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수 작가의 단편 '우리들'은 2019 젊은 작가상과 현대문학상 작품집, ‘2019 올해의 문제소설 - 현대 문학교수 350명이 뽑은’에 선정된 소설이다. '서로의 나라에서 - 젊은작가 앤솔러지 소설집'은 이별이 주제로서 정영수가 쓴 표제작이 마지막에 실려 있다. ('여는 글 / 그래도 안녕은 안녕이니까'도 정영수가 썼다. ) 간단히 말해 '우리들'과 '서로의 나라에서' 는 연애소설이다. 둘 다 정영수 작가의 소설집 '내일의 연인들'에 실렸다. '서로의 나라에서'에 팔레스타인 해방 운동에 동참하는 여성 인물이 나오는데 남성 화자는 이를 냉소적으로 대한다. '우리들'에 비해 내게는 '서로의 나라에서'가 더 잘 읽혔다.


Rendezvous of Lovers, 1902 - Tivadar Kosztka Csontvary - WikiArt.org


정영수는 올해 현대문학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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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4-03-27 16: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영수의 ‘우리들‘이 참 좋았습니다.

서곡 2024-03-27 18:34   좋아요 1 | URL
‘우리들‘이 매력이 있기는 한데 제 취향에는 ‘서로의 나라에서‘가 더 좋더라고요...

stella.K 2024-03-27 16: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헉, 서로의 나라에서는 책값이 왤케 싸죠? 당장 사 봐야겠는데요? ㅎㅎ

서곡 2024-03-27 18:34   좋아요 1 | URL
저는 빌려봐서 가격은 미처 못 보았습니다만 ㅋㅋ
 

'밤이 지나면' 속 외삼촌은 베트남전에 참전했다고 한다.


Night at the fairground. Fragment. A sketch for the curtain, 1911 - Alexandre Benois - WikiArt.org


["배신자가 되고 싶었던 유년의 기억, 있지 않나요" 연작소설집 '사랑의 꿈' 출간한 손보미 2023. 3. 31.] https://v.daum.net/v/20230331043157927  이 기사에 따르면 저자는 장편 '작은 동네'의 외전 격으로 단편 '밤이 지나면'을 썼다고 한다. '밤이 지나면'이 단편보다는 장편에 더 적합하다고 생각했는데 그 이유가 어느 정도 설명되는 것 같다. [소녀의 삶을 뒤흔든 '숲속 커다란 집' 어부간첩조작사건 다룬 손보미 소설 '작은 동네' 2020. 7. 10.https://v.daum.net/v/20200710060616097


"외삼촌이 병에 걸렸기 때문에 나를 만나서 결혼을 할 수 있었던 거야. 내가 간호대학을 나와서 바로 취직한 병원에 너네 외삼촌이 입원을 했거든." 두 사람이 만난 건 1969년 겨울의 일이었고, 그들은 일 년 후 결혼했다. ‘병’이라는 게 만성습진을 지칭하는 건 아니었다. 물론 그것도 포함했겠지만, 그것보다는 좀 더 심각한 부상이 있었다. 그때 외삼촌은 베트남에서 돌아온 직후였다고 했다.

"외숙모는 외삼촌이 나라를 위해서 베트남에 가서 싸웠다고 했어요. 훌륭하신 분이라고요."

외삼촌은 말년에 당뇨병으로 고통받다가 얼마 전에 합병증으로 돌아가셨다. 외숙모는 그게 전쟁에 참전해 얻은 병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그래도 너네 외삼촌은 참전했던 걸 후회한 적이 없다니까." 그건 사실이었다. 내가 그 집에 사는 동안 외삼촌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이것이었다.

"너네들 — 외삼촌은 이 말을 할 때마다 언제나 복수형을 사용했다 — 은 그때 베트남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른다 아이가. 내는 거기서 너네들은 상상도 못 할 것들을 맨날 봤다. 그래서 그걸 후회하느냐고? 아니다, 내는 내가 그런 일을 겪었다는 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내는 진짜 무서운 게 뭔지 아니까. 그런 시절이 없었으면 내 인생은 아무것도 아니었을 거다." - 밤이 지나면 | 손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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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자 현경이 미국의 교수가 된 후 학교가 제공한 넓은 아파트를 아름답게 꾸미는 과정이다.

Apartment View, 1993 - Wayne Thiebaud - WikiArt.org

나는 뉴욕에 와서 살면서 과거에 안 하던 짓을 시작했다. 순 한국 여자로 사는 일을 시작한 것이다. 마흔 살이 되어 한국을 떠난다는 것은 나에겐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한국에서 7년 동안 교수 생활을 하면서 모은 돈을 털어서 한국의 고가구, 절과 사당에서 나온 그림들, 한국의 옛 도자기, 옹기, 부엌 용기들, 바구니, 발, 돗자리, 그리고 많은 문짝들을 돈이 되는 대로 다 사 모아서 뉴욕으로 왔다.

그때 나는 한국의 냄새, 색, 조상들의 귀신 붙은 그림들과 가구들에 싸여 살아야만 이 전쟁 같은 뉴욕의 경쟁 사회에서 당당한 한국 여자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느꼈던 것 같다. 그리고 학교로부터 얻은 1백 년이 된 큰 집을, 여러 박물관과 인사동에서 사 온 한국 민속책들에 나온 사진들처럼 안방, 사랑방, 부엌, 식당, 응접실, 공부방, 여신방, 명상방, 손님방 들로 꾸몄다.

유니언 신학교의 한국 학생들이 우리 집에 와보더니, "선생님, 여기는 뉴욕 인사동 일 번지네요."라고 했다.

8월에 뉴욕에 도착해서 2월에 학교가 시작할 때까지 6개월 동안 나는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가져보는 ‘나의 집’을 꾸미는 데, 그리고 외국에서 시작하는 ‘중년의 삶’에 적응하는 데 시간을 거의 다 보내게 되었다.

집들이가 있던 날 새벽. 나는 새벽 4시에 일어나 세례를 받을 아이처럼 깨끗하게 목욕한 후 싱싱하고 아름답게 단장한 나의 집을 한 방씩 둘러보았다. 내가 태어나서 처음 가져보는 ‘나의 집’, 나는 내 인생에서 한 번도 나의 집을, 내 맘대로, 나의 내면의 방처럼 꾸며놓고 산 적이 없었다.

그런 나에게 버지니아 울프가 그렇게 그리워했던 ‘자기만의 방’, 아니, ‘자기만의 집’이 생긴 것이다. 1백 년이 넘는 오래된 집. 지금 맨해튼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커다란 다섯 개의 침실이 있는, 저택에 가까운 교수 아파트가 주어졌다.

이 집은 미국에서 신학자가 모든 학자들 중에 제일 존경받고 잘나가던 시절, 유명한 학자들을 유럽과 미국 전역에서 이곳으로 데려오기 위해, 특히 미국 남부나 유럽의 큰 저택에서 살던 학자들의 까다로운 부인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저택 형식으로 지은 집이라고 한다.

이 집의 넓은 방들을 꾸미는 과정은 내 인생의 ‘결핍된 공간’이라는 한을 푸는 치유의 과정이었다.

꾸밀 땐 몰랐는데 집을 다 꾸미고 보니, 모든 방들이 나의 내면세계를 반영한 ‘심리적인 방Psychic Room’인 것 같았다. 내가 가장 소중하다고 여기는, 내가 선택한 세계의 전통들, 특히 한국의 전통들이 그 집에 흐르고 있었다.

한국 여성의 원시적인 생명력을 나타내는 무속적인 모티프로 꾸민 식당과 작은 연못이 있는 실내 정원, 에코페미니즘의 모티프로 꾸민 부엌, 불교와 무속의 치유 전통을 습합한 이미지로 꾸민 거실, 한국 전통 서재와 선방을 조합해서 꾸민 명상방, 황진이를 그리워하며 꾸민 전통 안방, 세계의 여신들을 모아 신전처럼 꾸민 붉은 여신방, 편안하고 실용적으로 꾸민 가장 기독교적인 나의 공부방, 그리고 인도의 방처럼 꾸민 손님방, 도교의 모티프로 꾸민 현관, 프리다 칼로의 화장실처럼 꾸민 멕시코식의 2층 화장실, 내가 좋아하는 여자들과 자연의 사진들로 도배한 내가 쓰는 화장실. 모두 다 내가 가장 아끼는 느낌들과 이미지들의 표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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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의 '밤이 지나면'(손보미)은 중반까지는 흥미진진했는데 뒤로 갈수록 단편보다는 장편으로 푸는 게 나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손보미 `밤이 지나면` 언어를 상실한 인간이 다시 말을 얻기까지…] https://www.mk.co.kr/news/culture/8913115

The nightfall, 1979 - Will Barnet - WikiArt.org


소설집 '사랑의 꿈' 첫 수록작인 '밤이 지나면'은 문학동네 2019 여름호 발표작이다. 

내가 어둠을 무서워한다는 사실은 더더군다나. 물론 나는 ‘밤’이 불가해한 것이 아니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어둠을 비정상적으로 두려워하는 나를 염려한 엄마가, 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그저 지구가 자전한 결과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우주의 이치라고 몇 번이나 설명해줬기 때문이다. "지구 반대편의 사람들은 지금 환한 햇빛 아래에서 점심도 먹고 공원에서 산책도 하고 있어." 그 후로 나는 가끔 밤에 깰 때마다 지구 반대편의 사람들을 떠올리려고 애썼지만, 그런다고 해서 어둠에 대한 두려움이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아줌마."

그녀가 약간 쉰 목소리로 대답했다.

"왜?"

"어둠은 무서운 게 아니라고 우리 엄마가 그랬어요. 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뭐라고?"

"몰라요? 밤은 지구가 자전하니까 생기는 거예요. 그러니까 지구 반대편에서는 사람들이 깨어 있어요. 거기는 낮이거든요. 여기는 밤, 거기는 낮."

"그걸 누가 몰라."

"근데 그게 무슨 소용이니. 너는 거기가 아니라 여기에 있는데."

그녀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무래도 잠깐 쉬었다 가야겠다." - 밤이 지나면 | 손보미

손보미의 작품 〈밤이 지나면〉은 스토리텔링의 긴장감이 살아 있고 심리 스릴러 같은 느낌이 재미있다. 성장소설의 틀을 갖추고 있지만 성장소설의 전형적인 교훈성을 뛰어넘는 흥미로운 지점들이 많이 있다. 마을사람들에게 ‘미친년’ 소리를 듣는 여인과 자발적인 실어증에 걸린 ‘나’라는 어린 소녀가 내통하여 ‘정상적인 세상, 사회화된 세계’를 벗어나려 하지만, 그런 시도는 와해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실패마저 아이에게 커다란 성장의 발판이 된다. -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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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limanjaro's summit, Uhuru peak (16 March 2007) By Chris 73 - CC BY-SA 3.0, 위키미디어커먼즈


[네이버 지식백과] 하드보일드 [hard-boiled]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1160440&cid=40942&categoryId=32936

헤밍웨이의 타이프라이터 (미국 플로리다 헤밍웨이 박물관) By Acroterion - Own work, CC BY-SA 3.0, 위키미디어커먼즈


「킬리만자로의 눈」은 거듭되는 부상과 음주 문제로 헤밍웨이의 기력이 쇠잔해지기 전에 쓰였다. 그래서 그런지 중년의 원숙함과 기품이 이 작품만큼 묻어나는 작품도 또 없다. 내용은 사랑과 삶에서 실패한 소설가 해리의 죽음을 다루고 있지만, 그는 끝까지 정직하게 자신을 돌아보고 따라서 위엄을 잃지 않는다. 해럴드 블룸은 「킬리만자로의 눈」을 두고 "해리는 실패한 헤밍웨이"라고 부르면서 "행동에 대한 묘사가 아니라 죽어가는 남자의 명상인 이 화려한 작품은 헤밍웨이의 가장 강도 높은 자기비판이다."(『해럴드 블룸의 독서기술』, 57~59쪽)라고 평했다.

자기 자신에게조차 가차 없는 이러한 태도는 하드보일드 스타일의 정수이기도 하다. - 07 아프리카에서, 사냥 여행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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