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시간의 궤적'(백수린)에 프랑스 파리 주재원으로 일하는 한국인 여성이 나온다. 아래 옮긴 글 속 저자의 체험이 백수린의 이 소설에 공감할 수 있는 발판으로 작용한다.


오르세 미술관 - 사진: Unsplash의flickch
'저도 소설은 어렵습니다만'의 저자 한승혜 작가가 '여자를 모욕하는 걸작'의 첫 글 '말괄량이는 정말로 길들었을까?'를 썼다. 셰익스피어의 '말괄량이 길들이기' 독후감이다.





대학생 때 나의 목표 중 하나는 장차 일본에서 취직하여 거주하는 것이었다.
졸업 후 취직까지는 아직 한참의 시일이 남은 상황이었기에 결국 나는 고심 끝에 워킹 홀리데이를 준비해서 일본에 갈 결심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떠난 워킹 홀리데이의 시작이 얼마나 신났을지. 인생 처음으로 (나름) 장기간의 프로젝트를 준비하여 실행에 옮기게 된 그때의 기분은 그야말로 구름 위를 걷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일본에 도착한 지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나는 당황했다. 모든 것이 예상과 어긋났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출발점부터 글러먹었다고 할 수 있겠다. 외국에서 일을 하며 돈을 버는 것에 ‘낭만’을 기대하다니. 돈과 낭만은 애초에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일본에서 무엇보다 어렵고 막막했던 것은 평생 그들의 일원이 될 수 없다는, 나는 그들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고, 그들 역시 나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으리라는, 그대로 계속 이방인으로 남을 것 같다는 두려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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