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경주 여행 - 개정증보판 일상이 고고학 시리즈 2
황윤 지음 / 책읽는고양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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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고 불릴 정도로 신라의 유물과 유적이 많이 남아있는 경주는 언제 그곳을 찾더라도 설렘을 더한다. 신라 천 년의 향이 배어 있는 고도 경주로 향하는 관문은 기와를 얹어 고풍스런 멋을 자아낸다. 경주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해 유적지로 향하는 길을 걸을 때 처음 스치는 얼굴 수막새는 신라인들의 미소를 담고 여행자를 반기는 듯하다. 손으로 빚은 얼굴 무늬 수막새는 소박하면서도 인간적인 면모가 배어 있는 신라인들의 표정을 담은 와당처럼 보인다. 신혼여행, 수학여행 인솔, 친구들과의 우정 여행, 월지 야경을 보러가는 번개 모임 등으로 익숙한 경주를 혼자 여행한 적은 없었다. 특별한 계획 없이 안양에서 경주로 향하는 첫차를 타고 경주 시내 풍경을 보며 유적지로 향하는 저자의 걸음을 따라 움직인다.

 

   뚜벅뚜벅 걸어 경주 시내로 들어가다 보면 봉황대를 만난다. 강해진 권력을 과시하기 위해 왕을 비롯한 그의 가족들은 평야에 거대한 무덤에 함께 묻혔다. 봉황대는 신라 시대 고분 중 하나로 단일 무덤으로는 경주에서 가장 큰 무덤이다. 봉황대 잔디 위로 자라는 11그루의 나무는 신라의 흥망성쇠를 지켜보며 그 자리에 함께하는 목신들처럼 고분의 운치를 더한다. 고분 안에 있는 황금 유물을 보관, 전시 중인 국립경주박물관은 3~4개월 주기로 전시되는 특별전이 열려 관람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신라를 대표하는 문화재뿐 아니라 기획전시에는 다른 나라의 유물을 전시할 때도 있다니 전시 내용을 미리 알아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지배층의 권력을 드러내는 황금 장식은 5세기 황금 문화의 정수를 드러낸다. 국립경주박물관에서 기획한 금관총, 황남대총 내부로 직접 들어간 듯 전시하는 방식은 관람객들의 시선을 끈다. 황남대총의 남성은 금동 관을 썼던 데 반해 여성은 금관을 쓰고 있어 여성이 남성의 우위에 있었던 점을 알 수 있다. 국립경주박물관 바깥에 있는 성덕대왕신종은 통일신라시대 최전성기를 통치했던 성덕왕을 기리기 위해 주조한 종으로 당대 신라인들이 직접 남긴 글들을 종의 몸에 새길 정도로 신라의 기록문화는 대단했다. 신라의 고승 원효가 남긴 불교 이론서는 불교 문화권에 세계적인 영향을 남겼고, 원효가 말년에 머무른 고선사에서 옮겨온 고선사지 삼층 석탑이 국립경주박물관 구석에 위치한다니 참배하고 싶다.

 

   왕의 무덤 앞에 군신들 무덤이 함께하는 배총 문화를 알 수 있는 서악리 고분군은 태종무열왕릉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진골 출신 왕으로 삼국통일의 주역인 김춘추는 금관가야 왕손인 김유신과 손을 잡고 위업을 달성하기 위해 뜻을 모았다. 물에 젖으면 글자가 변하는 마법을 지닌 김유신 묘, 그의 위패를 모신 서악 서원은 홀로 있어 고즈넉한 분위기를 더한다. 김인문의 묘로 알려진 각간묘의 주인을 둘러싼 학계의 공방이 있지만 고분 속 주인만이 알고 있으리라 여기며 역사적 사료의 엄중한 기록이 중요함을 일깨우는 대목이다. 오랜 전투 끝에 통일 신라의 위업을 달성한 신라 제 30대 문무왕은 해결하지 못한 왜구의 침략을 죽기 전까지 걱정했다. 문무왕은 죽어서도 동해의 용이 되어 외세를 막겠다며 바다 속(대왕암)에 잠들었다. 그의 아들 신문왕이 세상의 풍파를 잠재우는 피리 만파식적을 얻은 곳이라는 설화가 깃든 곳이다. 대본리 언덕에 자리한 정자 이견대, 해룡이 된 문무왕 모습을 보였다는 곳에서 수중릉을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듯하다. 기록에 의하면 감은사지 금당 뜰아래에 동쪽으로 구멍을 두었는데 이는 용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한 것으로 후에 용이 나타난 곳을 이견대라 불렀다.

 

   신라 최대 규모의 목탑-13금당-이 있던 황룡사와 신라 최초의 석탑이 만들어진 분황사 건립에 힘쓴 선덕여왕은 불교의 힘으로 백성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신라 호국신앙의 중심지로 거듭나려 했다. 선덕여왕은 압도적인 높이의 황룡사 9층 목탑 중수로 위용을 드러내며 신라를 지키기 위해 힘을 모았다. 죽거든 도리천에 묻어 달라고 했던 선덕여왕은 낭산에 묻혔고, 이후 그 아래에 부처를 수호하는 사천왕을 모신 사천왕사가 세워졌다니 불법으로 민심을 한 데 모으려 했던 그녀의 바람이 한 궤를 같이 한다. 신라 삼보 중 하나인 장육존불의 머리를 복원한 상이 황룡사 역사문화관에 안치되어 있다. 전륜성왕인 아소카왕의 전설이 깃든 장육존불은 사료를 통해 5미터로 추정되는 불상으로 신라를 상징하는 최대금동불상으로 불린다. 몽고의 침입으로 불탄 황룡사는 불타고 넓디넓은 터만 휑하니 남아 있어 융성했던 불교문화의 진수를 접할 수 없어 아쉬움은 크다.

 

  신라 천년의 수도 경주유적지에 조명으로 예쁜 빛을 쏘아 밤 볼거리를 만들어 다양한 계층들을 경주를 찾게 하는 경주 야경이다. 야간에 주요 유적지를 도는 관광버스를 운행하며 신라 천년의 역사가 흐르는 경주를 도드라지게 한다. 해 질 무렵이면 주변에 설치된 LED등에서 빛이 나와 첨성대를 비춘다. 별의 움직임을 관측하는 천문대 기능을 한 첨성대는 선덕여왕 때 만들어졌다. 김알지가 태어났다는 전설 속 숲인 계림을 지나 반월성을 거쳐 식빙고를 보고 경주 야경의 압권인 동궁·월지로 향한다. 신라 동궁 안에 있던 인공 연못인 월지는 조선시대 이래 오랫동안 안압지로 불렸던 곳이다. 문무왕 14(674) ‘궁 안에 못을 파고 산을 만들어 화초를 심고 진귀한 새와 짐승을 길렀다는 기록으로 보아 이 때 건립된 것으로 보고 있다.

 

    불국사는 여느 절과 달리 돌로 기단을 단단히 잡은 뒤 차곡차곡 쌓아 연결한 돌담 위에 목조 건물이 세워졌다. 불국사 창건주 김대성은 다양한 신분의 장인들과 함께 대웅전 앞에 석가탑과 다보탑까지 세워 불국토를 이뤄 나라 전체에 평화가 가득하길 바랐는지도 모른다. 무영탑으로 불리는 석가탑은 석공 아사달과 그의 부인 아사녀의 사랑 이야기가 어우러져 석가탑의 의미를 더한다. 고전적인 석탑 건립 방식을 바탕으로 조성된 석가탑과 달리 다보탑은 돌 하나하나를 목조 조각처럼 껴 맞춰 제작됐다. 부드러운 곡선미가 전해지는 다보탑은 과거 회귀의 장식을 통해 신라 불교 세계관을 확대해 불교의 전파를 가늠할 수 있게 한 창건주의 서원은 커 보인다. 본존불 앞으로 유리벽을 만들어 안으로는 일반인 출입을 금하는데 부처님 오신 날에는 옛날 석굴암을 구경하던 것처럼 인공 굴 안으로 입장이 가능하다니 이른 새벽 경주를 찾을 이유가 생긴 셈이다.

 

   곳곳에 유적과 유물로 가득한 경주는 한꺼번에 다 보려는 욕심을 거두고 가보지 않은 곳을 찾아가는 여행이 가능한 도시이다. 서사를 품고 자리하는 유적지 이름 모를 잡풀들까지도 유구한 역사를 안고 생명력 있게 자라고 있는 경주로 마음은 향한다. 노천 박물관이라 불리는 경주 남산을 도반들과 함께 답사하며 곳곳에 세워진 석탑과 불상을 보며 자리이타(自利利他)를 실천하는 보살들의 서원을 가늠할 수 있었다. 경주남산연구소에서 파견된 문화해설사와 함께 남산 유적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산등성을 오르내리느라 힘은 들었지만 불국토를 이루려는 신라인들의 바람이 담긴 석불을 참배하였다. 흐르는 땀을 훔치고 너럭바위에 앉아 한숨 돌리던 한때를 떠올리며 다시 찾고 싶은 경주다. 저자가 추천한 대로 경주시티투어의 동해안 투어 코스를 이용해 보련다. ‘승차-경주전통명주시관-감은사지-문무대왕릉-양남주상절리-골굴사-괘릉-하차코스는 뚜벅이 여행자들이 기억하면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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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마르트르 유서 움직씨 퀴어 문학선 2
구묘진 지음, 방철환 옮김 / 움직씨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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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 세상이 보편화되기 전 편지는 마음을 전하는 요긴한 수단이었다. 그리움이 봇물처럼 터진 날 편지를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다 끝내 부치지 못한 편지는 지금도 낡은 책상 서랍 속에 잠들어 있다. 대답 없는 상대와 대화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 마음을 터놓지만 한 번 돌아선 마음은 쉽사리 돌려지지 않는다. 인류의 구원에 관심이 많은 예술인 조에는 운명처럼 다가온 솜을 사랑하며 함께한 시간으로 되돌리고 싶어 한다. 하지만 솜은 조에와의 생활을 청산하고 또 다른 삶의 출구를 찾아 멀리 떠나버린 상태로 끊어진 인연의 고리를 다시 이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사귐이 깊어지면 애정이 싹트고 사랑이 있으면 고통의 그림자가 따르나니

사랑으로부터 시작되는 많은 고통의 그림자를 깊이 관찰하고 저 광야를 가고 있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는 숫타니파타의 구절을 떠올리게 하는 소설 <<몽마르트르 유서>>이다.

 

   19929월에 솜을 만난 조에는 서로에게 운명처럼 빠져들어 서로를 탐닉하며 결혼생활을 시작하였다. 많은 사랑의 유형이 존재하는 파리의 몽환적 분위기 역시 이들의 사랑을 돋우는 배경으로 작용했을 듯하다. 솜의 어머니 말처럼 조에에게 홀려 함께 지낸 시간은 둘을 성장·발전케 하는 관계로 이어지지 못한 채 파국으로 치달았다. 둘은 서로를 갉아먹으며 지내느라 힘든 생활을 되짚어 보면서 지친 심신을 달래는 치유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솜은 대만으로 가서 자기 치유 시간을 갖기로 하였고, 조에는 몽마르트르에 계속 머물렀다. 조에는 예술적 본성을 지키며 영혼의 구원을 위한 예술 세계를 펼치기에 그만인 몽마르트르에서 예술혼을 불태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치유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둘의 관계 복원 가능성은 희박해졌고 조에는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마음을 깨알 같은 글씨에 담아 편지를 보냈다. 그녀는 솜과 함께 지낸 시간을 복원하고 싶은 바람을 담아 솜에게 자신의 마음을 알아달라고 애원하였다. 절대적인 사랑은 오직 솜뿐이었다며 지난사랑을 갈구하지만 그녀로부터 희망적인 대답은 듣지 못한 채 체념의 골은 깊어진다. 조에는 자기 구원을 위한 물음을 던지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겼다. 운동과 평화로운 일상, 예술적인 감성과 열정 등 여럿 중에서도 그녀는 진정한 사랑만이 인생을 구원하는 것이라 믿어 왔다. 무엇보다 그녀는 사람을 사랑하는 능력 안에 내재된 빛과 인간의 선함을 발견하는 것으로 여겼다. 하지만 그 믿음 역시 솜의 사랑을 얻었을 때에서야 가능하였음을 일깨우며 엄습하여 오는 죽음의 위기를 감지하였다.

 

    조에는 솜을 처음 본 이후 꿈속에서 매일 그녀를 만났고 압도하는 운명처럼 둘은 파리에서 분홍 눈 토끼 토토와 함께 지냈다. 반려 동물 토토와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낸 유효기간은 그리 길지 않아 솜은 조에를 떠났고 오래지 않아 토토 역시 숨을 거뒀다. 생명체의 온기가 사라진 주검이지만 혈육처럼 지낸 토토를 곧바로 처리할 수는 없었다. 둘이 사랑하며 함께 지낸 시간 사랑의 촉매로 자리한 토토였으므로 단순한 죽음으로 처리할 수 없었을 조에의 마음이 전전해진다. 조에는 토토의 죽음을 애도하며 솜을 향한 지나친 사랑의 오점을 떠올리고 진정한 사랑을 천착하는 쓰기로 곁을 떠난 솜을 용서하기로 한다. 솜의 배신으로 모든 생활이 마비될 정도로 힘들어진 조에이지만 편지를 쓰며 사랑을 객관화하며 스스로를 구원코자 하였다.

 

    솜으로부터 무엇도 얻을 수 없다면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솜을 사랑하게 될 것이라는 조에의 고백은 마음에 상흔을 남긴다. 끊임없이 대가를 치르며 세월에 씻기면서도 여전히 살아 있는 사랑을 갈망하는 조에의 사랑은 파국으로 치닫는다. 파리에 남은 조에는 타이베이로 떠난 연인 솜을 향한 애절한 사랑을 담은 편지를 썼고 할 수만 있다면 파리에서의 사랑을 복원하고 싶은 갈망으로 들끓었다. 직설적인 표현으로 솜의 사랑을 갈구하면서도 자신에게 헌신적인 영의 사랑을 밀도 있게 그려낸다. 사랑을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더 행복하다는 말에는 아무런 보상이나 대가 없이 주는 사랑일 것이다. 견딜 수 없는 상황에서 일본을 찾은 조에에게 영은 어떻게든 사위어가는 조에의 생명을 보전하기 위해 애를 썼다.

 

   ‘내가 너를 사랑하는 방식은 모두 네게 지도록 허락하는 것이다.’

   조에의 한마디는 솜을 향한 절절한 사랑을 담고 있다. 현실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 사랑을 부여잡고 사느니 차라리 세속의 인연을 끊고서라도 자신의 사랑을 지키려 했다. 솜의 순수함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은 조에는 솜의 마음이 되어 지난시간을 되짚어 아쉬움을 남긴 부분들을 짚지만 명쾌한 만남을 기대할 수는 없었다. 순교자의 언덕(Mont des Martyrs)에서 유래한 몽마르트르에서 글을 쓰며 열정적인 예술가로서의 삶을 다하던 조에는 한 편의 글을 완성한 뒤 호숫가의 정령으로 사라졌다. 스물여섯 살 조에는 승려의 삶을 살 것이라는 말과 함께 솜을 향한 마음을 죽음으로 정리하였다. 통념을 넘어서는 여러 유형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한 사회에서 소수의 성애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에 조에의 죽음은 사랑의 본질을 생각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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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03 12: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자성지 2021-07-03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비내리는 날 웃으며 토요일 나만의 일과를 시작합니다.
 
제주 동쪽 - 한국의 땅과 사람에 관한 이야기 대한민국 도슨트 8
한진오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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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를 구경하지 못하고 별 다른 요동 없이 흐르는 섬진강을 하염없이 보며 지낸 까닭인지 가없이 펼쳐진 바다는 동경의 대상이었다. 배를 타고 처음으로 가본 대학 졸업여행지인 제주도는 배 멀미로 신비로운 자연 환경에 녹기는커녕 자리에 누워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30여 년 전 멀미약은 왜 그리도 독했던지........... 그로부터 10년이 지나 안정적으로 사회생활하면서 한 해에 두 번은 제주도를 찾았다. 항공편으로 한 시간 거리도 안 되는 제주에서 보낸 사나흘은 뭍에서 보기 힘든 비경에 곳곳이 경험하지 못한 빛깔로 여행자 눈길을 끌었다. 어쩌면 눈에서는 잡히지 않는 비현실적인 공간 제주도는 지칠 때 떠나고 싶은 환상의 섬이었다.

 

   계절마다 다른 빛깔의 옷을 입고 동서남북 어디를 가도 그 지역 특유의 자연은 제주도를 찾은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어머니의 손길처럼 따스했다. 하지만 이런 비경에 취해 황홀해하는 것조차 송구하게 여겨지는 것은 제주의 풍경 이면에 담긴 속살의 아픔이었다. 투명한 빛깔의 수채화 같은 제주의 풍경 에 감탄하며 척박한 땅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온 사람들의 신산한 삶을 간과하여 온 점을 되짚으며 제주 동쪽의 내밀한 삶을 들여다본다. 바다로 떨어지는 정방폭포를 배경으로 찍은 단체사진은 앨범 속에 멈춰 있지만 이곳 역시 4·3학살의 아픔을 간직한 곳이라니 희생당한 영혼들의 아픔이 서려 있는 듯하다. 남원 지서 근처와 멀리 정방폭포까지 70여 명을 끌고 와서는 인정사정없는 학살을 자행해 홀치기 사건으로 불릴 정도라니 바다로 바로 흘러가는 폭포수는 원한 맺힌 이들의 걷잡을 수 없는 눈물의 결정인 지도 모르겠다.

 

   제주의 상징 중 하나인 성산은 조천읍, 구좌읍, 우도면, 성산읍, 표선면, 남원읍을 아우르는 지역이다. 제주에 애착이 강한 저자는 제주 굿판에 홀려 성산을 수시로 드나들며 제주 동쪽에 서려 있는 역사, 문화적 자원을 발굴하여 독자들에게 전한다. 제주의 동과 서를 가르는 한라산은 땅속으로도 깊은 화산 활동이 일어나 곳곳에 동굴을 만들었고 물줄기를 이뤄 이색적인 경관을 낳았다. 한라산은 백록담과 더불어 360여 개에 이르는 오름은 지닌 화산의 군집으로 세계가 인정한 세계자연유산으로 자리한다. 4~5천 년 전, 바닷속에서 마그마가 분출해 형성된 수성화산인 성산 일출봉은 천혜의 비경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지만 이곳 역시 4·3항쟁 당시 무고한 이들이 죽어간 곳이라니 처연한 슬픔이 더한다.

 

   제주도 창조주인 설화 속 설문대 여신은 바다를 도랑처럼 넘나들며 섬을 만든 뒤에 일출봉 기슭에 앉아 해진 옷을 기우는 바느질할 때 등잔을 올려놓은 바위라는 등경돌 너머 만곡의 해안선을 끝없이 펼쳐내는 광치기 해변이 펼쳐진다. 관치기라고도 불리는 광치기 해변은 해난 사고를 당한 무연고 시신들이 떠밀려 와 관을 짜서 시신을 수습하는 일이 잦았다니 바다를 생업의 터전으로 삼고 사는 이들의 애 끊는 시름이 깊었을 듯하다. 낙향해 우도 개간의 뜻을 세운 김석린은 교육에도 힘을 써 지금의 우도를 찾게 하였다. 우도 속의 섬인 비양도 들머리에 있는 돈짓당은 해녀들이 섬기는 바다의 신인 요왕할망과 선왕신을 모신 곳이다. 이곳에는 바람의 신으로 알려진 영등신이 머물러 겨울 모진 바람을 몰아내고 훈훈한 봄을 알리는 촉매로 자리하는 듯하다.

 

   성산읍 동쪽 끝 마을인 신천리는 수백 마리 마소가 뛰어 놀던 목장이 있어 드넓은 초원의 목가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봄부터 가을까지 푸르렀던 들판이 겨울에는 귤껍질을 말리느라 누런 들판으로 변한다니 그 광경을 한번은 보고 싶다. 용궁으로 가는 길이라 불리는 용궁올레에 얽힌 전설은 바다라는 대자연의 섭리를 거스르지 않기를 바라는 신의 당부는 인간의 탐욕을 경계하는 듯하다. 지질 트레일 코스로 유면한 김녕리는 용암이 타올라 바다와 만나 굳어져 웅덩이를 만들었고, 썰물 때라야 살짝 머리를 드러내는 수중의 갯바위인 두럭산은 백록담을 닮아 이를 신성시하였다. 섬과 바다, 오름을 함께 품은 아름다움의 정점인 마을 종달리는 제주에서 귀한 소금을 만드는 마을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싶다.

 

   제주에서 나고 자란 많은 소녀들은 물질을 운명으로 여기며 파도에 몸을 싣고 제주 바다 곳곳을 누비고 있다. 물질을 잘하는 정도에 따라 상군·중군·하군 해녀로 나뉘는 해녀들은 애기 잠수의 망사리에 해산물을 나눠 주며 어린 해녀를 배려하였다. 제주에서 해안선이 가장 긴 마을인 하도리는 제주에서 해녀가 가장 많은 마을이다. 해녀 박물관 건립 이후 해녀들의 땀이 밴 삶터인 숨비소리길을 조성해 바다를 생업 터전으로 삼아 온몸으로 이뤄낸 해녀들의 강건한 삶의 의지를 담았다. 곳곳에 뿌리 내린 나물들이 수십 년의 세월이 흘러 숲을 이뤘고, 머체왓의 편백 군락지도 조성되어 짙은 피톤치드 향을 풍기며 오욕에 찌든 몸과 마음을 씻어줄 듯하다. 숲에서 시작해 숲으로 끝이 난다는 머체왓숲길을 걱정 없이 걸을 수 있기를 바란다.

 

   조선 세종 때 왜구를 방어하기 위해 축조된 수산진성의 옛터에 자리를 잡은 수산초등학교의 담벼락은 철옹성처럼 단단하여 육백 년이 지났어도 학교 담장 구실을 하고 있다니 놀랍다. 절제의 미를 갖춘 백동백나무가 운동장에 있는 수산초등학교에는 진성 완성의 제물로 희생된 아이의 넋을 달래기 위해 세웠다는 진안할망당이 있다니 이색적이다. 제주에서는 드문 리아스식 해안을 자랑하는 오조리의 식산봉은 108종의 식물을 품고 있는 비밀의 화원으로 불리는 해발 60미터의 작은 오름이다. 오름이 많고 평지가 적은 제주 동쪽은 척박한 환경에 농사를 짓다 보니 소의 힘을 빌려야 했다. 이에 따라 전문적으로 소를 치는 테우리가 있어 자연적 환경에 적응하며 지역민들만의 고유한 풍습을 이루었다. 자연재해와 목민관의 수탈 등으로 곤욕을 치르면서도 초자연적인 힘에 기대어서라도 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던 제주도 사람들의 고단한 시간은 설화 속에 융해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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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발의 고독 - 시간과 자연을 걷는 일에 대하여
토르비에른 에켈룬 지음, 김병순 옮김 / 싱긋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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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원이 귀하고 부족하던 시절, 농사를 짓고 사는 궁벽한 시골 살림살이에서 아이들은 농사짓는 어른들 일손을 거들었다. 이른 새벽부터 남아들은 꼴을 베어 소여물을 주고 여아들은 빨래터로 가 빨래를 씻어 넌 뒤 학교를 향하였다. 새마을 운동이 한창이던 때는 퇴비증산을 위한 울력에 온 동네 사람들이 나서야 했다. 두 발로 걸어 양손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풀을 베고 모으는 일에 나서야 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걷고 움직이는 일상을 들여다본다.

 

   느닷없이 쓰러져 정신을 잃고 병원 응급실로 간 저자는 뇌전증 진단을 받고 의사의 권고대로 운전면허증을 반납하였다. 지금껏 차를 운전하며 생활했던 이에게 운전 금지는 여러 불편함을 가중시킬 수 있었지만 저자는 생각을 달리하여 이동 방법을 바꾸었다. 직립 보행으로 원하는 일들을 처리하며 지냈던 석기 시대의 수렵·채집 생활을 떠올리며 생필품을 사러 갈 때에도 걸어서 다녀오는 방법을 고수하였다. 오랜 세월에 걸쳐 많은 사람들이 오고간 길을 되짚어 걸으며 문명의 이기에 짓눌려 생각지 못했던 일들을 떠올리며 저자는 걷는다.

 

   부모와 두 여동생이 함께 오두막에서 지냈던 유년 시절, 보금자리가 깃든 숲 속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걷던 남매의 사진을 보며 추억에 잠겼다. 울울창창한 숲 사이로 난 외길에 선 남매는 배낭을 메고 서로 손을 잡고 집 뒤쪽 숲속으로 걸어갔다. 길을 걷다 보면 목이 마를 수도 있으니 물과 간단한 요깃거리를 챙기는 일은 길을 떠나는 자녀들을 위한 부모의 마음을 담았으리라....... 지금은 각자의 위치에서 제 역할을 다하며 사느라 자주 만나기는 힘든 남매이지만 그 시절 함께했던 시간을 떠올리게 하는 사진 한 장에는 가족의 서사가 깃들어 있다.

 

   처음부터 있던 길은 그 어디에도 없다는 말을 되새기며 길을 찾을 때가 있다. 산길을 걷다 길을 잃고 헤맨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잡목으로 우거져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길로 빠졌을 때 두려움이 밀려든 경험 한두 가지는 있을 것이다. 출구를 찾기 힘든 미로처럼 얽히고설킨 길을 걸어 평지와 이어지는 길을 찾았을 때의 기쁨은 곱절로 든다. 저자는 친구와 함께 아이들을 데리고 노르웨이 하르당에르고원을 가로지르는 옛 산길을 탐사하며 아름다운 자연의 풍광에 매료되었다. 험한 산길을 걷는 아이들 역시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걸음으로 저마다의 보폭을 유지하며 걸었다. 벼랑에 난 틈새에 쌓아올린 돌무더기는 주위 풍경과 조화를 이루는 하나의 표식으로 이정표 기능을 하였다.

 

   저자는 탐사 중 떠오르는 중요한 생각을 메모하며 시간과 공간을 관통하는 걷기를 즐겼다. 오슬로 인근의 노르마르카숲을 걸을 때에는 문명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길을 택해 기존의 탐방로가 아닌 길을 찾는 모험도 감행하였다. 개울은 저항을 최소한으로 받는 길을 따라 쉼 없이 흘러 강에 이르고 바다로 흘러간다. 누구든 산길을 걸었다 다시 걸어 돌아오는 길, 힘에 부쳐 주저 않고 싶은 순간이 올 때면 반환점을 지났다는 생각을 떠올린다. 산길 중간을 넘어섰다는 말은 하산할 때와 멀어졌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오르막길을 오르느라 숨이 턱에 닿을 듯 힘이 드는 순간, 너럭바위에 앉아 오던 길을 내려다본다. 오랜 시간 속 풍화를 견딘 표적은 바위 곳곳에 흔적을 남기고, 돌 틈에 피어난 이름 모를 야생화의 원색적 빛깔은 자연 속에 함께하는 설렘을 선물한다.

 

   머릿속이 복잡하고 시름이 깊을 때면 동네 뒷산을 찾는다. 특별한 장비 없이 황톳길을 걸으며 마음을 어지럽힌 일들을 불러내 내적 소통을 꾀하며 한 걸음씩 움직인다. 인기척에 놀라 소나무 위로 내달리는 청설모에게 따스한 한마디를 건네며 가슴속에 남은 감정의 찌꺼기를 떼어 낸다. 차를 타고 다닐 때는 눈에 들어오지 않은 것들이 새롭게 들어오는 경험은 가보지 않은 길을 걷는 이들에게 주는 통찰의 힘이다. 이른 저녁을 먹고 들판으로 가는 길, 길가에 우거진 풀숲은 짧게 자른 남동생의 머리처럼 민숭민숭함을 드러내며 진한 풀냄새를 풍긴다. 모내기를 끝낸 들판에는 연두 빛깔의 벼들이 청초하게 자라나 걷는 이의 마음을 싱그럽게 물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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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요테의 놀라운 여행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13
댄 거마인하트 지음, 이나경 옮김 / 놀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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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탈한 일상이 고마운 줄 모르고 지내다 평범하게 여기며 지냈던 일들을 시도조차 하지 못한 채 타인과의 거리를 두고 지내는 팬데믹 시대에 책은 길동무로 자리한다. 세 자매와 부모로 구성된 가족은 서로 배려하고 사랑하며 추억을 새기느라 한정된 시간을 헛되이 보낼 수 없었다. 서로 좋은 점을 담은 쪽지, 사진, 편지, 작은 보물들, 함께한 삶의 조각들이 담긴 추억 상자를 공원의 그늘진 구석에 묻었다.

   ‘나중에 다시 오자.’

    던 엄마의 말은 지킬 수 없는 약속이 되어 허공으로 흩어졌다. 공원에 추억상자를 묻고 돌아오는 길 가족은 자동차 사고를 당하였다. 찰나의 사고로 엄마와 언니, 동생을 잃고 남은 둘째 아이에게는 세 자매와 엄마가 함께한 추억만이 남았다.

 

   예기치 않은 일로 아내를 잃고 두 딸을 떠나보낸 아빠는 남은 딸과 함께 새로운 길에 섰다. 가족으로 묶인 이들을 잃어버린 상실은 온 가족이 정을 나누며 지낸 공간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나와 지내는 방법을 찾게 하였다. 아빠와 딸이라는 호칭 대신 로데오와 코요테라는 새 이름을 지어 부르며 길 위를 달렸다. 일정한 시간, 학생들 등하교를 돕는 스쿨버스를 구입하여 방을 꾸미고 좋아하는 책들도 함께 뒀다.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일들과는 결별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길, 주유소에서 앞으로 나아갈 에너지를 공급받으며 또 다른 주유소를 찾아 이동하였다. 스쿨버스 예거에 기름을 넣고 휴게소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등 기본적인 삶의 욕구를 채우며 새로운 길동무를 만나 동행하였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아이반

   을 좋아하는 코요테는 선물 받은 고양이에게 아이반이라는 이름을 붙여 줬다. 코요테 속마음을 알아차린 로데오는 내걸었던 조건을 해제하고 딸에게 아이반과 함께 하는 시간을 허락하였다. 서로의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는 법을 소중한 존재를 아끼며 더불어 살아가는 방랑하는 사람들을 태워 목적지에 닿게 하였다. 휴대폰으로 엮이고 싶지 않은 로데오였기에 코요테는 매주 토요일 공중전화로 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전하였다. 손녀가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 하는 할머니와 통화하며 코요테는 집 근처에서 일어나는 소식을 접하였다.

 

   아픔의 눈물이 일렁거리는 과거와는 단절한 채 앞으로 나아갈 길만 생각하며 지내자던 로데오의 뜻을 코요테는 존중하였다.

   ‘너희 집 블록 끝에 있던 작은 공원이 없어질 거란다.’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은 코요테는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비밀과 추억을 간직한 숲이 사라지기 전 숲 그늘 아래 묻은 추억상자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집으로부터 멀리멀리 달려온 길에서 우회하여 진정한 목적지 포플린 스프링스로 가는 길은 동승한 이들과의 공조가 필요했다. 상실의 아픔이 남긴 참혹한 슬픔을 떠올리며 마주하기 힘든 줄 알면서도 코요테는 엄마의 딸로, 동생이자 언니로 세상을 뜬 이들과의 약속을 지켜야 했다.

 

   가정 폭력을 피해 집을 나온 살바도르와 그의 엄마, 사랑 대신 음악가로 살아가는 꿈을 선택한 레스터, 동성애자를 이해 못하는 부모를 피해 나온 밸은 하나같이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청소년 오케스트라에서 제1바이올린 수석으로 자리하는 살바도르의 연주회가 예정된 날, 그의 엄마는 휴가까지 받았지만 아버지의 폭력으로 연주회에 참석은커녕 낯익은 곳을 떠나야 했다. 살바도르와 코요테는 서로의 비밀을 공유하며 친구의 바람을 들어준다. 가족과의 추억이 깃든 목적지로 가는 길에서 코요테는 일행과 함께 기지를 발휘하여 살바도르가 그의 엄마를 위해 바이올린을 연주할 수 있게 도왔다.

 

   두 사람은 서로를 아빠와 딸로 부르지 않으며 오 년 전 먼저 떠난 가족과 과거에 대해서도 말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칙을 깨뜨려야 하는 때가 와버렸다. 로데오에게는 비밀로 부치고 엄마와 세 자매의 추억이 묻힌 곳을 찾아가는 여정에 돌발 상황은 복병처럼 자리하여 공사 시행일을 넘기고 말았다. 레스터와 로데오가 교대로 버스를 운행하는 도중 브레이크 결함으로 위험한 상황에 처하기도 하였지만 브레이크를 손 봐서 다시 목적지를 향해 달렸다. 밤새 달리면 공사를 시작하기 전에 집 근처 공원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이라 여겼는데 세상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듯 또 다른 걸림이 자리하였다. 보안관 지시에 따르며 조사를 받고 진상이 밝혀질 때까지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고 말았다

  

   지체할 시간이 별로 없는 상황에서 다른 선택지가 없을 때에는 남은 선택지가 자연스럽게 최선이 되는 것이라는 아빠는 딸에게 운전을 가르쳐주었다. 속력을 내어 예거를 몰고 보안관을 따돌린 코요테는 살바도르와 함께 공원에 도착해 공사가 시작된 숲 그늘 아래 구덩이로 들어가 삽질을 하였다. 진정한 눈빛으로 추억상자를 찾아야 한다는 소녀의 간절함은 인부들 마음까지 움직여 함께 구덩이를 파게 되었고, 마침내 묻었던 추억을 꺼내었다. 오 년 전 아픔이 자리하는 공간에서 꺼낸 추억상자를 열어 가족의 마음을 확인한 아빠와 딸은 지금껏 기억을 떠올리는 것조차 거부하던 삶을 수정하였다. 추억을 들추며 하늘의 별이 된 이들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소중히 여기고 새로운 삶을 시작할 집을 찾아 앞으로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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