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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의 숲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민음사 / 2017년 8월
평점 :

『노르웨이의 숲』
무라카미 하루키를 만나기 위해 제일 먼저 읽어야 할 책이라고 하는 <노르웨이의 숲>. '양을 쫓는 모험', '태엽 감는 새', '언더그라운드', '1Q84' 등 다수의 작품을 발표한 무라카미 하루키. 1Q84는 선물 받은 책인데 아직 고이 모셔두기만 한 상태. 언젠간 읽겠지 하며 바라보기만 한지 벌써 10년이 지나버렸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을 제대로 다 읽은 것은 '태엽 감는 새' 세 권의 시리즈가 처음인데 뭔가 난해한 느낌을 참 많이 받았던 작품이라 하겠다.
미국 문학에서 영향을 받은 간결하고 세련된 문체, 현대인이 느끼는 고독과 허무의 감성으로 당시 젊은이들로부터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다는 <노르웨이의 숲>. 일본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후, 세계적으로 '무라카미 하루키 붐'을 일으켰다고 하는 작품이라 큰 기대를 안고 시작했다.
서른일곱 살의 와타나베는 함부르크행 비행기 안에서 '노르웨이의 숲' 연주를 들으며 과거를 회상한다. 열여덟 살의 그때로 돌아간다. 표시되지 않는 곳에 우물이 있다며 사람들이 사라지면 우물에 빠졌을 거라 생각한다는 다소 황당한 이야기를 들려주던 나오코를 떠올렸다. "나를 기억해 줬으면 좋겠어. 내가 존재하고 이렇게 네 곁에 있었다는 걸 언제까지나 기억해 줄래?"라고 부탁하던 소녀 나오코.
나오코는 와타나베의 친구 기즈키의 여자친구였다. 기즈키를 통해 알게 된 나오코는 와타나베에게 여자친구를 소개해 주며 더블데이트를 즐기기도 했다. 유일하게 친하게 지내던 친구 기즈키가 돌연 자살을 했다. 충격에 빠진 와타나베와 나오코는 대학에 진학하면서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그러다 우연히 다시 만난 나오코와 특별한 대화도 없이 거닐기만 하다 애매한 애정을 나눈 후 나오코는 사라졌다. 다시 연락이 닿은 곳은 요양원에 있는 나오코였다.
같은 대학을 다니는 미도리와 노트를 빌려주는 것을 계기로 친해지게 되고 친구라고 생각했던 미도리가 사랑이었음을 깨닫는 와타나베. 나오코에 이어 두 번째 사랑하는 사람인데 그녀에겐 남자친구가 있다. 뭐지? 남자친구가 있는데 와타나베에게 좋아한다고 하다니! 하지만 오랜 시간 와타나베와 만나면서 정이 들었던 거겠지? 너무 어려서부터 알고 지냈던 기즈키와 나오코는 그 세계에 오랜 시간 갇혀 있지 않았나 생각됐다. 깨치고 나오지 못한 미성숙한 존재로 남아버린 기즈키와 나오코. 안타까운 마음이 많이 들었던 인물이 나오코다.
이제 막 성인이 된 스무 살의 그들은 많이들 불안정하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그들을 통해 불안정한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던 것일까?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개 자욱한 숲속을 연상케 하는 젊은 날의 우리들의 모습이 이들과 닮아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