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 날은 새벽에 일어나 떼제베를 타고 스위스로 향해 출발했다. 우리나라에서 KTX도 한 번 못타본 내가 프랑스에서 원조 기차를 타다니 살짝 기분이 묘했는데, 막상 기차를 타보니 생각보다 빨리 달리는것도 아니고, 삶은 계란을 파는 카트가 지나다니지도 않아 서운한 마음까지 드는것이었다. 기차역은 외관은 우리나라의 서울역과 별반 다르지 않지만 안에 들어가면 우리나라 기차역과 달리 기차를 타러 플랫폼에 가기 위해 계단을 내려가거나 하는 일이 없다. 역안에 들어서면 매표소와 마주한 곳에 바로 선로가 있고 떼제베 기차가 주욱 늘어서 있는것을 볼 수 있다. 남편 말에 의하면 기차역을 새로 짓지 않고 옛날 건물을 그대로 역으로 개보수 해서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프랑스 사람들이 옛것을 없애지 않고 리모델링해서 사용하는 실용주의적인 국민성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스위스하면 알프스, 알프스 하면 스위스가 아니던가! 우리는 스위스에 도착해 일명 하이디산이라고 불리는 알프스의 한 봉우리에 오를 예정이었는데, 그 유명한 융프라우를 바라볼 수 있는(?!) 산이라고 가이드가 설명해 줬다. 그나마 유럽은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가 많아 융프라우가 보일지 모르겠다는 걱정을 하며 갔는데 하늘이 우리나라의 가을 하늘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너무나 파랗게 맑은 날씨여서 가이드가 우리 팀은 정말 운이 좋다고 연신 감탄을 했다. 우리가 오른 산은 인터라켄이라는 도시에 있었는데, 인터라켄은 "호수사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스위스에서는 아무렇게나 카메라를 들이대고 찍어도 바로 그림엽서가 나온다더니... 호수며, 산봉우리며, 하얀 설경, 그 설경을 누비는 스키어들, 계곡에 가득한 운무, 옹기종기 모여있는 전원풍의 집들, 개를 데리고 산책하며 환하게 웃는 스위스 사람들까지 어느 하나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었다. 단 한가지 괴로운것이 있었다면 그 놈의 추위!!! 워낙 추위를 많이 타는 체질인지라 겨울과 눈을 엄청 싫어하는 나였는데 산봉우리에 올라가는 리프트까지 바람막이가 없는 것을 타는 바람에 그날 밤 내 얼굴이 시골 아낙네처럼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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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8-01-22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옴마나 책향기 님 스위스 여행하고 오신 거에요?
와~ 부러워요. 인터라켄이 호수사이,군요. 가보고 싶어라~

책향기 2008-01-23 00:05   좋아요 0 | URL
저 여행갔다온지가 한달이 넘었어요. 짬 날때마다 사진 들여다 보고 있는데 역시 기억력의 한계를 절감하고 있답니다. 설명들을땐 다 알거 같았는데 사진에 나온 배경이 도대체 어딘지 기억이 안 나는거 있죠...^^;;

비로그인 2008-01-23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행다녀오셨군요.
저는 지금 여행중이신가했어요.
이렇게 그림만으로도 제눈은 호강을 하네요.

책향기 2008-01-23 11:41   좋아요 0 | URL
후후.. 제가 하도 서재에 흔적을 안 남겨서 여행중이라 생각하셨나보다...한동안 뜸했지만 그래도 열심히 들여다보고는 있었답니다. 여행의 미덕은 역시 나중에 사진 들여다보며 추억을 떠올릴 수 있다는데 있는거 같아요^^

마노아 2008-01-23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져요, 멋져요! 정말 부러워요. 아이들 좋아죽는 기분이 십분 이해가 가요^^

책향기 2008-01-24 11:18   좋아요 0 | URL
정말 멋있죠? 혜지만한 아이들도 그 높은곳에서 스키를 타고 내려가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