를 취하지 않는다. 책은 마음으로부터 출발해 관계로 끝을 맺는다. 저자가 통찰한 범위는 인간을 아우르는 심리세계의 모든 것을 총괄한다. 희로애락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감정의 프레임이 어떻게 작용하는 지를 살펴보고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주력했다.

 

        우리는 고착화된 오류와 편견의 관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드러나지 않는 생각은 감추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어떤 방법으로든 구현되고 그 움직임을 포착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것은 불안의 상태와 즐거움의 상태가 동일할 수는 없다는 것과 같다. 긴장감이 과도하게 억누르는 상황에서도 자신의 표정을 감추는 이른바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인간의 이면에는 실제의 모습이 은연중에 드러난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감정의 분출이 인간의 행위에 미치는 영향을 통해 저자는 상대방의 의중을 파악할 수 있는 최대의 무기로 꼽았다. 대개 긴장하면 손에 땀이 나고 호흡이 가빠지고 홍조를 띄는 완연한 증거를 남긴다. 따라서 인간은 겉으로는 태연한 척해도 물리적 현상까지 숨길 수는 없다는 것이다. 원인 없는 결과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처럼 반드시 생산되는 증거를 채집해 나간다면  의사소통과정은 보다 쉬워진다는 의미겠다.

 

        인간이 동물들과 다른 최대의 이유는 생각하고 사유하는 이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또한 인간의 마음은 상황에 지배를 받고 심리에 영향을 받는다. 뿐만 아니라 인간의 마음은 유약하고 외부의 영향에 쉽게 변질되는 성향을 보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인간은 이해받기를 원하고 인정받기를 소망한다. 아울러 인간은 타자로부터 존중받기를 바란다. 메슬로우의 욕구 5단계설에 의하면 생리적, 안전, 소속의 욕구가 충족되면 인간은 집단 내에서 포지션을 얻기를 원하게 되는 자아존중의 욕망을 갈망하게 된다. 욕망의 동기부여는 인간을 추동하는 동인이다.  그래서 인간이 욕구충족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이 트라우마가 되고 심리적 불안으로 전이된다. 이처럼 심리학은 심오한 진실의 우듬지를 솎아 내는 작업이다. 저자의 논리처럼 상대방이 전해 오는 감정의 징후를 포착하고 스킬을 배운다는 것은 실로 중요한 의미를 부여받는다.

 

        이렇듯 저자가 이야기하는 눈으로 듣고 귀로 말하라는 진정한 의미는 공감이다. 상대방의 주장과 문제가 무엇인지를 먼저 이해하고 상황에 따라 대처하는 것이야말로 사회적 성공을 의미한다.  말과 달리 전해 오는 신체언어, 즉 상대방의 제스처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듣는 것이 최선이다. 경청은 상대방의 마음의 빗장을 풀고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는 묘약이다. 따라서 상대를 이긴다는 말은 나를 이긴다는 뜻이다. 행간의 숨은 뜻을 올바로 이해한다면 인간관계에서 오는 갈등을 조금이나마 미연에 대처할 수 있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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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아이즈 2010-03-15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그 쥑여주십니다. <심리학, 어렵다> 이보다 더한 심리학 정의가 있을까요? 진중한 리뷰 뒤에 숨은 님의 이런 유머마저 존경합니다. ㅋㅋ

穀雨(곡우) 2010-03-15 14:20   좋아요 0 | URL
느와르님 덕에 한껏 비행기탑니다.@.@
 
심리학의 힘 P -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11가지 비밀
전우영 지음 / 북하우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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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있다. 사람의 마음은 정해 놓은 틀이 없기에 복잡 미묘하다는 의미다. 동일한 상황도 어떤 이에게는 대수롭지 않게, 어떤 이에게는 당혹스러운 상황이 되는 것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인간의 예측 불가능한 마음의 행로를 엿 본다는 것은 관계를 푸는 열쇠와도 같다. 인간은 타자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심리학은 이러한 인간의 마음을 탐구하는 학문을 가리킨다. 최근 들어 심리학에 대한 관심이 집중된 경향을 보인다. 지금의 인기도 예전에는 심리학에 대한 편견과 괄시가 심했다. "먹고 살기에도 바쁜데 심리학을 배워서 어디에 써 먹겠느냐."는 자본주의식 선택의 결과였다. 하지만 사회가 다원화되고 개성화될수록 인간에 대한 탐구는 중요한 가치판단의 수단으로 부상한다. 언제나 화두는 인간이라는 변하지 않는 진실이기에 그렇다.

 

        그래서 요즘 서점에 나가 보면 엇비슷한 유형의 심리학 서적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온다. 인간을 이해하는 올바른 도구로서의 조언자를 자처하며 심리학이 인간의 중심으로 파고들었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이 책 <심리학의 힘, P>는 독자층의 구미에 당기는 콘텐츠를 담아  요구에 부응했다고 볼 수 있다.  쉬운 내용과 잘 알려진 스포츠 스타, 연예인의 행위를 적절하게 버무려 놓았기에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유명한 마술사가 상대방의 의중을 꿰뚫어 보는 독심술처럼 해법이 절묘하고 기가 막힌다. 그 속에서 일정한 패턴을 발견하고 유기적인 관계를 매끄럽게 풀어 주는 일종의 처세의 기술쯤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그러므로 이 책은 심리학 입문서로 손색이 없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미 소개된 내용의 윤색에 가까워 진부해 버린 소재의 식상함이 아쉽다는 흠이 있지만 이것도 읽는 이에 따라 개인차를 보이므로 큰 문제는 아니겠다.

 

        책은 전체 11가지 테마로 구성했다. 인간의 본성에 따른 결과인 행위와 영향을 미치는 원인관계를 직접적으로 연결하여 작동하는 실체의 구조에 집중했다. 다시 말해 인간의 감정이 어떤 식으로 작용하는 지에 돋보기를 들이 밀었다. 기실 심리학의 연구 성과는 1+1=2라는 논리추론을 도출해 낼 수도 있지만 1+1=1이 될 수도 있다는 비논리적 결과를 보여 줄 수도 있는 분야다. 그러하기에 인간의 마음을 제대로 짚어 보는 데는 인간의 중추적인 기능을 담당하는 뇌의 기능과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숨길 수 없다. 소위 마음이라고 하는 뇌의 기능적 연결이 다양한 효과와 경향을 생산해 내는 핵심적인 부분에 해당된다는 이유도 그러하다. 그래서 현대의 심리학은 뇌의 특정부위가 담당하는 영역범위에 따른 메커니즘을 토대로 이해하는 영역으로 빠르게 전이된 상태다. 이 책에서는 독자의 가독범위를 고려하여 구체적인 사례에 무게 추를 두었지만 결국 추구하는 요소는 마음의 이치를 발견하는 지도를 찾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일반인들보다 대중의 인기를 한 몸에 누리는 스타플레이어에 대한 긴장감이나 심리변화는 상당하다. 실제 이번 벤쿠버올림픽에서 피겨 스케이트의 여제 김연아가 받은 심리적 불안은 가히 상상을 불허할 정도로 컸을 테다. 하지만 그녀는 의연하게 평정심을 유지하며, 자신이 평소에 갈고 닦은 기량을 마음껏 선보이며, 세계의 눈을 매혹시키고 감동의 도가니로 밀어 넣었다. 이처럼,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상황을 극복하고 더 좋은 결과를 얻어 내기 위한 방법을 이 책에서는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고 긴장된 상태, 즉 각성상태가 지속된다는 것은 평소의 습관과 경험치에 따라 달라진다. 각성상태에 따른 부정적 효과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함께 동반하게 된다. 하지만 박지성, 베컴 등은 적재적소에 걸맞은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보이기에는 담담하게 대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지켜 보고 있노라면 오히려 보는 이의 애간장을 녹이게 한다. 이것을 '사회적 촉진'이 유발하는 긍정적인 효과라고 책은 강조한한다.

 

        심리학의 영향력은 앞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마음의 상태를  관찰하는 학문이다. 무릇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이 책에서 소개된 집단의 영향, 인간의 생리적 욕망과 사회적 욕망 사이에서 오는 다양한 결과는 우리의 마음을 헤아리는 방법에 해당된다. 그러므로 프로이드가 인간의 발달단계에 따라 상이한 욕구를 보인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도 이해 가능한 범주에 놓인다. 비록 칼 융에 의하여 수정되고 보완되기는 하였지만 인간의 상호작용에 따른 관계를 규명했다는 평가는 현재도 긍정적이다. 따라서 인간은 교감하고 관계를 맺을 때 상호작용을 통해 비로소 원활한 하나의 개체로 성장한다는 것이 숨겨진 가치다. 끊임없는 피드백에 의한 원만한 관계의 형성이 사회적 촉진을 돕는 첩경이며 사회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비결이라는 거대한 결론을 도출하게 된다.

 

 

        책은 이러한 사회적 촉진에 대해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문근영이 거액을 기부한 사실이 알려지자 기부행위가 증가했다는 사례, 박태환이 올림픽에서 착용하고 나온 헤드폰, 수영복의 구매가 폭발적으로 늘어 났다는 사례 등은 동일시의 투영으로 설명한다. 마이클 조던의 23번 등번호가 박힌 티셔츠도 마찬가지 이야기다. 이렇게 매니아 층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려가는 스타들의 행위와 팬들과의 사이에는 일정한 동질감이 그들을 묶게 된다. 동질감은 사회적 욕구를 분출하는 또 다른 창구로 작용한다는 뜻이다. 이처럼, 보이는 것에 집착하는 경향은 인간의 일반화된 경향을 의미한다. 이러한 상황이 주는 막강한 힘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 우리가 찾는 키워드가 아니겠는가.



 

        인간은 명확하게 규정할 수 없는 유기체다. 혼자일 때나 집단 속에 있을 때나 어디서든 주위의 영향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나'라는 존재가 어떤 상태에 머물러 있는 지를 확인하고자 하며 왕성한 호기심을 소유한 사회적 동물이다. 그래서 관계의 정도에 따라 불안해하기도, 행복해 하기도 쉬운 타자의 영향으로부터 벗어나기 힘든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인간은 욕구 내지 욕망에 의해 불안한 상태를 종결시키고 극복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흔히 초인적인 상태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이 책에서 보아 알 수 있듯 사고思考의 전환에서 기인한다. 평범한 비타민을 두통을 멈추는 데에 특효약이라는 외관을 형성한 상태에서 우리는 신뢰의 힘을 믿고 의지하게 된다는 플라시보효과처럼 심리학은 인간을 가장 직접적으로 이해하는 학문이라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심리학이 규명하고 밝힌 경향Bias과 효과Effect를 이해한다는 것은 인간을 본다는 의미와 일맥상통하겠다. 이 책을 통해 왜 슬럼프에 빠지고 징크스가 생기며 스트레스가 유발하는 화병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알아 간다는 것은 매우 유익한 일이기에 일독하기를 권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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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3-05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리학, 관심이 많은 분야라서 우리 삼남매 중 누군가 전공하면 좋겠다고 부추기는 중이지요.^^
친절한 리뷰 잘 읽었어요~ 고맙습니다!

穀雨(곡우) 2010-03-08 08:41   좋아요 0 | URL
심리학은 알면 알수록 오묘한 맛이 스며 있는 것 같습니다. 소원대로 성취하시길...^^

다크아이즈 2010-03-08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에 심리학 관련 치유서 읽으면서 마음 다친 것 많이 돌려 놨지요. 근데 도루묵이네요. 반복 학습이 필요할 때인데 좋은 리뷰에 위안 삼고 갑니다.

穀雨(곡우) 2010-03-08 13:50   좋아요 0 | URL
무슨 일이 계셨는지 모르겠지만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이군요.*^^*
 
적절한 균형 아시아 문학선 3
로힌턴 미스트리 지음, 손석주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세상의 다수는 소수의 힘에 의해 자유를 짓밟히고 유린당하며 살아간다. 그들에게 지워 진 타고 난 운명은 어떤 노력으로도 변화되지 않을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그들에게 맞서 싸운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불변의 법칙일까? 인간이 사회를 구성하고 국가를 만들고 권력이 잉태되면서부터 파생된 계급문화는 불확실성의 산물이다. 권력에 대한 욕망은 어느 체제를 막론하고 강자에게로 집중되는 현상은 비일비재하다. 계급이 분화되고 계층을 이루는 주된 동기 또한 그 몫의 크고 작음을 떠나 배타적이고 이기적인 욕망에서 분출한다. 노암 촘스키는 축적된 소수의 힘은 불안한 다수를 동조하고 굴복시키기 위해 정치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정치는 종교와 결탁하고 민족주의를 부추기고 파시즘으로 흐를 때 부패의 정도는 최고조를 넘어 선다. 이처럼, 정치적 환경이 다수를 무기력하게 만들고 패배감에 젖게 만드는 이유는 단련된 익숙함과 체념이다.

 

        굴복된 시간만큼 부패의 정도는 더 악랄해지고 맹렬해진다. 제도화된 폭력이 자행되고 부정부패가 공공의 가치를 넘어 트리며 정의가 실종된 세상은 희망이 없다. 다수의 희망은 사치다. 갈급 하는 기본적 욕구가 우선이며 사는 것이 먼저다. 계층의 바닥은 부패가 들짐승처럼 배회한다. 이 책 <적절한 균형>은 아이러니컬한 현실이야기다. 알다시피 인도는 카스트제도의 신분계급이 뿌리 깊게 박힌 국가다. 불가촉천민의 바닥 끝 계층은 짐승보다 못한 삶을 산다. 먹고 자는 기본적인 1차적 욕구를 해갈하기도 바쁘다. 그들에게 실종된 존엄성은 억압과 핍박의 산물이다. 이러한 기이한 사실은 비단 인도만의 이야기는 아니겠다. 오랜 봉건주의체제동안 여러 나라가 그랬고 유신정권 당시 우리나라가 그랬으며 수없이 많은 국가들이 거대 권력의 부패에 힘들어 했다. 이 책의 저자는 이러한 신분사회의 폐단과 인간성 실종, 권력의 부패, 폭력의 광기, 가난의 불평등을 소재로 세세하게 그려 냈다. 그의 사실적 표현주의에 입각한 조밀한 행동묘사는 저자의 눈과 귀를 독자에게 모두 내어주며 세상을 향해 소리친다. 이 미쳐 돌아가는 광기로 물든 세상을 직시하라고. 

 

        이야기는 주요등장인물 디나, 마넥, 이시바, 옴프라카시 4명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들은 각기 다른 환경에서 트라우마를 안고 성장한다.  뱉어 낼 수 없는 아픔을 연대하고 있는 그들로부터 모종의 동질성을 갖는다. 마넥은 전통을 고수하는 아버지와의 갈등으로, 디나는 보수적이고 사악한 오빠와의 갈등으로, 이시바는 불가촉천민에 대한 사회 편견의 갈등으로, 옴프라카시는 아버지 나라얀과 지주와의 대립으로 인해 비열한 폭력에 처참히 살육 가족해체의 비극을 겪은 신분사회와의 갈등으로 모두에게 소외된 하층민의 삶을 산다. 저자는 이들을 통해 다양한 사회현상을 폭로하고자 했다. 비상식은 상식을 압도하고 거짓은 진실을 비웃는다. 과거는 미래가 되고 미래는 과거가 되어 시간은 전복된다. 이러한 암울한 상황에 처한다면 그들의 아픔과 고통은 글이나 말로 표현하기에는 어림도 없다.

 

        어쩌면 사소한 우연이 또 다른 우연을 낳고 불행한 삶이 이어진다는 마넥의 대사는 이 책을 체념적으로 흐르는 현실의 무기력함을 대변하고 있는지 모른다. 인간의 사악함과 부패권력의 카르텔은 견고하고 높은 철옹성처럼 넘기 힘든 벽이다. 계급과 정치라는 명분으로 세워진 실체는 진실을 포섭하기에는 차갑고 너무 어둡다. 이 작품이 세태소설의 사실성에 기반으로 한다고 볼 때 주인공들에게 설정된 인생 역경은 사적인 영역을 넘어 사회적 문제를 반드시 포함하게 된다. 그것의 핵심은 차별이다. 상호관계가 야기할 수 있는 모든 차별을 뜻한다. 차별은 결국 인간을 향한 신뢰를 허물고 의심의 올가미에 갇히게 만든다. 이러한 사회현상에 따른 차별의 영향은 인간성 상실의 문제를 생산해 낸다.

 

        따라서 저자 로힌턴 미스트리가 이 책을 통해 던진 메타포는 인간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고발한 이야기임을 알게 된다. 하층민의 삶에 드리운 억압과 폭력, 거대 세력의 무자비함 등은 끝없는 분노로 들끓게 하기 때문이다. 분노에 처한 상황도 욕망의 차단 앞에서는 쉽게 변질된다. 소수가 다수를 굴복시키는 상황은 무지에서 오는 공백보다 불신에서 오는 공백이 더 크다. 이러한 상황적 장면은 이 책의 곳곳에 드러난다. 이시바와 옴이 살던 판자촌의 철거현장에서도, 종교 간 알력에 의한 대립에서도 어제의 친구가 오늘의 적이 되어 버리는 상식이 통용되지 않는 상황이 자주 연출된다. 일종의 집단강박증세처럼 말이다.

 

        실제 마넥과 옴은 다른 성장환경에서 자랐으면서도 둘은 서로 잘 어울리는 끈끈한 우정을 보여준다. 하지만 강자의 논리에 희생된 옴의 장애를 방관하는 마넥의 모습에서 우정이 쉽게 변질되는 모습을 목도하게 된다. 이시바가 세상을 향해 타협하고 순리대로 흘러가기를 바라는 낙관적 자세도 포악한 그들에게서는 힘없는 반항의 몸부림이다. 또한 디나의 도덕률과 현실의 무관용 사이에서의 갈등은 살아가기 위한 또 하나의 방편처럼 그려진다. 이처럼 저자가 설정하고 만들어 낸 인물의 탁월한 심리 및 성격묘사가 이 책의 사실성을 배가시켜 주는 작용을 한다.  이는 미시적인 관점을 통해 거시적인 상황을 만들어간다는 것은 알고리즘의 치밀함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이 작품은 이러한 모든 치밀함의 건설이 오롯이 담고 있다고 하겠다.

 

        적절한 균형은 계급이 만든 수요와 공급의 논리에 따라 정해진 탐욕의 균형이다. 희망과 절망 사이의 균형,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사이의 균형은 무기력함에서 오는 결과다. 권력에 유린되고 계급에 억눌린 하층민의 울분은 희망의 꿈조차 어울리지 않는다. “희망이야 항상 있죠. 우리의 절망에 균형을 맞출 만큼 충분한 희망이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우린 끝장이죠.” (p.803) 자조 섞인 희망은 작은 장애에 불과하다는 머리털 수집장이의 말은 흡수되지 못하는 이질감이다. 이미 구조적 소외를 체득한 그들에게는 희망의 본질을 상실했다. 체념함으로써 날카롭게 삐죽삐죽 솟아오르는 원형질의 욕망을 억제하며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끼의 식사가 더 소중하고 처마 밑이라도 편안한 잠자리가 되는 비루한 현실이 더욱 소중한 하천민의 삶은 과거와 현재가 양립할 수 없는 오랜 아픔이다.

  

        한 남자의 엄지손가락 끝에 지지한 채 장대 위에 올라선 어린아이의 천진난만한 표정에서 인간의 이중성을 떠올린다. 이쪽과 저쪽의 경계는 변할 수 없는, 변한 적 없는, 지워 지지 않는 선이라는 결함을 남긴다. 계급과 권력이 해체되었지만 또 다른 권력이 그 자리를 대체한다. 누군가의 불행은 누군가의 행복이 되고 명분은 당위를 구실로 삼는다. 도시를 미화하기 위해 소박한 삶이 철거되고 인종을 순화시키 위해 이교도를 몰아내는 폭력적 상황은 당위의 실체가 멸실된 전형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정의에 대한 믿음은 어느 순간에도 인간의 삶을 지탱하는 힘의 근원임을 잊지 않는다. 바람 앞에 촛불처럼 가녀린 힘에 불과할지라도 그들의 삶을 지탱하게 하는 힘은 균열이 생길 것이라는 믿음이다. 부조리한 상황은 인간의 본질적인 관념이고 근원적인 태도임을 카뮈는 말했다.  따라서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이 책이 품은 균형의 의미는  부조리 속의 균형이다. 삶은 우연에서 기인하여 일파만파 퍼져 나간다는 비정형 질서만이 남는다. 그렇지만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는 그들에게서 우리는, 인간을 향한 내면의 깊은 울림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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