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식목일, 나무들에게 감사하며. 열린책들 '안나 까레니나'(이명현 역) 상권으로부터.

사진: UnsplashOlga KHARLAMOVA








「그러니까, 자작나무 골짜기 너머에서 토끼풀을 파종하고 있다는 거지? 가서 한번 봐야겠군.」 마부가 끌고 온, 몸집 작은 암갈색 말 꼴삐끄에 올라타며 그가 말했다.

「개울을 건너서는 못 가십니다, 꼰스딴찐 드미뜨리치.」 마부가 소리쳤다.

「그럼 숲으로 해서 가겠네.」

레빈은 순한 말의 씩씩한 발걸음에 의지하여 마당의 진창을 지나 문밖 들판으로 향했다. 한참을 마구간에 서 있던 말은 웅덩이만 나타나면 콧김을 힝힝 뿜으며 고삐를 재촉하였다.

가축우리와 곡물 창고에서도 즐거운 기분이 들었지만 들녘으로 나가자 한층 더 흥겨워졌다. 순한 말의 발걸음을 따라 고르게 흔들리면서, 청량한 눈의 향기와 따스한 대기를 들이마시면서, 군데군데 찍힌 발자국들이 희미해져 가고 유해처럼 파리해져 가는 잔설을 밟으면서 숲을 지나는 동안, 껍질 위에 이끼가 소생하고 싹눈이 부풀어 가는 나무들 한 그루 한 그루를 볼 때 마다 그는 기쁨이 솟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숲을 벗어나자 그의 눈앞에는 광활한 평원 속에 벨벳 융단같이 보드랍고 평평한 풀밭이 널리 펼쳐졌다. 공지나 습지라곤 단 한 군데도 없었고, 협곡에만 눈 녹은 자국이 점점이 얼룩져 있을 뿐이었다. - 제2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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