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이고 싶은 아이 - 2021 아르코 문학나눔 선정 죽이고 싶은 아이 (무선) 1
이꽃님 지음 / 우리학교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역병 창궐로 사람들이 만나 마음을 터놓고 친밀함을 쌓을 시간조차 사이의 자유로운 만남이 줄고 있다. 유유히 흐르는 강물줄기처럼 막힌 데 없이 흐르면 좋겠지만 세상은 생각지 못한 일들에 발목 잡혀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아닌지 회의가 든다. 노년을 예비하는 중년이라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구들과의 만남이 이뤄지지 않아 친구들과의 만남에 갈증이 더 나는 지도 모른다. 면회조차 자유롭지 않은 시대에 병마와 싸우다 세상을 뜬 친구들의 장례식조차 찾지 못한 채 친구를 떠나보내는 마음은 처연함을 더한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막차에 오른 우리는 부족함이 많은 시대를 함께 건너와서인지 서로 힘든 일이 있으면 팔을 걷어붙이고 친구들을 도왔다. 이해를 따지지 않고 40년 전 사춘기 때로 돌아가 정을 나누며 부족함을 채웠다. 한 교실에 60명이 넘는 친구들이 수업을 받으면서도 싫은 내색 없이 함께 생활하는데 익숙한 곤핍한 시대와는 달리 지금은 20명 내외의 학생들이 한 교실에서 생활한다.

 

    고등학교 1학년 서연이 학교 뒤 공터에서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하루가 지난 시간에 발견된 한 소녀의 죽음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들은 진실과 믿음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서연과 주연은 중학교부터 단짝 친구로 마음을 터놓고 함께하는 또래관계를 유지해 왔다. 넉넉한 가정에서 별 탈 없이 잘 지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주연은 허울 좋은 껍데기 같은 가족에게 정을 붙이지 못하고 있다. 딸의 가시적인 성과를 중시하는 부모는 딸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알고 싶어 하지도 않으면서 성적 향상에 도움 될 친구를 사귀라고 말한다. 이에 비해 할머니와 함께 사는 서연은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경제 활동을 잇는다

 

    다른 친구들이 학원에서 공부하는 동안 서연은 편의점에서 일하며 주연이 학원 수업이 끝나면 함께 대화하며 마음을 터놓는다. 특별하게 잘 지내는 친구가 없는 주연은 옷과 신발 등을 서연에게 나눔하며 경제적인 원조를 아끼지 않는다. 자식 사랑을 신상품으로 채우는 부모의 과시적인 사랑에 주연은 순응하며 생필품을 서연과 나눠 왔다. 주연이 생색내지 않고 서연을 챙겨왔지만 서연의 죽음 이후 유력한 용의자가 된 주연은 어떤 희망도 꿈꿀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하루아침에 친구를 잃은 슬픔에 젖어 있을 겨를도 없이 충격으로 주연은 망연자실한 채 법망을 피할 재간이 없었다. 무죄를 입증해 줄 변호사, 반 학생들, 학원 수강생들, 편의점 점주 등 사람들은 저마다 진실이라 믿고 있는 이야기를 밀어붙인다. 언론은 진상 규명을 위한 노력 과정을 보도하기보다는 자극적인 보도를 내보내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는데 일조하였다. 사람들은 더 이상 그날의 진실에는 관심이 없고, 주연을 정해진 범인으로 거세게 몰았다. 그날의 충격으로 기억을 잃은 주연은 변호사를 만나면서 자신이 범인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정해진 범인이란 덫을 헤어 나오기 힘들었다.

 

    뭇 입은 무쇠도 녹인다고 주연을 범인으로 몰고 가는 여론몰이는 한 개인의 힘으로는 대적하기 힘들 정도로 굳어졌다. 재판의 결과와 상관없이 주연을 범인으로 몰고 가는 이들은 누구인가? 주연을 죽이고 싶은 아이일는지도 모른다. 주연이 가정 형편이 좋은데다 학력까지 뛰어나 그녀를 시기하는 이들이 하나둘 늘어났기 때문이다. 서연을 죽음으로 내몬 범인이 누구인지 가슴 졸이며 결말 부분을 보는데 범인은 전혀 예상치 못한 학생이었다.

 

    다급하게 뛰어오는 주연을 지켜보려던 학생은 창문을 열고 가방을 창틀에 얹었다 꺼내는 바람에 옆에 있던 벽돌이 떨어져 서연의 머리를 강타하였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떨어진 벽돌은 서연을 죽음을 몰고 갔지만 주연을 용의자로 정한 사람들은 사건의 진상 규명과는 멀어졌다. 사실과는 거리가 먼 진실은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사람들 마음속 깊이 자리한 미움은 한 사람을 매장시키기도 한다. 사람들이 죽이고 싶은 아이는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 특별한 주연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미치자 다수의 횡포가 공포로 다가온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