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다 - 전염병에 의한 동물 살처분 매몰지에 대한 기록
문선희 지음 / 책공장더불어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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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쥐가 들끓던 시절 집에서 키우던 개 메리가 집 밖을 나갔다 어스름 저녁이 되어도 집으로 돌아오지 않아 온 가족은 메리를 목청껏 부르며 찾아 나섰다. 아랫마을 진동 댁이 메리가 자기 집 뒤란에 사지를 뻗고 누워 있는데 이미 묵은 것 같다고 했다. 식량을 축내는 쥐를 잡기 위해 놓은 쥐약을 먹고 목숨을 잃은 메리를 뒷산 양지바른 곳에 묻고 집으로 내려오면서 통곡하는 소리는 사립문에 이르러서야 그쳤다. 식구처럼 지내던 개를 땅에 묻고 온 뒤 며칠은 상실감으로 밥도 뜨는 둥 마는 둥하며 아픈 마음을 달래야 했다.

 

   말 못하는 짐승도 사지로 끌려 갈 때는 죽지 않으려 버둥거리며 울부짖는 광경은 어디에서든 쉽게 목격할 수 있다.

  ‘구제역이 발생한 한우농가 반경 500m 내에 있는 농가 12곳은 혈청검사 결과 모두 구제역 감염항체(NSP)가 음성으로 나온 것이 맞지만, 농가 세 곳에서 백신을 맞히지 않은 것으로 판단돼 500m 이내 농가에 대해 살처분 결정이 됐다,’

   안성시 관계자는 NSP 음성 판정이 나왔지만,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 이 마을 농가 9곳의 우제류 740여두를 예방적 차원에서 살처분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경기 신문 2019.01.31.>

엊저녁까지도 여물을 잘 먹은 소를 사지로 몰아넣는 죄책감으로 마음이 무거워진 주인은 허탈감을 드러냈다. 국가는 규칙을 만들어 국민들에게 명령을 내렸고 이에 따라 국민들은 기르던 가축들을 산 채로 땅 속에 묻어야 했다. 깊게 파 놓은 구덩이 속으로 돼지들을 굴삭기로 밀어 넣을 때, 돼지들은 죽고 싶지 않겠다고 울부짖으며 절규하는 듯했다.

 

   ‘동물들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그 나라의 도덕성을 알 수 있다.’

비폭력 평화주의자인 간디의 말은 명분을 앞세워 생명체의 존엄성을 짓밟아서는 안 됨을 일깨운다. 저자는 구제역과 조류독감으로 짐승들을 매몰한 지 3년 후 그곳을 찾아 사진을 찍고 전시했다. 사진 옆에 살처분된 닭과 오리, 돼지 등의 숫자를 실어 통렬한 아픔과 강한 죄책감은 비정한 인간들의 이기심과 맞닥뜨리는 순간 증폭된다.

 

   농식품부는 대학교수 및 전문가 등이 참석한 중앙가축방역협의회를 개최하여, 발생농장을 중심으로 반경 500m 내의 우제류를 살처분키로 결정한 뒤 이를 시행하였다. 산 채로 구덩이 속으로 밀어 넣는 살처분 용역의 굴삭기 끝으로 터져 나오는 돼지들의 비명은 참혹한 죽음을 예견하는 절규로 비정한 인간성을 향한 분노의 표출이었다. 평생 오리를 키워 온 인터뷰이의 아버지는 정부의 명령대로 오이를 살처분한 충격으로 치매에 걸려 얼마 못 가 이승을 뜨고 말았다는 자식의 목소리는 떨렸다. 전시장을 찾은 군인은 군대에 있을 때 살처분 현장에 투입돼 살아있는 돼지들을 구덩이 속으로 몰아넣은 뒤 지금껏 악몽에 시달리는 형벌이 지속되고 있다며 눈물을 흘렸다. 동물들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죽음으로 몰아넣는 일을 담당해야 했던 사람들은 지금도 죄책감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듯했다.

 

   구제역, 조류독감 등의 전염병이 발생할 때마다 관련 법규에 따라 수많은 동물들이 강제적으로 대량 살처분되었다. 수천만의 동물들이 고통 속에 죽어 갔고, 수백만의 사람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고, 침출수 유출로 지하수와 토양 오염 등의 추가적인 문제도 발생했다. 극단적인 방법 외에는 대안이 없는지 물음을 던져 본다. 살처분이란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는 공장식 사육 방식을 지양해야 한다.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이익을 내기 위한 현대의 공장형 가축 사육 방식이 사람과 동물의 공통 전염병이 나타난 근본 원인'이라며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지적한다. 거의 움직일 수 없는 비좁은 공간 안에서 혹사당하는 가축들을 줄여가는 길에 소비자들도 함께 해 거대 담론을 형성하여 갈 수 있길 바란다. 풀밭이나 야외의 넓은 땅을 밟아볼 수 있는 최소한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동물 복지를 향한 길에 작은 뜻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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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에 태어나서 - 나의 살아온 이야기
정주영 지음 / 솔출판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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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은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느냐에 따라 한 사람에 대한 평가는 달라집니다. 어떤 이는 가난하고 학벌이 없어도 큰 사업을 하고 있는 현재의 모습에서 현재의 어려움을 타개할 큰 미래를 꿈꾸는 사람들이 늘어나길 바랐을 것입니다. 한국의 산업화와 국제화를 이루며 한국 경제발전을 선도해 온 정주영 회장입니다. 그는 남이 보기엔 어리석은 일처럼 보이지만 한 가지 일을 끝까지 밀고 나가면 언젠가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우공이산(愚公移山)의 우공을 떠오르게 합니다. 가진 것이 없어서, 여건이 마련되지 않아서, 능력이 안 되어 등 어떤 일을 못할 이유는 곳곳에 자리하여 도전하려는 마음까지 갉아 먹곤 합니다. 한눈 팔지 않고 죽자 일하여 쌀가게 주인이 되었고, 열심히 일하여 자동차 정비소를 차리게 되었고, 정신없이 일해 건설 회사를 만들어 오늘의 현대 기업의 틀을 마련했습니다. 몇 차례의 혹독한 시련을 겪으면서도 자신이 마음먹었던 일을 이뤄내는 근간에는 긍정적인 다독거림이 함께했습니다.

 

   숱한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며 특별한 인연을 맺고 서로에게 깊이 침투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개인의 신용도 없는 사업가가 만든 계획서만을 믿고 정부가 지불 보증하는 용단을 내린 아산과 박정희 대통령의 인연은 자본과 경험이 없는 사업가에게 기회의 문을 열어 주었습니다. 한 쪽 문이 닫히면 다른 쪽 문이 열린다는 말처럼 악조건 속에서도 계획한 일을 새롭게 시작할 물꼬를 틔워준 인연은 경제 개발이라는 정책과도 부합하였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중동의 미개척 지역에 나가 안간힘을 다해 외화를 벌어들여 나라의 어려운 외채 문제를 해결하는 데 본보기가 되었습니다. 현대건설을 설립하여 중동 주베일 산업항공사, 서산 방조제 건설 등 국내외 많은 역사적 사업을 주도하며 세계 시장에서 외화를 획득하는 일에 주류를 형성하며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였습니다

 

   아산은 물적 자원이 부족한 나라에서 인적 자산은 한 민족의 생명력에 진취적인 정기를 불어넣는 일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이는 황무지 같은 폐허에서 뚜렷한 성과물을 내놓기까지의 수고는 불굴의 의지가 담보되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생각하는 불도저로 남보다 열심히 생각하고 남보다 치밀하게 계산하여 계획을 수립한 뒤 적극적으로 밀어붙이는 힘은 용기와 신념에 기인한 것이었습니다. 경험도 없이 미지의 공사를 강행하면서 겪는 정신적 고초를 감내하며 대형공사를 수주하며 시공 능력을 드러낸 가시적인 성과는 믿고 맡길 만한 기업 이미지를 굳혀갔습니다. 인간의 창의와 노력으로 성취하는 발전은 무한한 가능성의 보고로 자리함을 여러 공사를 수행하며 얻은 아산만의 결론이었습니다.

 

   빈농의 맏이로 태어나 권속들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장남의 무게는 어려서부터 근검절약해 온 생활습관을 길러줘 호사스런 생활과는 거리를 두게 하였습니다. 도회지로 나가 노동을 해서라도 돈을 벌어 밥이나 실컷 먹고 살자는 현실적인 바람은 품팔이로 어렵게 번 돈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 근검절약을 이으며 스스로를 담금질하였습니다. 정직과 성실로 주인의 신뢰를 얻어 쌀가게를 물려받았고, 믿을 만한 청년이라는 신용 하나로 자금을 얻어 사업을 시작한 주인공은 세계적인 기업인 현대의 아성을 이뤄내었습니다. 낙동강 고령교 복구공사를 시작하여 완공까지 막대한 적자를 보면서도 끝까지 완수한 신용으로 육이오 동란 후 복구사업을 위한 정부공사를 수주하며 건설업의 위상을 바로 세워 갔습니다. 고등교육을 받지 못하였어도 열심히 생각하며 열심히 사는 사람은 새로운 생각으로 실천하며 원하는 바를 이뤄가며 성취를 보였습니다.

 

   어려운 이들이 느끼는 차별의식은 상대적 박탈감과 위화감을 남길 수 있음을 강조하며 윗사람들이 먼저 모범을 보이는 생활 속 자세를 언행에 담았습니다. 날품팔이로 노동하며 생활해온 이력은 사치를 부려 치장하는 일은 부패를 낳을 수 있는 만큼 검박한 생활을 잇는 대신 사회적 취약 계층의 안위를 생각하는 복지 사업까지 확장하였습니다. 아산은 기업이윤의 사회 환원이라는 신념으로 '우리사회의 가장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는 설립 취지를 밝히며 1977년 아산사회복지재단을 설립하였습니다. 재단은 의료사업, 사회복지 사업, 학술연구 사업, 장학 사업을 수행해 도움이 절실한 이들과 동행하였습니다. 1998년에는 소떼를 몰고 판문점을 거쳐 방북하여 평화통일로 가는 남북교류의 물꼬를 틔웠고, 88 서울 올림픽 유치의 주역으로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등불로 남았습니다.

 

   형제들 중 유난히 공부 욕심이 많았던 다섯째 남동생은 서울법대에 들어간 뒤 고시 공부하느라 무리했던지 건강을 해쳐 잠시 요양하고 대학원 진학으로 진로를 수정했습니다. 신영은 대학원을 다니다가 동아일보에서 정치부 기자 생활 13개월 후에 경제학 공부를 위해 독일로 유학을 떠났지만 불의의 사고로 이승을 등지고 말았습니다. 아산은 능력이 되는 한 아우들을 유학이 아니라 그 이상이라도 공부를 시키고 싶은 바람이 컸습니다. 공부가 싫어서가 아니라 장남이 가족들을 건사해야 한다는 강한 책무를 지고 소학교 졸업이 전부인 상황에서 동생들을 뒷바라지하여 유능한 인재로 거듭나길 바라는 마음이 컸기 때문입니다. ‘정신적으로 큰 위안과 자랑이었던 아우인 동생을 저세상으로 떠나보내고 아산은 큰 충격을 받고 상심한 나머지 생애 처음으로 열흘 휴무를 했을 정도였습니다. 나라의 유능한 인재로 제 능력을 발휘하기도 전에 세상을 뜬 아우를 가슴에 품고 지낸 맏형은 정신영 기금을 내놓았습니다. 이 기금은 열악한 조건에서도 촌철살인(寸鐵殺人)하는 언론인들의 연구와 저술, 출판, 해외연수와 대학 강의 등을 지원하였습니다. 정신영 기금이 국내 언론인들의 역량 증가와 한국 언론의 발전에 지속적으로 기여하기를 기원한 아산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사회적 책임과 나눔의 철학을 중심에 두고 기업을 경영해 온 아산이 한국의 경제 발전에 남긴 커다란 발자취를 경험 속에 녹인 자서전을 읽으며 적당주의로 흐르는 자신을 경책합니다. 내세울 만한 경험도 없이 조선 산업에 뛰어들어 숱한 노력만으로 업무를 완수하는 뚝심은 직접 부딪혀 체험으로 얻는 참다운 지식으로 더 큰 에너지로 향상심을 돋우었습니다. 머릿속 생각을 눈으로 볼 수 있는 커다란 일거리로 확대하는 특유의 감각은 무모한 도전을 낳았고, 무모한 도전은 혹독한 시련 속에서도 성과를 내는 금강석으로 자리할 수 있었습니다.

 

   가보지 않은 길을 동경하면서도 선뜻 걸음을 내디딜 수 없는 까닭은 시행착오를 겪는데 따른 수험료를 지불하고 싶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지금껏 안 해 본 일이기에 한정된 시간을 아끼고 부지런히 움직이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 미답(未踏)의 길을 걸어온 아산의 삶을 추모하며 현실과 타협하며 적당주의로 흘러온 자신을 곧추 세웁니다. 살아온 날들보다 살아갈 날들이 짧은 중년의 고개에서 자신에게 허락된 시간을 귀중하게 여기며 이웃과 더불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확장하는 어른으로 자리하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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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숫가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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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상현실·3D프린터·사물인터넷·5G·인공지능 등으로 집약되는 기술 혁신의 4차 산업혁명시대에 걸맞은 교육 형태는 이전의 시대와는 다른 모습일 것이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는 응용력과 창의력을 발휘하기 위해 다른 분야 사람들과의 협업을 우선시해야 한다. 하지만 교육 현실은 학력 위주의 경쟁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이름 있는 대학 진학을 위해 골몰하는 입시 위주의 교육으로 치닫고 있다.

   ‘본인이 애타게 원한다면 몰라도 부모 마음대로 진로를 정해버리는 것이 과연 애들에게 좋은 일일까요?’

   아이들의 생각은 안중에도 없는 부모들은 세속적 잣대가 정해놓은 규정을 따르면서 자녀들을 명문 대학에 보내려는 부모들의 노력은 적정 수위를 넘어선다. ‘호숫가 살인사건은 진실을 은폐하려는 집단의 파행적 악행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자식의 명문대학 진학에 초점을 맞춘 가족은 불을 향해 달려드는 불나비처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표를 향해 뛰어들었다.

   명문 사립 중학교 입학을 위해 의기투합한 부부와 학원 강사는 한 가지 목표를 향해 사적인 모임을 유지해 왔다. 네 부부는 아이들 공부를 책임질 학원 강사와 함께하는 캠프를 위해 호숫가 별장에 모였다. 명성이 자자한 학교에 입학하여 엘리트 코스를 걸으며 이름을 드날리기를 바라는 부모는 어떤 조건도 마다하지 않는다. 슌스케는 명문대 입시를 위한 합숙 과외의 연장인 모임이 탐탁지 않았지만 아들을 위해 참석하길 바라는 아내 미나코의 뜻에 따랐다. 슌스케 눈에는 서로에게 다정다감한 모습은 아니지만 결속력을 보이며 함께하는 부부의 모습이 생경해 보였다.

 

   슌스케가 부탁한 자료를 가져왔다는 그의 비서이자 내연녀인 에리코가 호숫가 별장에 도착하고 일은 벌어진다. 특별한 증거물을 가져왔다는 에리코와 만나기 위해 간 자리에 그녀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슌스케 부부가 지낼 방에서 주검으로 나타났다. 방 안의 시체 주변의 핏자국을 보며 당혹스런 표정을 짓는 슌스케에게 미나코는 자신이 살인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별장에 모인 부부는 사체 유기로 이를 은폐하는데 힘을 모았다. 인적이 드문 호숫가 밤 시간을 이용해 이들은 보트에 시신을 옮긴 뒤 호수 한복판에 유기하였다. 부력으로 시신이 떠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 시신을 담은 포대에 돌을 함께 담는 치밀함을 보였다.

 

   자식들의 명문 중학교 입학을 위해 모인 부부는 서로를 깊이 있게 이해하며 소통하는 관계로까지 진전한 유대는 없었다. 남편의 내연녀를 죽인 아내의 죄를 덮어주려는 이들의 행동에 의심을 품은 슌스케는 진실을 밝히려 한다. 아내가 내연녀를 죽인 것이라면 이들이 한마음으로 살인을 은폐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 추정하고 이면에 똬리를 틀고 앉은 진실에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명문 중학교 입학을 위해 시험지 유출, 성 상납까지 서슴지 않는 부모의 입시 부정과 왜곡된 가치관은 자식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쳤다.

 

    불법적인 일을 저질러 죗값을 치르더라도 명문대학을 나왔기 때문에 법망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이라 말하지 않았느냐는 아들 쇼타의 말에는 엄마가 심어준 왜곡된 가치관이 한몫했다.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며 책임을 배워가야 할 시기에 아이들은 부모가 정해준 길을 걸어야 했고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법을 잃어갔다. 학원 강사가 알선한 중학교 관계자와 얽힌 입시 비리의 물증이 담긴 사진을 들고 별장을 찾은 에리코가 양아버지의 내연녀임을 알았던 쇼타는 그녀를 돌로 쳐 죽게 했다. 아이들이 에리코의 죽음에 관련이 있음을 알게 된 부모들은 한마음이 될 수밖에 없었다.

 

   살인 사건을 파헤치면서 입시 비리의 주범으로 사체를 유기한 반인륜적 범죄자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고 싶은 생각만으로 가득했을 뿐이다.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슌스케는 망연자실한 채 침묵하며 가정이 깨질까 두려웠던 쇼타의 마음을 살피지 못하였던 부분을 되짚어봤을 것이다. 명문 중학교를 졸업하고 명문 고등학교를 거쳐 명문대학교를 졸업해야 성공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은 파행적 입시 부정을 낳고 말았다. 조금은 다른 방법을 찾게 되더라도 아이들 스스로 자신이 걸어가야 할 길을 생각하며 경험할 기회를 열어주는 부모의 역할을 생각하며 참담함을 달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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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읽는 아이 오로르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안 스파르 그림,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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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심시간 학생들의 도서 대출을 전담하다 봉사하는 학생이 점심을 먹고 오면 급식실로 향한다. 걸음을 재촉하여 복도를 지나가는데 한 학생이 복도를 내달려 내게로 달려왔다. 잘못하면 그 학생과 부딪칠 수도 있을 것 같아 소년이 뛰어오는 반대쪽으로 걸어가는데,

  ‘**! 꺼져.’

   소년은 외마디 소리를 지르고 반으로 들어갔다. 주변에 있던 아이들 눈은 휘둥그레졌고 나는 뜨악한 표정으로 밥을 먹으러 갔다. 반에서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수업에 반응을 보이지 않는 아이는 자폐를 앓은 지 꽤 되었다고 하였다. 서울에서 학교를 다닐 당시 여러 유형의 폭력에 시달리다 전학을 와서는 무탈하게 지내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다른 사람의 눈을 보면 그 사람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오로르는 말로 소통할 수는 없지만 태블릿에 글을 써서 사람들과 소통한다. 그녀는 상대의 눈을 보고 물음에 답하고 자신의 생각을 전하는 소통 방식과는 사뭇 다름을 알고 있다.

  ‘나는 사람들의 눈을 보면 다 안다. 내가 가진 신비한 힘이다.’

    오로르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는 능력으로 상대의 마음을 헤아려 배려하는 힘이 크다. 한쪽 문이 닫히면 다른 쪽 문이 열리는 것처럼 오로르는 말을 못하는 사실을 숨기지 않고 상대와 소통할 때에는 태블릿에 내용을 쓰면 된다고 여긴다. 부모의 이혼으로 상처를 받을 수도 있지만 그 역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상황에 따른 부모의 입장을 충분히 헤아린다. 다름으로 차별받는 일 없이 생명체는 누구든 공정하게 대우해야 하고 존중받아야 함을 역설한 조지안느 선생님은 제자의 강점을 칭찬한다. 열한 살 오로르는 자신의 주변을 헤아리며 상대의 고통에 감응하는 힘이 크다.

 

 

 

  우리 가족이 깨진 건 엄마 탓이야.’

    부모의 이혼에 불만을 품고 지내는 에밀리 언니는 여느 집처럼 아빠와 엄마가 잘 지내기를 바랐다. 큰딸의 항변에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않는 어머니는 부부가 인생에서 서로 다른 방향을 보고 있어 서로 다른 길을 갈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였다. 이를 지켜보는 오로르는 가족의 슬픔에 전율하며 힘든 세상에서 살아가는 일이 쉽지 않음을 알아차린다. 생김새에 너무 집착하는 힘든 세상에서 언니 친구인 루시는 몸집이 크다는 이유로 잔혹이들에게 놀림을 당하기 일쑤였다. 마법을 부리는 오로르는 키가 크든 작든, 몸집이 비대하든 왜소하든 차별 없이 모두가 잘 지내는 행복한 세상인 참깨 세상으로 향하였다.

 

 

    에밀리 언니의 생일을 맞아 함께 떠난 괴물나라는 이름대로 무섭고도 재미있는 놀이공원이다. 신화 속의 인물들을 조형물로 만들어 괴기한 분위기를 내면서도 재미있는 체험이 가득한 괴물나라에서 타인의 눈치를 보지 않고 한번 즐길 새도 없이 루시는 조롱당하였다. 도로테를 포함한 잔혹이들은 무리 지어 다니며 상대의 약점을 잡아 놀려댔다. 루시는 수영장을 빠져나와 종적을 감춰버렸고, 일행은 그녀를 찾아 나섰지만 쉽게 찾을 수가 없었다. 오로르 어머니는 안절부절못한 채 경찰에 도움을 청하였고, 어머니는 루시 엄마가 던지는 말의 횡포에 시달렸다. 루시를 찾기 위해 경찰의 부관으로 나선 오로르는 힘든 나라와 참깨 나라를 오가며 루시 언니의 행방을 찾았다. 수학 신동인 루시가 남긴 수학 공식을 보고 그녀의 행적을 찾아낸 오로르의 공적은 놀라운 지혜를 드러낸 통찰력의 결과물로 여겨졌다.

 

 

   참깨 세상과는 달리 사람을 불행하게 만드는 생각으로 가득한 힘든 세상에서 여럿이 함께 잘 살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 오로르는 물음을 건넨다. 평준화된 외모나 성격, 경제적인 곤란 등을 차별적 요소로 삼고 결핍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는 이들을 괴롭히는 사람들의 기사가 실릴 때마다 안타까움이 더한다. 남과 다르다는 사실이 또 다른 장애로 남아 당사자를 괴롭히도록 방기해서는 안 될 일이다. 말을 못하지만 태블릿에 글을 써서 소통하는 오로르가 일반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이끈 조지안느 선생님, 비굴하게 떼 지어 다니며 외모 콤플렉스가 있는 아이를 괴롭힌 잔혹이들과의 용서와 화해는 아름다운 삶의 일면이다. 오로르는 상대의 마음을 읽고, 이를 활용해 모두가 행복한 참깨 세상을 만들고 싶은 바람을 키우며 힘든 세상을 살고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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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 김려령 장편소설
김려령 지음 / 창비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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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연한 만남이 필연적인 만남으로 이어져 지금껏 살아온 삶의 질서를 깨뜨리는 경우가 있음을 통절하며 살아가는 게 우리 인생인 듯하다. 일상적 삶에 지쳐 피폐해진 육신에 쉼을 주는 형태의 여행은 아는 사람들이 없는 곳일수록 매력적이다. 눈에 익은 일상과 이별하고 익숙지 않은 공간에서 낯선 이들의 틈새에서 자신과 맞닥뜨리는 일들은 쉽게 잊히지 않을 자아의 본질을 일깨운다.

 

   서울 토박이인 도연은 동양과 서양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하는 이스탄불에서 사투리를 쓰는 유철에게 호감이 갔다. 유철은 이스탄불에서만큼은 일정 없이 일주일을 보내려 했고, 도연은 구상하며 글을 쓰느라 쌓인 불필요한 것들을 버리고 오려 했다. 수공예품을 파는 가게에서 우연히 만난 도연과 유철은 술탄아흐메트 광장을 거닐고 노천카페에서 술을 마시며 식당에서 케밥을 먹었다. 낯선 곳에서 청음 만난 이와 음식을 나누고 잠자리를 함께 한 둘은 일주일의 여행을 가슴에 묻고 각자의 위치에서 제 역할을 수행하며 지냈다.

 

   경남 k시 지역구 국회의원인 진유철과 k시 올해의 작가로 선정된 하도연은 시간이 흘러 다시 만났다. 도연은 유철과의 짧은 만남 이후 어딘가에서 그가 자신이 쓴 책을 볼 수도 있을 것이라는 막연히 생각할 때도 있었지만 규범적인 식상에서 그를 만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하였을 것이다. 만나야 할 사람은 어떻게 해도 만나게 되어 있고, 아무리 만나려 애써도 못 만날 인연은 만나지 못하는 게 숙명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도 깨닫기 전에 뱃속에 아이가 들어서 서둘러 결혼한 도연은 이혼하고 딸과 함께 지낸다. 밤낮이 바뀌어 생활하는 작가의 기벽을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딸은 엄마가 하는 일을 응원하며 모녀 사이도 좋은 편이다. 유철은 대학원에서 만난 정희와 결혼했지만 남편의 모든 일에 함께 나서는 아내의 간섭이 힘겨웠다. 재선 국회의원으로 대중들의 통제 아래 꽉 짜인 일정을 소화하며 지내야 하는 고충에다 일거수일투족을 함께 하려는 아내의 광적인 태도에 지쳐 가던 때, 아내의 이혼 요구를 받아들이기에 이르렀다.

 

   정치권에서 잔뼈가 굵은 보좌관은 작가와 국회의원이 한자리에 함께하는 지역구 행사를 제안하여 도연과 유철은 다시 만나 터키에서의 짧은 추억을 공유하며 사랑에 빠져들었다. 서로의 영역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사랑하는 이를 속박하지 않는 자유를 허하며 둘은 궁벽한 지역과 정치 1번지인 도심에서 사랑을 나눴다. 둘의 관계를 포착한 이들은 터키에서 함께 걷는 사진을 들춰 기사로 내보냈고, 이를 본 유철의 전처는 도연을 이혼 전에 남편과 불륜을 저지른 몹쓸 작가로 낙인을 찍었다.

 

   유철이 대학의 시간 강사로 일할 때, 대학원 공부를 그만 둔 정희는 교수 자료에서부터 학생들 답안지까지 손을 대며 남편을 힘들게 했다. 남편의 일을 부부가 공유하는 일을 당연시하며 국회의원 행사에도 일일이 참석하여 남편의 자유를 잠식해왔다. 아내에게 포획되어 지내온 삶을 청산하고 이혼한 유철이지만 이혼하고 나서도 새로운 사랑을 만나 안착하는 과정이 녹록치 않았다.

 

   이스탄불에서 도연과 유철이 함께 보낸 일주일이 가정파탄을 초래한 것처럼 몰아 부친 전처 정희의 편에 선 대중들의 입김에 몰려 유철은 국회의원직을 그만 둬야 했다. 불륜을 저지른 작가로 출판 금지 처분까지 내려진 도연은 당분간 절필하며 정희의 논리에 맞서지 않았다. 극악의 상황에 몰린 둘은 사랑하는 둘이 부부의 연을 맺는다는 혼인 서약을 하고 문제를 함께 풀어나갔다. 분풀이하는 상대에 맞서 분노하며 대응하기보다는 침묵하는 가운데 일이 정리대로 돌아가기를 바랐다.

   자유로이 연애하며 사랑하고 살아갈 것이라 말하던 도연이 모든 것을 내려놓은 유철을 받아들이며 혼인을 서약했다. 남편이 하는 일 모두를 알아야 하는 것처럼 상대를 옥죄는 아내, 아내를 남편의 부속품처럼 여기며 아내 위에 군림하는 남편 등살에 못 살겠다는 이들을 보면서 진정한 부부의 사랑이 무엇인지 반문한다. 연애할 때의 호감을 사랑으로 착각하여 결혼했다 후회하며 쇼윈도부부처럼 살아가는 부모를 지켜봐야 하는 자식들에게도 못할 짓이다. 서로 안 맞아 헤어졌다면 미련 없이 그 사람을 보내주고 내 그릇을 더 넓혀 상대의 안 좋은 부분까지 담을 수 있는 도량을 기를 필요가 있다. 군중 심리를 이용하여 남편의 마음을 돌리려 하다 도리어 자기 파멸을 초래한 전처 정희의 어리석음이 아픔을 더한다. 개인의 고유성을 침해하지 않으며 서로의 성장을 위해 공유하며 오늘보다는 좀 더 나은 내일을 전망할 수 있는 우리이길 바라며 권리를 앞세운 집착을 내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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