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경은 미국 대학교수 임용과정에서 시험강연을 마치며 당신들은 나에게 뭘 해 줄 수 있냐고 학교 측에 당당히 반문을 던진다. 그리고 그녀는 그 학교의 자리를 얻는다. 

Spring at Barbizon, 1868 - 1873 - Jean-Francois Millet - WikiArt.org


한국 학생들이 강연 후 찾아와서 내게 말했다.
"선생님, 너무 속 시원했어요. 미국 애들 잘난 척하는 것이 너무 꼴 보기 싫었는데 선생님께서 걔네들 기를 팍 죽이신 것 같아요. 다른 많은 미국 학자들도 강연하러 와서는 학교 눈치를 보며 조심스레 강연을 했는데 선생님이 ‘도대체 너희는 내게 뭘 줄 수 있느냐?’ 하는 태도로 강연을 하시니까 그동안 억울했던 감정이 다 해소되는 것 같아요."

그 봄은 행복했다. 무엇인가 나의 인생에서의 첫 번째 삶이 막을 내리고, 두 번째 삶의 무대의 막이 오를 것 같은 이상한 기운이 돌고 있었다.

‘아. 이제 새로운 운명이 다가오는구나.’
나는 마치 조각배를 타고 파도치는 태평양을 혼자 건너는 항해사 같은 기분이 들었다. 조국을 떠나서 살아야 할 내 운명에 대한 깊은 외로움과 서글픔, 그리고 무엇이 일어날지 모르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아련한 기대로 가득 찬 이상한 들뜸, 그리고 이상한 가라앉음이 교차되는 신비로운 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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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과함께 2024-03-24 21: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좋아하는 밀레의 봄이네요~!!

서곡 2024-03-24 21:28   좋아요 1 | URL
오 그러시군요!! 신비롭고 아름다운 봄 풍경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