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고치며 마음도 고칩니다 - 우울을 벗어나 온전히 나를 만난 시간
정재은 지음 / 앤의서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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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연한 일들에 지배를 받으며 버거운 일상이 야기하는 정신적 방황이 많았던 시절 우울을 떨쳐내기 위해 짐을 꾸릴 때가 있었다. 불화하는 가족과 함께 지내는 시간보다는 서로 떨어져 지내는 시간을 통해 무탈한 일상의 고마움을 뼈저리게 느끼며 감사하는 마음이 자리하기 시작했다. 아쉬움을 느끼지 못하는 익숙함을 단조로운 권태로 받아들이며 낯익은 공간 너머를 갈망하며 지냈다. 아직은 엄마의 손길이 많이 필요한 때, 어린 자녀 둘을 남편에게 떠맡기고 한 달 배낭여행을 인도로 떠난 일은 지금도 잘한 일로 여겨진다. 남은 식구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지친 나를 돌보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길 위에 나섰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책 한 권에 빠져든다. 살던 집을 거주민들의 기호에 맞게 고쳐가며 마음까지 고쳐가는 일은 케케묵은 마음의 더께를 걷어내고 정갈함을 선물하는 일처럼 기분 좋게 한다.

 

   우울과 무기력으로 이어진 지난 시간에서 벗어나기 위해 용기 내어 떠난 자유 여행으로 저자는 생의 전환점을 찾았다. 타인의 눈치를 볼 것도 없이 생활 속 고민을 틀어놓으며 동질감을 회복하고 가까워진 사람과 연애를 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상에서 벗어나는 용기를 통해서 비로소 삶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자신을 내려놓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여행지에서 운명처럼 재회한 사람과 자신을 둘러싼 고민과 우울, 불행 등을 꺼내어 보이며 교유하였다. 주고받은 이 메일로 연락을 취해 친구처럼 만나다 연애를 한 둘은 같은 공간에 둥지를 틀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행하며 나답게 사는 방법을 강구하며 지낸다.

 

   시간 품을 팔고 발품을 팔면서 작은 규모의 퇴락한 주택을 사들이고 부부는 세입자로 더 이상 이사를 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안도했다. 작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집을 수리하는 대수선으로 부부가 원하는 집의 쓰임새를 찾아갔다. 집을 수리한다고 짐을 싸다 보면 버리지 못한 짐들이 많아 천덕꾸러기가 됨을 알아차린다. 짐을 보관하는 공간이 제 기능을 찾을 때까지 몇 년 동안 미련스레 이고 지고 왔던 것들을 놓아버렸다. 주택들이 즐비하게 들어앉은 골목의 집들은 높아봐야 2층인 집들뿐이라 고층건물 사이로 얼굴을 내미는 하늘을 찾을 필요도 없이 넓은 하늘을 실컷 볼 수 있는 매력이 큰 곳이다. 들창을 열고 하늘을 보면 따스한 햇살이 비추는 곳에서 자신만의 리듬으로 삶의 결을 가꾸며 사는 모습이 그려진다. 부부라고 모든 것을 공유하며 밀착되어 지내기보다는 서로의 자율성을 인정하며 관심 있는 듯 무심한 듯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소통과 화합의 세계로 향하는 삶의 풍경이 보기 좋다.

 

   저자는 부부 싸움이 잦았던 가정의 딸로 자라며 회의와 우울감이 짙게 드리웠던 시절을 진솔하게 드러내며 습한 안개를 걷어내고 뽀송뽀송한 삶으로 치환하는 일에 적극성을 띠며 나다운 삶을 회복하는데 집중한다. 작은 집을 수리해 살면서 불편함이 생기면 다시 수리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마음까지 고쳐가며 사는 저자는 너무 애쓰지 않으며 단정하고 조용한 자신을 지키고 싶은 바람이 커서이다. 빚을 갚기까지 자신의 한계를 느끼면서도 직장 생활을 감내하였다 이후 프리랜서로 전향해 자기 나름대로 통제하는 자율적 삶을 유지하고 있다. 틈을 찾기 힘든 프리랜서 남편을 대신해 집안일을 주로 하며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하는 전담사로 자리한 저자는 자 부엌을 6칸짜리 서랍 형태의 싱크대를 완성하였다. 안정적인 월급쟁이와는 다른 생활형이라 중고 제품을 활용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외주의 요청에 따라 들어오는 돈이 달라지니 지금부터 아껴 쓰는 생활은 몸에 배여야 한다. 부부가 서로 하는 일을 존중하며 예쁜 개 봄이와 셋이 살아가는 모습이 소박한 행복을 준다.

 

   돈을 안 들이고도 행할 수 있는 일을 통해서라도 비참해지지 않고 즐겁게 살아가는 일에도 근육이 붙은 저자는 웬만한 것은 손수 행할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하며 절세 효과를 누리며 산다. 아름다운 봄날 봄이 화사한 빛으로 온 봄이와 세 차례 산책하며 마을의 구석구석을 탐방하는 주인의 사랑은 생명체에 대한 사랑으로 비춰진다. 지난 시절 기억의 흔적들을 움켜쥐고 살았던 것들을 하나 둘 놓아버림으로써 물리적인 짐을 덜어내며 마음을 가볍게 하는 일은 내 집에 깃들어 살면서 나답게 사는 이치에 담겨 있다. 나무와 함께 살면서 계절이 우리의 시간 속으로 들어서서 계절의 변화를 농밀하게 느끼게 하였다. 연초록에서 진초록으로 달라져가는 여름의 농도를 알아차리는 때는 지금을 오롯이 사는 현재형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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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꾼다는 것 - ‘내-생태계’와 함께 성장하는 이야기 너머학교 열린교실 16
박사 지음 / 너머학교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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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제력을 잃고 막무가내로 행동하는 열네 살 아이들과 만나는 수업은 녹록치가 않다. 자신의 언행을 성찰하기보다는 타인의 언행에 참견하기를 일삼으며 수업 진행을 방해하는 이들이 있어 교사들은 교단에서 어린 학생들과 함께하는 일에 회의가 더한다는 푸념을 늘어놓았다. 아무 말이나 늘어놓으면서 글쓰기는 힘들어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생각을 정리하여 표현하는 시간은 확보되어야 할 일로 비춰진다. 쓰기를 귀찮아하며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시간 자체가 싫다는 말을 서슴지 않는 상황에 말과 개념을 바꾸어 가는 일은 필요하다.

   삶의 변성기를 겪고 있는 십대들이 자신의 일상을 소중히 여기며 말과 행동으로 새로운 삶을 벼림으로써 -생태계를 부지런히 잘 가꾸어 가길 바라며 함께 책을 읽었다. 눈에 드러나는 부분에 신경을 쓰면서 외모를 가꾸는 것은 아이들이 성장하며 나와 다른 사람을 의식하고 접하는 세계가 넓어지고 있음을 드러내는 부분이다. 체형을 비롯한 외형적 특징 뿐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내장까지 가꾸며 지내야 한다. 건강할 때는 장기의 활동이 소중함을 잊고 지내다가도 내장에 염증이 생기면 -생태계가 탁해져 일상생활마저 힘들어질 수가 있다.

 

   신체를 움직이며 섭취한 음식을 소화시키고 소모하여 노폐물을 배출함으로써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 몸을 깨끗이 씻어 청결을 유지하는 일은 나와 남을 존중하는 행동으로 귀결된다. 자신을 가꾸기 위해 나른 생명체에게 고통을 주지 않기 위해 물건을 만드는 과정에서부터 유통 과정까지 면밀히 살펴 소비할 필요가 있다. 외 밖에도 외모와 태도, 주변 공간뿐 아니라 가족과 친구 등 관계를 포함해 -생태계를 풍요롭게 가꾸는 의미와 방법을 자세히 알려 -생태계를 부지런히 잘 가꾸면 우리-생태계도 좋은 영향을 받게 됨을 일깨운다.

 

   널브러진 방안에 들어서면 정신이 산란해져 일이 손에 안 잡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행하지 못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어지른 것들을 치워 말끔히 정리하고 도움 되지 않는 쓸데없는 생각들까지 정리하면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일이 줄어들 것이다. 나만의 정리 규칙을 세워 정리 요령을 쌓아 나만의 취향을 갖는 일은 한 사람이 성인으로 자리하는데 필요한 습관으로 모아진다. 나만의 기준을 명확히 하여 복잡한 인간관계를 정리하여 단순한 관계로 심도 있는 관계를 유지해 에너지 소모를 줄여야 한다. 소중한 사람을 아끼기 위해 포기해야 할 것도 있음을 새기며 모두에게 사랑받을 욕심을 내려놓는 용기를 내야 한다.

 

   ‘재물을 잃으면 조금 잃은 것이요, 건강을 잃으면 많이 잃은 것이나 목숨을 잃으면 전부를 잃은 것이라고 한다.’

   건강할 때 정신과 신체의 균형을 유지하며 사는 일상을 챙기며 살아갈 필요가 있다. 성장기에 해당하는 청소년기에 건강을 돌보고 외모를 가꾸며 지내는 일의 소중함을 -생태계가꾸기를 통해 살펴보았다. 주변을 청소하고 정리하며 복잡한 인간관계까지 조율하는 일련의 과정은 스스로 주인 되어 살아갈 세상을 준비하는 흐름이기도 하다. 내 삶과 관련 있는 일상을 선하게 가꾸어 가는 일은 -생태계를 포괄하는 우리-생태계에도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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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벅 창비청소년문학 12
배유안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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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사는지 묻고 그 물음에 답하며 인생을 살아야 한다고 여기면서도 중심을 잡지 못한 채 대중이 정해 둔 기준을 따르며 허둥대며 사느라 자아의 본질을 잊고 지내기 일쑤다.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은 많지만 왜 공부하는지 모른 채 남들과의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강압적 틀에 매어 사느라 고단한 나날을 보낸다. 한번 뛰기 시작한 수천 마리의 양 떼는 계속 뛰다 자기가 왜 뛰는지 모르고 여기가 어디인지도 모른 채 뛰다가 절벽을 만나면 속도를 줄이지 못해 속도에 밀려 그 아래로 떨어져 죽고 만다는 스프링 벅을 모티브로 한 소설을 만났다.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이고 어떻게 살고 싶은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수동적으로 살아내느라 힘겨운 시간을 채워가는 이들이 즐비하다. 학업 위주의 성취를 중시하는 우리나라에서 학생으로 산다는 것은 하고 싶은 것들을 행하며 살아갈 자유보다는 하고 싶지 않아도 성취해야 할 것들을 향해 질주하라는 말이 횡행한다. 정원수처럼 부모가 틀어주는 방향대로 성장해온 성준 형이 수능 고득점으로 일류대학에 진학하였으나 죽음으로 생을 마감한 사건은 가히 충격적이다.

 

   개인의 적성과 취미를 고려해 선택적으로 운영되는 특별활동 시간마저 학습에 도움 되는 부서로 편성되기를 바라는 부모들의 욕심에 학생들 마음은 멍들어간다. 학교축제의 꽃이라 불릴 연극 공연을 앞두고 연극반 학생들은 연습실에서 연습하느라 일정 시간을 보낸다. 이 사실을 안 창제 어머니는 연극부에서 아들을 빼달라고 한 일이 있던 날 창제는 가출했다 한 달이 넘어서야 학교로 돌아왔다. 봉사 나갔던 시설을 찾아 그곳에서 육체적인 노동을 주로 하며 자신이 가야 할 길에 대한 방향을 정하고 돌아왔다. 부모가 바라는 대로 부모의 뜻을 거역하지 않고 살아내는 게 최선이 아니라 여기면서도 틀을 깨는 일은 드문 일인데 나답게 살아갈 중심을 잡기 위해 길을 나선 창제의 용기가 돋보인다.

 

 

   형의 죽음으로 동준 네는 비통함에  괴괴한 집안 분위기로 전락하여 웃음은 찾아볼 수 없었고, 가족들 간의 대화마저 끊어져 무거운 침묵이 자리했다. 수시에 떨어진 형이 수능시험을 잘 봐서 남들이 가고 싶은 명문대학에 들어가 부모의 어깨에 힘을 실어줬는데 이제는 이승에서 만날 수도 없다니 동준의 의구심은 더했다. 형의 죽음 원인을 찾아 궁리하던 동준은 수학 과외 선생인 장근 형이 전한 수능 대리시험 소식을 접하고 충격에 휩싸였다. 이 모든 사실을 감내하며 대학생활을 지속하기 힘든 성준은 사는 게 부끄럽다는 말을 전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불법을 저질러서라도 아들을 명문대에 진학시킨 어머니 판단과 행동을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 처져 있는 어머니를 봐야 하는 아픔도 컸다.

 

    이승에서 다시는 만날 수 없는 형을 가슴에 묻고 춤을 추며 춤으로 열정을 표현하고 싶은 미키 역을 맡아 열연한 동준은 연습에 몰입할 때면 울적함을 떨칠 수 있었다. 놀이처럼 춤을 추고 쌓인 스트레스를 풀며 새로운 힘을 얻는 학생의 꿈을 막는 어른들과의 마찰을 주축으로 하는 연극은 성적 위주의 교육 풍토를 비판한다.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나서는 학생들의 꿈을 응원하기보다는 부모들 방식대로 자식들을 키워내려는 의도를 이식하려는 뜻을 강하게 드러낸다. 작가로 생활하기 위해 단기 목표와 장기 목표를 세우고 글쓰기에 두각을 드러내는 예슬이의 당당함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몰입하는 즐거움에 빠져들게 한다. 아이들을 곁에 두고 뜻대로 안 된다고 푸념하며 훈육하기보다는 이들이 선택의 기회를 넓혀 경험 속에 중심을 바로 잡고 성장하는 사회인으로 자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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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대로 좋다 - 법륜스님의 희망편지
법륜 지음, 박정은 그림 / 정토출판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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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중들의 물음에 답하는 즉문즉설 강연을 SNS로 시청하며 법륜 스님의 명쾌한 답은 마음속 답답함을 씻어 내리곤 하였다. 때로는 의뢰자의 마음이 상할 수도 있는 호쾌함이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내용을 곱씹어 보면 합리적인 판단임을 알아차린다. 스님은 국내·국외 1250회 강연에서 7천여 명과 마주한 이야기를 짧은 글에 담아 이미지로 구성하여 SNS채널에 발행해 크고 작은 울림을 전하였다. 이 중에서도 대중들 관심이 많은 내용들을 책으로 엮어 곁에 두고 읽으며 지금 이 시간을 잘 살아가는데 도움을 준다. 선지식의 글을 수행의 방편으로 삼아 바로 이 순간 집중하며 살아갈 당위성을 부여하며 오늘 하루 감사하는 마음으로 보내리라 다짐한다.

 

    단명한 집안의 후손이라서인지 나이 50이 넘어서면서는 내일 아침 눈을 뜨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날이 늘어났다.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인생에 오늘 깨어 있음에 감사하며 새로운 하루를 시작한다. 빗소리를 들으며 늦게까지 자리에 누워 있어도 괜찮은 주말이라 다행이라 여길 때가 있다. 정해진 일과대로 움직이며 어제와 별반 다를 것이 없는 현실에 심드렁할 때도 있지만 종이 울리면 책을 꺼내 들고 앉아 뭔가를 배겠다는 아이들이 있는 교육 현장에서 일하며 지내는 일상이 감사하다. 특별한 의미를 찾아 회의할 때도 있지만 특별한 날이 따로 없다는 것을 알면 비로소 특별한 날을 만나게 된다는 말에 공감하며 오늘을 산다.

 

    상을 버리고 있는 그대로의 나, 있는 그대로의 상대를 봐야 평정심을 유지하고 통찰력 있는 삶을 살아갈 텐데도 허상은 끼어들어 마음을 괴롭힌다. 옳다 그르다 판단하지 말고 자신의 감정 습관을 알아차리면 감정의 노예가 되지 않게 됨을 알고 마음자리를 찾아 늘 깨어 있으려는 노력은 필요하다. 자기 스스로 행복할 줄 모르는 사람이 남을 행복하게 해준다는 것은 어불성설임을 알면서도 자식의 삶을 통해 행복을 찾으려 했던 자신을 뉘우친다.

 

    20대 중반이지만 아직도 어린 애처럼 굴 때가 많은 아들의 행동을 푸념하면서 너만 잘 살면 우리 집은 걱정이 없을 것이라며 듣기 싫은 소리로 아들을 통제하려 애써왔을 뿐이다. 부족함 없이 지내온 아이는 물자 귀한 줄도 모르고 용돈을 소비하는 충동성이 강한 편이다. 이래라저래라 하지 말고 스스로 모범을 보여 아이 스스로 자긍심을 갖고 살 수 있게 하는 마음 근육을 키워주는 일이 우선임을 다시 깨닫는다. 마음의 욕심을 내려놓고 아들 입장에서 생각하며 자정 전에 잠자리에 들어 잘했다는 말을 전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지자체에서 보내는 재난안전문자를 본다. 생활 수칙을 잘 지키고 수도권으로의 외출을 자제해달라는 당부 문자가 대부분이다. 청정 남해에는 코로나19 감염자가 없어도 무증상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다니 공포는 엄습한다. 필요한 용무가 있을 때는 외출하지만 볼 일만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일상이 일반화된 여름 초입, 답답함이 늘어나지만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방법의 일면이다. 자유로이 다닐 수 없는 한정된 공간에서 방송을 들으며 책을 보고 인상 깊은 구절을 글로 옮기며 지낼 수 있어 감사하다. 현실의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고 다독거린다.

 

   ‘어리석은 사람에게는 두 가지 특징이 있다.

   어리석은 사람은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은 하지 않고

   반대로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을 하려 애쓴다.

   지 혜로운 사람에게도 두 가지 특징이 있다.

   지혜로운 사람은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은 하려 하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만을 열심히 한다. ’ - 잡아함경

   타인의 삶과 자신의 삶을 견주면서 남보다 못한 점을 들어 위축되어 지내기보다는 자신이 놀이처럼 즐길 수 있는 분야를 찾아 나가는 것이 낫다. 환상 속의 나를 버리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며 살아갈 때 자신을 사랑하며 살게 된다. 자기만의 관점을 세우고 실천하는 생활로 세상에 굴림을 당하지 말고 세상을 굴리며 살아가기를 바라며 현재에 충실한 자신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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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기쁨과 슬픔 - 장류진 소설집
장류진 지음 / 창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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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의 가을에 접어든 나이, 32년째 직장인으로 생활하며 겪은 일들은 복합적인 감정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익히게 하였다. 설익은 사과처럼 풋풋한 십대들과 함께하며 쌓인 크고 작은 경험은 애증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여럿을 키워냈다. 몸담고 있는 조직에서 인간관계로 힘들어질 때마다 사람들의 심리를 살피는 책들을 가까이 하며 쉽게 곁을 주지 않던 자신을 발견하고 자신을 돌아보았다. 그 때는 어느 누구의 말도 통하지 않았던 고집이 독선과 독단으로 치달아 소통의 물꼬가 쉽사리 트이지 않았지만 세월 따라 수용의 폭이 조금씩 넓어지면서 이해의 깊이가 더해졌다. 상충하는 의견으로 맞설 때에도 상대의 의견을 설득하려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다름을 받아들이고 또 다른 인간 세계를 확인하며 수용하기에 이르렀다

    

   인간에 대한 사랑보다는 합리적인 해결책을 중시하며 이윤을 중시하는 자본주의 사회 구조 속에서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일이 쉽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하고 싶어도 일할 직장이 없다는 구직자들의 푸념을 들을 때마다 경제적 자립을 돕는 직장에서 자생력을 키우고 비전을 실현하는 현실적 삶이 고마울 때가 늘어난다. 직장인으로 서로 다른 뜻을 품고 살더라도 화합할 때에는 함께하는 일의 기쁨과 슬픔을 조율하며 살아가는 일이 평범한 삶이기도 하다. 무탈한 나날 속에 꿈을 꾸고 살아가는 직장인의 삶을 잇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스스로를 다독이면서도 뜻대로 굴러가지 않는 현실을 달가워하지 않는 청년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다큐멘터리 PD를 꿈꾸는 대학생이 취직을 준비하며 여름방학 3개월 동안 더블린으로 워킹홀리데이를 가려 한다. 갚아야 할 학자금 대출에 취업 준비까지 자기 힘으로 이뤄내야 하는 취업 준비생들의 시간은 여유가 없다. 어학연수 대신 워킹홀리데이라도 다녀와야 피디 지망생으로 면이 선다고 여겼기에 나는 아일랜드로 가기로 했다. 경유지 탐페레 공항에서 우연히 만난 핀란드 노인과의 짧은 산책은 힘을 불어넣는 시간이었다. 시력을 잃어가는 사진작가 노인은 항상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동창회에 참석한다며 훗날 추운 겨울 오로라를 찍으러 오라는 말을 남겼다. 워킹홀리데이를 마치고 졸업 후 방송국 신입 피디 공채에 낙방한 끝에 다른 일자리를 찾아 일하며 지냈다. 이후 6년이 흘러 신입 피디 공채를 보고 지원하려다 마음을 접은 날, 핀란드에서 만난 노인이 보낸 사진과 편지를 보며 마음을 다잡는다. 노인이 전한 따스한 한마디는 또 다른 꿈을 꾸면서 살아갈 이유를 찾게 한다.

 

   대학 졸업 후 수많은 소개서와 이력서를 써서 인턴과 계약직으로 일하며 겪은 직장인의 비애는 클 것이다. 백한 번째 이력서와 첫 번째 출근길의 주인공은 제목처럼 정규직 직장인으로 출근하는 첫날의 설렘과 두려움은 긴장으로 가득할 것이다. 일한 대가로 받을 돈을 미리 계산하며 새로운 욕망과 소비의 주체로 서기 위한 준비운동에 들어갔다. 출근 첫날 주인공은 앞으로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확연히 알기는 어렵지만 현실적인 감각을 유지하며 새로운 욕망을 추구하는 직장인의 면모를 갖추어갈 것이다. 판교 테크노밸리의 스타트업 회사에서 일하는 직장인의 애환을 담은 일의 기쁨과 슬픔은 직장인의 비애를 담고 있다. 회장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이유로 카드 포인트로 월급을 받은 카드회사 직원의 이야기를 듣고 주인공은 상사의 독선과 아집에 혀를 내두른다. 스타트업 회사답게 수평적인 업무 체계 환경을 조성한다고 하지만 실상은 부조리한 자본주의적 구조를 재생산하고 있는 셈이었다.

 

    지상에 자기 한 몸 눕힐 공간도 확보하지 못한 채 사람답게 사는 일은 꿈도 꾸기 힘든 상황에서 결혼을 포기하고 살아가는 20·30 세대들이 늘고 있지만 청첩장은 꾸준히 날아든다. 부부의 연을 맺고 잘 살아보겠다는 다짐의 글은 SNS를 타고 계좌번호까지 찍혀 온다. 코로나19 상황에 참석이 어려운 경우라고는 하지만 금전적인 거래를 위한 계고장 같아 기분이 썩 내키지는 않는다. 세상 물정 모르는 빛나와 회사 동료인 민희의 청첩장 전달기를 담은 잘 살겠습니다는 씁쓸함이 더한다. 빛나 언니가 건넨 청첩장을 받고 마뜩찮은 주인공은 교환 거래를 떠올리며 되갚아준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는 속담처럼 밥값과 찻값을 환산해 되갚는 상황은 정글 같은 세상에서 살아가느라 고단한 직장인의 일면을 드러낸다.

 

  포털 사이트 관계사에 근무하면서 댓글 모니터링 업무를 맡은 20대 여직원은 노골적인 음란 홍보물을 지우는 일을 주로 한다. 돈으로 욕구를 충족하려는 수요자들은 꾸준히 댓글을 달고 그 댓글을 기계적으로 지우는 일 사이에 접점은 없다. 오피스텔을 개조한 곳에서 혼자 사는 여자의 집에 남자들이 찾아와 초인종 누르는 이야기 새벽의 방문자들은 평범한 남자들의 기이한 행동에 공포를 느끼다 자구책을 찾기 위해 시도한다. 오피스텔 성매매 장소를 잘못 찾아 온 남성들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고, 그 중에는 안정적인 삶이 보장된 것처럼 보이는 대기업 직원인 전 남자친구도 있었다는 사실에 여자는 회의를 품는다.

 

   맞벌이를 하면서 1주일에 두세 번 가사도우미를 고용하여 집안일 도움을 받는 가정이 늘고 있다. 직장에서 돌아와 고단한 몸으로 집안일까지 하면서 부부가 부딪치는 것보다는 돈이 나가더라도 도움의 손길을 받는 것이 낫다고 여긴 부부는 가사 도우미를 부르기로 했다. 남의 집 살림을 제대로 살기는커녕 가정의 리듬을 깨뜨릴 수도 있는 부분이 있어 신중하게 사람을 쓰게 된 뒤 겪는 일들은 자본의 위력에 휘둘리는 사람의 마음을 가늠케 한다. 창틀 청소를 해달라고 부탁한 뒤 아줌마에게 건넨 웃돈은 다음번에도 창틀 청소를 하고 싶다는 도우미의 반응은 자본의 힘을 떠올리게 한다. 고마움을 표현할 때에도 돈은 기쁨을 낳고 감사 영역을 확장한다. 자본의 위력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 유쾌하지는 않지만 돈으로 해결하려는 부분을 용인하는 분위기는 위험천만한 일을 부르기도 한다

 

   지훈은 여자에게 자신의 매력이 먹힐 때 자신감을 회복하며 지낸다. 직장에서 만나 호감을 갖고 있던 나의 후쿠오카 가이드지유와의 연락이 닿아 그 나름의 계략으로 후쿠오카로 가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번듯한 직장에 여자 경험도 많은 지훈이 여자로부터 자신의 매력과 애정을 확인 받는 방식으로 자족해왔던 근간이 흔들리게 되자 상대를 욕하며 분노한다. 임의대로 생각하고 행동하며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화를 내는 부분은 자아도취형의 남성에게 발견되는 일면이기도 하다.

 

   걷잡을 수 없는 코로나 19사태로 무대 공연이 열리지 않자 SNS 상의 개인 방송으로 감각을 잃지 않고 자신의 일을 잇고 있는 이들이 늘고 있다. 다소 낮음속 장우는 아버지가 선물한 효율성이 낮은 4등급 냉장고를 보며 장난스럽게 쓴 가사가 유튜브 조회 수가 50만에서 100만으로 늘어나자 계약 제의가 들어왔다. 현실감각이 떨어진 장우는 여러 곡의 음원을 제공하는 CD형태의 음반 제작을 바라며 호재를 잡지 않았고 함께했던 유미마저 그의 곁을 떠나 극빈 예술가로 전락하였다. 가파르게 오른 임대료를 충당하지 못해 가난한 예술가들은 중심 거리인 홍대에서 점점 밀려나 변두리로 작업실을 옮겨야 했다. 에너지 효율성이 떨어지는 냉장고의 소음이 텅 빈 공간의 정적을 깨는 자리에서 평안함을 느끼는 예술가의 삶이 안타까움으로 밀려든다.

 

   치열하게 살아도 될까 말까한 시대를 살아가는 20·30세대들의 기쁨과 슬픔이 고스란히 전해져오는 단편들을 만났다. 어렵게 들어간 중소기업의 비정규직 사원으로 1년 남짓 일하며 열심히 일하면 정규직 발령이 가능할 것이라는 희망을 꺾은 코로나 19는 지금껏 지속되고 있다. 일하고 싶어도 고용을 줄이는 현 상황에서 비정규직으로라도 일할 곳이 있으면 좋겠다는 20대 후반 딸의 푸념에 슬픔은 배어 있다. 대외 활동에 어학연수까지 다녀온 스펙을 갖췄지만 이력서를 넣을 곳마저 줄어든 지금,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20·30 세대를 보면서 이들이 경제인으로 자립할 수 있는 힘이 실리기를 바라는 마음만 커진다. 일의 기쁨과 슬픔을 느낄 수 있는 직장인의 삶이 이내 펼쳐지리라 믿으며 일과 생활의 균형을 회복할 날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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