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독후감을 모은 책 '저도 소설은 어렵습니다만'(한승혜)의 '[3부] 나로 살기 위해 : 성장의 고통'에 백수린의 단편 '시간의 궤적'에 관한 글이 있다. 저자는 일본에서 일한 경험을 발판 삼아 이 소설에 공감한다. 프랑스 파리에 체류하는 여성 주재원이 '시간의 궤적'에 나온다.


오르세 미술관 - 사진: Unsplashflickch







대학생 때 나의 목표 중 하나는 장차 일본에서 취직하여 거주하는 것이었다.

졸업 후 취직까지는 아직 한참의 시일이 남은 상황이었기에 결국 나는 고심 끝에 워킹 홀리데이를 준비해서 일본에 갈 결심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떠난 워킹 홀리데이의 시작이 얼마나 신났을지. 인생 처음으로 (나름) 장기간의 프로젝트를 준비하여 실행에 옮기게 된 그때의 기분은 그야말로 구름 위를 걷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일본에 도착한 지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나는 당황했다. 모든 것이 예상과 어긋났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출발점부터 글러먹었다고 할 수 있겠다. 외국에서 일을 하며 돈을 버는 것에 ‘낭만’을 기대하다니. 돈과 낭만은 애초에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일본에서 무엇보다 어렵고 막막했던 것은 평생 그들의 일원이 될 수 없다는, 나는 그들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고, 그들 역시 나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으리라는, 그대로 계속 이방인으로 남을 것 같다는 두려움이었다.

그때의 경험으로 내 삶은 근본적인 부분에서 크게 달라졌다. 이후 항상 곁에 있을 누군가를 찾아, 어딘가를 떠돌기보다는 정착하기를 꿈꾸며 살아왔으니 말이다.

백수린의 단편 <시간의 궤적>을 읽자마자 빠져들었던 것은 바로 그 때문이었다. 처음 몇 페이지를 넘기기도 전에 내가 이미 이 이야기를 알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소설 속에 묘사된 상황은 내가 겪은 것과 다르지만 같은 일이었고, 소설 속 인물 역시 나와 다른 사람이지만 그가 겪은 감정은 내가 지나온 것과 같은 결이라는 걸 읽으면서 알 수 있었다.

나는 주인공의 모든 생각과 감정, 그리고 그로 인한 선택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소설 속에 그려진 상황이 그 선택의 결과라는 사실에 안도하는 한편 슬프기도 했다. - 떠도는 마음들*〈시간의 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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