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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의 집사 - 집사가 남몰래 기록한 부자들의 작은 습관 53
아라이 나오유키 지음, 김윤수 옮김 / 다산4.0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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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경이 잘된 정원을 가로질러 현관으로 들어서는 회장 네 집안을 다루는 드라마에 등장하는 집사는 부유한 집안의 살림에 깊이 관여하면서 주인의 수족처럼 움직이며 부를 축적하는 일에 힘을 보탠다. 돈을 집사에게 지불함으로써 한정된 시간을 유용하게 쓰려는 이들은 기회비용을 지불해서라도 고수익을 창출하며 부자의 반열에 오른다. 부자의 일상생활에서부터 비즈니스까지 도맡아 고객의 요청을 처리하는 주식회사를 운영하는 대표 아라이 나오유키는 세계적인 대부호로 불리는 이들에게 집사 서비스를 제공하며 보통 사람들에 지나지 않는 이들이 보유 자산 500억 원 이상, 연 수입 50억 원 이상의 부를 이루게 된 배경을 살펴보았다.


   ‘돈을 대하는 사고와 돈을 마주하는 자세를 면밀히 살펴 부자의 투자 비결에서 부자의 금전 철학까지 밀착 취재하여 기술한 <<부자의 집사>>는 돈을 벌어서 어떻게 소비하면서 살아야 하는지 보여준다. 24시간 부자의 곁을 지키는 집사가 그들의 습관을 기록한 돈을 부르는 53가지는 정당한 방법으로 부를 축적하며 사는 이들의 모습을 사례에 담았다. 이들 대부분은 대대로 집안에 돈이 많아 부를 축적한 경우보다는 자신이 사업을 일궈 자산을 늘려온 경우라 인맥 관리에 정성을 기울여 왔다. 연하장을 쓸 때도 상대의 취향을 고려해 각기 다른 감사의 글을 담아 보내었고, 눈에 띄는 대기업 로고가 박힌 명함보다는 중소기업에 다니더라도 본질을 제대로 갖춘 이라면 인간관계를 형성하며 지냈다. 어려서부터 함께 해온 소꿉친구와 가족들을 대리인으로 세워 신뢰를 구축하여 왔고, 자녀를 명문학교에 진학시켜 인맥을 형성한 점도 눈에 띈다.


   IMF 악재로 금모으기 운동을 벌이고 경제 회생을 위해 국민적인 노력을 경주할 때 지인 중에는 불황으로 넘어가는 건물들을 사들여 고수익을 올려 편안한 노후를 보내고 있다는 후문이 돌았다. 책 속 부자들처럼 경기가 좋을 때는 자금을 축적하고, 불경기가 되면 미래에 가치와 이득을 창출하는 물건을 사들인다. 자신의 일에 대한 책임과 믿음으로 사업을 키워 온 부자들의 정정당당한 기업 경영이 사업에 열정적으로 임할 수 있는 동인으로 작용하였다고 하지만 우리나라 기업경영자들을 생각하면 수긍하기 힘든 측면이기도 하다. 돈을 소중히 여기는 이들은 목돈 못지않게 푼돈을 중시하여 계획적인 소비로 근검절약을 실천해 왔다. 스스로 상품을 개발하고 원가와 판매가, 이익까지를 자신이 결정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 긴요해 보였다.


  기계에 대한 전문지식이나 기술이 전혀 없었어도 굴지의 기업을 경영해 온 사장은 직원이 모두 한 가족이라는 인식 아래 자신의 전 재산을 잃더라도 고용만은 지킬 것이라며 회사 경영에 온힘을 쏟아 붓겠다고 인터뷰한 기사를 실었다. 무엇인가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인 돈보다 소중한 가치가 있음을 분명히 하는 대목에서 비정규직 인턴을 양산하여 노동 대가를 정당하게 치르지 않는 우리 고용 현실에 무색해진다. 돈을 빌리러 온 이에게 어려운 시기를 잘 넘기고 때가 되면 돈을 갚으라며 소중한 자산을 선뜻 건네준다는 부자의 습관은 기한을 정해두고 돈을 빌려주었다 돈을 돌려받지 못하였을 때 울화로 힘들었던 기억이 떠올라 평범함을 벗어나지 못한 것은 아닌지 반문한다.


   노후 파산을 예견하는 시대에 재산을 늘리는 일 못지않게 자산을 관리하는 일은 소중한 일 중 하나다. 500억이 넘는 자산가이지만 불필요한 낭비를 막기 위해 자신의 통장을 좀먹는 러닝 코스트를 파악하여 지출을 줄여 나갔다. 화폐 중 유일하게 액면 가치가 제조 원가의 절반 값인 10원짜리 동전을 수집해 최악의 사태에 대비하는 방위책을 보면서 10원 동전도 소중히 여기는 부자들의 습관은 적은 금액의 동전을 가볍게 여기지 않았다. 특별한 취미를 만들어 거기에 몰두함으로써 새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해 사업의 기회로 연결하는 경우를 가끔 보면서 자산관리뿐 아니라 인맥관리까지 철저히 하는 부자들의 철학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일상을 벗어나 낯선 곳을 떠돌다 일상으로 회귀하는 여행의 묘미는 현재적 삶에 충실하며 지내야 할 근간을 마련해주는 데 있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육신은 지쳐가더라도 마음만은 미답의 공간을 밟으며 느낀 에너지를 내면에 사려두고 피폐해진 영혼을 일깨울 수 있기 때문이다. 돈을 모아서 부자의 반열에 오르지는 못하더라도 동경하는 곳을 찾고 싶을 때 여행 자금을 내놓아도 일상을 사는데 어려움이 없을 정도의 돈을 모아두고 싶다. 취미에 투자함으로써 인간관계를 돈독히 하여 내면의 평화를 추구하며 자산을 늘려가는 일 역시 소중한 자산으로 비춰진다. 어떤 상황에도 가치가 크게 변하지 않는 상품에 투자하여 위험 부담을 줄여 가는 것도 돈을 늘려가는 방법이라고 명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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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선생이다
황현산 지음 / 난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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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물이 잠들어 적요로 가득한 시간은 스스로를 돌아보며 반추하기에 알맞은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선생님께서도 밝은 한낮보다는 어둑신이 깔리는 밤에 사색하는 가운데 성찰하는 산문으로 울림을 전해 줄 것이라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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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 보고서
폴 오스터 지음, 송은주 옮김 / 열린책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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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면을 드러내는 글을 쓸 때의 주어는 1인칭으로 시작한다는 통념을 깬 저자의 회고록은 스스로를 당신이라 지칭하며 독자와 대화하듯 서술하여 친근함을 더한다. 기억 속에 가물가물하는 대여섯 살 기억을 떠올리며 쓰는 글을 볼 때면 망각의 동물로 전락하여 아메바처럼 흩어진 기억을 모아보려는 시도도 하지 않은 채 지나온 것은 아닌지 반문한다. 부모에게 의존하며 지냈던 유년 시절의 또렷한 기억은 작가의 강점으로 비춰질 정도로 생생하여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려 보았지만 탐색하기가 힘들어진다. 기억하는 대로 떠올리며 내면을 탐색하는 시도로 자신만의 역사적 증표로 삼을 만한 일들이 한두 가지라도 늘어난다면 좋을 것이다

 

   비가 내리는 날이면 빗물이 새는 지붕 아래 얼기설기 엮어 땜질한 가장자리에는 이름 모를 식물이 자라 지붕 위를 장식했던 집에 사촌 언니 둘과 함께 지냈던 시절 밥에 얹어 먹던 감자를 더 많이 먹을 것이라 쟁탈전을 벌여 모두 엄마에게 혼났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대처로 나가 사느라 얼굴 볼 날이 별로 없지만 유년 시절의 추억하면 먼저 떠오르는 대목이기도 하다. 당시는 자기 딸들을 작은집에 맡겨두는 큰아버지를 이해 못하였지만 지금은 생활고로 생때같은 자식을 떼어놓고 지내야 했던 상황에 아픔이 전해져 온다. 비좁은 아파트를 떠나 오래 되었지만 처음으로 마련한 내 집에서 아버지가 가꾼 토마토 밭에서 아버지의 세계를 넘보며 지냈다니 작가의 세심함이 드러난다.

 

   돈이 충분하지 않아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히며 지내야 했던 이들의 아픔에 공감하며 결핍에서 파생되는 그들의 불운을 염려하는 삶에서 공고의 선을 실현하며 살아가려는 따스한 인간을 떠올린다. 여덟 살 때부터 소설 읽기를 습관화한 저자는 다양한 삶의 양태를 들여다보며 자의식을 바로 잡는 기틀을 마련하였다. 암흑 세상에 밝은 빛을 선물한 에디슨을 생생한 인물로 받아들이며 숭배하는 생활은 생전에 그의 개인 이발사에게 머리를 손질하게 함으로써 일상에서도 지속되었다. 에디슨 연구소에서 일한 적이 있다는 아버지는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냉대를 받아 일을 중도에 그만둬야 했다는 현상 이면의 이야기는 저자를 고민하게 만들었다.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자 골몰하던 저자는 부모의 불행한 결혼 생활과 맞닿아 슬픔에 침잠하여 홀로 지내는 시간이 늘어났다. 타인들의 평균적인 생활과 다른 자신을 스스로 자랑스러워하며 고집스러움을 지켜내는 자신을 대견해하는 이의 자의식은 부모 곁을 떠나 소소한 일상에 부딪치며 경험의 폭을 넓혀 갔다. 밀실에서의 작은 실수는 내밀한 자신만의 비밀로 간직하고 싶은 죄의식으로 자리하였지만 진실을 영원히 가둘 수는 없다는 점을 자각하기에 이르렀다. 강한 자의식은 자랄수록 저자를 독서에 빠져들게 하였고 많은 책들을 빼먹지 않고 읽었다는 이유로 사기꾼이라는 낙인을 찍는 교사 앞에서 진실을 말하며 눈물을 흘리는 대목에서는 이해받지 못한 이의 처연함이 배어 나온다.

 

   세심한 관찰력에 감수성이 풍부한 저자는 영화, , 음악 등의 문화적 세계를 향유하며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여갔다. 자기만의 방식을 고수하며 운동에 빠져들기도 했으며 저항하는 노래의 선율에 몰입할 때마다 불공정한 세계를 공정한 세상으로 치환하는 일에 관심을 보이며 잘못을 바로잡으려고 시도하였다. 영화 속 주인공이 탈옥에 성공하였지만 감시의 눈길은 도처에 자리하여 자유롭게 살 수 없었던 것처럼 컬럼비아 대학 시절 바랐던 일들에 대한 갈증은 새로운 세계를 찾아 떠나는 여행으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으로 채워졌다.

 

   새들의 울음소리가 생생한 삶의 열락을 담은 것처럼 들릴 때는 하는 일이 순조롭게 잘 풀리고 원하는 대로 인생을 영위할 수 있다는 희망이 내재하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여인을 떠올리며 긴 편지에 연정을 담아 보냈을 때 회신해 줄 글들을 떠올리며 가슴 설레는 기다림을 연습할 때가 있다. 애정과 피로로 썼다고 명시하며 상대가 아주 많이 그립다는 말을 분명히 하였지만 상대는 흔들리지 않는 바위처럼 그 자리를 지킬 뿐이다. 연인 리디아와 사랑의 감정을 잇기 위해 써내려간 연애편지는 서로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지내기란 쉽지 않음을 일깨우며 사랑은 아낌없이 주는 가치임을 절감한다. 불행하다고 여긴 일이 행복한 삶으로 이끄는 동인으로 자리하여 삶이 이어질수록 알 수 없는 우주의 파장들이 끼어들었다 빠지기를 반복하는 동안 우연은 필연을 낳기도 한다. 지금 이 자리에서 떠오르는 생각들을 모아 자아를 탐색하는 시간으로 채워간다면 진일보한 자신과 조우할 수 있을 것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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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을 따라 유럽의 변경을 걸었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그들을 따라 유럽의 변경을 걸었다 - 푸시킨에서 카잔차키스, 레핀에서 샤갈까지
서정 지음 / 모요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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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서 갔던 이들의 발자취를 따라 걸으며 미답의 공간을 찾아 사유하는 생활이 주는 여유는 일상에 매몰되어 사느라 숨 가쁘게 지낸 자신에게 주는 선물로 여행을 꼽는다. 갈망하던 공간을 찾아 나설 수 없을 때면 여행기를 들추며 책상 앞에 앉아 책 속 풍경이 이끄는 대로 빠져든다. 낯선 공간에서 일상적 삶을 잇는 일이 쉽지 않은 만큼 저자는 러시아와 인연이 있는 예술인들의 발자취를 따라 나선 길에서 그들의 내밀한 예술적 감성과 작품 세계를 조명하였다. 러시아의 대표 시인 푸시킨에서부터 머리보다는 현장에서 발로 움직이며 자유롭게 살고 싶은 열망을 담은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는 철학적 삶의 발로로 귀결되었음을 알 수 있다.

 

   자유를 향한 걸음에 속력을 내어 무슨 짓을 했건 후회는 없다는 조르바의 유언에서 유한한 삶을 살아가는 인간의 서글픔이 신성 모독죄로 그리스 정교로부터 내쳐진 카잔차키스의 묘에 꽂힌 간소한 십자가에서 그의 의지적 행동이 낳은 항거가 벽에 부딪혀 상처로 남았음을 알 수 있었다.

   진실로 진실로 말한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아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엄숙한 표정을 한 도스토옙스키의 흉상 아래 쓰인 성경 구절에서 죽음은 또 다른 열매를 맺는 숭고한 가치를 새긴다.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수도원 묘지에 잠들어 있는 예술가들의 혼령이 잠들어 있는 숲은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살다 간 작품 세계를 보여주는 듯 묘비와 표석에서 다양성을 읽는다. 어려서부터 다양한 외국어를 구사하며 건축, 연극, 심리학, 회화 등에 관심을 두었으나 최고의 혁명을 지향하는 최상의 미학적 표현으로 형상화한 세르게이 예이젠시테인의 옆얼굴을 담은 부조는 몽타주 기법으로 새로운 영화 장르를 개척한 그를 조명하고 있는 듯하다.

 

   깊이 생각하여 말하고 말한 것은 반드시 행하려고 애쓴 톨스토이는 금욕주의를 표방하면서도 이면에 자리한 주체하기 힘든 육체적 쾌락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었던 만큼 내면에 자리하는 동물성과 싸워나갔다는 저자의 말에 대문호에 대한 궁금증은 더했다. 지금 있는 자리에서 작은 개선을 위해 열심히 일하기를 스스로에게 주문하면서 육체노동· 정신노동· 수공 일을 할 것, 사람들과의 사귐을 일일 실천 덕목으로 삼아 깨어 있는 양심으로 살기를 지향하였다. 예술인들의 방문을 반겼던 그는 방문한 이들과 식탁에 둘러앉아 대화하며 정서를 고양하는 일에도 관심을 보였다. 작가의 지난날을 밟아가는 성지로 떠오른 야스나야 폴랴나는 자신의 신념을 펼칠 이상적 공간으로 여긴 곳을 찾고 싶은 바람이 커진다.

 

   두 자루 촛불 밑에서 독서하기를 즐긴 도스토엡스키는 고질병으로 위축되는 생활과 경제적 압박의 탈출구로 룰렛에 빠져들었고, 이에 따른 자신의 경험이 융해된 도박꾼을 창작했다. 작가가 도박에 빠져 여비를 전부 잃은 곳이 독일의 온천 휴양지 바덴바덴과 작가가 죽음을 맞은 집을 박물관으로 꾸민 곳을 방문할 수 있는 기회를 바라며 리히텐탈러 거리를 거닐고 싶다. 더 이상 글을 쓸 수 없을 것이라는 절망감에 시달릴 때 지혜로운 아내 안나는 작가를 북돋아주기 위해 돈을 쥐어주었다는 일화를 접하며 고통을 상쇄하였으리라 여기니 마음이 따뜻해진다.

 

   독일연방 의회 건물인 라이히스탁 유리 돔은 밀실을 멀리하고 서로 말조심하는 독일 분위기를 투영하는 듯 의정 활동 전체를 감시받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하는 듯하다. 무료로 개방하는 유리 돔을 자유롭게 걷는 이들을 보면서 민생을 생각하는 투명한 의정 활동에 부합하는 일로 비춰진다. 옛 나치의 게슈타포 친위대 본부가 있는 공포의 지형은 도처에 자리하는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남아 있는 베를린 장벽의 일부에서 발견한다. 괴테하우스 뒤채 뒤로 뻗어 있는 정원에 심어놓은 다양한 식물을 보는 즐거움도 클 것이다. 왕성한 호기심을 충족하며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여 개조한 집에서 감성적 깊이를 더하고 싶어진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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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심장을 향해 쏴라
마이클 길모어 지음, 이빈 옮김 / 박하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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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흉기를 마구잡이로 휘두른 청년의 충동적인 범죄로 이승을 뜬 이웃의 소식을 듣고 조문을 다녀오는 길, 흉흉한 소식은 안심하고 살 수 없는 공포를 확산시켰다. 옆방에 세 들어 사는 만취 청년에게 밤이 깊었으니 조용히 하고 자자는 말에 발끈한 그는 부엌에 있는 칼로 60대 이웃 남성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되었다 무기징역을 구형했다고 검찰은 밝혔지만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청년의 잔혹한 범죄는 한 가정의 붕괴를 초래하였다. 일어나서는 안 될 일들이 흔한 사건· 사고 소식은 서로에 대한 불신의 골을 깊게 하여 회복 불능의 상태로 치달아 불안감을 증폭하고 있다.

    롤링 스톤지의 수석편집장을 지낸 대중음악평론가인 마이클 길모어는 그의 형 게리 길모어가 사형수로 총살형에 처하게 된 경위를 통시적으로 고찰하여 담담하게 기술하였다. 저자는 자기 집안에 짙게 드리워진 파멸의 궤적을 찾아 조상들의 삶까지 고찰하며 쉽게 드러내지 못할 가족의 비극적인 삶까지 여과 없이 드러냈다. 비인간적이고 가부장적인 모르몬교도 부모 밑에서 자란 어머니 베시 길모어는 자비와 용서를 모르는 부모의 가혹한 폭력을 감내하며 억압적인 가정의 울타리를 벗어나고 싶은 마음을 키우며 지냈다.

    이미 여섯 번이나 결혼을 해 낳은 자식들을 버리고 그 사실을 숨긴 채 프랭크 길모어는 베시와 결혼했다. 자유로운 삶을 사는 프랭크의 매력에 빠진 어머니는 성급하게 결혼하여 가정을 이룸으로써 끔찍한 굴레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참척의 슬픔을 숙명처럼 받아들여야 했다. 여섯 번이나 결혼하고 부인과의 사이에 태어난 아이까지 돌보지 않으며 광고사기 수익금에 의존하던 곳곳을 떠돌며 지냈던 아버지는 연이어 태어난 자식들에게 채찍을 휘두르며 가부장적인 권위를 행사하였다. 감수성이 풍부하고 시를 좋아하고 그림에 재능이 있던 소년 게리는 부모의 학대, 제도적 폭력에 끊임없이 시달리면서 갖은 악행을 저지르며 무고한 시민을 살해한 살인자로 변해 갔다.

   22년 동안 감옥을 들락거리며 반사회적인 삶을 살아 온 게리는 극악한 범죄를 저지르며 패륜적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 짐승 같은 폭력을 행사하며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는 범죄를 저지르며 비열하고 폭력적인 괴물로 변해갔다.

    그래. 지금까지 난 당하면서 살아왔다. 이제는 내가 파괴자가 되겠어.’

   둘째로 태어난 게리 길모어는 부모에게 사랑 받기를 갈구하였으나 부모는 자식의 바람과는 달리 방어기제를 잃은 폭력에 시달리며 자기 파멸로 가족과 관습에 분노를 표출하였다. 두 명의 무고한 시민을 죽인 그는 사형을 자처하여 심장으로 날아든 총탄에 고단한 인생을 마감하였다. 저자는 미국 내에 사형 제도를 부활시킨 그는 유명한 사형수로 낙인이 찍힌 둘째 형의 일생을 들여다보며 그의 삶 깊숙이 자리하는 혈연의 연결 고리를 추적하며 얽히고설킨 운명의 실타래를 풀어 운명의 코드를 확인해 갔다.

    지난 세월 비난과 경멸로 점철된 삶을 살아온 베시는 결혼 후 행복한 가정을 바랐지만 현실은 미궁 속으로 빠져들어 헤어나기 힘든 지옥으로 변했다. 가학성을 띤 괴물로 바뀐 남편은 아내와 자녀들에게 폭력을 자행하며 자애로운 모습과는 멀어져갔다. 끊임없는 학대와 폭력의 희생자로 성장한 둘째 형 게리에 비해 특혜를 받았던 막내아들 마이클은 마음의 채무를 안고 위태롭게 지내는 가족들을 지켜봐야 하는 고통이 컸을 것이다. 아이들이 조금만 잘못을 저질러도 벨트로 채찍질을 일삼던 아버지의 횡포 아래 악몽을 꾸던 게리의 불균형은 악화 일로를 걷게 하였다.

    미국에 사형 제도를 부활시킨 사형수의 동생이라는 주홍글씨를 달고 살아야 하는 운명에서 벗어나고 싶은 저자의 바람은 자신의 살길을 찾아 나서고 싶은 마음이기도 했다. 어머니와 큰형, 막내 동생은 형의 구명을 위해 나섰지만 사형을 언도받은 그는 그들이 자기를 죽이게 함으로써, 그 제도를 이겨낼 방법을 생각했다. 게리에게 흐르는 나쁜 피를 추적하며 접신술사로 일한 페이 할머니가 들려 준 가문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는 저승의 영혼들이 빚는 변주곡으로 유령처럼 식구들을 따라 다녔다. 밤마다 악몽에 시달린 게리는 끔찍한 혼이 그의 몸으로 들어가 비정한 괴물로 변한 것이라는 고통스러운 신화의 지배 속에 파국으로 치달았다. 종국에 게리 길모어는 유타 주에서 총살형에 처해 져 피의 속죄라는 모르몬 교회 식의 엄격한 대가를 치렀다.

   그래도 아버지란 존재는 늘 남아 있겠지.’

   심장에 총을 맞기 전 그가 남긴 마지막 말은 비정한 아버지의 폭력성은 심인성 질환을 부추기는 트라우마로 자리해 그의 전 생애를 지배해왔음을 알 수 있었다. 형 게리가 처형된 뒤 오랫동안 시간을 함께 보낸 어머니와 아들은 가슴 한복판에 짙게 드리워진 고통 아래 멀쩡하게 지낼 수 없었다. 죄악의 피가 흐르는 듯, 수치스러운 유산을 숙명처럼 안고 지내야 했던 마이클 길모어는 비틀즈의 노래에 심취하며 황폐함과 처연함을 달래 보지만 속수무책이었다.

가감 없이 드러낸 한 가문의 비극적인 역사는 어린 시절부터 배태되어 개인의 인격 형성에 영향을 끼쳤다. 자식에 대한 부모의 무관심과 방치나 학대 · 애정 결핍· 언어적인 힐난이나 질책 등은 사랑을 갈구하는 어린 아이로 머물게 하였고, 뜻대로 안 되는 벽을 향해 분노하는 불안정한 화를 돋우어 격렬한 폭력에 휩싸이게 했다. 치욕스러운 가문의 역사를 가감 없이 드러내 바람직한 관계 형성을 위한 토대는 사랑에 기인함을 깨달으며 가슴이 먹먹해지는 가족의 파멸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아버지의 사랑을 원했지만 폭력으로 돌려받은 그는 가족과 종교의 테두리를 벗어난 곳에서 숨을 고르고 싶었을 것이다. 누군가의 따스한 눈빛과 사랑의 한마디가 주는 힘은 큰 파장으로 힘듦을 견디고 살게 하는 원천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재확인한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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