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국어교과서에 실려있는 책들을 사려고 알라딘에 들어왔다가 순오기님의 페이퍼를 보고 갑자기 따라하고 싶다는 충동이 마구 일어서.... 이렇게 따라했다고 순오기님이 나를 미워하시는건 아닐까?^^:: (넉넉한 웃음짓는 순오기님이 그럴리 없다고 마음대로 생각하면서....^^) 막상 정리하고 보니 시간을 꽤나 잡아먹는 일이었다!!!

1단원 감상하며 읽기에 수록된 작품들이다. 그림이 뜨지 않는것은 정현종님의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세계사 1989)인데 교과서에는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이라는 시가 실려있다.

 

 

2단원 어떻게 읽을까에 수록되어 있다. <개미제국의 발견>은 혜지가 다음 독서토론에서 다룰 책이다. 아이들 나름대로 토론을 하고 생각을 정리하면 수업시간이 좀더 생동감 있게 다가오지 않을까? 이시형박사의 <자기대로 삽시다>(풀잎)는 <자기대로 살아라>는 제목으로 새로이 출간되었다. 성격이 예민하고 소심한 우리 아들을 위해 나도 꼭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3단원 우리 고전의 맛과 멋에 실린 고전문학작품들이다. <서동요>는 삼국유사에 전해 내려오는 것이지만 한얼미디어에서 나온 책이 서동요와 백제 문화를 비교해서 서술해 놓았기때문에 공부에 더 도움이 될 듯 하다. 좀 더 깊이있게 읽어보고자 한다면 민음사에서 나온 <삼국유사>를 펼쳐보는것도 좋을듯 싶다. <토끼전>은 창비에서 나온 "재미있다 우리고전"시리즈중에서 골라봤다.

 

4단원 삶과 문학에 실린 시와 소설이다. 예가에서 나온 윤동주 시인의 시집은 "중고생을 위한 논술 필독서"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다. 시인은 시대를 아파하며 써내려간 시가 먼 훗날 어린 학생들에게 논술이라는 명목아래 시집으로 엮일것을 알지는 못하셨을텐데...^^;; 윤흥길의 <장마>는 혜지가 독서토론모임에서 이미 읽은 책이다. 독서토론때는 <장마>를 주제로 삼았지만 교과서에 실린 작품은 <기억속의 들꽃>이다. 김소월의 시는 6단원에도 나오는데 민음사에서 나온 책으로 골랐다.

                                              5단원 글과 사전에 실린 내용은 사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와 글을 읽을 때 사전을 찾아가며 읽는 태도를 가르친다. 따라서 뇌과학과 생태학에 관한 내용을 함께 실음으로써 학생들에게 사전을 활용할 기회를 제공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김종성의 <뇌에 관해 풀리지 않는 의문들>은 교과서에 실린 "잠은 왜 잘까" 외에도 "친구의 뇌를 이식하면 나는 누가 될까?" "머리통이 크면 머리도 좋을까?"등 뇌에 관한 과학적 이론등을 매우 흥미롭게 서술하고 있어 아이들의 과학상식 넓히기에도 그만인 책이다.

 

6단원 작품속의 말하는 이에 실린 작품들이다. 한용운님의 <님의 침묵>도  예가에서 "중고생을 위한 논술 필독서"라는 타이틀을 달고 출간했다. 곽재구 시인의 <꽃보다 먼저 마음을 주었네>는 서정적이고 잔잔한 시어가 마음을 건드리는 시집이다. 6단원에 실린 소설은 주요섭의 <사랑손님과 어머니>와 김유정의 <동백꽃>이다. 두 작품 모두 창비사에서 출간한 "창비 20세기 한국소설" 중에서 골랐다. <중고생이 꼭 읽어야 할 한국단편 33>에도 김유정의 작품이 있는데, 이 책은 작품뒤에 줄거리 요약과 심화문제까지 있어 작품의 해석에 도움이 된다. 김동인, 현진건, 이효석등 중고생들이 꼭 읽어야 할 대표적인 작가 22인의 작품이 실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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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3-11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순오기 따라하기라고 신고하셨으니 감사합니다!^^
내년에 2학년 막내를 위해선 제가 수고하지 않아도 되겠네요. 별점으로 확 묶어둡니다.
시간 많이 걸리죠~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니지만, 나름 재미도 있어요.
내일쯤은 생국에 실린 것 하려고요. 님은 2학년 생국하시면 되겠네요.
3학년 아들녀석을 위해서도 해야 되는네... 시간이 장난아니라서 1학년부터 끝내고요!^^

책향기 2008-03-11 23:49   좋아요 0 | URL
아~3학년거 기대하고 있을께요 혜지 내년에 3학년 되면....ㅎㅎ

pure53 2009-11-02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사 보긴 했는데... 좋은 정보 정말 감사합니다...
 

스위스에서 실컷 눈구경을 하고 나서 바로 이태리로 넘어가 도착한 곳이 밀라노! 해가 빨리 지는 겨울이라 다섯시쯤에 도착했는데도 이미 날은 어둑어둑해지고 추위에 하두 떨었던지라 얼른 숙소에 들어가 쉬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아니 그런데 가이드는 저녁식사 후에 바로 두오모 성당과 라스칼라 극장을 보러 간다는 것이 아닌가!!! 여행사 일정표에 밀라노가 나와 있길래 저렴한 가격에 참 여러군데도 다닌다 싶었는데 이렇게 오밤중에 관광을 하는것이었어??!! 하지만 어쩌랴..."디카가 작아서 밤엔 사진도 잘 안나오는데..." 툴툴거리며 허겁지겁 패션의 도시 밀라노를 훑었다...쩝~

 
1386년에 시작해서 500년에 걸쳐 완성된 밀라노의 상징 두오모 성당. 세계에서 4번째로 큰 성당이라 한다. 앞부분에 가림막은 건물에 묻은 때와 먼지를 스케일링하는 작업때문에 있는것인데 스케일링 작업만도 10년째 진행중이라 한다. "두오모"는 대성당을 뜻하는 말이고 이태리의 큰 도시에 있는 큰 성당은 모두 "두오모"로 불린다. 그 중에서도 밀라노와 피렌체의 두오모가 유명한데 피렌체의 두오모는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에 등장해서 더 많이 알려져 있는듯 하다. 하지만 나는 밀라노의 두오모가 훨씬 더 마음에 와 닿았다. 수많은 첨탑과 조각상들로 이루어진 성당은 하늘에 맞닿고자 하는 사람들의 소망을 그대로 표현하는 듯 하고, 그 거대한 크기와 단정한 색채에서 뿜어져 나오는 고색창연함은 보는 이의 입에서 절로 탄성이 나오게 만든다. 밀라노의 두오모는 밤에 보는것이 더 아름답다 하니 밤에 잠깐 들른게 꼭 불평할 일은 아니었던듯도....^^;;

  
비토리오 엠마누엘레 2세 갤러리아는 두오모 성당 바로 옆에 있는 쇼핑몰인데 몰을 따라 걸어가면 스칼라광장이 나온다. 패션의 도시 밀라노를 대표하는 쇼핑 아케이드로 약 200M의 거리가 유리 천장으로 덮여 있다. 아케이드는 명품 브랜드부터 잘 모르는 브랜드까지 꽉 들어차 있는데 쇼윈도우마다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껏 자아내고 있다. 우리가 사진 찍은 곳도 한 명품 브랜드 앞!!(브랜드가 뭔지는 역시 기억 안 남^^;;) 그런데 우리가 가리고 서 있는 마네킹들은 패셔너블한 의상을 입고 있었는데 앉아있는 마네킹이 입고 있는 옷은 왠지~~~내복 분위기??!!*^^*

 
아케이드의 중앙 십자로에는 크리스마스 조명 장식을 꾸미느라 한창이었는데 사진보다는 실제 조명이 훨씬 화려하고 예쁘다. 가운데 비어있는 곳에 들어갈 하얀 조명을 올리는 작업을 하고 있는 중.


이 곳은 그 유명한 라 스칼라 극장! 오페라 가수라면 누구나 무대에 서는것이 꿈인 극장이다. 위의 쇼핑몰을 따라 죽 지나오면 스칼라 광장이 나오고 그 광장에 위치하고 있다. 그런데 생각외로 외관은 평범하다. 두오모 성당의 빛나는 자태를 본 후라 더 수수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가이드 말에 의하면 내부는 더할 나위 없이 화려하게 꾸며졌다고 하니 역시 세계 정상의 극장임에는 틀림없나보다. 공연을 할 때는 직원들 모두 옛날 복장을 입고 일을 한다고 한다. 조수미씨도 저 꿈의 무대에 섰다고 하니 새삼 자랑스러워 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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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하니 2008-03-03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 스칼라극장에서 조수미 공연관람하면서..너무 자랑스러워 가슴이 벌렁거렸다는 얘기 들은 적 있는대..
와,,,님 너무 멋진 여행, 그리고..어쩜 이렇게 자세히..여행기를 쓰실 수 있는지..
모두모두 부럽기만 하네요~~~

책향기 2008-03-04 09:59   좋아요 0 | URL
느즈막히 사진 들여다보며 여행때 느낌을 떠올리다보니 이것저것 말이 많아지네요^^
 

어제 김치 한통을 비우면서 남은 자잘한 신김치를 모아 김치만두를 만들었다. 김장김치를 덮었던 배추겉잎들도 버리기 아까와 다져 넣었는데 질긴 맛이 많이 나 괜히 넣었나 좀 후회가 되기도... 그래도 남편과 원재는 맛있다며 쪄내기가 무섭게 입으로 쏙쏙 넣기 바쁘다. 만두피까지 직접 만들진 못했지만 그래도 쟁반 가득 나란히 놓여있는 만두를 보니 괜히 뿌듯~~~해지는 이 마음!!! 옛날 나 어릴적 우리 엄마도 만두 빚어 내 입에 넣어 주실 때 이런 마음이셨을까???*^^*

  
찜통에 들어가기 전 한 컷! 남편이 만든것도 섞여 있는데 의외로 손맵시가 있는 편?! 내가 만든것이랑 구분이 안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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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1-30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우~~ 잘생긴 만두예욧! 우린 설때 큰집가서 만들어야겠어요.
행복한 시간이었군요. 보기도 좋고, 행복이 솔솔 풍겨와요~~~ ^^

책향기 2008-01-31 14:41   좋아요 0 | URL
만들땐 힘들어도 끼니나 간식으로 그만이에요. 순오기님도 맛난 만두 만드셔요*^^*

조선인 2008-01-31 0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어어어어어 모범이십니다. ㅠ.ㅠ

책향기 2008-01-31 14:42   좋아요 0 | URL
움홧하하하하~ 부러우시죵?? 근데 모범까진 아니어요 쑥스럽습니다^^;;

뽀송이 2008-01-31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군침 돌아요.^^
저도 요즘 김치만두가 무지 땡겼는데 먹고 싶어용.^^;;
남편분 솜씨가 훌륭하셔요.^^

책향기 2008-01-31 14:44   좋아요 0 | URL
겨울에는 역시 김치만두가 최고죠? 남편 솜씨 칭찬해 주신거 전해줄게요^^

아영엄마 2008-01-31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잘 생긴 만두들이군요. 맛도 좋았을 터이니 가족들이 금방 다 드셨을만 합니다.^^ 저는 직접 만들 엄두 못내고 명절 때 시댁 가서나 함께 만들곤해요.

책향기 2008-02-01 14:49   좋아요 0 | URL
저도 직접 만든건 작년부터에요.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라 저도 큰 맘 먹어야 만든답니다.

미즈행복 2008-02-01 0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슬퍼요. 저는 저런거 못 먹어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것 중 하나가 바로 김치손만두인데... 흑흑흑...
"서울에서 제일 맛있는 집" 이란 책에 부암동 손만두집이 맛있다고 나와서 찾아가서 먹었으나 제가 기대한 맛이 아니었어요. 아, 집에서 만든 맛난 김치손만두 먹고파요. 흑흑흑.....
너무 맛있게 생겼어요. 여기서 풀무원 김치만두를 사먹었는데 맵고 맛 없어요. 아, 먹고싶어요. 먹고싶어요. 아, 슬퍼요. 흑흑흑...
-불행히도 제 친정엄마는 음식솜씨 꽝이셔서 제게 저런거 못 만들어주시고, 시어머님은 바쁘셔서 못 만들어주시고, 저건 손이 너무 많이가서 누구더러 만들어달랠수도 없고, 안 팔고, 제가 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고, 흑흑흑..... 너무 부러워요. 앙앙~~~-

책향기 2008-02-01 14:51   좋아요 0 | URL
에공... 어쩌죠? 미즈행복님이 가까이에 계셨더라면 당장 불러서 만두국 대접해 드릴텐데...

마노아 2008-02-01 0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집도 담주에 만두 빚기로 했어요. 사진 보니 침이 꿀꺽이에요^^

책향기 2008-02-01 14:54   좋아요 0 | URL
와... 마노아님이 빚은 만두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 알콩달콩 빚은 만두 사진으로 올려주셔요^^

프레이야 2008-02-01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옴마나 책향기 님, 진짜 이쁘게 잘 만들었네요.
저도 올만에 만두 빚어보고 싶어요.
예전엔 명절때마다 엄마가 만두피랑 속이랑 다 준비해주면 여동생이랑 저랑
빚었거든요. 왕만두로요. 냉동실에 꽉꽉 채워 얼려두면 뿌듯~했어요.

책향기 2008-02-01 23:47   좋아요 0 | URL
정말 예뻐요?? *^^* 저도 엄마 옆에서 만두 빚었던 추억이 새롭네요.

씩씩하니 2008-03-03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올 겨울 만두 한번을 못빚었어요..
언능 해야되는데...옆지기랑 아이들도..만두 해달라구..제촉인대...
님..너무 단정한 만두가,,하니 입맛 쫘~~~~~~~악 당기는걸요..ㅎㅎㅎ

책향기 2008-03-04 10:00   좋아요 0 | URL
날 따뜻해지기전에 얼렁 해 드셔요~ 이제 며칠만 지나도 봄나물이 입맛을 쫘~~~~~~악 당길거 같아요^^
 

       

어제 딸아이와 함께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보고 왔다. 태왕사신기를 보면서 "어떻게 문소리가  연기를 저렇게밖에 못하지??"라고 내내 못마땅했었던 차에 어느 TV프로그램에서 그녀가 태왕사신기와 이 영화에 겹치기 출연하면서 태왕사신기의 신녀 역할에 몰입하지 못했음을 솔직히 고백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녀가 자신을 향한 비판에 대해 변명하지 않고 담담히 인정하는 태도를 보니 드라마를 보며 실망했던 그녀의 연기력을 다시 한 번 영화를 통해 확인해보고픈 마음이 들었다. 결론은 "역시 문소리!"라고 그녀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주고 싶었다는 것!^^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당시 여자 핸드볼 국가대표 선수들이 결승전에서 덴마크에 분패했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스포츠에서뿐만 아니라 각자의 삶에서도 아픔 하나씩은 다 지닌 채 비주류의 길을 걷는 이들을 내세우고 있다. 비인기종목이라서, 여자라서, 아줌마라서 마이너리티인 그들이 겪어야 하는 설움은 비단 스포츠에서뿐만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자라면, 아니 아줌마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문소리의 아줌마 연기에 더 고개를 끄덕이고, 웃음을 터뜨리다가, 결국 눈물을 흘리고야 마는것이다. 마트에서 쭈뼛쭈뼛 "세일!"을 외치는 모습이나 후배가 먹다남긴 한약을 버리지 않고 아들에게 억지로 먹이려는 모습, 남편을 찾아갔다가 그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만원짜리 뭉치를 남편 친구에게 툭 내던지며 밥이나 챙겨먹으라 전해달라던 모습등을 연기하는 문소리는 관객들의 마음을 쥐락펴락하는 재주를 딱 알맞게 발휘해 낸다.

김정은은 사실 운동선수 캐릭터에 가장 안 어울리겠다 싶었던 배우였는데, 예상외로 배역을 잘 소화해 낸것 같다. 감독대행으로 부임했을 때의 모습을 볼 땐 어쩐지 카리스마도 부족하고 어정쩡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오히려 그 모습이 선수들을 휘어잡지 못하고 중도하차하게 되는 감독대행으로 잘 맞는다는 생각도 들었다.

김지영의 감초 연기는 기대 이상으로 빛나서 영화를 맛깔나게 끌어가는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해 낸다. 자연스러운 경상도 사투리와 뽀글이 파마, 단순 털털한 그녀의 성격은 갈등이 고조에 달해갈 때 순식간에 긴장을 해소시키며, 보기만 해도 웃음을 끌어내는데 충분한 것이었다.

제일 이해가 안 갔던 것은 엄태웅의 캐릭터였다(연기는 훌륭했다). 유럽에서 세계적인 선수로 뛰다 감독으로 부임해서 선수들에게 유럽의 선진 훈련 방식을 도입하려 애쓰는 그는 처음에는 아줌마들을 비인간적으로 무시하고 선수들에 대한 배려도 없으며 협회임원에게 과도할 정도로 버릇없이 대드는 캐릭터였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아줌마들을 전폭적으로 믿고 선수들을 아끼는 감독으로 180도 변하게 되는데 그 계기가 물론 있긴 하지만 성격의 변화가 너무 급작스럽다고 느껴져 조금 아쉬웠다. 초반 감독으로 부임했을때 겉으로는 냉철하지만 그래도 드러나지 않게 선수들을 아끼는 마음을 조금 보여줬더라면 나중에 "지더라도 지금 이 순간이 생애 최고의 순간"이라고 선수들을 독려하는 그가 더 와 닿았을텐데...



영화의 결말을 알면서 본다는 것은 사실 한 김 빠지는 위험부담을 갖고 들어가는 것인데, 이는 김지영과 조은지, 그리고 특별출연한 다른 조연배우(성지루, 하정우 등)들의 코믹연기와 의외의 상황 설정에서 터져나오는 웃음으로 충분히 보상이 되고도 남는다. 거기다가 여자들간의 끈끈한 우정, 부부애, 선후배간의 유대감등은 보는 이들의 마음 깊은 곳을 건드린다. 관객들의 웃음과 눈물을 적절히 교차시키는 감독의 연출력이 대단하다. 스포츠 영화가 보편적으로 내보이는 갈등, 극복, 화합의 순서를 그대로 따라가지만 결코 진부하지 않았던 것은 자신들의 삶에 끊임없이 매진하는 주인공들의 진심을 감독이 과도한 꾸밈없이 그대로 투영해준 덕분 아닐까? 

임 순례 감독은 "마지막 한 방울의 땀과 호흡까지 쏟아내며 최선을 다한 자에게 진정한 승리가 찾아온다는 진실을 말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그녀는 이번 영화를 통해 생애 최고의 순간은 1등으로 승리하는 그 순간이 아니라 "좌절 금지, 희망 권장!"을 외치며 끝까지 삶을 포기하지 않는 그 순간이 바로 각자의 삶에 있어서 "생애 최고의 순간"임을 말하고자 했을 것이다. 임감독이 인생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 진심은 영화를 보러 오는 이들의 마음까지 어루만져 주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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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1-25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도 못 봤는데 님의 후기에 아주 감동이에요! 다음주에나 볼 수 있으려나~~~~~

책향기 2008-01-27 14:18   좋아요 0 | URL
아이고...칭찬에 기쁘면서도 쑥스럽네요. 이 영화 꼭 보셔요. 정말 재미있어요^^

ragsu 2008-01-26 0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기 잘 봤습니다. 아이들과 꼭 보러가고 싶어졌어요~~~

책향기 2008-01-27 14:14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전 중학생 딸아이와 봤는데 재미있게 잘 보더군요. 근데 아줌마의 억척스러움이 묻어나는 장면에서는 따라 웃지 못하고 "왜 그러는데?" 하고 잘 이해를 못하긴 하더라구요^^
 

셋째 날은 새벽에 일어나 떼제베를 타고 스위스로 향해 출발했다. 우리나라에서 KTX도 한 번 못타본 내가 프랑스에서 원조 기차를 타다니 살짝 기분이 묘했는데, 막상 기차를 타보니 생각보다 빨리 달리는것도 아니고, 삶은 계란을 파는 카트가 지나다니지도 않아 서운한 마음까지 드는것이었다. 기차역은 외관은 우리나라의 서울역과 별반 다르지 않지만 안에 들어가면 우리나라 기차역과 달리 기차를 타러 플랫폼에 가기 위해 계단을 내려가거나 하는 일이 없다. 역안에 들어서면 매표소와 마주한 곳에 바로 선로가 있고 떼제베 기차가 주욱 늘어서 있는것을 볼 수 있다. 남편 말에 의하면 기차역을 새로 짓지 않고 옛날 건물을 그대로 역으로 개보수 해서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프랑스 사람들이 옛것을 없애지 않고 리모델링해서 사용하는 실용주의적인 국민성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스위스하면 알프스, 알프스 하면 스위스가 아니던가! 우리는 스위스에 도착해 일명 하이디산이라고 불리는 알프스의 한 봉우리에 오를 예정이었는데, 그 유명한 융프라우를 바라볼 수 있는(?!) 산이라고 가이드가 설명해 줬다. 그나마 유럽은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가 많아 융프라우가 보일지 모르겠다는 걱정을 하며 갔는데 하늘이 우리나라의 가을 하늘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너무나 파랗게 맑은 날씨여서 가이드가 우리 팀은 정말 운이 좋다고 연신 감탄을 했다. 우리가 오른 산은 인터라켄이라는 도시에 있었는데, 인터라켄은 "호수사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스위스에서는 아무렇게나 카메라를 들이대고 찍어도 바로 그림엽서가 나온다더니... 호수며, 산봉우리며, 하얀 설경, 그 설경을 누비는 스키어들, 계곡에 가득한 운무, 옹기종기 모여있는 전원풍의 집들, 개를 데리고 산책하며 환하게 웃는 스위스 사람들까지 어느 하나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었다. 단 한가지 괴로운것이 있었다면 그 놈의 추위!!! 워낙 추위를 많이 타는 체질인지라 겨울과 눈을 엄청 싫어하는 나였는데 산봉우리에 올라가는 리프트까지 바람막이가 없는 것을 타는 바람에 그날 밤 내 얼굴이 시골 아낙네처럼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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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8-01-22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옴마나 책향기 님 스위스 여행하고 오신 거에요?
와~ 부러워요. 인터라켄이 호수사이,군요. 가보고 싶어라~

책향기 2008-01-23 00:05   좋아요 0 | URL
저 여행갔다온지가 한달이 넘었어요. 짬 날때마다 사진 들여다 보고 있는데 역시 기억력의 한계를 절감하고 있답니다. 설명들을땐 다 알거 같았는데 사진에 나온 배경이 도대체 어딘지 기억이 안 나는거 있죠...^^;;

비로그인 2008-01-23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행다녀오셨군요.
저는 지금 여행중이신가했어요.
이렇게 그림만으로도 제눈은 호강을 하네요.

책향기 2008-01-23 11:41   좋아요 0 | URL
후후.. 제가 하도 서재에 흔적을 안 남겨서 여행중이라 생각하셨나보다...한동안 뜸했지만 그래도 열심히 들여다보고는 있었답니다. 여행의 미덕은 역시 나중에 사진 들여다보며 추억을 떠올릴 수 있다는데 있는거 같아요^^

마노아 2008-01-23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져요, 멋져요! 정말 부러워요. 아이들 좋아죽는 기분이 십분 이해가 가요^^

책향기 2008-01-24 11:18   좋아요 0 | URL
정말 멋있죠? 혜지만한 아이들도 그 높은곳에서 스키를 타고 내려가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