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 영화감독 오즈 야스지로의 산문집을 읽었는데 이름 오즈가 연상작용을 하여 '오즈의 마법사'가 떠올랐고, 그러다가 오늘 날도 흐리고 하여 영화 '오즈의 마법사' 속 유명한 노래 오버더레인보우를 들으려다가 도로시의 빨간 루비구두 사진을 보게 되었다. 아래 글의 출처는 '이런 신발 | 십대를 위한 고전의 재해석 앤솔로지'.

Dorothy's Ruby Slippers By dbking - CC BY 2.0, 위키미디어커먼즈









[네이버 지식백과] 오즈의 마법사 [The Wizard of Oz]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1209715&cid=40942&categoryId=33098

저는 어릴 때 〈오즈의 마법사〉를 영화로 먼저 만났습니다. 무려 1939년에 만들어진 뮤지컬 영화입니다.

지금도 제 머릿속에는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 부르던 도로시의 하늘색 원피스와 빨간 구두가 선명히 남아있습니다.

잠깐, 빨간 구두라니 좀 이상합니다. 원작에서는 분명 은색 구두로 나오는데 말이죠. 사연을 찾아보니 스크린에서는 은색이 눈에 띄지 않아 빨간 루비 구두로 바꿨다고 하네요.

저는 마법의 은색 구두를 21세기에 사는 여중생이 좋아할 만한 ‘은색 운동화’로 바꿔봤습니다. - 작가의 말(은색 운동화 ● 남유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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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경은 미국 대학교수 임용과정에서 시험강연을 마치며 당신들은 나에게 뭘 해 줄 수 있냐고 학교 측에 당당히 반문을 던진다. 그리고 그녀는 그 학교의 자리를 얻는다. 

Spring at Barbizon, 1868 - 1873 - Jean-Francois Millet - WikiArt.org


한국 학생들이 강연 후 찾아와서 내게 말했다.
"선생님, 너무 속 시원했어요. 미국 애들 잘난 척하는 것이 너무 꼴 보기 싫었는데 선생님께서 걔네들 기를 팍 죽이신 것 같아요. 다른 많은 미국 학자들도 강연하러 와서는 학교 눈치를 보며 조심스레 강연을 했는데 선생님이 ‘도대체 너희는 내게 뭘 줄 수 있느냐?’ 하는 태도로 강연을 하시니까 그동안 억울했던 감정이 다 해소되는 것 같아요."

그 봄은 행복했다. 무엇인가 나의 인생에서의 첫 번째 삶이 막을 내리고, 두 번째 삶의 무대의 막이 오를 것 같은 이상한 기운이 돌고 있었다.

‘아. 이제 새로운 운명이 다가오는구나.’
나는 마치 조각배를 타고 파도치는 태평양을 혼자 건너는 항해사 같은 기분이 들었다. 조국을 떠나서 살아야 할 내 운명에 대한 깊은 외로움과 서글픔, 그리고 무엇이 일어날지 모르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아련한 기대로 가득 찬 이상한 들뜸, 그리고 이상한 가라앉음이 교차되는 신비로운 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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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과함께 2024-03-24 21: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좋아하는 밀레의 봄이네요~!!

서곡 2024-03-24 21:28   좋아요 1 | URL
오 그러시군요!! 신비롭고 아름다운 봄 풍경화입니다~~
 

소설 독후감을 모은 책 '저도 소설은 어렵습니다만'(한승혜)의 '[3부] 나로 살기 위해 : 성장의 고통'에 백수린의 단편 '시간의 궤적'에 관한 글이 있다. 저자는 일본에서 일한 경험을 발판 삼아 이 소설에 공감한다. 프랑스 파리에 체류하는 여성 주재원이 '시간의 궤적'에 나온다. 

Le jour où la pluie viendra (Remastered) · Dalida https://youtu.be/wtnrwe712bM '시간의 궤적'에서 프랑스어 수업 시간에 강사가 틀어준 샹송이다.






대학생 때 나의 목표 중 하나는 장차 일본에서 취직하여 거주하는 것이었다.

졸업 후 취직까지는 아직 한참의 시일이 남은 상황이었기에 결국 나는 고심 끝에 워킹 홀리데이를 준비해서 일본에 갈 결심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떠난 워킹 홀리데이의 시작이 얼마나 신났을지. 인생 처음으로 (나름) 장기간의 프로젝트를 준비하여 실행에 옮기게 된 그때의 기분은 그야말로 구름 위를 걷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일본에 도착한 지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나는 당황했다. 모든 것이 예상과 어긋났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출발점부터 글러먹었다고 할 수 있겠다. 외국에서 일을 하며 돈을 버는 것에 ‘낭만’을 기대하다니. 돈과 낭만은 애초에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일본에서 무엇보다 어렵고 막막했던 것은 평생 그들의 일원이 될 수 없다는, 나는 그들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고, 그들 역시 나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으리라는, 그대로 계속 이방인으로 남을 것 같다는 두려움이었다.

그때의 경험으로 내 삶은 근본적인 부분에서 크게 달라졌다. 이후 항상 곁에 있을 누군가를 찾아, 어딘가를 떠돌기보다는 정착하기를 꿈꾸며 살아왔으니 말이다.

백수린의 단편 <시간의 궤적>을 읽자마자 빠져들었던 것은 바로 그 때문이었다. 처음 몇 페이지를 넘기기도 전에 내가 이미 이 이야기를 알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소설 속에 묘사된 상황은 내가 겪은 것과 다르지만 같은 일이었고, 소설 속 인물 역시 나와 다른 사람이지만 그가 겪은 감정은 내가 지나온 것과 같은 결이라는 걸 읽으면서 알 수 있었다.

나는 주인공의 모든 생각과 감정, 그리고 그로 인한 선택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소설 속에 그려진 상황이 그 선택의 결과라는 사실에 안도하는 한편 슬프기도 했다. - 떠도는 마음들*〈시간의 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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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문학 전공자인 백수린 작가가 번역한 사강의 '해독일기'와 함께 (세트로) 발간된 사강의 '엎드리는 개'란 책을 발견했다. 역자는 소설가 김유진. 이 책 전에도 프랑스어 책들을 번역했다.

사강 By Inconnu - Public Domain, 위키미디어 커먼즈


아래에 발췌한 '옮긴이의 말'에 언급된 사강이 고양이를 안고 찍은 사진은 '사강의 말' 책표지에 쓰였다. 






프랑수아즈 사강이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사진이 있다. 짧은 커트 머리에 큰 눈을 동그랗게 뜬 앳된 사강이 고양이를 안고 있는 모습이다. 사강이 영원히 젊음과 도발, 자유의 이미지로 남은 것의 5할은 그 유명한 사진 덕분일지도 모른다.

사강이 《엎드리는 개》를 쓴 것은 마흔다섯 살 무렵이었다.

이것을 무엇에 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까. 나는 번역 작업을 하는 내내, ‘복종’이니 ‘순종’이니 하는 단어를 떠올렸었다. 누군가가 무엇에 대한 복종이냐고 물어본다면, 사랑이 아닐까, 하고 대답할 생각이었다.

이 작품의 원제인 ‘Le chien couchant’은 사냥개를 가리키기도 하는데, 사냥감을 잡기 위해 포복하는 개의 특성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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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영화 '남과 여'(1966)의 다음 이야기를 다룬 '남과 여 : 여전히 찬란한'(2019) - 영어제목 THE BEST YEARS OF A LIFE - 을 ott에서 발견하고 어제 밤 봤다. 두 남녀의 아이들로 과거에 출연한 아역배우들이 자라 어른이 된 자녀로 다시 나오는데 다큐멘터리를 만들어도 좋았을 것 같다. 그리고 남자주인공의 또 다른 딸로 모니카 벨루치가 잠깐 등장한다.

 

알고 보니 '남과 여'에서 여주인공의 죽은 전 남편 역을 한 배우 겸 가수가 프란시스 레이가 작곡한 유명한 영화음악 - da ba da ba da - 에 참여했다. 실제 삶에서도 이 둘은 (아마도 이 영화에서 만나) 결혼한다(나중에는 헤어진다). 영화 안에서는 사고와 죽음이 - 그의 직업은 스턴트맨 - 부부를 갈라놓지만 영화 밖에서 새로운 인연이 된 셈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남과 여 [Un Homme Et Une Femme] (이야기 팝송 여행 & 이야기 샹송칸초네 여행, 1995. 5. 1., 삼호뮤직)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357958&cid=42596&categoryId=425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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