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지 유치원때 친구 용혁이네랑 약속을 잡아서 헤이리에 다녀왔다. 비가 간간이 뿌리는 날씨였지만 덥지않아 오히려 다니기에 좋은 날이었다. 구경하다 점심먹고, 구경하다 저녁먹고...... 그저 헤이리 앞에서 만나 특별한 계획도 없이, 특별한 목적도 없이 마음 편하게 이야기 나누고 마음 편하게 구경하고 마음 편하게 보낸 일요일이었다. 남편이 간만에 쉬는 주말이라고 같이 놀러가자고 전화했더니, 일요일 잡혀있던 용혁이 공부스케줄마저 취소하고 우리와 함께 해준 용혁 엄마아빠...이런 친구가 있다는 사실에 새삼 행복함을 느꼈던 일요일이었다!

 

용혁이 동생 5살 은서를 위해 들어갔던 쌈지의 "딸기가 좋아" 건물안. 유아들만 들어갈 수 있는곳에서 원재가 더 좋아라~~~

딸기관 구름다리에서 한 컷!

아이들이 발견하고 제일 많이 웃고 환호했던 글자! ㅋㅋ

서점에서 발견한 너무 예쁜 카드들. 장당 가격이 거의 7000원에 달한다.


심슨으로 바뀐 뭉크의 그림^^

픽사의 작품들로 꾸며진 벽면. 토이스토리, 몬스터 주식회사, 니모를 찾아서등의 캐릭터가 있는 액자가 너무 예뻐서 나중에 우리 아들 방도 저렇게 꾸며주고 싶다.


아프리카 토속품점 앞에서 기린조각과 함께~ 원재는 여기서 아빠에게 나무큐브를 얻어내서 기분좋은 상태^^ 

가장 오랜 시간 머물렀던 악기박물관. 남미나 아프리카쪽 악기가 주를 이루는데 만져보고 두드려 봐도 되기때문에 애들이 즐거워했다. 관람료에 커피나 쥬스 한 잔 값이 포함되어 있다. 다 둘러보고 나서 음료 한 잔 마시며 피곤한 다리를 쉴 수 있어 더 좋았다.

긴 나팔(?)을 볼이 터져라 불어보는 원재. 하지만 나오는 소리는....? 방귀소린줄 알았다^^;

음료수 한 잔 마시며 쉬는동안 큐브에 열중한 아이들.

남편이 원재에게 사준 큐브는 나무와 나무가 고무줄로 연결되어 있는데 이걸 정육면체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파는 분이 맞추기 쉽지 않을것이라 했는데 정말 쉽지 않았다. 얼마전 어떤 청년이 30분 걸려서 맞추는걸  봤는데 그 정도면 엄청 빨리 맞춘것이라고...그런데 혜지가 돌아오는 차 안에서 5분만에 맞췄다는 사실!! "우연이겠지..."하고 다시 풀어서 맞췄는데 또 한 번 5분만에 맞춘 혜지..."이번에도 우연이야. 아까하곤 다른 방법이었어." 그 후론 계속 못 맞추고 있다... 아유.... 난 또 우리 집안에 천재 난 줄 알고 가슴이 벌렁벌렁~

 

이 책은 헤이리 서점에서 남편이 산 책. 남편이 다니는 회사에서는 한달에 한 번 거래처에 책선물을 하는데 책고르는 것을 남편이 맡아하고 있다. 내용이 너무 어렵고 전문적이어도 안 되고 너무 여성취향이어도 안 되고 너무 트렌디해도 안 된다나... 이 책은 가볍게 읽고 사람들과 대화나눌 때 좋을 것 같아 내가 권했더니 선뜻 두권을 샀다. 회사에서 산 책들을 집으로도 가져오니 나야 너무 좋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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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9-03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귀소리... 라는 대목에서 또다시 흠칫하는 체셔냥 ㅋㅋ
헤이리 다녀오셨군요 저희집하고 가까워용~ :)

책향기 2007-09-03 11:20   좋아요 0 | URL
푸핫~ 체셔님 방귀 페파 읽기전 작성했답니다!
집이 헤이리 근처시구나.^^

뽀송이 2007-09-04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가족이 함께 멋진 시간 보내는 거 보기만해도 덩달아 기분 좋아요.^^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 이네요.^^;;
부산에 사는 거... 이럴 때 정말 마음에 안들어요.ㅡㅜ
구경 잘 하고 저 자러 가요.^.~

책향기 2007-09-04 14:11   좋아요 0 | URL
부산에 사시면 마음 내킬때마다 바다 볼 수 있잖아요^^ 헤이리는 처음 예술문화계쪽 분들이 모여서 그들만의 색깔을 나타내며 조용히 살아보자라는 취지로 하나둘 모여 집을 짓기 시작했다는데 요즘은 그 취지가 너무 무색하게 상업적으로 흘러간다는 비판도 있더군요. 그래도 아직은 문화와 예술적 분위기를 마음껏 즐겨볼 수 있는곳이에요^^

미즈행복 2007-09-04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가보고 싶네요.
부러워요~

책향기 2007-09-05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즈행복님 지금 미국 계실 때를 기회라 여기고 아이들 데리고 많이 다녀보시면 어떨까요? 이사하시고 정리된 후 좀 안정되면 가을날씨 즐기면서 사진도 많이 찍어 올려주세요. 우리도 구경하게요^^
 
스타더스트 판타 빌리지
닐 게이먼 지음, 나중길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영화를 먼저 보고나서 읽은 책 스타더스트! 책장을 펼치기 전 먼저 영화에서 마음껏 즐겼던 시각적 판타지가 책을 읽으면서도 충족이 될 것인지가 궁금하였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영화는 영화대로의 유머와 입체감이, 소설은 소설대로의 신비함과 흡입력이 그 나름 풍부한지라 둘 다 겪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주인공 트리스트란 쏜은 책에서 묘사하는 캐릭터와 영화 속 캐릭터가 거의 일치한다고 느껴진다. 선하고 어리숙한 느낌이 들지만 사랑을 위해 엉뚱한 약속을 하기도 하는, 젊은 혈기가 불끈 솟는 청년이다. 이 청년이 사랑하는 빅토리아는 영화에서 공주병 환자로 나오지만 책에서는 자기 때문에 별을 찾으러 떠난 트리스트란에게 죄책감을 느끼는 양심적인  아가씨다. 빅토리아에게 별을 가져다 주겠다는 일념으로 여행을 떠난 트리스트란은 본능적으로 가야할 곳의 방향을 정확히 알 수 있는 능력을 타고 났다. 그것은 그가 태생적으로 요정의 피를 물려받았기 때문인데, 별이 어디로 떨어졌는지도 모르면서 무조건 별을 찾아 떠나는 그의 무모함에는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별을 찾기 위해 떠난 험난한 여행 중에 말하는 나무와 털이 많은 남자에게 도움을 받아 트리스트란은 결국 별아가씨 이베인을 만나게 된다. 이베인은 책보다는 영화 속 캐릭터가 더 사랑스럽다. 다리를 다쳤을 때는 물론 트리스트란에게 힘들다고 불평도 하지만 그와 여행을 함께 하면서 그에게 점점 마음을 뺏기고 사랑을 느끼는 과정이 순수하고 열정적이면서도 따뜻하게 그려졌기 때문인것 같다. 사랑을 느낄 때마다 감정을 감출 수 없어 반짝반짝 빛이 나던 그녀의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럽던지...^^ 책 속 이베인은 좀 더 성격이 불같고 까칠하게 묘사된다. 이베인은 트리스트란이 마녀의 여관에서 자신의 생명을 구해줬기 때문에 별들의 법에 따라 할 수 없이 그를 책임지고 따라다녀야 하는 운명에 묶이게 된다. 이베인은 그제서야 조금씩 그에게 마음을 열고 그를 사랑하게 된다. 나는 작가가 주인공 별아가씨를 여신의 자태까진 아니더라도 우아한 태도와 신비로운 능력이 있는 사람으로 그려냈겠지 기대를 했었는데 웬걸... 트리스트란을 속이고 달아나질 않나, 다친 다리는 결국 낫질 않아 스톰홀드를 통치하게 되었을 때도 여전히 절뚝거리고 다니질 않나....물론 별이기 때문에 먹지 않아도 되고 몸에서 빛이 나긴 하지만 별아가씨의 모습은 우리의 통념을 비트는 캐릭터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다.

 

마지막 결말도 영화에서는 트리스트란과 이베인이 곧바로 스톰홀드 왕국의 통치자가 되어 행복하게 지내다가 둘 다 하늘의 별이 되었다는 해피엔딩으로 끝나면서 관객에게 안도감을 안겨준다. 하지만, 엔딩크레딧이 올라감과 동시에 관객으로 하여금 바로 객석에서 일어나게 만드는 진부함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책에서는 트리스트란과 이베인이 친어머니의 허락을 받고 다시 여행을 떠나 온갖 경험을 하고 몇 년 만에 스톰홀드 왕국으로 돌아와 통치자가 된다. 그가 통치하면서 내린 결정은 나중에는 모두 슬기로운 결정이었다는 것이 드러날 정도로 트리스트란은 현명한 왕이었고, 그들은 행복하게 살았다. 그런데 독자들이 “이제 끝이로군...”하고 책을 덮으려 할 때쯤, 작가는 또 한 번의 여운을 우리에게 남겨주는 센스를 발휘하는 것이다. 영화에서와는 달리 트리스트란이 먼저 죽고 이베인은 여전히 늙지 않은 채 스톰홀드를 다스리며 스스로 뛰어난 군주임을 입증한다.


트리스트란과 이베인은 함께 행복하게 살았다. 하지만 영원히 그랬던 것은 아니다. 시간이라는 도둑은 모든 것을 가져가서 자신의 먼지 덮인 창고 속에 던져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충분히 오랫동안 행복을 누리며 살았다.


그녀는 하루 일을 마치면 밤마다 혼자 절뚝거리면서 궁전의 가장 높은 봉우리에 올라가 산꼭대기의 차가운 바람은 개의치 않고 몇 시간이고 서 있곤 한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캄캄한 밤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슬픈 눈으로 무수한 별들의 느린 춤을 지켜보곤 하는 것이다.


영원한 행복이란 없다는 사실, 하지만 만족할 만큼 충분히 행복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우리에게 깨우쳐 주는 결말이 나는 마음에 든다.

오늘 오랜만에 하늘이 높고 파랗다. 별을 보기에 아주 좋은 밤이 찾아들것 같다. 밤이 깊으면 창을 열고 하늘을 한 번 올려봐야겠다 마음먹는다. 유난히 반짝이는 별 하나 찾게 되면 저 멀리 스톰홀드 왕국에서 몇 시간 째 서성이는 이베인의 눈길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덧 : 책을 읽으며 닐 게이먼의 재기 넘치는 표현과 풍부한 상상력에 여러 번 감탄했지만 가장 나를 웃게 만들었던 것은 소설의 내용이 아니라 책 말미에 실려 있었던 에필로그의 가장 마지막 말이었다. 글을 쓰는데 도움을 준 여러 지인들에게 고맙다는 내용이 죽 이어지다가 그는 맨 마지막에 이렇게 말한다.

 

그리고 솔직히 우리 집 아이들은 이 작품을 쓰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물론 나는 애들한테서 어떤 식의 도움을 받으리라고 기대하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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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8-31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줄 충분히 공감갑니다.
리뷰 잘 읽었어요.
저도 이 영화와 책 둘 다 겪어보려합니다.
님의 영향이에요.

책향기 2007-08-31 12:59   좋아요 0 | URL
아.. 민서님. 이렇게 또 바로 오셔서 댓글 써 주시니 감사해요. 영화와 책 다 겪으신 소감도 기대할께요^^

비로그인 2007-08-31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게 닐게이먼 소설인줄 몰랐네요~
보관함에 담을게요 :)

책향기 2007-08-31 22:45   좋아요 0 | URL
체셔님도 읽으시면 마음에 들어하실거 같아요^^

뽀송이 2007-08-31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영화로 봤었는데요.^^
책으로도 읽어 보고 싶어요.
판타지는 영화도 괜찮지만, 전 책이 좀 더 매력적 이더라구요.^^
마지막 작가의 말이 재미있네요.^^ 후훗 추천 단추 꾹!!

책향기 2007-08-31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 감사합니다. 표현은 저렇게 했지만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유머가 느껴져서 닐 게이먼이 더 좋아졌어요^^

미즈행복 2007-09-02 0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마지막 말이 너무 웃기네요. 도움은 커녕, 방해에 일조하겠죠.
벌써 하늘이 높고 파래졌다니, 이제 정말 가을이 오려나보죠?
좋은 계절 가을을 만끽하시기 바랍니다.

책향기 2007-09-03 08:40   좋아요 0 | URL
그곳 하늘도 점점 높아지고 있나요? 님은 이사할 생각에 마음이 바쁘시겠지만 그래도 함께 가을을 만끽해 보아요^^

마노아 2007-09-03 0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표현이 재밌네요. 이렇게 쓰는 분을 한 번도 본적이 없어요^^;;;

책향기 2007-09-03 08:44   좋아요 0 | URL
그죠 마노아님? 가식을 던져버린 위트라 더 웃기고 재밌어요. 누구나 느끼지만 입밖으로 말하지 않는 사실을 아무렇지 않게 툭 내뱉는게 그만의 스타일인거 같아요.
 

 

오늘 사진을 정리하다가 8월 19일에 호텔에 가서 찍은 사진이 있어 올려본다. 남편 회사에서 공짜로 티켓이 나와 서울 중심가에 있는 호텔에 가서 그냥 하룻밤 자고 왔었는데 그 때 찍은 사진이다.


그 때쯤 워낙 일이 바빠 남편이 피곤해 했던지라 공짜로 나온 호텔 숙박기회를 날려버릴 참이었다. 하지만 호텔에서 한 번도 자 보지 못한 우리 아들애의 간절한 눈빛을 견디지 못한 남편은 할 수 없이 우리를 데리고 호텔로 향했다. 하룻밤 숙박에 40만원이 넘는 방이라기에 엄청 럭셔리하겠지 내심 기대를 하고 갔지만 쬐끔 실망을 하고 왔다는...



호텔이 이런 곳이다 애들에게 추억을 심어주기 위해 갔던 남편은 로비에 들어서서 고속으로 내려오는 엘리베이터만 보고도 환호를 해대는 원재를 보고 "어휴... 아빠가 미안하다!!" 소리만 연신 해댔다. 어쩐지 내 마음도 뭉클해지고...


출입구에서 바라본 방의 전경. 창문 옆에 간이침대를 놔 두었다.

직원들이 자녀랑 같이 올것을 예상 한 듯 싶었다.

 

침대에서 바라본 TV와 화장대. 콘도보다 나을거 없어보이는 가구들^^;

 

간이 침대에 누워서 게임 삼매경에 빠진 혜지.

 

호텔에 와서 제일 좋아라 했던 원재. 표정관리 안됨^^;


호텔방에서 내려다 본 휴일 아침의 시청앞 광장. 

2002년 월드컵때 기자들에게 인기있었던 방중의 하나라고 했던 이유를 알겠다.


밤 12시에 허겁지겁 체크인 하고 들어가 남편이 애들 데리고 근처 편의점 가서 컵라면 사먹고 들어온게 추억의 전부다. 나는 잠자리가 바뀌어서 한 숨도 못자고 새벽에 책만 읽다가 나왔다. 이왕 재워주려면 조식도 좀 끼워넣어서 줄것이지 달랑 숙박료만 계산해서 방을 주다니.. 직원들 보고 와서 매상 올리라는 얘긴지.. 쩝~

 

아뭏든 책사는데 돈 십만원 쓰는건 확 내지르면서 아침먹으려고 돈 십만원 넘게 쓰는건 아무리 해도 안 되더라... 결국 우리집 근처로 와서 늦은 아침으로 얼큰~~한 순대국 사먹고 집에 와서 또 잤다는.... 허무한 호텔 투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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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30 15: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8-30 17: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7-08-30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억에 남는 호텔 투숙기네요.

책향기 2007-08-30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기억에 남는건 잠 못잔거밖에는...^^

미즈행복 2007-08-31 0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무데서나 잠을 잘 자서 그런 기억은 없지요.
조식을 안준건 너무 야박하나, 그래도 공짜가 어딥니까?

책향기 2007-08-31 12:28   좋아요 0 | URL
하긴 그래요. 공짜기회를 그냥 버린다는건 아줌마에겐 있을 수 없는 일이지요!!^^

마노아 2007-09-01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직한 결말이에요. 아침상 십만원보다는 책으로 십만원이 낫지요^^ㅎㅎ

책향기 2007-09-03 08:47   좋아요 0 | URL
바람직하다는 마노아님의 결론에 다시 한 번 호텔에서 그냥 나오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밤늦게 들어가서 잠만 자고 호텔방에 있는거 아무것도 안 쓰고 안 먹고 나오려니 직원들이 좀 우습게 생각하지 않을까 약간 마음도 쓰이긴 했거든요^^;
 

갑자기 비가 내린다. 내가 사는 아파트는 1층인데다 산을 끼고 있어 비가 오면 나뭇잎들의 떨림과 초록의 진동이 느껴진다. 이런 때 커피라도 한 잔 마시며 느긋하게 알라딘을 거닐 수 있다니, 참 괜찮은 날인 듯 싶다.

비가오면 대체적으로 컨디션이 다운되는 편이라 핑곗김에 운동도 안 가고 청소도 안 하고 알라딘을 배회하고 있는데 갑자기 전화가 왔다. 집을 보러 온다고... 에잇~ 하필 이렇게 게으름을 피울 때 또 집을 보러 온다고 할게 뭐람... 하지만 불평을 쏟아놓을 새도 없이 부리나케 의자에서 일어나 집안 정리를 시작했다. 장롱문이 터지기 일보 직전이다...-_-;

집을 내 놓은지 9개월이 다 되어 가는데도 워낙 요즘 거래도 잘 안 되고 거기다 1층이라 좀체 보러 오는 사람이 없었다. 보러 온다고 했다가 열심히 청소해 놓으면 약속을 뒤집는 일도 다반사! 허겁지겁 대충 치우고 다시 알라딘을 돌아다니며 기다리고 있는데 소식이 없다. 또 펑크....? 비때문에 그런가 싶어 아까는 분위기 있어 좋아라 했던 비가 하필 이때 쏟아지는가 원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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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즈행복 2007-08-29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사를 가실 계획이신가 보죠? 아, 저도 9월 11일에 이사예요.
벌써부터, 아니 그전부터도 머리가 아파요.
우선 지금 집을 열나 깨끗하게 청소해 놓아야 하고 -곰팡이나 기타 연필자국, 카펫의 뭐 흘린 자국등. 다 사진찍어서 용역비와 함께 새 집으로 청구서 날라온다고 함- 짐도 다 직접 싸야해요. 여긴 시간당으로 돈을 줘서 돈을 절약하려면 제가 다 싸야해요. 그리고 물론 가서도 제가 다 풀어야죠. 흑흑... 꺼이꺼이. 박스도 얻으러 다녀야하고, 그릇은 깨지지 않게 버블랩으로 싸야해요. 멀리 가냐고요? 아뇨. 도보로 15분거리에. 허나 짐 싸고 푸는 것은 마찬가지잖아요. 여기 교육비가 비싸서 월세에서라도 아껴보려고 이사하는데 흑, 경제적 이유는 이유고 당장에 닥친 고생을 생각하니 한숨만 나온다는...

책향기 2007-08-29 15:27   좋아요 0 | URL
미즈행복님 정말 힘들겠어요. 너무 무리하지 말고 차근차근 준비하세요. 지금 고생이 나중에 다 미즈행복님의 복으로 돌아올거라 믿어요^^ 아자아자 화이팅!!!

비로그인 2007-08-29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즈행복님의 이야기까지 두 가지 사연을 들었네요.
저도 가을에 이사 계획있어요.
아직 말할 단계는 아니구요.
우리 잘해봅시다.

책향기 2007-08-29 15:29   좋아요 0 | URL
알라딘에 이사 계획 잡고 계신분들이 꽤 있네요. 아영엄마님부터 민서님까지... 민서님 마음에 딱 드는 집으로 이사가길 빌께요*^^*

치유 2007-08-29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그렇군요..다들 이사계획을 갖고 계시군요..전 이사 열두번만에 이 집에 눌러 살아요 눌러 산지 그래봐야 이제 이년...이사는 정말 생각만으로도 머리아픔니다..

책향기님!저희도 일층인데 비오니 춥네요..
일층을 저도 살기 전에 싫어라했는데 지금은 너무 좋단 생각을 더 많이 하며 살아요..
좋은 사람이 보러 올겁니다..힘내세여..^^&

책향기 2007-08-29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배꽃님. 이사를 열두번이나 하셨다니...저는 아버님이랑 같이 살다가 나와서 이사는 두번밖에 안 해봤어요. 처음 이사할 땐 아무것도 못하고 헤매기만 했는데 두번째는 나름 요령이 생기더라구요. 아까 집보러 온다던 사람은 결국 안 왔어요. 흑흑~ 하지만 배꽃님이 좋은 사람이 보러올거라 덕담해 주시니 기분이 마구마구 좋아지는걸요!!*^^*

치유 2007-08-29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 집이 열네번째 집이네요..
그럼요..좋은 사람들 만날거에요..

책향기 2007-08-29 15:52   좋아요 0 | URL
허걱~ 열 네번씩이나 이삿짐 풀고 정리하시기엔 너무 연약하고 우아해 보이시던데... 몸에 보이지 않는 근육들이라도....??^^

순오기 2007-08-30 0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향기님, 역시 사람의 마음먹기에 따라 모든 게 달라지는 것 같죠? ㅎㅎ
뜻하신대로 집도 팔리고 좋은 곳으로 이사도 하길 바래요.
님의 댓글 따라 예까지 왔어요. 감사 ^*^

책향기 2007-08-30 13:31   좋아요 0 | URL
앗 순오기님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님의 말씀대로 힘든 일 있어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애쓰고 있답니다. 그래도 지금껏 간절히 원했던 일은 모두 이루어진 편이니 난 운이 좋다고 되뇌이고 있지요! 덕담 고맙습니다^^

마노아 2007-08-30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시집도 안 갔지만 이사 경력이 25번은 족히 되는 걸요. 지금 사는 집에 8년째인데 가장 오래 산 집이에요. 짐싸는 데는 이력이 붙었지만 너무 힘들어요ㅠ.ㅠ
아무튼. 그래서 결국 집 보러 왔나요? ^^;;;

책향기 2007-08-30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훗... 마노아님. 집 보러 결국 안 왔답니다! 저도 결혼 전 이사경력까지 붙이면 그정도 되는데...^^
 
애니의 노래 어린이를 위한 인생 이야기 7
미스카 마일즈 지음, 피터 패놀 그림, 노경실 옮김 / 새터 / 200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인생이 삶과 죽음의 두 막다른 점 사이에 놓인 길이라면 우리는 매일매일을 죽음을 향해 길을 걸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티벳 속담중에 "내일과 죽음중에 어느것이 먼저 올지 모른다"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각자 삶의 여정이 어디까지 와 있느냐가 다를 뿐, 어느 누구든지간에 그 목적지가 "죽음"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는 우리 삶 끝에 놓인 "죽음"을 바라보지 않고 살도록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 훈련받아 온 것이 아닐까?

그런데 여기,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라 권하는 책이 한 권 있다. 그것도 죽음을 가까이 둔 연장자가 아니라 이제 막 인생을 시작하는 새싹같은 아이들에게 말이다. <어린이를 위한 인생이야기>라는 부제가 말해 주듯 이 책은 나바호라는 인디언 마을에 사는 소녀 애니가 할머니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담담하면서도 아름답게 묘사하고 있다.

 

  

애니는 어느 날 엄마가 짜고 있는 양탄자가 다 완성되면 할머니가 돌아가시게 된다는 말을 듣게 된다. 그 후 애니는 엄마가 양탄자를 짜지 못하도록 갖은 방법을 동원하게 된다. 엄마가 양탄자를 늦게 짜면 할머니의 삶이 연장될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를 바라보는 할머니의 따뜻한 시선과 죽음을 받아들이도록 깨우쳐주는 가르침은 어른들에게도 삶의 시작과 끝에 대해서 한 번쯤 생각해 보도록 이끌어 주고 있다. 할머니는 애니에게 이렇게 말한다. "내 손녀딸아, 너는 시간을 되돌리려 했지만 그것은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란다."

할머니에 대한 사랑을 아이다운 방법으로 표현하는 애니, 애니를 따뜻하게 바라보는 어른들의 애정, 그리고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할머니의 연륜이 그림책을 그림책으로만 남겨놓지 않고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과 깊이가 담겨있는 작은 철학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해도 좋을 것 같다.

섬세한 펜 터치의 그림에 간간이 밤색과 겨자색, 그리고 검정색의 세가지 색만을 입힌 삽화가 단순하면서도 오히려 환상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절제된 그림이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는 인디언의 삶을 그대로 나타내듯 삶과 죽음을 이야기하는 내용과 잘 어우러진다.

단,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31쪽에 "아버지의 큰 코고는 소리"처럼 영어 어순으로 번역된 문장이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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