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주석의 한국의 美 특강
오주석 지음 / 솔출판사 / 200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2008년 혜지가 독서토론 모임에서 네번째로 읽은 책과 감상문
작년 말, 나는 유럽 여행을 통해 서양문화에 대해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끼며 배우고 왔다. 그 곳의 화려하고 웅장한 건축물들, 섬세한 조각, 아름다운 그림들을 보며 매우 감탄을 했다. 하지만 나는 한국 고유의 문화를 보면서 감탄해 본 적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 <오주석의 한국의 美 특강>을 읽고 나서 나는 우리나라의 문화도 서양의 문화에 뒤지지 않을만큼 아름답고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조금 부끄러움을 느꼈다. 서양 문화의 산물은 무조건 멋있다고 생각하며 감탄했지만, 정작 내가 태어나 살아온 한국의 문화에 대해서는 별다른 관심이나 지식을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이 책이 깨닫게 해 주었다.
동양과 서양의 문화는 그 형식이나 정서에 있어서 차이점이 많기때문에 서양의 관점으로 우리의 그림이나 다른 문화재를 본다면 한국 문화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없다고 한다. <오주석의 한국의 美 특강>은 이런 점을 비판하며 조선시대때의 그림 몇 점을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나는 이 책에 소개된 그림들을 보고나서, 초등학교 4학년때쯤 호암미술관에 간 것이 생각났다. 그 때는 그림을 어떻게 감상해야 하는 건지도 모르고 아무 생각없이 순서대로 따라가며 관람을 했었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은 그 미술관에서 어떤 작품을 감상했는지 단 하나도 기억할 수가 없다.
아마 지금도 이 책을 읽기 전이었다면 또 다시 그림 감상을 해도 내 마음속에 남아 있는 그림은 하나도 없을 것이 분명하다. 그런 내가 이 책을 읽고 나서 학교 미술시간에 배웠기때문에 그저 명화라고만 알고 있었던 작품들 속에 화가의 생각과 그림을 그리게 된 동기, 그리고 그 시대를 반영하는 깊은 뜻이 깃들어 있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라게 됐고 그림 하나를 보더라도 대충대충 훑고 지나가는 것은 진정한 문화인의 태도가 아니라는 것을 깊이 새기게 되었다.
지금까지 많은 한국인들이 우리나라의 문화를 공부하는 일은 뒷전으로 한 채 자꾸 서양의 것만 우월하다고 생각하고 연구하며 받아들여 왔다. 이로써 우리의 훌륭한 전통은 점점 밀려나고, 사람들은 아무 생각없이 서양의 문화에 점점 동화되어 가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전통이 자꾸 사라져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서양 문화를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여서 그대로 모방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된다면 점점 사라져 가는 한국 문화에 대해 열등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어서 자꾸 우리 것을 멀리하는게 아닌가 싶다. 물론 서양식도 좋은 점이 있지만, 이를 받아들임과 동시에 우리나라의 문화도 함께 발전시키는 것이 올바른 방법인 것 같다.
그렇다면 우리의 문화를 발전시키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일단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것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우리 문화의 고유함과 독특함을 세계에 알리는 것이다. 문화란 많은 사람들이 이를 알고 찾을 때에 발전하는 것이다. 우리 문화가 전 세계에 많이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또 다른 방법은 우리 문화를 많이 연구해서 실생활에 접목시키는 방안을 찾는 것이다. 우리의 전통 문화가 빠르게 돌아가는 현대 생활에 적합하지 않은 면이 많은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한옥의 아름다움에 반해 내부구조를 현대적으로 개조해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도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를 통해서 한국인들에게도 우리의 전통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줄 수도 있을 뿐 아니라, 독특한 우리만의 색깔을 가진 문화로 발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현대 생활에도 응용시켜 발전시켜 나간다면 머지않아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말이 실현될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