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ㅅㅅㅎ - 제1회 사계절그림책상 대상 수상작 사계절 그림책
김지영 지음 / 사계절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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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잘것없는 하루를 보내며 지난 시간을 들여다본다. 사소한 한마디에 상처를 입고 속상해 하다가도 마음을 바꿔 먹는다. 타인은 나의 적이라는 말을 떠올리며 상대의 언행에 휘둘리지 말자고 자신을 다독인다. 딴에는 신경 써서 보고서를 작성해 올렸는데, 요일이 틀렸다는 질책과 함께 전해진 상사의 싸늘한 시선은 불편함이 따른다. 타인의 실수에 관대하지 않은 사람의 본바탕에는 타인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자리함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고인 물에서 오랫동안 상사의 자리에 앉아 자신이 생각하는 기준에 어긋나면 그릇된 것으로 매도하면서 한 사람의 과적을 내리깎는 경우를 종종 봐 와서인지 달갑지 않다.

 

   이를 속상해하다가도 스트레스받는 자신만 손해라는 생각에 마음을 다잡는다. 사소한 일로 치부하고 수정할 수 있는 것도 일일이 간섭하며 지금의 일까지 시시한 일로 만들어버리는 정황을 포착하며 <<내 마음 ㅅㅅㅎ>>을 보며 웃고 만다. 분홍색과 파란색이 어우러진 표지 속 아이의 마음은 자음 초성 ㅅㅅㅎ로 마음 상태를 드러낸다. 감정이 드러나는 표정에는 아이의 마음이 투영되어 지금의 심리 상황을 말해준다.

 

   낯은 알아도 마음은 모른다는 속담처럼 내 마음을 스스로 알아차리기 힘들 때가 있다. 연륜이 있는 어른으로 마음이 요동칠 때면 당혹스러워진다. 마음에서 불길처럼 솟는 분노를 다스리기 위해 깊은 호흡으로 마음을 다스리는 일조차 쉽지 않다. 아이나 어른이나 마음은 수시로 변하여 마음 상태를 가늠하기 힘들어 마음을 알 길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먹다가도 심심하고, 뭘 해도 시시해진 아이는 하루에도 여러 차례 변화하는 마음을 따라잡기가 쉽지 않지만 새롭게 변화를 주며 마음의 흐름을 좇는다. 아이는 자신만 쏙 빼고 이야기하는 친구들을 보면 섭섭하면서도 함께 말하고 싶은 마음을 몰라주는 이들에게 속상함을 드러내면서도 그 감정에 빠져들어 허우적거리지 않는다. 아이는 혼자 방 안에 웅크리고 앉아 소심해져 있다가도 심심하면 상상하는 세계로 들어가 신선함을 느끼며 생생한 놀이에 흥겨워하다 씩씩해지는 과정이 이채롭다.

 

   자음 초성 ㅅㅅㅎ으로 이뤄진 형용사는 마음의 상태를 담고 있다. 긍정적인 태도보다는 부정적인 성향이 드러나는 정서에 머무르지 않는 아이는 혼자 있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면 좋을 것인지 궁리한다. 아이는 체계적이고 논리적이지는 않더라도 눈앞의 현상을 뒤집는 상상으로 생생함을 회복하는 과정에 신나 있다. 별반 다를 게 없는 일상의 반복에 시시해 있던 어른에게 가지 않은 길을 상상하는 활동으로 싱싱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에너지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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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은 내가 결정합니다 - 내 감정의 주인이 되는 자기결정권 연습
정정엽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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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세대의 가장 위대한 발견은 자신의 마음가짐을 바꿈으로써 삶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이다.’

   윌리엄 제임스의 한마디는 고착화된 습관대로 사는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머리로는 변화를 추구하며 새로운 시도를 꾀하지만 현실은 편한 대로 살던 방식대로 살아가려는 경향이 크다자신의 부족함을 채우느라 앞만 보고 달려온 이들에게 저자는 잠깐 멈추고 오던 길을 되짚어 보라고 권한다무엇을 채울 것인가 고민하기 전에 먼저 마음의 빈 공간을 점검하며 심리학적 관점에서 자신을 보며 남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삶의 결정권을 결정권자인 나에게 돌려주는 일은 주의 편향에서 벗어나 자기감을 찾는 여정의 출발이다.

 

   남편을 저세상으로 떠나보낸 뒤 일벌레처럼 생활해 온 어머니의 눈에 나지 않기 위해 자신의 욕구를 억압하며 지내온 시간이 연민으로 다가온다부모의 보호 아래 학교를 오가며 맡은 일에 충실한 친구를 부러워하며 자기 연민에 져 지내다가도 집안 살림을 돕고 현실을 수용하며 지냈다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을 의식 밖으로 밀어내며 어머니의 결정에 따라 지냈던 시절을 벗어나 홀로 생활하며 자유를 누렸을 때의 기쁨은 배가 되었다어머니 품을 벗어나 독립된 생활을 이으며 무엇인가를 지키지 못하였을 때에는 죄책감을 느낄 때도 있었지만 홀로 지내면서 스스로를 통제하고 조절하며 삶은 지속되는 것이라 여겼다.

 

   생활 반경이 다르고 생각이 다양한 사람들과 종횡으로 만나 교유하며 지내는 동안 감정의 파고는 방어벽을 넘나들었다감정은 행동을 유발하고 행동은 감정을 해소시키며 살아가는 지금감정을 제대로 만나야 상황에 맞는 올바른 판단이 가능해진다아동기부터 형성되기 시작하는 스키마는 부모의 가르침과 양육 방식외상 경험성공과 실패가 주는 경험 등에 영향을 받는다타인과 안정적인 애착관계를 형성한 경험이 적으면 정서적 박탈감은 더할 테고 안정적 애착을 희구하게 될 것이다자신의 존재와 욕구를 억압하며 남들이 보기에 괜찮은 삶을 살기 위해 온힘을 쏟아 왔다면 이제는 삶의 주도권을 자신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유아기를 거치며 타인의 존재를 인식하고그들과 내가 분리되어 있다는 사실을 경험하며 자아 경계를 만들어간다이렇게 형성된 자아 경계는 자기감으로 연결되는 만큼 소소한 의사결정 습관을 쌓으며 자기결정권을 형성해 일관성 있는 삶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죽음의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빅터 프랭클은 어떤 상황에서도 의미를 찾아 나서는 일에 집중하였고절망적 상황에서도 무엇인가를 창조하며 시련을 감내해왔다나아가고자 하는 삶의 방향으로 목적을 설정하고 삶의 의미를 찾으며 극한의 공간에서 생존할 수 있었다타인에게 죄의식열등감공격성 같은 감정을 돌림으로써 자신의 속내를 부정하는 방어기제에서 벗어나는 일은 어떤 태도로 삶을 살아갈 것인지 결정할 때 생각해 볼 일이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기보다는 사회적응에 필요한 심리적 가면을 쓰고 당위성에 휘둘리며 지내는 직장인을 상담·치료한 사례는 공감을 더한다자의적인 판단을 거두고 타인의 감정에 맞춰 공감의 방향을 잡고 적절한 타이밍에 조언하는 방법은 상대를 아낀다며 행했던 숱한 충고들이 떠올라 괴란쩍어진다잠정적인 이해가 없는 조언이나 충고는 공감을 일으키지 못한다는 점을 새기며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정성을 쏟고 싶다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객관적으로 인지하고 데이터화하는 방법을 터득하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알고 용기 있게 선택함으로써 남은 생은 나답게 살아가기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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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생존자
곽혜정 지음 / 서고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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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변화무쌍함과 예측불허 시대를 살다 보니 번다한 일들에 심드렁해진다. 타인의 이야기에 열을 올리며 본질을 왜곡하는 말들이 난무하는 시대에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이 출간되었다. 한 직원이 빈 시간에 책을 읽고 있어 봤더니 알코올 생존자였다. 걷잡을 수 없는 감염병 시대에 걱정 없이 술을 마시고 사는 이야기를 전한 적이 아득하다. 함께하는 사람들이 좋아 담소를 나누며 술잔을 기울이던 시절이 그리워진다. 알코올 섭취에 우호적인 터라 저자의 자전적 에세이는 더더욱 눈길을 끈다.

 

   60대 배우와 30대 여기자의 연애 이야기가 무용담처럼 한때 SNS를 뜨겁게 달군 적이 있다. 사랑에는 나이차가 별 효력을 발생하지 못하지만 배우와 연애하는 기자의 나이 차가 서른 살이라는 사실에 놀라웠다. 저자는 자신의 어머니보다 나이가 많은 배우와의 결혼까지 감행할 정도로 그리 길지 않은 시간 열애에 빠졌고, 쉽게 헤어나지 못할 사랑의 포로로 갖은 곤욕을 치러야 했다. 어떤 사안을 취재하며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일하는 직장에서 일하는 기자로 입지를 공고히 하는 데에도 제약이 따랐다.

 

    잘못한 것이 없으면 아무리 거친 자가 협박을 하고 윽박질러도 지레 겁먹을 필요 없다는 것을 심어준 영화 싸움의 기술T를 기자는 좋아했다. 우연히 손에 넣은 수첩에 적힌 전화번호로 연락해 사랑의 연결 고리를 찾은 기자는 T와 만난 순간부터 그의 마성에 빠져들었다. 대학 졸업 후 직장 생활을 하며 경제적으로도 독립한 터라 서울에서의 고단한 시간도 웬만큼 견디는 깜냥을 지녔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그녀는 밀물처럼 밀려드는 사랑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또 다른 꿈을 꾸었다.

 

    알코올을 즐겨 마셔온 기자는 다양한 종류의 술과 함께 청춘을 보내왔다. 힘든 여정을 마치고 난 뒤 한두 잔 마시는 술이 피로를 덜어주고 기분까지 좋게 하는 힘이 있지만 술이 술을 불러 의식까지 혼미하게 만들 때가 있음을 음주 경험자들은 알아차린다. 술에 의존하는 생활이 길어져 스스로 알코올 중독을 치료해줄 병원까지 찾은 이력은 알코올 중독의 폐해는 극명해진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들이 삶을 지배하는 내내 기자는 술 없이는 하루도 버티기 힘들었다.

 

   열정적인 사랑이라 믿었던 T와의 결혼을 결심하고 시험관 아기까지 생각하며 결혼 반대 여론을 종식하려고 했지만 혼자 힘으로는 난공불락이었다. T의 자식들의 극력한 결혼 반대와 또 다른 여인과의 만남은 기자가 더 이상 감당하기 힘든 파국을 예견하고 있었다. 1년 남짓 온 세상을 집어삼킬 듯 타오른 사랑은 이내 푸시시 소리를 내며 매캐한 연기를 내고 있을 뿐이다. 이후 그녀는 하루라도 술을 마시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알코올에 의존하였다. 그녀는 파탄 난 사랑의 부작용으로 중증우울증과 알코올중독에 시달렸다.

 

   출구를 알 수 없는 미로 속에 갇혀 헤어나기 힘든 상황을 스스로 이겨내기 위해 정신병동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은 저자의 용기는 크다. 금단 현상을 수용하고 감내하며 또 다른 삶을 설계하기 위해 나서는 행로에는 안타까움이 있지만 한때 사랑했던 사람에 대한 예의를 지키며 스스로를 존중하며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이 커진다. 이 책 속 내용은 숨기고 싶은 비밀을 드러낸 한 사람의 특별한 경험에 대한 진솔한 삶의 기록으로 공감 받고 싶은 이의 바람이 자리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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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류의 씨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3
이디스 워튼 지음, 송은주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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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상매체가 발달하기 전 연인들은 전하려는 메시지를 편지에 담아 서로 주고받으며 그리움을 연결하고 소통하였다. 연인은 사랑하는 마음을 모아 한자리에 뿌리를 내린 채 소담한 열매를 거두고 싶은 마음으로 부부의 연을 맺는다. 진한 그리움을 한 글자 한 글자에 새기며 함께하고 싶은 바람을 담아 우체통을 찾던 추억은 빛바랜 사진처럼 남아 그리움을 뿜어낸다. 필자가 쓴 네 편의 단편 소설은 각기 다른 삶의 행태에서 배태된 비관적 전망을 담고 있다.

 

  ‘편지의 주인공 리지는 교사로 일하던 집의 학부모인 디어링과 사랑에 빠졌고, 공교롭게도 디어링의 아내는 얼마 후 죽게 되고 그는 아내의 유산을 정리한다며 멀리 떠난다. 리지는 멀리 떨어진 디어링에게 편지를 보내며 서로 사랑하고 있다고 믿었다. 우연은 필연을 낳는다는 말처럼 리지는 많은 유산을 상속받게 되었고 마침내 디어링과 결혼해 여느 부부처럼 행복한 결혼 생활을 꿈꾸었다. 하지만 그의 낡은 짐 가방을 정리하다 그 속에서 발견한 봉인된 편지 묶음은 리지가 그에게 보낸 편지들이었다. 그녀는 배신감에 진저리를 치며 그동안의 결혼 생활을 청산하고 싶은 열망에 사로잡힌다.

 

   잊고 지낸 시간이 늘어날지라도 서로를 기만하지 않는 부부의 믿음 속에 결혼 생활은 굳건히 지탱될 수 있다. ‘석류의 씨에서 남편에게 배달된 회색 봉투에 담긴 편지는 아내 샬럿을 불안케 한다. 샬럿의 예감대로 딴 여자에게서 온 편지임이 발각된 날, 아무리 추궁해도 입을 다물고 있던 남편은 다음날 바로 연락이 끊어졌다. 결혼하였지만 마음까지는 하나 되지 못한 부부는 각기 다른 꿈을 꾸면서 평행선을 긋고 살아가는 숙명의 사슬 속에 엮여 헤어나지 못한 채 지내야 하는 샬럿을 떠올리게 한다.

 

   주인공은 극작가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전하는 예술가 생활을 바라지만 희곡은 원하는 평가를 받지 못하고 생계형 직장 생활은 행복한 삶과는 멀어져갔다. 그는 빗장을 지른 문에 드리워진 빗장을 풀고 지금과는 다른 현실을 택하고 싶지마는 그마저도 쉽지 않다. 과거 자신이 외사촌을 죽인 범인이라고 자백하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극작가로 인정받아 꿈을 실현하는 예술가로 살고 싶은 바람은 녹록지 않은 현실에 드리워진 빗장을 열어젖히기 힘든 주인공의 번민은 일탈을 야기했지만 그마저도 허용되지 않았다.

 

   함께 성장하는 부부로 서로 신뢰하고 인륜의 도리를 지키며 살아가는 결혼 생활을 그리지만 현실은 잿빛으로 가득하여 어떤 희망을 생각하기도 힘들 때가 있다. ‘하녀의 종에서는 사랑 없는 결혼의 패악함을 드러낸다. 음산함이 가득한 집, 방에 고립된 채 헤어나기 힘든 부인은 죽음으로 남편의 흉포함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종소리의 부름을 들은 하녀는 진실을 밝히려 하지만 거짓으로 둘러싸인 집안의 탁한 공기를 상쇄할 수 없었다. 진실을 은폐하고 생명을 유지해 온 부인의 죽음은 가부장적인 남편의 극악한 횡포를 고발하지만 어떤 벌도 받지 않았다. 부인의 주검을 묻은 날, 남편은 또 다른 역을 찾아 인생 노정에 나서는 결말은 불행한 결혼 생활에 대한 어떤 책임도 지지 않으려는 무례함을 가늠할 수 있다.

  ‘진정한 사랑은 어디에 존재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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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이고 싶은 아이 - 2021 아르코 문학나눔 선정
이꽃님 지음 / 우리학교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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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병 창궐로 사람들이 만나 마음을 터놓고 친밀함을 쌓을 시간조차 사이의 자유로운 만남이 줄고 있다. 유유히 흐르는 강물줄기처럼 막힌 데 없이 흐르면 좋겠지만 세상은 생각지 못한 일들에 발목 잡혀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아닌지 회의가 든다. 노년을 예비하는 중년이라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구들과의 만남이 이뤄지지 않아 친구들과의 만남에 갈증이 더 나는 지도 모른다. 면회조차 자유롭지 않은 시대에 병마와 싸우다 세상을 뜬 친구들의 장례식조차 찾지 못한 채 친구를 떠나보내는 마음은 처연함을 더한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막차에 오른 우리는 부족함이 많은 시대를 함께 건너와서인지 서로 힘든 일이 있으면 팔을 걷어붙이고 친구들을 도왔다. 이해를 따지지 않고 40년 전 사춘기 때로 돌아가 정을 나누며 부족함을 채웠다. 한 교실에 60명이 넘는 친구들이 수업을 받으면서도 싫은 내색 없이 함께 생활하는데 익숙한 곤핍한 시대와는 달리 지금은 20명 내외의 학생들이 한 교실에서 생활한다.

 

    고등학교 1학년 서연이 학교 뒤 공터에서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하루가 지난 시간에 발견된 한 소녀의 죽음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들은 진실과 믿음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서연과 주연은 중학교부터 단짝 친구로 마음을 터놓고 함께하는 또래관계를 유지해 왔다. 넉넉한 가정에서 별 탈 없이 잘 지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주연은 허울 좋은 껍데기 같은 가족에게 정을 붙이지 못하고 있다. 딸의 가시적인 성과를 중시하는 부모는 딸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알고 싶어 하지도 않으면서 성적 향상에 도움 될 친구를 사귀라고 말한다. 이에 비해 할머니와 함께 사는 서연은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경제 활동을 잇는다

 

    다른 친구들이 학원에서 공부하는 동안 서연은 편의점에서 일하며 주연이 학원 수업이 끝나면 함께 대화하며 마음을 터놓는다. 특별하게 잘 지내는 친구가 없는 주연은 옷과 신발 등을 서연에게 나눔하며 경제적인 원조를 아끼지 않는다. 자식 사랑을 신상품으로 채우는 부모의 과시적인 사랑에 주연은 순응하며 생필품을 서연과 나눠 왔다. 주연이 생색내지 않고 서연을 챙겨왔지만 서연의 죽음 이후 유력한 용의자가 된 주연은 어떤 희망도 꿈꿀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하루아침에 친구를 잃은 슬픔에 젖어 있을 겨를도 없이 충격으로 주연은 망연자실한 채 법망을 피할 재간이 없었다. 무죄를 입증해 줄 변호사, 반 학생들, 학원 수강생들, 편의점 점주 등 사람들은 저마다 진실이라 믿고 있는 이야기를 밀어붙인다. 언론은 진상 규명을 위한 노력 과정을 보도하기보다는 자극적인 보도를 내보내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는데 일조하였다. 사람들은 더 이상 그날의 진실에는 관심이 없고, 주연을 정해진 범인으로 거세게 몰았다. 그날의 충격으로 기억을 잃은 주연은 변호사를 만나면서 자신이 범인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정해진 범인이란 덫을 헤어 나오기 힘들었다.

 

    뭇 입은 무쇠도 녹인다고 주연을 범인으로 몰고 가는 여론몰이는 한 개인의 힘으로는 대적하기 힘들 정도로 굳어졌다. 재판의 결과와 상관없이 주연을 범인으로 몰고 가는 이들은 누구인가? 주연을 죽이고 싶은 아이일는지도 모른다. 주연이 가정 형편이 좋은데다 학력까지 뛰어나 그녀를 시기하는 이들이 하나둘 늘어났기 때문이다. 서연을 죽음으로 내몬 범인이 누구인지 가슴 졸이며 결말 부분을 보는데 범인은 전혀 예상치 못한 학생이었다.

 

    다급하게 뛰어오는 주연을 지켜보려던 학생은 창문을 열고 가방을 창틀에 얹었다 꺼내는 바람에 옆에 있던 벽돌이 떨어져 서연의 머리를 강타하였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떨어진 벽돌은 서연을 죽음을 몰고 갔지만 주연을 용의자로 정한 사람들은 사건의 진상 규명과는 멀어졌다. 사실과는 거리가 먼 진실은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사람들 마음속 깊이 자리한 미움은 한 사람을 매장시키기도 한다. 사람들이 죽이고 싶은 아이는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 특별한 주연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미치자 다수의 횡포가 공포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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