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점점 더 우주에 존재하는 외로움의 총합을 늘려갈 뿐인 게 아닌가.’

   지구라는 별에서 한 점으로 살아가며 여러 점들을 만나 교유하고 선을 이루며 사는 인생의 고독은 심연 깊숙이 자리한다. 상식을 벗어난 생각으로 어떻게 살아가느냐며 특별한 생각과 의도를 평준화하려는 태도는 다른 생각을 수용하는 데 인색한 편이다. 미래의 과학 기술을 현실로 재현하여 언젠가는 닿을 지도 모르는 미래의 꿈을 그리는 공상과학 소설을 읽으며 지금은 만날 수 없으나 데이터 시뮬레이션으로 죽은 혈육을 만날 수도 있겠다는 가능성을 품는다. 과학 기술력은 최첨단 정보 기술력과 만나 생활에 이로움을 주고 있지만 양날의 칼처럼 순기능과 역기능은 교차한다. 지금 우리 사회에 만연한 차별적 요소들을 불식시키고 사회적 이익을 대변하는 과학 기술이 현실로 재현되길 바라며 과학기술을 융해한 창조적 세계로 나아간다.

 

   ‘내가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궁금할 거야.’

   수많은 선택과 결정으로 이어지는 삶에서 어떤 선택과 결정이 자신에게 합당한 것이었는지 가늠하기 힘든 상황에서도 우리는 선택을 잇는다. 전통적으로 자리하는 선택 결정론에 따라 성년식을 치르기 위해 순례를 떠나는 이들 중 돌아오지 않는 이들에 대헌 의구심을 품은 데이지가 지구에 대해 들려주는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속 지구는 벗어나고 싶은 단면을 드러낸다. 릴리의 인간 배아 디자인으로 완벽하게 태어난 개조인과 그렇지 않은 비개조인 사이에 반목과 갈등은 차별을 낳고 어떤 낭만적 감정과 성애도 지니지 않는 이유를 고민하며 데이지는 지구를 떠난다. 얼굴에 혐오스런 흉터를 달고 살아야 하는 비개조인은 인간 배아 디자인의 불량품이라는 낙인이 찍힌 채 삶을 지속하는 일이 운명의 굴레처럼 여겨진다. 낭만적 감정을 느낄 수 없다는 점을 위안으로 삼고 지내야할는지도 모른다. 아름답고 유능한 디자인으로 탄생한 신인류는 질병 없이 수명이 긴 새로운 인류로 인간의 욕망을 최적화한 표본으로 보이지만 인류는 끝없는 욕망을 추구하며 살아갈 것이다. 이와는 달리 지구 밖에 새로운 마을을 만든 릴리는 어떤 장애가 있더라도 행복하게 살아갈 권리를 누리며 공생하는 마을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는데 동조한 이들은 순례를 떠나기 전으로 회귀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타자를 온전하게 이해하는 길은 출구 없는 미로처럼 막혀 있는 것일까?

   나와 다른 상대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면 최상의 비법을 내놓지 않더라도 상충하고 반목하는 갈등 요인은 다소 줄어들 것이다. 타인의 감정을 읽고 상대의 마음과 교유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고 여길 때쯤 그 사람은 죽음으로 사라진다. 낯선 행성에 도착해 외계 지성 생명체들과 동굴 속에서 지낸 <<스펙트럼>>의 희진은 의사소통이 가능한 언어가 없더라도 제 1의 루이가 죽고 또 다른 루이가 부재를 채우며 그림에 쓰인 색채로 루이의 마음을 읽고 교감했다. 한 개체의 영혼과 자의식을 넘겨주는 과정을 전수받은 것처럼 대체된 루이는 그림을 그리며 색체 언어로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았다. 마음을 다해 희진을 돌봐 준 루이는 인간의 감각으로 사랑하기에는 너무 빨리 죽어버려 안타까움이 더했지만 그들만의 방식으로 사는 동안 타자를 사랑한 아름다운 생명체임에는 틀림이 없다.

 

  어딘가에 존재할 것 같으면서도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세계를 그리는 류드밀라는 머릿속에는 그곳의 이름이 있지만 어떻게 그곳을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다. 류드밀라는 유년 시절을 기억하지 못하는 인간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외계 행성을 그리워하며 그곳을 자신의 이상향으로 삼고 위안 받는다. 인류와 공생해온 이질적인 존재가 있다고 가정하고 데이터를 분석하여 인간의 뇌 속에 서식하며 영향을 미치는 지를 풀어낸 <<공생 가설>>의 서사는 독특하다. 인간과 수만 년 간 공생해온 어떤 존재들이 있어 본 적은 없지만 심연 아래 있어 그리움으로 작용하며 교신을 보내는 것은 아닌지 반문하게 된다. 고독한 삶을 사는 인간들에게 위안을 주는 미답의 공간이 기억 속에 존재하는 공간은 아련한 그리움을 돋운다.

 

   미세먼지가 매우 나쁨 수준을 넘어서면 제대로 숨을 쉬기도 힘들어 맑고 공기가 대기에 가득한 투명한 행성으로 이주해 살고 싶다는 생각이 차오른다. 살기 좋은 제3의 행성으로 남편과 아들은 이주했고 100년 동안 정거장을 점유하고 있는 안나는 슬렌포니아 행성계로 떠나 가족이 함께 지낼 수 있는 시간을 꿈꾼다. 우주 여행자들이 이용하는 정거장을 관리하는 남자와 과학자 안나의 대화가 주를 이루는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속 주인공은 급변하는 시대에 날로 발전하는 과학 기술에 행성 간의 이동 방법은 구시대의 유물로 전락하였다. 지구와 행성 간의 새로운 이동 수단이 발견되면서 이전의 이동 방법으로 운항하는 우주선은 폐기되었다.

    ‘나는 내가 가야 할 곳을 정확히 알고 있어.’

    동결과 해동을 반복하는 동안 슬렌포니아 행성에 있을 가족은 이미 생을 거두었을 텐데도 안나는 가족이 존재했던 곳으로 떠날 계획을 강행했다. 빛의 속도로 갈 수조차 없다면 같은 우주라는 개념이 무의미함을 깨닫게 되더라도 한 점의 별이 되어서라도 가족과 함께하려는 생각으로 우주정거장에서의 기다림은 지속되었을 것이다. 오지 않을 고도를 기다리며 기다리는 것만으로 새로운 희망을 품고 있던 사내처럼..............

 

    인공 눈물 액을 떨어뜨려 안구를 촉촉하게 가꾸듯 감정을 조형화한 제품을 판매하는 업체에 필요한 감정을 구매한다는 <<감정의 물성>>에서는 자신의 감정을 상대가 이해해주기를 바라는 인간의 욕구를 투영한다. 가깝게 지낸다는 이유로 상대의 감정을 채 헤아리려는 생각보다는 으레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며 짐작하는 일들이 떠올라 괴란쩍어진다. 타자의 세밀한 감정의 파란을 읽어내느라 안간힘을 쓰기보다는 현상 이면의 본질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이해 불가한 일이라고 속단하기보다는 보현이 지금의 감정을 드러내듯 내밀한 감정을 털어놓는 분위기 조성은 절실하다.

 

    죽은 사람들의 정보를 데이터로 만든 마인드를 관리하는 도서관에서 죽음을 애도하는 방식이 나온다. 추모하려는 이가 마인드와 접속하여 죽은 자의 영혼과 만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을 다룬 <<관내분실>>에서 지민은 엄마를 인식하는 마인드가 분실됐음을 알게 되었다. 엄마와 소원하게 지냈던 지민이 한 아이의 엄마가 될 무렵 죽은 엄마의 마인드를 찾는 과정에서 결혼 후 여성이 사회와 단절돼 고립되는 부정적 상황을 보여준다. 산후우울증이 심했던 엄마는 딸에게 집착하였고, 지민은 자신을 엄마의 소유물처럼 여기고 통제하려는 엄마로부터 벗어나려는 딸로 모녀 지간은 멀어져 갔다. 엄마와 함께 살던 집에는 엄마만의 방이 없었다는 사실을 마인드로 확인하며 공감한 지민은 임신을 통해 엄마의 고립된 삶을 이해하기에 이르렀다.

 

   못할 이유를 여럿 들어서 한계상황에 맞서는 일을 두려워했던 시간은 축적되어 현실에 순응하며 무탈한 일상을 다행으로 여기며 사는 안일함을 낳았다. 상상 너머의 세상을 그리며 사는 것보다 지금을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 더 낫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살아온 시간을 돌아보게 한다. 48세 동양인 비혼모로서 우주비행사로 선발된 재경의 도전을 담은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는 정형화된 틀을 깨는 용기는 그동안 소외되고 배제된 인간의 의지를 드러낸다. 세간의 편견을 불식하며 신체의 물리적인 한계를 넘어서는 데 집중한 우주비행사 재경의 선택과 집중은 후발 주자인 가윤에게 역할 모델로 자리했다. 비혼모 커뮤니티로 만나 또 다른 가족의 형태를 이루며 다수의 선택을 정상으로 여기는 상식을 뒤집는다. 백인 남성 중심의 우주비행사의 편견을 깨고 재경이 걸었던 우주비행사의 길을 가윤이 걸음으로써 소수의 절실한 꿈은 실현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인간적 유대의 상실과 공동체 의식의 붕괴가 낳은 각박한 시대에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상상 속에 담은 SF소설은 미래의 시점에서 현재를 돌아보게 한다. 연구원으로 살다 한 점의 별로 박힌 존재의 현실적 부재 · 관습과 상식을 넘어서는 일들이 의미 있는 일들의 총합으로 귀결되는 때, 고차원적인 사고를 하며 살아가는 인간의 본질에 대한 생각을 깊게 한다. 환경에 대한 사랑을 은폐하고 사장하지 않은 채 인간과 자연계를 둘러싼 공동체적 연대로 함께하는 인류 공생체의 밝은 미래를 선도하는 과학적인 시도가 광범위하게 펼쳐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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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지금 사야 하나요? - 부동산, 3년 내 특이점이 온다
우용표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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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쟁이 재테크 상식사전‘을 읽으며 재테크 정보를 익혔는데 이제는 부동산 알짜 정보를 제대로 파악하여 실속 투자처를 찾는 요긴한 정보를 바라며 접하려는 책입니다. 평당 1억이 넘는 아파트가 있다니 서민들이 집을 마련하는 길이 점점 요원해 보입니다. 부동산 투자의 정수를 접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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앰버 레볼루션 - 오렌지 와인에 관한 가장 완벽한 안내서
사이먼 J. 울프 지음, 서지희 옮김, 최영선 감수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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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색과 흰색 와인만을 생각했던 편견을 깨뜨린 오렌지 와인은 와인 산지인 동유럽에서 맛보면 더 좋을 와인이네요. 백포도 품종을 적포도처럼 일정 기간 발효시켜 만든 와인을 일상에서 즐기는 법을 안내하는 친절한 엠버 레볼루션의 풍미를 즐기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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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어하우스
베스 올리리 지음, 문은실 옮김 / 살림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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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1인 생활 확산으로 사회 여러 면에서 변화를 가져오는데 여러 형태 중 하나가 주거 형태의 변화다. 셰어(share)와 하우스(house)의 합성어인 셰어하우스의 확산은 여럿이 집을 공유하며 개인적인 공간인 침실은 따로 사용하지만, 거실·화장실·욕실 등을 공유하는 생활 방식 확대를 의미한다. 호스피스 병동에서 야간에 일하는 간호사는 자신이 일하러 간 동안 아파트(방과 침대)를 셰어한다는 광고를 냈다. 이를 본 티피는 한 달에 350파운드를 내고 시간대를 달리하는 한 집에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아파트 주인인 리언은 계획된 범죄의 희생양으로 복역 중인 동생 리치의 변호인에게 줄 수임료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같은 장소에서 시간대를 달리한 티피와 리언의 한집살이는 이로써 시작되었다.

 

   실용 도서를 만드는 출판사 편집자로 일하는 티피는 저스틴과 이별 후 혼자가 되면 아주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말로 자기를 위로하며 고통스러운 시간을 상쇄하여 갔다. 저스틴은 첫 순간부터 티피의 마음을 사로잡아서인지 자기 본위대로 움직이며 티피와 사귀면서 둘은 숱한 다툼과 이별을 반복하였다. 딴 여자를 찾아 떠난 저스틴은 티피의 직장 동료에게 접근해서는 그녀의 행적을 찾아 나섰다. 저스틴은 용의주도한 계획으로 이뤄진 티피와의 만남은 그녀를 곤란하게 했고, 다시 그녀에게 돌아와서는 자신과 결혼해달라고 애걸한다. 출판 기념회가 열리던 유람선에서 저스틴을 마주쳤을 때부터 그녀의 집 앞에 거대한 꽃다발을 갖다 놓은 일, 다른 곳에서의 출판 기념회까지 찾아와 일을 벌였다. 그는 그녀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의도적으로 그녀를 따라다니면서 정신적ㆍ신체적 피해를 주는 스토커로 집착이 낳은 이지러진 사랑의 폐해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불가피한 고통의 시간을 좀 더 편안하게 해주는 호스피스 병동에서 일하는 리언은 변화를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티피와 다른 시간대에 같은 공간을 점유함으로써 그의 일상적인 패턴이 바뀌기 시작했다. 자신을 돌보지 않고 여러 남자와 사귀며 지내온 어머니를 보면서 허허로웠던 리언은 동생 리치와 마음을 터놓으며 형제애가 두터웠다. 그는 무장 강도 혐의를 받고 수감 중인 가공된 죄인 리치의 무죄를 입증하는 일에 관심이 쏠렸다. 속박의 시간을 보내는 리치는 전하고 싶은 내용을 편지에 담아 리언과 소통하였고 그 내용을 티피와 공유하였으며, 티피 역시 리언과 포스트잇 쪽지를 주고받는 가운데 두 사람의 일상을 담아갔다. 리언이 동생 리치를 사랑하는 것처럼 그를 사랑하지 않는 케이와는 결별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기품 없는 말들이 무성한 시대에 상대를 떠올리며 전하는 메시지에는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한 번 내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고 영양가 없는 말들은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히고 허공으로 흩어져버린다. 정해진 규칙을 따르며 절제하는 삶에 익숙한 리언은 포스트잇에 일상을 담으며 티피에게 자신의 심경을 전하였고 서로 다른 시간을 사는 인생을 공유해갔다. 일 마치고 들어오는 이를 배려하는 음식은 다채로운 것들로 채워졌고, 둘은 준비한 음식을 맛보며 함께하는 생활에 물들어갔다. 쪽지 하나에도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붓는 티피와 리언은 서로의 영역에 서서히 침범하며 그들만의 인생을 채워갔다.

  

 

   살다 보면 뜻하지 않은 일들로 일상의 균열이 일어나고, 되돌릴 수 없는 일은 금기의 벽을 허물어 관계가 좋아지는 기폭제가 되기도 한다. 케이와 헤어진 뒤 시간이 남아돈 리언은 욕조 안에서 속옷 차림의 티피와 마주친 뒤 셰어하우스 첫 번째 조건을 파기한 둘만의 비밀은 서로를 향한 그리움으로 작용했다.

 

 

   ‘뇌는 고통에서 스스로를 구해내려고 신기한 일을 참 많이 해. 너도 모르는 사이에 비밀을 지키려고 있는 힘을 다 쓰기도 하고…….’(212)

   청춘 시절을 함께 보낸 삼총사 티피·거티·는 서로의 인생에 깊이 관여하며 더 나은 삶을 지향하는 일에 관심을 두고 있다. 일방적인 이별 통보로 힘들어하던 티피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은 두 친구는 우정의 진가를 가늠케 한다. 리치의 무죄를 변론하는 일에 적극적인 거티는 항소심에서 결정적인 단서로 그가 무죄임을 끌어내려 온 힘을 다했다. 이전의 변호인 살과는 대조적인 거티의 모습은 일이 잘 풀려 리치가 무혐의로 풀려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에 설레게 하였다.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프라이어 씨는 전쟁 중 같은 연대에서 복무했던 조니 화이트를 만나고 싶은 바람이 컸다. 그를 찾아 빅토리아역에서 브라이턴역으로 가는 길에 리언과 티피는 동행하였다. 생을 마감하는 날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나 그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영면에 들고 싶은 프라이어 씨의 소망을 현실화하는데 둘은 다리 역할을 자청하였다. 마음 씀이 넉넉한 리언은 호스피스 병동에 머무르는 환자들을 정성으로 돌보는 간호사로 다친 마음을 치유하는 길에 기꺼이 나섰다. 하지만 그는 티피에게 빠져 있지만 서두르고 싶지 않은 마음이 앞서 수동적으로 다가설 뿐이다.  

  

 

   휴정 중, 출간 행사에 참석한 티피가 저스틴의 청혼을 승낙하는 장면이 찍힌 영상을 보고 리언의 기쁨과 설렘은 반감되었다. 티피의 전 남친 저스틴은 대중 앞에서 기습적으로 그녀와의 결혼을 조작하였지만 리언은 그 사실을 몰랐다. 영상에 비친 장면을 믿을 수 없는 리언은 진실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으나 리치의 항소심이 열리는 법정에서 이탈할 수가 없었다. 재판정에서 무죄 선고에 대한 희망으로 빛나는 리치의 눈은 밝게 빛났으나 리언은 백일몽을 꾸는 기분으로 그에게 기계적인 미소를 보낼 뿐이었다. 티피의 마음을 믿고 싶었지만 동영상 자료는 저스틴의 청혼을 수락하는 티피로 보일 뿐이다.

 

 

   ‘자신을 구할 사람은 자신뿐임을 상기한다. 남이 해줄 수 있는 최선은 당사자가 준비되었을 때 옆에서 도와주는 것뿐이다.’(419)

   깨어 있는 시간 티피는 대부분 리언을 생각하며 보냈고, 리언 역시 티피를 그리워하면서도 저스틴이 놓은 덫에 걸려 감정의 파고를 넘나들며 허우적거렸다. 동영상에 대한 오해로 냉각된 둘은 마침내 그 자료가 저스틴의 계략에서 나온 것임을 알아차리고 관계 회복에 나섰다. 서로에 대한 열망과 갈증을 덮고 인고하던 시간을 끝내고 사랑을 키워가는 연인으로 자리했다. 범죄를 조장하는 시스템의 희생양이 된 리치는 수감 생활을 버티기 위해 감옥에 있는 것을 받아들이면서도 언젠가는 질곡의 시간을 벗어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놓지 않았다. 항소심이 열린 후 변호사 거티의 거침없는 변론으로 리치는 마침내 무죄 판결을 받고 자유인이 되었다.

 

 

   감성이 풍부하면서도 절제력이 뛰어난 리언은 닫힌 창으로 세상을 볼 때가 있었다. 프라이어 씨는 많은 세월이 흐르는 동안 가슴이 시키는 일을 뒤로 한 채 살아온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지금 만나고 싶은 사람을 놓치지 않는 적극성을 띨 필요가 있다고 리언에게 충고했다. 상대에게 사랑하는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며 한 발짝 다가서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함께 성장하는 길을 모색할 때, 너와 나의 사랑은 우리 사랑으로 발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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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론과 진화론은 종교와 과학이라는 다른 입장에서 보는 논리적 대립으로 평행선을 그으며 논쟁이 진행되어 왔다. 과학과 종교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다루고 이해하는 사유 체계이지만 명백히 다른 근본 원리에 입각하고 있다. 영적인 믿음으로 이상적인 삶을 추구하는 종교와 현실적으로 증명이 가능한 자연 현상을 다루는 과학은 양립하기 힘든 것처럼 보여 왔지만 사유 체계를 구성하는 영역으로 상호보완적인 관계로 인식하여 시간적인 소모를 줄이는 게 바람직하다는 이들의 견해가 있다. 종교적 핵심인 믿음은 두뇌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진실이라고 간주하는 모든 인지나 감정으로 정의 내리는 인지신경학자는 믿음의 기원까지 올라가 신에 근거한 신앙 체계를 뇌의 중요 요소로 확립하여 믿음으로써 존재하는 인간으로 이끌어 냈다. 진화론을 중심으로 한 과학은 기존의 자연 현상과 이론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되, 객관적으로 증명된 것만을 명확히 있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현대진화론과 유신론ㆍ무신론 논쟁의 정점에 서 있는 도킨스 교수는 <<만들어진 신>>에서 종교의 편협함, 맹신, 잔인함, 악습과 편견에서 나오는 극단주의의 폐단을 지적하며 신을 만들어진 망상이라고 말하여 유일신을 믿는 종교인들에게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는 현재 환경에 더 잘 맞는 유전자를 지닌 개체가 더 많은 자손을 남기고, 이로 인해 시간이 흐르면서 개체군에 유전적 변화가 일어난다고 보았다. 이 변화는 그 생물의 환경에 대한 적응도를 향상시키기 위해 개체는 자연선택에 의해 진화하는 데서 기인한 것으로 여겼다. 자연선택은 모든 생명체가 실제로 살아남는 것보다 더 많은 자손을 낳고, 이 자손들의 형질이 각기 다르다는 것을 전제한 뒤 환경에 더 적합한 개체가 살아남게 되고, 살아남은 생명체의 형질이 유전을 통해 자손에게 전달된다는 것이다. 종교에 대한 진화론적 연구를 새롭게 열어 보이려는 윌슨 교수는 자연사적 정보를 통해 진화론의 강력한 기초는 금욕주의적 수행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자이나교뿐 아니라 특정 종교를 연구하는 발판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드러냈다. 가설을 많이 내세워 자신의 논리를 펴고 있지만 설득력 있는 실례를 제시하지 못하는 밈 가설을 이론적 가능성으로 간주하였다.  

 

  우주는 생명체만을 위해 이상적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물리 현상을 말한다. 진화론을 취하는 과학은 인간이나 종교가 만들어낸 법칙이 아니라 자연의 원리에 부합하여야 하며, 자연과학의 결과와 이론은 실제로 검증할 수 있어야 하며, 그 연구 결과는 언제나 잠정적이며 바뀔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고, 비판할 수 있어야 함을 전제한다. 알렉산더 교수는 과학적 설명은 생물학적 다양성이 생겨난 방식을, 신학적 설명은 그 원인을 기술하는 상보성을 들어 통합 상보성 모델을 적용하는 일이 과학과 종교의 대척점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문화인류학자 겔너는 현대의 이데올로기적 권위자를 종교적 근본주의자, 엄격한 계몽주의자, 상대주의자라는 세 범주로 나눌 수 있지만 상대주의적 관점에서 타인의 세계를 이해하여 사회의 공적 역할에 충실해야 함을 주장했다.

 

  자신이 선택하는 대로 생각하고 믿으며 행동할 자유가 있지만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부정적 관점에서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 의심할 자유를 원한다면 다른 사람들의 믿을 자유 또한 인정해줘 무신론자의 자유는 유신론자의 자유와 밀접하게 엮여 있음을 킹 목사의 연설문을 인용하여 그 뜻을 명확히 하였다. 수양과 도덕에 초점을 맞추고 공공의 선을 향한 신념이 강한 불교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는 종교학과 강사 히로코 카와나미는 2007년 미얀마 불교 승려들의 반정부 시위를 억압적인 군사정권에 맞서 사회적 안녕과 윤리적 기초를 마련하는 일을 예로 들었다. 인과 관계의 상호관계를 믿으며 업을 역동적인 원리로 보아 공덕을 쌓고 지혜와 연민을 키워가려는 불교에 대한 바른 이해로 고통의 조건을 수용한다는 오해를 풀어가려는 움직임은 다원적인 측면을 인식하는 게 중요한 종교의 가치를 일깨운다. 과학자들은 모든 것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으며 어떤 경로로 연결되었는가를 파악하느라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부족들 간의 지위 경쟁, 폭력, 전통적 전쟁의 인류학에 대한 광범위한 고찰을 저서에 담은 마쉬너 교수는 길고 추악한 역사를 공유하는 전쟁과 종교를 들어 종교 자체가 전쟁의 직접인 원인은 아니며 궁극적으로는 종교가 전쟁을 촉진하는 것으로 봤다. 종교는 인간이 내집단과 외집단, 우리와 그들을 분류하는 근본적 수단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기 위해 불가피한 수단으로 기능함을 역사 속에서 살피고 있다. 20세기 후반 종교적 사리사욕이 없는 물리학자들 사이에서 새로 부활한 설계론은 생물 진화의 환원 불가능한 복잡성의 출현에 초점을 맞추고는 신만이 이에 대한 유일한 답이라고 주장한다. 과학 자체로 신의 선물이라 칭했던 슈발리에는 과학이 어떻게 신의 권능을 가리키는지 살펴 볼 것을 촉구하여 과학과 신앙 간의 대화가 풍부히 오가는 것을 다윈의 유산에서 그 의미를 찾았다. 마이클 오브라이언은 문화의 진화를 파악하기 위한 유일한 접근법으로 다윈의 진화를 들어 진화론은 자연계를 설명하는 강력한 수단을 제공하는 것으로 믿음의 문제인 신앙과는 별개로 인정하여 종교와 과학이 배타성을 띠기보다는 모두 의미 있는 유효한 체계로 이해했다.

 

  종교의 기원은 인과성에 대한 믿음이 진화한 데 있으며 인과성에 대한 믿음의 기원은 도구 사용에 있다고 본 월프트 교수는 중요한 사건에 대한 설명을 제공하여 어려움을 해결해 온 종교 활동은 개인의 안녕과 낙관주의를 향상시켜 인간의 생태적 삶을 진화해 왔다고 봤다. 초자연적인 작용인(作用因)에 대한 믿음을 종교적 사유의 방식으로 여기는 이들의 인지적 유연성이 인간 사회 내에서 불가피한 현상으로 종교는 만들어졌다. 과학은 인간의 삶을 물질적으로 편안함을 제공하지만 종교는 인간의 삶을 심리적으로 안정하게 해주며 질적으로 향상시켜준다.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종교와 과학이 창조론과 진화론이란 논쟁에서 벗어나 마음을 열고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인류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 공동의 선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언어와 공감을 가능케 했던 진화상의 거대한 도약인 거울신경세포는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며 상호 관련성이 있는 인간으로 교감한다는 게 은유에 불과할 수 있지만 서로 다른 영역이 공존하는 틀을 마련하는 토대가 될 것이다.

 

#과학책추천#현대과학종교논쟁#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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